3. 각 시기별 국내의 사회상황적 배경 분석

이상에서, 코카콜라 광고의 각 시기별 캠페인 주제와 주요 소재를 살펴 보았다. 이러한 광고캠페인이 당시의 한국 사회, 정치, 문화적 상황과 어떤 식으로 맞물려 영향주고, 영향 받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하나의 주요한 사회 변으로 작용하는 코카콜라 광고의 고찰에서 유의미할 것이다. 따라서 본 절에서는 국내에서 코카콜라의 캠페인이 처음 시작된 1968년부터 현재까지의 사회사적 상황과 코카콜라 광고를 연계 시켜 그 상관관계를 추출해 보고자 한다.

우선, 1968년에서 69년까지는 코카콜라가 한국에 공식적으로 첫 선을 보인 시기였다. 이 때의 슬로건은 '코카콜라를 마시자' 였다. 미국에서도 1886년 제품의 최초 출시 때부터 사용하였던 Drink Coca Cola의 번역이다. 이 슬로건은 제품의 속성자체에 충실하게 소구하고 있는 것으로, 표현 전개에 있어서도 코카콜라를 마시는 상쾌함을 강조한다. 당시의 우리나라의 사회상은 5.16 군사 쿠테타로 들어선 정권이 정통성 부재를 극복하고 집권의 정당성을 마련하기 위해 '근대화', '성장' 이데올로기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국가주도의 '외자의존, 수출주도, 고도성장'의 정책을 추진하던 때이다. 매스미디어 상황은, 1961년 국영 TV인 KBS가 설립되었었고, 64년에 상업 방송국인 TBC-TV가 개국하여 양대 TV 채널이 공존한 시기였다. TV 보급대수가 낮고 채널수도 많지 않아 TV의 광고 매체로서의 유용성은 미처 인정되기 전이었지만, 코카콜라 광고의 도입은, TV광고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기술적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아울러 70년대에 도래할 TV의 대중적 보급을 준비하는 시기였다.

1970년에 코카콜라의 캠페인은 다시 '오직 그것 뿐'으로 바뀌게 된다. 이 시기에 국내에서는 69년 코카콜라를 뒤이어 진출한 펩시와의 광고경쟁이 치열했던 시기로, 오직 그것뿐 캠페인은 선발 브랜드로서의 코카콜라의 명성 즉, 1위의 브랜드임을 강조하고 있다. 당시의 국내 사회상황은 5.16 군사 쿠테타가 삼선개헌, 유신으로 이어지면서 장기집권의 조짐을 보여감에 따라 학생들의 데모가 극심하고 사회적으로 불안감이 조성되는 혼란기였다. 이러한 상황적 배경에서 매스미디어는 급속도로 보급되어 갔다. 사회가 불안할수록 매스미디어에 의한 대중조작은 더욱 활기를 띠며 효과를 볼 수 있다. 실제로 당시, 도시에서 농촌에 이르기까지 TV수상기 보급이 하루가 다르게 증가되면서 국민생활의 한 부분으로 정착되었다. 기존의 양대 방송사와 더불어, 70년에 상업방송인 MBC-TV가 개국 하여 TV시대의 막을 열었다. 아울러 TV 전파를 타고 흐르는 광고의 물량과 영향력이 보다 증폭되어 갔다.

매스미디어에 의한 영향력이 점차 커져 가면서 한국사회에서 대중문화가 질적으로 뿐만 아니라 양적으로도 지배적 위치를 확보하게 되는 것이 바로 이 시기에 이르러서이다. 생활문화 전반에 미국식의 자본주의 생활 양식이 보급되었고 그들의 예술, 의생활, 식생활, 주거 생활 등이 마찰 없이 본받아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어갔다. TV를 선두로 한 매체를 통해 미국의 유행이 큰 시간차 없이 수입, 대중화되었고, 미국의 정서가 곧 우리의 정서가 되어 갔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민족적 생활 가치는 복고적인 봉건도덕으로만 인식하게 되어갔다. 이러한 양상은 오히려 지배권력의 입맛에 맞는 전 시대의 보수적 전통적 가치관의 찬양과 고양으로 나타나 이 시기 내내 전통문화의 보호, 육성, 민족문화 창조의 구호가 만연하였다.

정치적 상황으로는 1972년 10월 17일 박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해산하고 10월 27일 유신헌법이 공고되면서 제 4공화국 즉 유신체제로 돌입하였다. 유신체제는 격변하는 내, 외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국력의 조직화, 능률의 극대화를 이룩한다는 정치적 동기를 가지고 출발했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1인 장기집권체제의 제도적 확립이었다. 이 시기를 통틀어 정치적으로는 극한 투쟁과 물리력에 의존하는 풍조가 팽배하였고, 경제적으로는 제 3공화국 말기에서부터 시작된 경제적 위기가 더욱 심화되어, 실업의 증가와 임금문제 등이 사회문제로 비화되었다. 아울러 국민의 자발적 참여를 제도화 시키지 못한 체제의 경직성으로 말미암아 정치적 사회적 혼란과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했다. 이러한 극도의 혼란의 시대를 배경으로 1970년부터 8년 동안이나 지속되었던 코카콜라의 '오직 그것뿐' 캠페인은 1977년 끝을 맺는다.

1978년에서 1980년까지의 캠페인은 '즐거움을 더해주는 코카콜라'이다. 10. 26 사태의 발생으로 유신체제가 붕괴되고 위기관리정부를 표방하는 과도 정부가 들어섰다. 그러나, 최규하 과도정부는 심각한 제 문제를 해결하기에 역부족이었고 80년 5월의 광주항쟁을 정점으로 사회혼란은 극에 달했다. 이러한 사회적 혼란은 결국, 정치, 사회에 대한 혐오와 도피, 허무주의를 배태하였고, '즐거움을 더해주는' 과 같은 향락, 소비성으로의 경도를 초래하였다. 1981년부터 82년까지의 '코카콜라와 함께 웃어요' 는 제 5공화국의 시작과 함께 한다. 이 시기에는 유신체제의 붕괴라는 위기상황에서 군부의 폭력적 개입을 통해 국가 지배구조를 재강화하였다. 이 시기에 있었던 언론 통폐합은 문화영역에 대한 권력의 단순한 통제의 수준을 넘어서서 완전한 장악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특히 통폐합의 명분이었던 공영방송제도의 출범은 제도 자체의 특성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정부 홍보기구의 본격화였다. 또한 TV 수상기의 칼라시대의 개막을 가져 왔고, 82년 이후에는 국민적 스포츠라고 할 수 있는 야구와 축구가 프로화 되었다. 이들 스포츠는 정치적 억압에 대한 욕구불만 해소와 현실 도피 기능을 극대화 함으로써 정권 안보의 도구로 활용되었다. 코카콜라의 광고 역시 이러한 레저, 스포츠를 주소재로 하는 광고를 통해 그러한 현실도피의 국민적 분위기에 일조하고 있다.

1983년에서 1987년까지는 '코카콜라 그것 뿐' (Coke is it) 캠페인이었다. 1970년에 38만대이던 TV 보유대수는 1984년에 이르러서는 827만대로 늘어 났으며, 이중 410만대는 컬러 TV로 되었다. 아시안게임을 치루고 서울 올림픽을 준비하는 기간으로 스포츠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극에 달했고, 이러한 대형 스포츠 이벤트로 국민적 관심을 정통성 부재의 정부에 대신하게 하였다. '세계는 서울로, 서울은 세계로'의 구호 속에서, 미국식 패션이나 주거환경, 식생활 등과 같은 생활 문화는 유행의 전달 속도가 더욱 빨라져 우리의 생활문화는 이미 '세계적인 것'이 된지 오래 였다. 미국의 문화가 전혀 아무런 여과 없이 매우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이 되어가고 있음은 '서구화'가 곧 '발전'으로 해석되는 것이 당연시 되는 가치관과 맞물려서 더욱 고무되어 갔다.

1988년부터 1991년까지의 '난 느껴요, 코카콜라'는 87년의 범국민적 요구에 의해 5공 정권이 물러나고 88년 출범한 6공화국의 시작과 함께한다. 이 시기, 자유화와 민주화에 대한 기대는 점차 높아 갔다. 88년 올림픽을 치루어 내면서 국민의식은 보다 국제적인 성격을 띠어가게 되고 또한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기 시작한다. '난, 느껴요' 는 개인주의적이며 감각적인 사회상을 대변하고 있다. 6공 초기의 민주화에 대한 기대는 점차 실망과 무관심으로 전환되면서 개인주의는 더욱더 팽배해지게 된다. 이에, 시대적 조류인 포스트 모던 현상까지 가세하여 감각적인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을 증폭시키고 있다. 1992년 '상쾌한 이 기분' 캠페인이 시작된다. 기존의 이미지 광고에서 다시 제품속성으로 돌아온 슬로건이다. 1968년의 '코카콜라를 마시자' 이후 약 20여년 만에 제품의 속성을 다시 광고 컨셉의 전면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1992년의 세계는 기존 질서의 붕괴와 재편을 통한 혼란과 이에 이은 경제적 불황이 지배하고 있고 반면 새로운 세계 질서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도 가지고 있다. '상쾌한 이 기분' 은 그런 현실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을 잠시나마 잊고, 몰입할 수 있는 무언가를 제시해내면서 '상쾌한 이 기분'을 반복한다. 상쾌할 것이 전무한 현실에서의 대리만족을 코카콜라를 통해 느껴보라고 끊임없이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1968년부터의 코카콜라 광고와 우리의 사회, 정치, 문화적 상황을 연계 시켜 살펴보았다. 광고와 사회는 상호작용, 상호 반응하는 유기적 관계에 있다. 광고 역시 하나의 하위 문화(sub-culture)로 전체 사회라는 큰 유기체 안에서 다른 여타의 하위문화와 끊임없이 영향주고 영향 받으면서 사회를 움직이는 중요한 사회 변인이기 때문이다. 결국. 코카콜라 광고와 거기서 사용되는 기호와 상징은 우리의 사회사적 맥락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