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1. 연구의 목적
1992년을 살고 있는 현재 많은 학자와 비평가들 사이에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으나 아직도 개념을 정확하게 규정하고 있지는 못하다. 그중에서도 포스트모더니즘은 "문화를 지배하는 시대정신인가?" 아니면 "일시적인 문화적 유행인가?"에 대한 논쟁이 매우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같이 대립적인 견해가 나오는 까닭은 포스트모더니즘이 완성된 것이 아니라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문화현상이기 때문이다. 지난 1970년대말 포스트모더니즘이 문학사상지를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된후 포스트모더니즘은 주로 문학작품에 의해서 알려졌고 문학비평가나 이론가들 사이에서 주로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지금은 문학 뿐만 아니라 건축, 음악, 회화, 조각, 무용, 영화, 비디오, 광고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화분야에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와같이 이미 우리의 생활과 함께 하고 있는 포스트모더니즘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현대사회의 광고는 대중 문화의 일부로서 포스트모더니즘의 특성과 성격율 가장 잘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연구목적을 설정하였다.
첫째, 오늘날 국내 광고에 과연 포스트모더니즘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가?
둘째, 광고표현의 어떠한 특성을 포스트모더니즘이라고 정의할 것인가?
셋째, 왜 이러한 포스트모더니즐 광고가 표현되어져야 하는가?
이와같은 관점에서 본연구는 국내 TV광고를 중심으로 포스트모더니즘 경향과 특성을 분석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TV라는 영상매체가 새로운 이미지를 연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창출할 수 있고 포스트모더니즘 특성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른 연구방법은 1991년 1월부터 1992년 9월까지 국내 TV광고에서 방영된 2,727편을 대상으로 분석하였다.
2. 포스트모더니즘의 개념
2-1. 이론적 등장 배경
포스트모더니즘의 개념이나 정의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생겨나게 된 등장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제2차 세계대전이후에 본격적으로 생겨났으며 권위주의적인 모더니즘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것이다. 즉 서구세계는 제2차 세계대전과 그 직후에 일어난 여러가지 사건들 -예를들면 아우슈비츠 유태인 대량학살, 나가사키 히로시마 원폭투하, 무절제한 생태계파괴, 핵전쟁 위협 등- 인간성을 위협하는 이런 현상들로 인하여 서구인들은 인간의 주체와 자아에 대한 회의와 의구심을 갖게 되었으며 "주체의 해체(Deconstruction of subject)"라는 포스트 모더니즘적 현상을 표출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20세기 후반부터 우리는 기존 서구문화의 사회적, 문화적 질서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가하면 전후 서구인들은 또다른 면에서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였다. 냉전체제의 종식, 경제적 대립에 있어서 남북갈등의 와해, 페미니즘의 등장, 흑인문화를 포함한 제3세계문화권의 독립적 위치 즉 정치, 경제, 문화에 있어서 탈중심화, 탈서구화, 문화의 다원성으로 요약할 수 있는 새로운 현상들이 지배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흔히 논의되는 후기 산업사회, 정보화사회, 대중 소비사회라는 용어들은 이러한 새로운 질서를 다각적으로 표현한 것들이다. 이러한 새로운 질서에 상응하는 변화된 예술적 현상을 「탈모더니즘」「탈구조주의」또는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정의되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미국이 아닌 남미에서 당시 서구의 지배문화였던 모더니즘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사조이며 따라서 그것은 처음부터 탈모더니즘적, 탈서구적, 탈제국주의적 그리고 탈중심적 요소가 강했고 그런 의미에서 제3세계적 시각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 그러나 그것은 그 당시 모더니즘에 대한 한계를 느끼고 있던 미국작가들에 의해서 더욱 크게 발전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세계각국의 다양한 민족들이 혼합되어 살고 있는 환경적 요인이 포스트모더니즘의 다양성과 탈중심적 특성을 가장 잘 반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전후의 미국에는 어느때 보다도 「제도예술」에 대한 저항이 첨예하게 나타나 아방가르드주의자들은 그동안 냉전체제아래에서 공식적으로 비호를 받아오며 맹위를 떨치던 모더니즘에 대한 가차없는 비판을 가했던 것이다. 2) 이렇게 해서 시작된 포스트모더니즘은 미국으로부터 유럽으로 건너가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문화환경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마침내 그 물결은 우리나라까지 밀려오게 된 것이다. 따라서 포스트모더니즘은 단순히 한 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서양과 동양에서 나타나는 국제적인 현상이 된 것이다. 즉 컴퓨터와 인공위성이 존재하는 현대 정보화사회의 포스트 모더니즘 현상은 이제 특정한 한 지역에만 그대로 머무를 수 없게 되었다.
2-2. 개념 정의
그렇다면 포스트모더니즘이란 용어는 어떻게 정의될 수 있는가? 포스트모더니즘이란 현대 또는 근대주의를 가리키는 모더니즘에서 벗어난다는 의미의 「탈」과 지속한다는 의미의 「이후」라는 의미를 함께 지닌 접두어 「포스트(Post)」로부터 파생된 말로 우리말 사전에는 수록되어 있지 않다. 이를 직역하면 「탈근대주의」「근대주의 이후」 또는 「탈모더니즘」「모더니즘 이후」라고 쓸 수 있으나 굳이 「포스트모더니즘」이라 쓴 것은 모더니즘으로부터의 단절과 지속이라는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이 「포스트모더니즘」이란 단어는 그 용어에서 이미 명시적으로 드러나 있듯이 「모더니즘」이라는 의미소를 떠나서는 결코 생각할 수 없으며, 그것에 대한 정의나 성격의 규명은 반드시 모더니즘을 전제로 할 때 가능한 것이다. 왜냐하면 포스트모더니즘의 개념과 본질은 모더니즘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달려 있으며, 한마디로 말해서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의 논리적 발전이며, 극단적 형태일 뿐만 아니라 그것은 동시에 모더니즘에 대한 비판적 반작용이며 그것과의 의식적 단절이라는 것이다. 3) 이러한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정의와 견해는 학자나 이론가들에 따라서 약간씩 다르게 나타난다.
프랑스의 철학교수인 쟝 프랑스와 리오따르(Jean Francois Lyotard)는 「포스트 모더니즘이란 무엇인가?」라는 글에서 "포스트모던이란 모던에서 표상될 수 없는 것을 표상자체로 나타내는 것이며, 도달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동경을 집단적으로 공유할 수 있게 하는 좋은 형식의 즐거움이나 취미의 합의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며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표상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하겠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4)
「포스트모더니즘」이란 저서를 저술한 이합핫산(Ihap Hassan)은 포스트모더니즘이 복합적 문화현상임을 전제한 후 한마디로 단순히 정의내리기를 거부하면서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은 철의 장막이나 만리장성으로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역사에는 중복되는 부분이 있으며, 문화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걸쳐 스며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다소 리얼리스트이고 다소간은 모더니스트이며 또 동시에 다소간은 포스트모더니스트라고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5)
마르크스주의의 문화이론가인 프리디릭 제임슨(Fredric Jameson)은 「모던에서 포스트모던으로」이라는 논문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현대에서 우리가 갖는 느낌은 이제 우리 자신이 새로우며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고 있으며, 모든 것이 가능하고 어떤 것도 다시 똑같을 수 없고 어떤 것도 다시 똑같기를 원치 않으며 우리가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들기를 원하며 과거의 모든 대상, 가치, 정신구조, 일을 행하는 방식들을 제거해 버리기를 원한다. 어쨌든 과거의 모든 것이 변형되기를 원한다는 신념에 근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절대적으로 그리고 철저하게 현대적이어야 하며 동시에 현대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오늘날 포스트모더니즘의 상황속에서 우리가 느끼는 방식이다. 6)
김성곤교수는 포스트모더니즘은 전통적인 모더니즘과 전통적인 리얼리즘의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그것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시작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포스트모더니즘은 결코 단순한 모더니즘의 변현이나 아류가 아니라고 한다. 20세기의 지배적인 사조가 모더니즘이었기에 그리고 포스트모던 시대의 사조라는 의미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명칭을 갖게 되었을 뿐 본질적으로는 탈모더니즘, 탈리얼리즘 속성을 갖고 시작된 새로운 사조라는 것이다.
김욱동교수의 경우는 다원성과 상대성, 그리고 비결정성을 기본적인 철학적 입장으로 받아 들이면서 포스트모더니즘은 정의하기에 매우 어려운 것이라 한다. 또한 포스트모더니즘의 개념과 성격을 올바르게 규명하기 위해서는 「포스트모더니즘」은 과연 어떤 면에서 모더니즘과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은 또한 과연 어떤 면에서 모더니즘과 변별적인 차이가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에게 있어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의 기본 입장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동시에 또한 모더니즘의 한계를 초월하고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한다. 7) 이처럼 학자와 비평가들은 포스트모더니즘 개념을 다양하게 해석하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개념 규정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포스트모더니즘이 모더니즘의 연장선에 있건 현대에 나타나는 단절적인 문화현상이건간에 20세기 후반의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의 한계로 말미암아 생겨났으며, 현대사회의 다원화된 시대적 성격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일종의 시대적 분위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포스트모더니즐을 일시적인 유행으로 일축해 버리거나 또는 신비화시키는 그룻된 태도에서 벗어나 20세기 후반의 시대정신을 표현하는 사회문화적 현상으로서 파악해야 할 것이다.
2-3. 특성
포스트모더니즘의 특성에 대해서 여러 학자들과 이론가들은 나름대로의 범주를 가치고 특성을 주장하고 있다. 학자들에 따라 다소 세분화되고 약간씩 차이는 있으나 큰 흐름에서는 별차이가 없는 것같다.
이합 핫산은 그의 논문 「문화, 불확정성, 그리고 내재성」에서 니체를 가리켜 가장 대표적인 포스트모더니즘 선구자로 간주하고, 니체가 1)인간의 탈중심화, 2)새로운 것의 활력, 3)해석학, 4)이성의 탈신격화, 5)통일성의 거부, 6)주체의 공허성, 7)사실과 허구의 균형, 8)언어의 한계성, 9)허구로서의 사고, 10)기원의 부정, 11)가치의 에네르기학, 12)우연적 예술과 형이상학적 유희, 13)시작과 종말의 붕괴와 같은 관점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8) 또한 그는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간에 존재하는 몇가지 기본적인 차이를 제시하고 있는데 그 유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9)
위의 표에 나타난 바와 같이 핫산이 유형화시킨 특성들은 국내의 포스트모더니즘을 받아들이는 여러 학자나 비평가들에 의해 큰 비판없이 수용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김욱동교수가 「문단에 부는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연구논문에서 주장한 내용을 요약해 보면 첫째, 포스트모더니즘의 가장 대표적인 특성 중에 하나는 자아나 주체 혹은 주관성에 대하여 새로운 입장을 견제한다. 자아나 주체 그리고 그것에 기초하는 주관성은 사실상 모더니즘의 중요한 특성중에 하나였으나 포스트모더니즘에서는 이런 자아나 주관성이 해체되어 「주체의 탈중심화」로 표현된다. 따라서 서술구조의 해체와 파편화된 구성이 애매모호한 의미를 전달함으로서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둘째, 포스트모더니즘은 엘리트주의적 미학특유의 무관심과 초연함을 거부하고 보다 임의성과 우연성을 그리고 유연성을 강조한다. 따라서 이 경우 독자나 청중 혹은 관객은 독서나 공연에 창조적으로 참여하도록 기대되며 문학과 예술에서 무엇보다도 행위가 중시된다.
셋째, 포스트모더니즘은 장르의 붕괴나 장래의 확산에 의해 특징 지워진다. 모더니즘의 경우 소설이나 시나 희곡, 혹은 비평 사이에 서로 엄격히 구분되어 있으나 포스트모더니즘에서는 문학장르 사이의 장벽이 모두 허물어져 버린다.
넷째, 포스트모더니즘은 장르를 서로 엄격히 구분하지 않는 것처럼 이제 더 이상 고급문화와 저급문화, 예술과 상품을 구별하지 않고 보다 대중적이고 민중적인 특성을 강조한다.
다섯째,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과 비교할 때 한결 모방적인 특성(Pastiche) 10)과 패러디(Parady, 풍자적 개작)적인 특성이 강하게 부각되므로서 예술의 자율성이나 독창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다시말하면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은 모더니스트들처럼 창조성을 중요시 않고 특징적으로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서 주제나 스타일 혹은 내용들을 자주 모방한다.
여섯째, 포스트모더니즘은 그 동안 주변적인 것, 소외된 것으로 간주되어 온 모 든 것들에 대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다. 즉 전통적인 계급질서가 붕괴되고 새로 운 계급이 출연한 것이다. 소수민족의 부상, 청년문화의 대두, 성의 개방, 페미니즘 운동 등이 모두 포스트모더니즘의 이러한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다.
일곱째, 포스트포더니즘은 의미와 해석에 대해 깊은 회의를 보인다. 모더니즘과 관련되어 발전된 형식주의나 신비평의 경우 그것은 어디까지나 의미나 해석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전제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포스트모더니즘에 이르러서는 그러한 믿음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받아 들여진다. 이러한 태도는 언어에 대한 극단적인 회의에서 비롯되며 언어에 대한 불신이 「언어의 유희」로 나타난 것이다. 11)
이같이 포스트모더니즘의 특성을 모더니즘과의 관계에서 살펴보았다. 둘 사이는 공통점도 있고, 차이점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분명히 합목적적이고 형식적이며 이성적이고 총체적 동질성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의 모더니즘을 부정하는 새로운 양상들이 나타나고 있음을 인식할 수 있다. 이같은 현상을 포스트모더니즘적 현상이라고 하며 이는 관습적이고 진부한 것들로부터 벗어나 탈중심적 이고 탈권위적인 것들을 말하고 통념상 전통적인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어떤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포스트모더니즘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1) 서술구조(narrative)의 해체
2) 파편화 및 단편화
3) 탈장르화 및 장르간의 상호텍스트성(Intertextuality)
4) 패스티쉬와 패러디기법
5) 주체구성와 탈중심화
6) 허무주의의 극대화
7) 페미니즘적 표현
8) 현실과 허구의 혼합
9) 언어의 유연성 및 유희성
10) 불확정성 및 애매모호성
11) 독자 및 관객의 참여
12) 전위적 실험성
이상은 여러학자나 비평가들이 기본적으로 문학작품을 중심으로 분석한 포스트 모더니즘의 특성을 요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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