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메릴 린치(Merrill Lynch)사의 블랙 먼데이(Black Monday) 대처

1987년 10월 19일 월요일, 미국 뉴욕의 증권시장은 사상 유래없는 대폭락을 기록했다. 다우 존스(Dow Jones)산업평균지수는 무려 508포인트가 떨어졌으며, 주식값은 평균 22.6%가 내렸다. 미국 증권시장은 60년 전인 1929년에 비슷한 현상을 겪었는데, 이른바 'B1ack Tuesday'는 미국의 대공항의 시발이 되기도 하였었다. 금요일인 10월 16일에 벌써 주식값은 급락하기 시작하여 투매현상이 나타났다. 월요일인 19일에는 6억에 달하는 주식이 팔렸으며 이는 금요일의 두배에 해당하는 물량이었다. 사람들은 지난 5년동안 지속된 호경기에 길들어져 있었기 때문에 주식값이 폭락하자 크게 놀라 집단히스테리 현상을 일으켰다.

대부분의 투자가들은 왜 주식값이 떨어지는지 알지 못하고 당황 할 때 미국의 가장 큰 규모의 투자회사인 매릴린치의 경영진들은 앞으로 전개될 상황을 예견하고 긴급히 대책위원회를 소집했다. 그들은 뉴욕증권시장을 이끄는 선두그룹의 위치에서 책임감있고 정확하고 일관된 회사의 견해를 고객들과 일반투자가들에게 알리기로 하고 더 이상의 폭락을 막기 위해 두개의 대응원칙을 정했다. 하나는 '신속한 조치' 그리고 두번째는 '절대로 이성을 잃지 말 것(Do not panic)'이었다.⁴⁹⁾

메릴린치의 위기대책반은 증시폭락사태를 수습하기위해서는 정보제공요청에 의한 커뮤니케이션방식보다는 회사 스스로 주식시장을 이끄는 입장에서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펼쳐야 한다고 인식하고 월요일 場이 끝나자마자 회사의 두 최고경영자는 Wall Street Journal 첫페이지에 투자자들의 자제를 당부하는 성명서를 실고, 회장인 William Schreyer는 그 일주간에 ABC방송사가 World Series를 방송하는 중간 중간에 직접 투자자들에게 올바른 충고를 하는 광고를 내보냈다.⁵⁰⁾

한편으로는 월요일부터 전국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여 투자자들이 알고싶어하는 사항을 세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투자전략, 둘째는 산업의 안정성, 세째는 회사의 재원에 대한 재확인 등이었다. 그리고 회사가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 대상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각 그룹에 전달해야 할 내용을 정리했다. 첫째 그룹은 가장 중요한 대상으로서, 여론조사에 응하고 전문적인 상담을 구하는 개별 투자가들과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회사의 견해와 지침을 전달하는 금융상담가들이다. 두번째 그룹은 간접적으로 여론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종업원들이다. 이들에게 전달할 내용은 회사의 재무구조의 안정성에 대한 재확인과 지지 당부, 대응조치에 대한 정보 그리고 회사에 충성에 대한 감사 등이다. 마지막 대상으로는 경제안정과 시장안정의 재확인을 필요로하는 일반 국민들과, 메릴 린치의 안정성과 자금력을 알고싶어하는 주주들 분석전문가들, 그리고 시장정보와 메릴 린치의 견해를 알고싶어하는 정부당국이였다.

커뮤니케이션 담당팀은 이 조사결과를 토대로 하여 메릴 린치 조사팀과 경제연구팀이 분석한 바를 10월 22일 이후에 전국신문에 발표하였다. 그와 함께 또다른 두개의 조사가 이루어졌는데 하나는 주식폭락에 관한 의견들과 국가경제와 주식시장에 대한 확신이 있는가에 대한 여론조사였고 또 다른 하나는 거액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전화를 이용한 조사였는데 주식시장에 대한 그들의 견해와 메릴 린치와 다른 증권회사에 대한 여론을 물었다. 이 두가지 조사 역시 신속하게 진행되어 일요일인 25일에는 분석결과를 알 수 있었다. 한편 메릴 린치 대책반은 일찍부터 회사내부의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많은 비중을 두었다. 회사가 외부로 내보내는 모든 보도자료나 광고들은 회사간부들에게 따로 배부되었으며, 월요일인 19일부터 회사내 전자뉴스망을 통하여 상세한 투자자들과의 상담지침을 내렸다. 20일 아침에는 전날의 시장을 분석하여 장이 시작되기 전에 가능한한 투매를 막으라는 내부 지시를 내렸으며 미국내 400개 메릴 린치 사무소에도 회사 자체의 직접위성방송(DBS)을 통하여 신속하게 전달되었다.

이와 같이 첨단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이용한 분명하고 신속한 의사전달은 회사전체가 문제해결을 위해 재빨리 단결하도록하여 회사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루머와 혼란을 방지하였으며 모든 회사 직원들이 투자가들이나 일반 시민들을 대하는데 있어서 회사의 일관된 지침이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의사전달체계는 회사직원으로부터의 의견을 수렴하는 데에도 효과적이어서 고위층에서 의사결정을 하는데 더욱 확신을 갖고 임할 수 있었다. 11월에 들어오면서도 메릴 린치는 계속 주식시장의 향방을 추적하고자 반복하여 여론조사를 실시하였고 동시에 회장과 사장의 이름으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주식시장의 회복에 대한 확신을 담은 편지를 고객들에게 보냈다.

마침내 10월의 대혼란은 점차 그 기세가 꺽여 11월 중순에는 주식시장은 거의 안정을 되찾기에 이르렀다. 각 언론사들은 Black Monday의 피해상황을 분석하면서 메릴 린치를 위기시에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자회사로 꼽길 주저하지 않았다. 사실상 수치상으로도 전체 시장의 주식가가 30%에서 35%까지 떨어진데 비해 메릴 린치가 관리하였던 개인 투자가들의 손해는 7%에 그쳤다. 또한 이러한 회사의 위기관리능력은 개인투자가들에게도 높이 평가되어 신규투자가들이 평상시보다 40%나 더 몰리는 기록적인 현상이 나타났으며 덕분에 메릴 린치는 시장의 1.5%를 더 점유하게 되었고, 1988년 미국PR협회는 위기시에 훌륭하게 지도력을 발휘한 공로로 메릴 린치사에게 Silver Anvi1상을 수여 하였다.⁵¹⁾
E. 크라프트(Kraft)사의 경품 취소사건.

1989년 5월 치즈 및 기타 가공식품을 생산하는 크라프트사는 자사의 치즈제품의 포장지에 인쇄된 경품의 반쪽 그림과 일간신문의 일요일판에 첨부된 광고의 나머지 반쪽 그림이 맞으면 그 경품을 시상하겠다고 발표했다. 경품내용은 자동차 1대, 자전거 100대, 스케이트보드 800개, 그리고 치즈가 8.000개였다. 그런데 월요일 아침, 1대로 예정되었던 만 7천달러 상당의 자동차에 당첨되었다는 전화가 수천통 걸려왔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광고 전단 제작과정에서 실수로 시카고와 휴스톤 등 일부지역에 배포된 전단에 대량의 반쪽 자동차의 그림이 찍혀졌던 것이다. 당황한 크라프트사는 경품대상자의 수나 지역등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은 채 경품행사를 일방적으로 취소시켰다. 사건 발생 후 며칠이 지나도 회사측의 공식적인 사과문도 없자 소비자들은 회사의 무책임성에 대해 분노하기 시작했고 경품당첨자들은 크라프트사를 상대로 법정소송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크라프트사는 뒤늦게 사건발생 1주일이 지난 후에야 모든 자동차 당첨자에게 250달러씩을 지불하고 당첨자 중에서 한 명을 추첨하여 자동차를 주겠다고 발표하였다.⁵²⁾

크라프트사의 경품 취소사건은 회사가 사건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경솔하게 처리한데서 더 큰 위기를 맞은 대표적 케이스이다. 만약 회사가 사건직후 적절한 위기관리계획에 따라 신속히 제반 정보를 수집하여 책임감있고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 즉각적으로 회사입장을 밝히는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소비자들의 문의를 위한 직통전화를 개설하고, 커뮤니케이션 창구를 일원화하는 등 일련의 적극적인 PR활동을 펼쳤더라면 이와 같은 회사 공신력의 실추는 겪지않았을 것이다.

F. 1989년 샌프란시스코의 대지진

1989년 10월 17일 강도 높은 지진이 샌프란시스코만 지역을 강타하였다. 당국에서는 즉시 대중매체관리에 대한 필요성을 깨닫고,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합동으로 운영하는 합동정보센타(Joint Information Center: JIC)를 조직하였다. 시청률 경쟁에 민감한 방송사들의 취재경쟁은 뜨거웠으며 심지어 CBS는 12개의 전용제트기로 취재진들을 실어날랐다. 지진발생 한시간 후에는 주요 방송사들에 의해 지진으로 인한 붕괴현장들이 거의 파악이 되었으며 인명과 재산의 피해상황들을 방송하기 시작했다. 하루가 지나자 취재진들은 현장의 상황보도에서 손을 떼기 시작하면서 일부 철수하거나 그밖의 쟁점등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합동정보센타(JIC)에서는 위기상황관리의 전문가들을 불러모아 커뮤니케이션관리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장비와 인력을 배치하고 실행연습까지 마쳤다. 그러나 충분한 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진발생 후 며칠동안은 대중매체의 보도가 늘 앞질렀다. 대중매체의 관심은 상황의 진행에 따라 재빠르게 이동해갔으며 이러한 움직임은 합동정보센타의 위기전문가들이 풀어야 할 문제였다. 예를 들어 자연적인 재해에서의 대중매체의 전형적인 보도유형은 먼저 인명과 재산의 피해상황을 보도하고 하루 이틀 뒤에는 인간적 비극이나 영웅들에 관한 취재를 한다. 그리고 사나흘 뒤에는 각 조직들이 어떻게 재난에 대처했는가에 촛점을 맞추고 끝으로는 장기적인 피해복구 상황과 관련된 쟁점을 다루면서 취재기간을 연장한다. 이렇듯 대개의 경우는 위기의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대중매체가 어떤 취재를 할 것이라는 것은 예측 가능하다. 따라서 위기상황에 관련된 조직의 PR을 담당한 사람은 이러한 취재유형에 따라 각 단계에서 자신들이 해야할 역할을 유념해야한다. 또한 일반인들에게 재난에 의해 영향을 받았을지 모르는 그들의 가족이나 친지의 안부, 그리고 피해지역의 안전여부사항들을 알려주거나 관련조직의 사태대응을 위한 정보제공하는 일은 PR의 핵심적인 업무이다. 합동정보센타에서는 정확한 정보수집을 위해 효과적인 쌍방커뮤니케이션을 실시하였는데, 이를 위해선 최신의 장비가 필요하였다. 예를 들어 휴대용전화기, 페이져(삐삐), 팩스기, 복사기, 전자우편과 데이타베이스가 연결된 컴퓨터와 프린터 등이 사용되었는데 이 모든 장비들은 각 기업체가 재난복구를 위해 기부한 것들이었다.

한편, 사람들의 관심사항이 무엇인지 늘 파악하기 위해서 지진의 피해를 본 지역에 요원들을 파견하여 교회지도자나 지역주민조직, 시장, 지역공무원들을 직접 만나보도록 하였다. 그리고 지진과 관련된 모든 신문기사와 방송을 모니터했다. 이렇게하여 모아진 정보들은 합동정보센타에서 통합 관리되었다. 다양한 조직체에서 온 정보관리 담당자들은 합동정보센타의 일원으로 일했고 일단 들어온 정보는 주정부와 연방정부의 여러단계에 걸친 심사를 걸친 후에야 다른 기관으로 배포되었다.⁵³⁾ 샌프란시스코 지진에서 보여준 당국의 커뮤니케이션대책은 위기관리PR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였기 때문에 취해진 조치였다. 일관되고 체계적인 정보관리를 위해서 다양한 조직의 정보체계를 연합하여 하나의 정보센타를 조직하였으며, 첨단장비를 동원하여 신속한 정보흐름을 꾀했으며,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열어놓기 위해 요원들을 파악하여 피해지역 주민들과의 접촉을 피하여 루머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았다. 이러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신속한 피해상황파악이 용이하였으며 피해복구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

G. 1990년 캘리포니아 클리브랜드 국민학교 총기난사사건

1990년 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톡튼(Stockton)의 클리브랜드 국민학교(Cleveland Elementary School)에 무장한 괴한이 침입하여 반자동 총을 난사하여 5명의 어린이를 살해하고 29명의 어린이와 1명의 선생님에게 부상을 입힌 뒤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일어났다. 사고발생장소가 국민학교이고 희생자가 모두 동남아시아의 난민이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으며 또한 반자동 총기류의 소지를 금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져서 국회에서도 법개정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사건의 수습을 맡은 존 클로즈(John Klose)는 그 지역 교육 행정의 공보담당관으로서 오랜 경험을 통해 위기관리하는데 있어서 가장 힘든 부분은 '제3의 간섭자들(third-party interlopers)'을 잘 통제 하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제3의 간섭자들이란 사건이 발생하면 마치 자석에 쇠붙이가 끌려오듯 나타나는 그룹들로서 예를 들어 화재가 발생하면 모여드는 구경관들로부터 현장에서의 자신의 모습이 사진 찍히기를 원하는 정치가들 심지어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우는 언론까지 아무리 위기관리계획을 잘 세워놓았다 하더라도 이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사태가 악화되기 쉽다.

따라서 존 클로즈는 경찰과 협약을 맺고 일단 사건현장인 학교를 대중매체로부터 봉쇄한 다음 학교와 아이들에 관한 것은 자신이 그리고 범죄부분에 관한 것은 경찰이 담당하기로 하고 밀려드는 대중매체의 공세에 대처했다. 그는 기자회견을 갖기에 앞서 가자들에게 질문하는 순서등에 대한 엄격한 규칙을 정하여 기자들에게 끌려가는 것을 막았으며 8일 후에 가진 선생님들과의 회견에서도 선생님의 불안정한 정서상태를 고려하여 풀(pool)을 형성하여 질문을 자제해 주도록 요청했다. 기자단 풀의 구성은 기자들 스스로 자율적으로 하도록 하여 만약 이쪽에서 풀을 형성했을 때의 기자들의 불만으로 인한 잡음을 사전에 막았다. 존 클로즈는 5명의 희생자를 위한 장례식날에 취재를 위해 몰려들 대중매체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러나 주지사가 방문할 것을 미리 예측 못하고 있다가 주지사측의 사람들이 나타나서 장례식의 진행을 주관하려하자 존 클로즈는 단호하게 주지사와 그 일행들은 단순히 조문객에 그칠 것을 요구하였다. 존 클로즈의 독단적인 행동은 그의 오랜 군대경력에서 나온 것이지만 만약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결정권자의 전폭적인 지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을 정치적 퍼블리시티로 활용하려는 주지사의 의도를 무산시킨 존 클로즈는 또 한차례의 홍역을 치러야 했다. 그것은 인기 가수인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이 학교 어린이들을 만나고 싶다고 통고를 해온 것이다. 존 클로즈는 마이클 잭슨의 PR담당에게 마이클 잭슨이 학교어린이들과 아직도 병원에 누워있는 아이들을 방문할 때에만 마이클 잭슨의 사진사에 의한 사진촬영을 하도록 허락하고 그 쪽도 동의했다. 그러나 그 다음날 누군가가 AP측에 사전에 연락을 취했고 존 클로즈가 아무리 막으려 해도 소용이 없었다. 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경찰이 설치해 놓은 바리케이트를 무너뜨리고 나무에 올라가거나 교실 유리창을 마구 두드리기도 했다. 헬리콥터가 뜨고 군중들의 소란을 통제하기 위해서 경찰들이 출동하는 등 흡사 총기난사사건이 다시 터진듯 했으며 어린이들은 겁에 질렸다. 인기인 때문에 예상치 못한 혼란을 겪은 존 클로즈는 다시 한번 제3자가 현장에 나타나게 될 때에는 사전에 충분한 심사숙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⁵⁴⁾ 제3의 간섭자의 출현은 때때로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해 사건의 해결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곤 한다. 따라서 위기관리 계획을 세울 때에도 제3의 간섭자가 하나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2. 분석

외부적 요인에 의한 즉각적인 위기는 흔히 예상치 못했던 돌발적인 사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위기관리계획에서도 실제 대응단계에서의 커뮤니케이션 관리요소를 최대한도 활용하여야 한다. 즉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는 한편 수시로 여론조사를 실시하여 공중들의 여론의 흐름을 파악하여 사태의 심각성과 상황전개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동시에 정보의 흐름을 장악하여야 한다. 또한 여론에 영향을 미칠 對 언론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회사의 사태해결 의지와 능력을 충분히 보여주도록 연구하여야 한다.

타이레놀 사건의 경우 존슨&존슨사는 사태 발생이후 날마다 여론조사를 실시하였고 밝혀진 여론의 흐름은 대응책 마련함에 있어서 회사측에 재정적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성실히 반영시켰다. 메릴 린치사도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전대미문의 증시 대폭락에 직면하여서도 사태에 대한 냉철한 분석력과 사태해결의 확신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최고경영자의 탁월한 지도력도 있었지만 그것을 뒷받침하는 철저한 여론조사와 그 결과 나타난 각 목표공중의 정보욕구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적극적인 홍보활동에 힘입은 바 크다. 하인즈사가 보여준 이유식 오염사태의 대한 신속한 대응방식도 소비자들로 하여금 회사가 책임감있게 대처하고 있음을 보여주었고, 프래트&휘트니사의 노련한 커뮤니케이션 관리도 회사가 더 큰 위기에 휩싸이지 않게 해주었다. 반면 크라프트사의 경우 회사측의 과실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발생 초기에 여론의 흐름을 무시한 채 경솔하게 처리하여 위기를 자초한 사건이었다.

제4절 외부적 요인에 의한 점진적인 위기유형의 위기관리PR

외부적 요인에 의한 점진적인 위기란 외부환경적 변화나 그로 인한 압력, 외부인의 고의적 위해행위등에 의해 발생되는 위기로서 그 상황전개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유형을 말한다. 그 예로는 기업에 관한 악의적인 루머나 제품의 불량시비등이 있다.

1. 사례

A. 1987년 코로나(Corona)맥주에 대한 루머

미국 시카고의 코로나맥주 수입업체인 바튼(Barton Brands, Ltd.,)사는 1987년 코로나맥주에서 소변이 검출되었다는 터무니없는 루머가 돌고 있음을 탐지하고 대대적인 조사를 벌였다.또 한편으로는 ABC방송사의 '20/20'프로나 CBS의 '60 Minutes'에서 코로나맥주에서 검출된 소변에 대한 방송을 내보낼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바튼 사는 양 방송사에 알아보아 그런 사실이 없음을 확인하였다. 바튼사는 더 이상 루머를 그대로 둘 수 없다고 판단하고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하였다: 첫째, 네바다(Nevada)의 리노(Reno)에 있는 하이네켄(Heineken)맥주의 수입업자인 러스토썬(Luce & Son,Inc.,)사에 대해 3백만달러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걸었다. 바튼사는 러스&썬사가 루머를 퍼뜨린 사실을 추적했으며 그것을 증명해 보일 수 있다고 하자 러스&썬사는 루머유포에 대한 책임은 질 수 없으나 코로나맥주가 깨끗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문서에 서명하는 것으로 합의 보았다. 둘째, 바튼사는 루머유포의 혐의가 있는 그밖의 12개 서부지역 맥주 공급업자로부터 같은 내용의 편지를 받아냈다. 세째, 바튼사는 25개주의 1500개의 맥주공급업자들에게 만약 루머유포와 관련이 되면 소송이 걸릴 것이라는 공문을 보냈다. 네째, 회사측에서는 시카고에서 가장 유명한 품질검사 기관인 씨벨 썬스(J.E.Siebel Son's Company)에 의뢰해 코로나맥주는 오염되지 않았다는 검사결과를 각 신문사와 방송사에 보냈다. 바튼사는 루머가 그치지 않고 계속 퍼져나가자 위험을 무릅쓰고 공개적으로 루머와 맞서 싸웠다. 그 결과 1년 후 그 루머는 아직 살아있었지만 맥주판매에는 별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⁵⁵⁾

B. 프록터&갬블(Proctor & Gamble)사의 로고에 대한 루머

프록터&갬블의 로고는 초승달 모양의 사람얼굴과 13개의 별들이 무리를 지어있는 그림으로 되어있었다. 이 로고가 악마의 사교와 관련되어 있다는 루머는 1970년대 부터 꾸준히 나돌고 있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표면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1982년 유명한 TV전도사이자 칼럼니스트인 애비개일 반 버렌(Abigail Van Buren)이, 그리고 그의 여동생인 유명한 칼럼니스트 앤 랜더스(Ann Landers)가 1984년에 그 루머에 대한 공개적인 비난을 하자 회사측으로서는 오히려 사람들에게 그 루머를 다시 생각나게 하는 위험한 지경에 빠지게되었다.⁵⁶⁾

회사측은 사태해결을 위해 전면적으로 대중매체를 상대하게 되면 더욱 루머를 부추길 우려가 있기 때문에 문의전화를 상대로 회사 로고의 내력을 설명을 하거나 슈퍼마켓에 홍보용 팜프렛을 배부하는 정도의 비교적 조용한 PR활동을 전개히였다. 그러나 루머는 없어지지 않고 일부지역에서 불매운동을 야기시키는 등 그 영향력이 확산되고 있었다. 따라서 회사 측은 본보기로 루머유포의 혐의가 있는 자들에 대해서 법정소송을 거는 한편 전국적으로 특히 루머가 극성을 부리는 지역을 조사하여 그 지역에 지속적인 홍보활동을 펴나갔다. 그 결과 소문은 더 이상 확산되지 않고 판매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되었다.⁵⁷⁾ 그러나 회사측은 또 다시 이러한 일을 겪지 않기 위해서 그 로고를 회사내에서만 사용하기로 하고 제품에서는 삭제하기에 이르렀다.⁵⁸⁾

C. 1988년 스즈키(Suzuki)사의 지프(Jeep)에 대한 논쟁

1988년 6뭘 미국소비자연맹(The American Consumers'Union)이 발간하는 컨슈머 리포트(Consumer Reports)誌는 스즈키사의 지프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했다. 즉, 그 지프는 급격한 회전을 할때나 거칠게 운행할 경우 위험할 정도로 불안정하다는 것이었다. 스즈키사는 즉각적으로 PR담당회사인 로저스&어소시에이트(Rogers & Associates)와 함께 위원회를 구성하고 소비자연맹에 반박할 자료와 정보를 준비했다. 그리하여 발표가 난지 하루만에 스즈키사는 자사의 지프가 안전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광고물을 로스앤젤레스와 뉴욕과 같은 전략적 판매지역에 연속적으로 방영했다. 스즈키사의 언론을 통한 전국규모의 캠페인은 미국 교통부에서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공식발표가 나기까지 3달이상 계속되었다.⁵⁹⁾

D. 1986년 볼보(Volvo) 340자동차의 소환

볼보 자동차회사는 1986년 5월에 볼보 340 오토매틱 자동차를 3만대 수거하여 기어선택 메카니즘을 수정 보완시켜서 기어가 잘못 들어간 채 운행하는 위험을 방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몇몇 케이스에서 운전자가 주차레버에 기어를 고정시킨 줄 알고 있다가 차가 움직인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소비자들로부터 이러한 고발이 들어왔을 때 볼보회사측에서는 차에 대한 아무런 이상을 발견할 수 없었으므로 소비자의 운전 부주의로 치부했었다. 그러나 점점 소비자의 불만이 늘자 회사측은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않고 차를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회사는 5훨부터 9월까지 1978년에서 1986년 사이에 만들어진 자동차를 대상으로 전액 회사측 부담으로 새로운 장치를 달아주었다. 새로 고안된 장치는 레버가 잘못 들어가 있을 때는 부저가 울리는 동시 경고등이 켜지게 만들어졌다. ⁶⁰⁾ 볼보사는 처음에는 소비자의 불만을 무시했으나, 소비자의 압력이 점점 거세지자 이에 굴복하여 재정적인 손실은 있었으나, 장기적인 안목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받는 한편 더욱 성능 좋은 장치를 고안해 내는 기회로 삼았다.

2. 분석

외부적 요인에 의한 점진적인 위기의 흔한 예는 기업에 관한 근거없는 악의적인 루머가 퍼지는 경우와 회사 제품의 성능에 대한 시비가 오래 지속되는 경우이다. 이러한 유형의 위기관리에 있어서 특히 강조되는 PR활동은 되도록 위기 상항이 오래 지속되는 것을 막기위해 루머의 진원지와 그 의도를 신속히 파악하거나 제품의 성능에 대한 신뢰를 빨리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둬야한다. 이러한 작업은 위기의 진행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하기 위한 회복단계의 PR활동으로서, 그 방법은 기업의 성격에 따라 공격적일 수도 있고 방어적일 수도 있다.

바튼사가 취했던 대응책은 매우 공격적인 PR활동으로 프록터&갬블사의 대응방식과는 판이한 것이었다. 스즈키사와 볼보사도 서로 다른 방식을 취했는데 두 방식 모두 다 장단점이 있다. 공격적인 방식의 경우 소비자들에게 제품에 대한 확신을 심어 주는 데는 유리할 수 있으나 그 반면 루머의 확산을 가속화시키는 역기능을 가진다. 반면 소극적인 방식을 취할 경우 볼보사의 경우처럼 문제의 원인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면 좋은 대응방식이 될 수 있지만 프록터&갬블사의 경우처럼 근거없는 루머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경우를 대처해 나가는 방식으로서는 그 한계가 있다

제5절 우리나라의 기업위기 사례연구: 두산전자의 페놀 방류사건

1. 사건의 개요

1991년 3월 21일 대구지검은 대구지역의 상수도에서 심한 악취가 나는 것과 관련하여 낙동강 상류 주변에 위치한 페놀 취급업체들을 조사한 결과 구미공단의 (주)두산전자에서 페놀 폐수를 무단방류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들은 PCB즉 전자인쇄회로기판 원료로 쓰이는 페놀 수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1일 평균 9.5톤의 페놀등이 함유된 폐수가 발생하는 것을 전량을 소각처리 해야 하나 페놀 소각로 2개중 1기가 1990년 11월부터 고장나 그대로 방치 1기만 가동해 하루 1.7톤의 폐수를 소각하지 않은 채 보관해 오다가 11일 갈수기 해제로 낙동강 수위가 오르자 3백50여톤의 페놀이 함유된 폐수를 비밀배출구률 통해 인근 옥계천에 무단방류하여 낙동강으로 흘러가게 하였다. 한편 이 사실을 모른 채 대구 수원지에서는 물에서 냄새가 많이 나므로 평소보다 많은 양의 염소를 살포하였고 페놀과 염소는 화학반응을 일으켜 강한 독성을 지닌 발암물질로 변하여 대구 및 기타 영남권의 상수도로 홀러들었다. 사건의 진상이 알려지자 대구시는 수돗물을 폐기하였고 그 물로 제조된 음식료품의 반품이 잇달았으며 기형아 출산을 우려하는 임산부들이 집단으로 산부인과를 찾는 소동이 빚어졌다.

대구지방 환경청은 두산전자에 1개월간 조업정지 명령을 내리고 두산전자는 3월 22일부터 휴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국내 PCB 총생산량의 85%를 차지하던 두산전자가 조업을 중단하자 TV, VTR, 세탁기, 오디오, 전화기 등 전자완제품 생산의 필수품인 PCB의 구득난이 심각해져서 전자업계의 수출에 타격을 주는 등 연쇄적인 산업피해가 점점 늘어갔다. 따라서 정부당국은 두산전자가 오염물질 배출에 대한 시설보완 작업이 끌나는대로 조업을 재개하도록 지시했다. 두산전자는 경제기획원이 조업정지기간 단축을 시사하자 환경처에 조업정지처분에 대한 집행정지신청을 하였고 환경처는 이를 받아들여 4월 9일부터 두산전자는 다시 조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각계의 시민단체는 조업정지단축을 종용한 정부의 2중적인 환경정책과 두산전자의 생산을 빌미로한 경박한 처사에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한편, 두산그룹의 OB맥주, 코카 콜라, 네슬레 커피등의 일반 소비재들은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입었고 대구 시민들은 두산전자측에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한편 두산전자는 4월 18일부터는 정상가동에 들어가 본격적인 제품생산을 시작했다. 공장측에 따르면 공해방지시설의 보수 및 보완 작업을 끝내고 페놀 폐수 저장탱크등 배관라인을 지상으로 옮겨 설치했으며 5톤을 담을 수 있는 기존의 폐수저장탱크외에 별도의 10톤규모의 탱크를 추가 설치해 탱크안의 내용물이 넘칠 수 없도록 밀폐식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4월 22일 두산전자는 또 다시 페놀원액 2톤을 유출시켰다. 이 사고는 페놀원액 저장탱크에서 수지제조실로 통하는 파이프이음새 부분이 파열되면서 페놀원액 2톤이 유출된 것이다. 회사측은 지상에 설치된 파이프에서 땅바닥으로 흘러나온 페놀은 공기와 혼합되면서 굳어 즉시 전량을 수거하고 고장난 이음새부품을 수리했으며 유출된 페놀이 하천으로 흘러들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유출된 페놀이 낙동강으로 유입될 것에 대비하여 대구시의 단수를 실시하였다. 한편 대구 시내 각 사회단체들은 또 다시 시민들에게 피해를 입힌 두산그룹에 대해 두산제품불매운동 및 두산전자 폐사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해 나가기로 했다. 두산그룹은 결국 두산전자의 페놀수지부분을 매각할 뜻을 발표했다.⁶¹⁾

2. 회사측의 대응방식에 대한 분석

두산전자의 페놀유출사건은 앞에서 설정한 위기분류기준에 따르면 내재적인 요인에 의한 즉각적인 위기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위기유형은 피해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위기관리계획상 특히 강조되는 부분은 위기완화단계와 준비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위기의 완화노력은 애초에 수백만 인구가 사용할 상수원에 두산전자와 같은 유독물질 배출업체가 위치하는 것을 막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했을 것이다. 또한 준비단계로서 독성이 강한 페놀을 다량 취급하는 업체의 성격상 정화장치등의 장비를 끊임없이 점검하고, 최악의 경우 페놀폐수가 그대로 누출되었을 경우를 대비하여 신속한 처치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놓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작업도 적절한 위기관리계획이 마련되어 있었음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또한 위기상황에서의 커뮤니케이션관리의 하나로서 여론의 흐름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작업도 처음에는 제대로 이루어지는 듯이 보였으나 그 다음날 회사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지 않고 회피하는 사과문으로 다시 여론을 자극하여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즉, 3월 21일 대구수도물 악취소동과 관련되어 여론이 극도로 악화되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두산그룹은 박용곤 회장이 그날 즉시 현지로 오는 등 사태의 조기수습을 위해 그룹차원에서 전력을 기울였다. 박용곤회장은 대구시장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고 수습책을 협의한 뒤 구미두산전자 공장내에 8명의 그룹임원으로 구성된 비상대책반을 구성하여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할 뜻을 비췄다. 또한 환경처에서 10일간의 조업중지명령이 내려지기 전에 자발적으로 2주간동안 조업중지할 것을 결정해 자숙하는 면모를 보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 다음날인 22일 공장정문에 두산전자 양유석 대표이사의 명의의 조업중지공고를 게시하면서 "뜻하지 않은 원재료 누출사고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사고원인 설비의 완전정비와 재발방지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조업중지하기로 했습니다. 다시는 이같은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사과문을 냈는데, 페놀 유출이 뜻하지않은 사고에 의한 것으로서 고의성이 없었음을 은연중에 밝히자 또다시 비난의 여론이 일기 시작하였다. 물론 고의성이 없이 공해방지설비가 고장났기 때문에 일어난 사고임을 분명히 밝힐 수만 있다면 회사는 어느 정도의 동정을 받을 여지가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민들은 애초에 환경처가 10일간의 조업정지를 계획했다가 검찰수사결과 페놀폐수 무단방류한 것이 드러나자 30일간으로 연장된 것은 고의성이 있었음을 증명하는 것으로서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솔직히 잘못을 시인하지 못함으로 해서 이전의 사태수습노력을 무산시키고 다시 여론을 악화시킨 것은 회사측의 실수였다.

앞 절의 외국사례에서 보았듯이 위기의 원인제공이 회사측의 고 의성이 있느냐 없느냐 보다는 회사측에서 얼마나 여론의 흐름을 빨리 정확히 읽어내고 어떻게 성의있게 문제해결 하느냐가 회사의 평판을 결정하는데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된다. 비치-넛(Beech-Nut)사의 사과쥬스 사기사건은 회사측이 이윤을 목적으로 소비자를 기만한 전형적인 예이다. 물론 회사측에선 전적으로 잘못이라고 몰아부치는 데에는 할 말이 있었겠지만 변명을 하는 것이 오히려 논쟁의 여지를 주어 회사의 평판에 더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자제하였다. 그대신 제품의 관리 및 품질의 향상을 통하여 꾸준히 신용을 회복해 나갔던 것이다. 그 반대로 크라프트(Kraft)사의 경품사건은 회사측에선 사태 발생의 아무 책임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론을 무시한 성의 없는 회사측의 처사로 인해 회사의 신용을 크게 손상시킨 모델케이스이다. 두산전자의 경우 정부측의 지시도 있었겠지만 조업중단으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내세워 미처 공해방지설비의 완벽한 점검이 끝나기 전인 14일만에 다시 조업을 재게한 회사의 경솔한 처사는 결국 약 일주일 만에 제2의 페놀 유출을 야기시켜 위기관리에 있어서 회복단계에서의 통제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또다시 위기상황을 연장시켜 두산전자 및 두산그룹 전체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었다.

3. 페놀유출 사건과 우리나라 기업의 위기관리PR

우리나라 재벌급 기업의 사회구조적인 특성은 우선 기업의 생성발전의 조건과 관련하여 이해하여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은 선진외국의 경우와 달리 자체의 자금, 즉 민간자본에 의한 성장을 거쳐온 것이 아니다. 정부의 강력한 경제성장정책과 이에 따른 자금지원 즉, 국내시장에서의 경제계획에 따른 보호육성정책에 힘입어서 시장경쟁조 건이 아닌 정책적 기회배분의 조건으로 성장하여 왔다. 따라서 정부의 감독도 그만큼 많이 받게 되는 것이다.⁶²⁾ 두산전자의 경우를 보더라도 페놀폐수의 고의적인 무단방출이 확인되어 30일의 조업정지처분이 내려졌지만 그로 인한 전자업계의 원자재 구득난과 수출액감소를 이유로 정부가 자발적으로 집행정지의 구실을 마련해 준 것은 우리나라 기업의 구조적 특성에 기인하는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인식에 있어서도 기업가와 일반사회 그리고 정부관료의 생각은 서로 상충된다. 일반사회에서는 기업의 발전을 기업의 독립적 업적으로 보지 않으려는 경향이 짙고 기업이 공익에 충실하기를 기대하는 정도가 선진국의 경우보다 높다.⁶³⁾ 반면에 기업인들은 자신들의 능력과 업적을 앞세우며 아직도 성장과 이윤추구에 바쁜 나머지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은 이념적인 면이나 실천적인 면을 막론하고 지극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⁶⁴⁾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기업PR은 기업의 특정공중을 대상으로 기업의 이해와 친선을 심기위한 설득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의 적극적이고 예방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보다는 아직까지 언론매체를 통해 자사의 제품이나 기업이미지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가 되는 것을 막는 방어적이고 소극적이며 일시적인 경향이 있다.⁶⁵⁾ 그러나 이번 두산전자의 폐수무단방류 행위에 대응하는 전국민들의 두산그룹제품 불매운동등의 호응도를 볼 때, 이제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의식수준이나 집단화정도가 기업의 성장과 생존에 압력을 가할 만큼 성숙되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회환경적 여건의 변화에 적응하고 생존하기위해서는 기업도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기업윤리의 인식아래 위기관리PR과 같은 장기적인 계획에 의한 적극적이고 예방적인 PR활동을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