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절 위기관리PR의 영역

위기관리(Crisis Management)란, 좁은 시각으로 보면, 위기가 발생한 다음에 취해지는 일련의 반응적인 조치들로서, 위기의 가능성을 지닌 문제점들을 조기에 탐지하여 정책 또는 경영방침에 반영하는 예방적인 조치인 이슈관리(Issue Management)와 구별되는 개념이다.⁹⁾ 그러나 포괄적인 의미에서의 위기관리는 기업 또는 기타 조직체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게 되는 많은 위험들을 경영자가 여러 가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그 위기로부터 야기되는 손실이 발생하기 전에 배제하거나, 발생된 후에 이를 극소화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활동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기업의 위기관리의 핵심은 위기를 예견하고, 그 방지책이나 대응책을 미리부터 계획하고, 준비하고, 훈련하는 것이다.¹⁰⁾ 이러한 위기관리에서의 PR의 영역은 위기관리 전과정에 걸친 커뮤니케이션의 조정과 관리로서, 프랭크 제프킨스(Frank Jefkins)에 의하면 위기관리 PR은 PR의 분야에서도 특수한 분야로서, 기자회견의 준비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위기의 예방, 위기에 대비하는 계획의 수립을 위한 관리기술까지도 포함하는 것이다.¹¹⁾

제2절 위기관리PR의 현황: 미국의 경우

1984년 미국의 기업들의 위기관리 실태조사에 따르면, 위기관리 계획을 보유하고 있던 기업들은 실제 위기에 당면했을 때 반 이상이(54%) 위기관리계획이 매우 유용했다고 응답하고 있다.¹²⁾ 그러나, 아직까지도 기업경영진들 중에는 위기관리계획의 효과에 대하여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 이유로는: 첫째, 위기란 식품회사, 화학공업회사, 또는 제과회사와 같은 거대한 규모의 회사들에게나 일어나는 문제이므로 자신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고 생각한다. 둘째, 위기란 말 그대로 예상을 불허하는 것이므로 예측할 수 없는 일을 예상해서 미리 준비한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세째, 일단 위기가 발생하면 기업측에서 어떻게 하든 간에 대중매체는 기업을 희생양으로 만들기 때문에 위기관리계획이라는 것의 효용성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중매체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뉴스를 찾는데 있어서 기업의 규모가 작다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그리고 과거 10년간의 기업위기사례를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위기의 90%는 일상적 업무수행상의 위험요소로서 예측이 되었던 것들이었다. 또한 대중매체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언론의 속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즉, 언론은 늘 다음과 같은 가장 기본적인 것에 대한 답을 요구한다. : '무슨일이 일어났는가?''누가 그랬는가?''이 문제를 알고 있은지 얼마나 되었으며 어떤 조치를 취했는가?''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러한 것들에 대한 대답을 빨리 발표해 줄수록 대중매체의 표적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다.¹³⁾

따라서, 미국 PR산업의 경우 경제적,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인식이 증대되면서, 기업 내에서도, 예산이 한정됐을 때에는 과거의 관행과는 달리 오히려 광고의 예산을 줄이더라도 PR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추세이다. PR업무의 내용도 과거 언론대행사(Press agent)의 역할이나, 퍼블리시티활동에서 벗어나, 기업의 전반적 커뮤니케이션에서부터, 전략적 계획에 이르는 마켓팅의 분야에까지 관여하게 되었다. 특히 기업의 활동이나 제품의 안전성이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해야 하는 기회가 많아짐에 따라 위기관리PR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고있다.¹⁴⁾이러한 추세를 잘 보여주는 연구조사로서 1986년 말 미국제조업 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Manufacturers: NAM)에서 포춘(Fortune)誌 선정 1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지조사가 있는 데, 다음은 그 조사 결과를 요약한 것이다.¹⁵⁾

첫째, 응답한 기업들은 해마다 평균 10번 정도의 위기를 겪었는데, 지난 3년간 경험했던 위기들을 20개의 종류로 분류하여 그 빈도수를 알아본 결과, 가장 빈번한 위기 4가지는 기술상의 문제 또는 제품에 관련된 것이었으나. 그 4가지 바로 다음 순위들은 인간과 관련된 문제 또는 조직상의 문제에서 나오는 위기들이었다.

둘째, 5번째부터 8번째로 빈도 높은 위기들은 인간의 실수나, 과로, 또는 일탈적인 행동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예방 조치들은 임시방편적인 기술적인 조치로 치우쳐 있었다. 인간적 또는 조직상의 문제로 인한 위기들에서는 굳이 급조된 기술적 조치를 취할 필요 없이 인간 요소를 참작한 조직상의 조정이 보다 효과적이다. 왜냐하면 단기적으로 시행되는 기술적 조치의 유용함을 간과해서는 안되지만 대개 위기는 복합적인 차원의 파급효과를 남기기 때문이다.

셋째, 응답한 기업들이 경험했던 위기들을 빈도수에 의해 분류해 본 결과 다음과 같이 4개의 군집형태로 모아졌다. 1) 조직 외부적 문제 -- 불완전하거나 고의적으로 변조된 정보나 제품으로 인해 회사와 제품에 가해지는 외부적 위협들을 말한다. 그 예로서, 불매운동, 판권시비, 모조품 제작, 기밀누설, 제품불량판정, 뇌물수수 등이 있다. 2) 조직 내부적 문제 -- 직업병 발생이나 성적희롱과 같은 조직내부에서 발생하는 인간적 문제들을 말한다. 3) 고장 -- 작동, 장비 및 시설의 고장 및 결함으로 인한 복합적인 위기들로서, 컴퓨터시스템 작동중지, 기계운용기술 부족, 공장시설이나 제품의 결함등을 말한다. 4) 정신이상적 위협 -- 테러나 독극물 투입등 정신병적 극단적 행위로 인한 위기가 이에 속한다.

네째, 기업들이 가장 빈번히 사용하는 4가지 위기방지조치들은 다음과 같다. 1) 외부적 정보감시-- 정부 관계기관의 정책변화등과 같은 외부 환경변화의 탐지, 소비자나 일반인들의 반응을 듣기 위한 무료전화 가설, 위기관리에 관한 대책의 공유, 대중 매체 대응훈련, 또는 비상체계 실행연습이 있다. 2) 디자인 또는 통제력에 관한 조치-- 안전도를 높히기 위해 디자인이나 검사시스템을 향상시키거나 통제력을 강화시킨다. 3) 노동운동 또는 정치운동등의 움직임 감시-- 노동운동경력이 있는 종업원들의 움직임 파악, 노동운동가들과의 관계, 종업원들의 여론파악등의 내부정보탐지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4) 정규적 감사실시-- 회계감사, 법적감사 및 등록사항감사 및 재고조사를 실시한다.

다섯째, 위기관리분담반(crisis management unit:CMU)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응답기업의 38%)과 그렇지 않은 기업간에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즉, 위기관리분담반(CMU)을 보유한 기업은 보다 더 위기방지조치를 활발히 진행시키고 있었으며, 그 내용도 보다 더 균형잡힌 위기관리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어, 최소한 위기방지조치의 4가지가 고루 한개씩은 포함이 되어 있었다. 다시말하면, 위기관리분담반을 보유한 기업들은 위기관리의 다면적이고도 다차원적인 속성을 잘 인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섯째, 그러나 위기를 겪다보니 위기관리분담반을 조직하게 되고, 보다 예방적인 조치를 취하게 된 것인지 아니면, 먼저 위기관리분담반의 필요성을 느낀 다음 여러 가지 조치들을 취하게 된 것인지는 이 조사에서 알아 낼 수 없었다.

한편, 웨스턴 유니온(Western Union Corp.)이 포춘(Fortune)誌가 선정한 1000개의 제조업체와, 500개의 서어비스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1984년 조사에서는 위기에 대비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계획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53%정도를 차지하였으며¹⁶⁾, 1987 년에는 57%¹⁷⁾, 1989년에는 60%로 증가하였다.¹⁸⁾ 그리고 총소득 10억달러가 넘는 대기업의 경우 75%가 위지관리 커뮤니케이션계획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보다 규모가 작은 기업의 경우는 41%만이 보유하고 있었다.¹⁹⁾

제3절 위기관리PR의 일반적 모델

위기란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는 특수한 상황이므로 모든 위기에 적용되는 일반적 PR모형의 수립에는 한계가 있으나, 일반적인 정책집행 과정을 위기관리과정으로 전환시켜 설명한 페탁(W. Petak)의 위기관리단계모형을 응용하여 각 단계에 따른 PR활동에 대해 알아보겠다. 먼저, 페탁에 따르면 위기관리는 완화(mitigation), 준비 (preparedness), 대응(response), 및 회복(recovery)의 4단계로 구분 된다.²⁰⁾ 제 1 단계인 완화단계는 위기가 일어나기 전에 위기촉발요인을 미리 제거하거나 위기요인이 가급적 표출되지 않도록 억제 또는 완화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지진이 발생하는 지역에서 고층건물의 건축을 금한다거나, 수해를 극소화시키기 위해서 댐건설이나 제방 및 조림사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이 단계에 속한다. 이 단계 에서 주요한 PR활동은 예상되는 위기에 대한 정보수집 및 연구이다. 제 2 단계는 준비단계로서 위기가 발생되기 전에 비상계획, 위기 경고체계 및 기타 방지수단을 마련하는 과정이다. 이 단계에서의 PR활동은 비상계획 수립의 자료가 되는 기본적인 정보의 수집 및 조직의 위기를 조기에 탐지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장치의 마련과 더불어 모의훈련을 통해 비상계획을 조정한다. 제3단계는 대응단계로서 위기가 실제로 발생하였을 때 조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과정이다. 위기가 발생하였을 때 PR책임자는 신속하게 위기와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고 정확하게 여론을 파악하여 올바른 사태해석과 대응책 마련을 가능케 하고. 각 목표공중들에게 적절한 메세지를 전달하며 언론과의 호의적인 관계를 정립하도록 힘써야 한다. 제4단계는 회복단계로서 위기가 지나간 뒤에 원상으로 복구되는 과정이다. 이 단계는 대응단계의 연장으로 볼 수 있는데 주된 PR활동은 위기로 인한 사후조치들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되고 있는지를 계속 조사하고 평가하여 이후의 위기관리계계획을 재조정하고 위기로 인해 침체되었던 사원들의 사기를 함양시키는 등 위기의 후유증을 최소화 시키는데 주력한다.
각 단계의 위기관리PR활동은 위기의 종류에 따라 특별히 강조되 거나 또는 생략되어지기도 하는데, 위기의 종류에 따른 위기관리계획에 대해서는 다음장의 사례연구에서 다루기로 하고 본 절에서는 일반적인 위기관리PR의 내용에 대하여 좀 더 설명하고자 한다.

1. 완화단계: 예상되는 위기에 대한 연구.

위기관리계획을 세우기 위해선 제일 먼저 최고경영책임자에 의해 추진되고 각부서의 대표들이 지원하는 위기관리대책팀이 조직되어야 한다. 이곳에서 각자 자기분야의 전문지식을 동원하여 최악의 위기 시나리오들을 가상해 보고 그로 인한 연쇄적 파급효과까지도 고려해 본다.²¹⁾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대상으로는, 첫째, 생산제품이나 서비스에 관련된 문제들로서, 안전성, 환경에의 영향, 자원고갈심화 등의 문제들, 둘째, 제조, 운송 또는 재무등의 진행과정상의 문제, 셋째, 현장과 관련된 문제 또는 작업을 위한 설비투입시 지역여건의 문제점, 네째, 인간적 문제들로서 간부들의 사생활 또는 독직행위, 인사정책, 종업원들의 건강문제 등이 있다.²²⁾ 이밖에도 사회적인 쟁점들은 기업활동에 직ㆍ간접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PR담당자는 회사와 관련된 모든 쟁점들에 대한 여론의 추세를 항상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기업의 예상되는 위기에 대한 연구의 추세를 보여주는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경우 위기를 겪은 후에 위기관리계획을 세운 기업과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예상해서 세운 기업의 수를 비교해보니, 미리 예상하여 계획을 짠 기업이 전체 위기관리계획을 보유하고있는 기업 중 1984년의 32%에서 1987년 70%로, 두배이상의 신장을을 보였다.²³⁾ 이는 기업들이 점점 예상되는 위기에 대한 연구의 유용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이다.

2. 준비 단계

A. 기초 자료 수립 및 최신정보 보강 작업.

위기상황에 당면했을 때 필요한 기본적인 정보를 즉시 쓸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 두고 변동사항이 있을적마다 새로 보강해 둔다. 그 기본적인 자료들이란:
1) 주소록, 본사, 지점, 기타 부속기관들의, 주소, 전화번호, 경비들의 전화번호, 야간경비초소의 전화번호 등을 완비하여 언제든지 책임자와 통화가 가능하도록 한다.
2) 모든 시설의 상세한 구조 및 면적, 수용인원등을 파악해 둔다.
3) 고용인들에 대한 약력, 특히 중요 간부들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비치해둔다.
4) 모든 시설 및 주요 재산의 사진들을 찍어둔다.
5) 시설 및 장비에 대한 통계: 종업원 수, 건물 및 장비의 가격, 연 생산액, 제품이나 서어비스 내용, 조합 및 공급자들과의 주요계약서, 소송이 걸린 문제에 대한 상세한 내용. 그 기업 또는 그 제품이나 서비스를 관장하는 관계기관에 대한 정보를 파악해 둔다.
6) 그 기업의 역사, 획기적인 사건들을 기록해 둔다.
위기는 매 경우 마다 달라지므로 위기관리계획도 상세한 진행계획이기보다는 기초자료를 토대로 하는 유연성을 지닌 하나의 지침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언제나 기본이 되는 기초자료의 수집 및 정기적인 보강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B. 모의훈련

해롤드 버슨(Harold Burson)은 미국방성(The Pentagon)에서 실시하는 가상의 전쟁상황 훈련(War Games)을 예로 들며, 위기관리 플랜이 세워진 후 꼭 실험되어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모의훈련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점으로: 첫째, 참가자들은 자신들의 장점을 더욱 연마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과 동료들의 약점을 알게 되고, 둘째, 위기가 절정에 이를 때는, 사실상 외부적인 요소보다는 내부적으로 동료들과의 개인적 상호작용이 더욱 중요할 수 있으므로 모의훈련을 통하여 팀의 일체감을 도모시킬 수 있으며, 셋째, 커뮤니케이션 체계 및 정보수집망의 이상유무, 그리고 정책결정장치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를 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²⁴⁾

1989년 6월 2일 샌프란시스코 소재, 가스와 전력 공급업체인 PG&I사 (Pacific Gas and Electric Company)에서는 4달후인 10월17일 그 지역을 강타한 지진을 예견이나 한 듯, 가상의 지진으로 인한 위기사태에 대한 비상훈련을 실시하였다. 이 훈련은 위기플랜 담당자들에의 해 1년에 걸쳐 준비된 것이었다. 이 모의훈련 시나리오에는 지진으로 수백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으며, 베이 브릿지(Bay Bridge)의 통행이 불가능하게 되었고, 회사의 가스와 전력 시스템이 심하게 손상된 것으로 되어 있었다. 이것은 10월의 실제상황을 너무나도 잘 예견한 것이었다. PG&T사는 이 훈련을 통하여 즉각적인 조치, 지도력의 발휘, 대중매체에게 정확한 정보전달 등 위기관리플랜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인하였으며 실제 지진이 일어났을 때, 훈련 때의 경험을 토대로 대중매체와 소비자, 그리고 종업원들에게 원활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다.²⁵⁾

3. 대응단계: 커뮤니케이션 계획

위기 상황에서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관리와 조정은 위기 관리PR의 핵심이며, 좁은 의미에서의 위기완리PR 그 자체를 뜻하기도 한다. 커뮤니케이션의 관리계획은 정보의 관리, 메세지 전달계획의 작성 그리고 언론과의 관계가 기본 골격을 이루고 있고, 이는 전체 위기관리PR의 한 부분을 차지하면서 아직도 많은 수의 기업이 잠재적 위기에 대한 연구 및 대응책 마련의 사전 준비를 하지 못한 채 위기를 맞고 있는 현실인 만큼, 위기관리계획이 없이 위기에 처한 기업들에게서도 적용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지침서 역할을 한다.

A. 위기시 정보의 관리

위기가 발생하면 제일 먼저 각 부서의 책임자와 최고 경영진으로 구성된 위기관리 전담반이 구성되어야 한다. 모든 정보는 이곳으로 집중되어서 최고 책임자가 사태에 대한 최종결정을 내리는 것을 도와주어야 하며, 외부로 나가는 정보를 여과시켜야 한다. 1989년 10월 샌프란시스코를 강타한 지진의 사후대책반의 PR담당 자였던 마이클 알렌(Michael J.Allan)에 의하면, 정보의 통제관리는 위기관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그 당시 지진에 의해 영향을 받은 공공기관들은 합동정보센타(Joint Information Center:JIC)를 조직하여 모든 정보를 합동정보센타로 집결시키고 밖으로 나가야 할 정보들에 대해선 시간이 걸리더라도 여러 단계에서 철저히 검토한 후에 내보냈다. 특히 외부로 나가는 정보를 조정하지 못하면 서로 상충되 는 정보가 나가 사람들로 하여금 더욱 혼란에 빠뜨릴 위험이 있고 정책결정에 혼선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취해진 조치였다.²⁶⁾ 그러나, 종종 위기발생의 초기단계에서 흔히 범하기 쉬운 오류로서, 경영진이 외부와 커뮤니케이션을 단절시키는 경우가 있다. 이는 외부접촉을 하기 전에 사태에 대한 모든 사실들을 수집하고 법률적인 문제들을 검토하고 대변인을 선임하는 등 내부적으로 완벽한 준비를 갖추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사가 이런 준비를 하는 동안 외부의 공중은 이미 사태에 대한 여론을 형성하여 회사가 모든 준비를 갖추었을 때는 여론의 방향은 회사가 원치 않던 방향으로 가 있을 경우가 많다.²⁷⁾

그 예로는 1989년 3월 24일에 발생한 미국 정유회사인 엑슨(Exxon)사 소유 유조선 엑슨 발데스(Exxon Valdez)호의 원유유출 사고의 경우를 들 수 있다. 그 때 유조선 발데스 호는 알래스카의 프린스 월리암 싸운드(Prince William Sound)근처에서 암초에 부딪혀 엄청난 량의 원유를 유출하게 되어 그 지역에 심각한 환경오염사태를 불러 일으켰다. 엑슨사는 원유 제거작업을 위해 11,000명 이상의 인원을 동원하였고 13억 8천만 달라의 비용을 썼다.²⁸⁾ 그러나 엑슨사의 라울(L.G.Rawl)회장이 그 사태에 대하여 처음 공식발표를 한 것은 6일 뒤였고 현장인 알래스카에 당도한 것은 3주후였다. 166개 신문에 공식사과광고를 내었으나 그 역시 사건 발생 후 10일이 지난 후였다. 많은 전문가들은 회사가 이와 같이 신속하게 사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면, 사태를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고 여기므로 엑슨사가 1백80만 달러를 사과광고를 위해 썼으나 그 효과는 의심스럽다고 보고있다.²⁹⁾

또 한가지 정보의 관리상 유의래야 할 사항은 위기발생 초기에 그 현장의 책임자들이 자신들의 경력에 손상이 될까봐 사건을 축소시키거나 은폐하려고 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 결과 초기단계에 정확한 정보의 부족으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게 되어 외부적으로는 그 기업이 사건자체를 은폐하려 했다는 인상을 주게 되어 치명적인 평판을 남기는 예가 많다.³⁰⁾

B. 메시지전달계획(Message Action Plan:MAP)의 작성

위기가 발생하였을 때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은 기업의 메시지를 관계되는 모든 곳에 제대로 전달하는 일이다. 로렌스 워너(Lawrence R.Warner)에 따르면 위기를 관리하는데 있어서의 PR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그 기업의 주요 메세지를 조리있게(coherent), 통제되어 (disciplined), 조직적인 방식(organized fashion)으로 전달하는 것이라고 하였다.³¹⁾ 다시 말하면, 위기가 발생되었을 때 PR의 역할은 그 조직내부는 물론 그 조직의 위기와 관련하여 반응하게 될 외부 조직체 및 공중 모두에게 사건의 해석을 내려주는 일이다. 위기시 기업의 적절한 PR활동은 그 사태에 대한 인식과 반응에 영향을 끼치고 심지어 여론형성의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따라서 대상청중(target audience), 메시지 요소, 커뮤니케이션 도구, 책임한계, 시행시간 스케줄, 사후평가작업 등을 구성요소로 하는 일목요연한 메시지 전달계획은 위기관리에 필수적이다. 메세지 전달계획의 구성시 고려해야 할 요소들은 다음과 같다.

1) 공중-- PR대상이 되는 모든 그룹들을 중요도의 순서대로 나열한다. 계획표상에 위에서부터 아래로 순서대로 나열 하든가 아니면 그룹의 구성성분에 의해 일차집단, 이차집단 그리고 그 밖의 그룹으로 크게 나누어 우선순위를 매긴다.
2) 메시지 요소-- 관련대상자들과 의사소통이 이루어져야 할 기본내용을 정한다. 그 내용들은 되도록이면 간결해야하며 한 페이지에 필요한 모든 내용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한다.
3) 커뮤니케이션 도구-- 대중매체 관계, 퍼블리시티, 보도자료배포, 개별접촉, 광고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커뮤니케이션도구를 일목요연하게 나열한다.
4) 책임한계-- 위기관리 업무 수행은 각기 다른 부서의 인력의 지원을 얻는 경우가 많으므로 업무분담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5) 시행시간의 스케줄-- 메시지가 각 대상에 도달되는 시간, 시행시간 및 중간점검시간도 명시한다.
6) 평가-- 위기를 넘긴 다음 메시지관리계획의 유용성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다음 위기에 대비하여 메시지 전달계획을 다시 조정한다

부록에 수록된 (표 2)는 메시지 전달계획표의 한 예이다. XYZ회사는 미국의 한 가전제품업체인데 채무관계로 인해 조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 연방파산법(Chapter 11)에 의하면, 궁극적으로는 모든 채무관계를 청산하지 못하면 조업중지 될 수 밖에 없지만, 법원의 명령이 있으면, 현재의 어음을 결재해 줄 수 있는 한 당분간은 계속 조업을 할 수 있었다. 따라서 그러한 법원의 명령을 받기 위해 회사는 법원에 파산신청을 하기로 결정하는 한편, 파산절차를 밟는 동안 일이 복잡해지는 것을 막고, 계속 정상조업을 할 수 있도록 관계자 모두의 양해를 얻어야만 했다. 먼저 도표상에는 중요한 오디언스의 순서대로 회사 이사들로부터 지역 유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묵표청중들이 나열되어 있다. 그리고 각 오디언스에 맞는 메세지가 적절한 시기에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통로를 통하여 빠짐없이 전달되고 있음이 잘 나타나 있다. 위기발생시 주요 고객이나 공급업자등 관련된 오디언스를 설득시키는 일은 회사의 사활이 달린 문제이다. 따라서 각 기업마다 적절한 MAP를 작성해 두어 모든 커뮤니케이션 통로가 열려있는지, 모든 관련자들이 메시지를 빠짐없이 전달받을 수 있는지, 시기적절히 메시지가 전달이 되는지를 점검하는 일은 중요하다.

C. 위기시 對 언론 관계

위기가 발생하였을 때 많은 기업들은 위기 자체보다는 언론 즉 대중매체와의 관계로 인해 더 큰 곤란을 겪는다. 심지어 존바(John Barr)는 위기란 사업상의 어떤 문제가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되어 그 기업의 평판과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까지 한다.³²⁾ 언론은 기업이 사업수행을 하다 보면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의 경우에도 그 기업의 존립의 위기로까지 전환되게끔 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일단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되면 그 기업은 위기를 발생하게 한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여론의 심판대에서 기본적인 능력과 정직성까지도 증명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따라서 PR담당자는 위기시에 언론과 기업의 사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PR담당자가 수행해야 할 역할로는 첫째, 언론과 정보원 사이에서 언론에 내보낼 수 있는 정보와 그렇지 못한 정보를 결정하는 미묘한 문제에 대한 타협을 보는 일: 둘째, 기자회견등을 통해서 언론에게 정보를 제공할 충분한 기회를 마련하는 일: 셋째, 보도진들이 사건자체나 관련자들에대한 해설을 할 때 고정관념으로 처리하는 것을 막기위해 정보제공은 물론 교육까지도 시켜야 하는 일 등이 그것이다.³³⁾ 또한 위기시 회사 대변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만약 그가 언론의 속성을 잘 모르거나 대중매체를 다루는데 미숙하다면 충분히 교육을 시켜야 한다. 포춘(Fortune)誌는 대중매체를 다루는 14가지 방법을 소개한 바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³⁴⁾:

1) 회장 또는 최고경영자로 하여금 언론관계에 책임을 맡게 하라. 통상적으로 뿐만 아니라 위기시에도 회장은 회사를 대표하는 발언을 해야 하고 PR대변인으로 하여금 믿을 만한 정보원이 될 수 있을 정도의 권위를 부여해 준다.

2) 사실을 직면하라. 만약 책임질 일을 했다면 솔직히 인정하고, 회피하거나 변명을 하려 들지 말아라. 사과하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하며 어떻게 해결하겠는지 설명하라.

3) 모든 작업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공중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라. 기업의 평판은 무엇을 약속했는가보다는 무엇을 행하였는가에 달려 있다.

4) 뉴스대상이 되기 전에 정보원이 되라. 기자들과 좋은 관계가 형성되었어야 한다. 평소에 믿을만한 기자들에게 회사의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그들이 기사거리가 필요할 때 도와주어라.

5) 의견이 있으면 즉시 밝히도록 하라. 그리하여 불리한 정보를 제공할 지도 모르는 정보원에 의해 기사가 쓰여지는 것을 막아라.

6) 빨리 응답하라. 기사마감시간이 지난 다음에는 아무리 중요한 정보가 있다 하더라도 소용이 없으며 일단 시간을 지연시키면 신빙성을 잃는다.

7) 변호사의 의견에 너무 의존하지 마라.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변호사들은 대부분 함구하기를 권한다. 그러나 위기상황시 그러한 잠재적 법적 책임문제에 연연하다보면 고객, 종업원 또는 관계기관을 소외시켜 더 큰 손해를 보기 쉽다.

8) 진실을 말하라. 아니면 차라리 아무말도 하지 말라

9) 적당한선에서 만족하라. 아무리 좋은 회사라도 때때로 공격을 당하며. 아무리 호의적인 기사라도 그 속에는 한두 가지 뼈 있는 말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PR의 효과는 평균적인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10) 너무 자존심 상해 하지 말라. 기자들은 적도 아니고 친구도 아니다. 단지 알릴 사람과 알아야 할 사람 사이에 낀 중간다리 역할을 할 뿐이다. 따라서 기자들의 취재태도를 불쾌하게 받아들이지 말라.

11) 여론이나 언론에 끌려가지 말고 가능한 한 자신의 기본원칙에 따라 행동하라. 나쁜 뉴스는 언론이 파헤치기 전에 스스로 발표하라. 그리고 이쪽의 메시지를 여론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수정 보완하여 다시 보내라.

12) 상대방의 특성을 잘 파악하라. 대중매체라고 다 같은 것은 아니다. TV와 인쇄매체는 서로 다른 속성을 지녔으며, 같은 인쇄매체라도 잡지와 신문은 다르다. 또한 신문도 각자 고유한 특성을 지닌다. 한편 언론의 조직속을 들여다보면 덕망 과 실력을 갖춘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따라서 누구를 상대하느냐에 따른 연구와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13) 솔직히 이야기 할 자신이 없다면 TV를 피하라. 설사 자신이 있다 하더라도 TV에서 이야기를 자르는 단위인 10초를 염두에 두고 효과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미묘한 부분은 생략하고 간단하고 분명한 어조로 말한다. 가능하다면 편집이 가능한 녹화방송보다는 말한 그대로 나가는 생방송을 택하라.

14) 인간적인 면을 보여라. 언론이나 여론은 기업보다는 사람에 동정적이다. 만약 거짓말이나 그밖의 어리석은 짓을 하지않은 상태에서 실수를 범할 수 있는 평범한, 감성을 지닌 인간으로 비춰진다면 사람들은 훨씬 관대해 진다.

기업이 위기에 당면하였을 때 취하게 되는 여러 가지 커뮤니케이션 계획은 위기의 대응조치뿐만 아니라 이후의 회복단계의 후속조치를 취하는 데에도 계속 이용된다.

4. 회복단계

회복단계에서의 위기관리는 위기상황의 완전한 통제력을 획득하고 다음에 닥칠지도 모르는 위기를 위한 위기관리계획의 조정을 위해 다음과 같은 조치들을 취한다: 첫째, 위기발생의 원인을 확실히 밝힌다. 그렇지 않으면 루머의 발생과 확산을 막기 힘들다. 둘째, 비슷한 위기가 발생할 것에 대비하여 효과적인 전략의 수립을 해 둔다. 셋째, 사용된 위기관리계획이 효과적이었는지 평가하고 미진한 부분을 조정 한다. 넷째, 위기시의 종업원들의 작업수행 성과에 대한 평가를 하고 종업원들의 사기진작에 힘쓴다.

이상과 같이 위기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적극적인 PR활동을 펼쳐나가는 데에는 사실상 많은 어려움이 있다. 기업이 사태의 심각성과 그 피해 범위를 즉시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을 뿐더러, 위기의 원인을 찾아내는 일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한 위기 수습을 위한 대응정책을 결정하는 일은 평상시와 달리 매우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관련인들도 정서적으로 매우 흥분되어 있기 때문에 위기의 관리란 항상 예기치 못한 변수를 안고 있다. 따라서 일반적인 위기관리 모델은 하나의 안내서 역할을 할 수 있을 뿐이고, 구체적인 위기관리PR활동은 위기유형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