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절 현대사회와 PR

오늘날 우리사회는 대량생산, 대량소비, 그리고 대중전달이 그 주축을 이루는 대중사회로서, 사회조직은 나날이 빠른 속도로 복잡하게 분화되고 전문화되면서 조직간의 상호의존성은 그만큼 증대되고 있다. 반면, 사회구성원들은 전통적 사회의 공동체 의식을 상실한 채 서로 이질화됨에 따라 주변에 대한 무관심과 빠른 변화에 대한 정보의 부족으로 인해 소외된 존재로 남기 쉽다. 한편, 민주주의 이념의 확산은 정부나 기업이 체제의 존립이나 경쟁 속에서의 생존을 위하여 여론의 힘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에, 대중의 이해와 지지를 구하는 활동은 중요한 작업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따라서 복잡한 현대의 대중사회 속에서 어떠한 일을 수행하려면 다양한 조직들의 협력을 구하고 관련 공중들의 호의를 얻기 위한 PR활동은 필수적이다. 그리하여 버네이즈(Edward L. Bernays)와 같은 학자는 PR활동은 개인 및 집단과 사회간의 조절(adjustment)과 해설(interpretation), 그리고 통합(integration)을 꾀하는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간주된다고 하였다.¹⁾

제2절 위기의 개념과 종류

위기(Crisis)란, 사전상의 정의에 따르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도 모르는 치명적인 위험 또는 문제에 당면한 시기를 말하며, 즉각적인 조치를 요하는 예상하지 못했던 갑작스런 상황을 뜻하는 비상사태(Emergency)와도 일맥상통하는 개념이다.²⁾ 현대사회의 기업은 그 복잡성과 상호의존성으로 말미암아 위기에 노출될 위험성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기업의 위기는 돌발적인 회재 발생에서부터 원자재의 품귀현상, 노사갈등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플 위너(Paul Winner)는 위기의 유형을 나누는 기준으로서 다음 4가지 기본요소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a) 조직체의 최우선적 가치를 위협하는 정도 (b) 사태에 대처하는데 시간적인 제약 정도: (c) 발생 위기의 예측 가능성: (d) 그리고 위기가 조직 내부에서 발생되었는가 아니면 외부 환경의 변화에 따른 발생인가에 따라 위기의 성격이 달라진다.³⁾

커티스 링크(Curtis Linke)는 위기의 진행상황과 대처할 시간적 여유에 따라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분류하였다.⁴⁾

첫째, 폭발적 위기(Exploding crisis). 화재와 같이 확연히 비정상적이고, 즉각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태이다. 둘째, 즉각적 위기(Immediate crisis). 이 역시 조직 경영진들을 당황하게 하지만 약간의 대처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 환경오염문제, 청문회 출석. 고발성 내용의 언론보도, 기업문제와 관련된 인터뷰 등이 이에 속한다. 세째, 점진적 위기(Building crisis). 노사갈등과 같은 미리 예측 가능한 위기들을 말한다. 네째, 만성적 위기(Continuing crisis). 이는 만성적인 문제가 시간이 흐른 후 겉으로 드러나는 경우인데, 대체로 복잡하게 얽혀있고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작업장 환경으로 인한 직업병 문제, 종업원들의 마약복용 등이 이에 속한다. 위기를 유형화하는 또 하나의 방법으로 위기의 원인에 의한 분류법이 있다. (표 1 참조)

덕 뉴썸(Doug Newsom)에 따르면 위기의 원인이 그 속성상 물리적으로 격렬하여(Physically violent) 즉각적인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입히는가 아니면 갑작스럽게 일이 터지기는 하지만 그 피해는 시간이 흐른 다음에 나타나는가 (nonviolent)에 따라 나눈 다음, 그것을 다시 자연적으로 발생된 것인지(Acts of nature), 누군가에 의해 고의적으로 저질러진 것인지(Intentional), 아니면 자연에 의한 것도 아니고 고의성도 없이 우연히 발생된 것인지(Unintentional)에 의해 위기는 6가지로 분류된다.⁵⁾

먼저, 자연현상으로 인한 격렬한 위기(violent acts of Nature)라 함은 번개불에 의하여 산불이 난다든지, 태풍이 몰아쳤다든지 하여 즉각적인 인명과 재산의 피해률 입히는 상황을 말한다. 지진으로 인한 비상사태도 이 유형에 속하는 것으로서 1985년 멕시코와 칠레에서 발생한 지진과 1989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지진과 같이 이러한 위기는 대개 돌발적으로 발생하여 대규모의 사상자와 후유증을 남긴다. 두번째 유형은 자연현상으로 인한 점잔적 위기(nonviolent acts of Nature)로서 역시 인명과 재산에 피해를 입히기는 하지만 발생 즉시 즉각적으로 피해가 나타나거나 그 진행상황이 저항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적인 격렬한 위기와는 구별된다. 그 예로는 전염병, 가뭄으로 인한 위기를 들 수 있으며 특히 최근의 AIDS의 확산은 아직까지 특별한 치료법이 개발되지 못한 상태에서 무서운 속도로 심화되고 있어서 여러가지 복합적인 위기를 야기시키고 있다. 세번째 유형은 고의적으로 야기된 격렬한 위기(intentional violent crisis)이다. 이는 누군가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테러행위나 독극물 투입과 같이 즉각적인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입히는 것으로서 1987년 북한의 KAL기 폭파, 1982년의 미국 존슨&존슨사의 타이레놀사건 등이 이러한 유형에 속한다. 네번째 유형은 고의적으로 야기된 점진적인 위기(Intentional nonviolent crisis)로서,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저질러진 행위로 인한 위기이나 위기의 진행이 격렬하지 않고 피해상황이 잠정적으로 나타나는 위기이다. 독극물 투입 또는 폭발물 설치 협박, 기업에 대한 악의적인 루머 배포, 기업내부에 의한 주식거래, 기업의 부정행위 등이 이에 속한다. 다섯번째는 우연히 발생한 격렬한 위기(Unintentional violent crisis)유형으로서 폭발사고나 가스누출사고와 같이 누군가에 의해 고의로 저질러진 사건이 아니고 우연히 또는 과실로 발생한 파괴적인 위기를 말한다. 예를 들어 인도의 보팔(Bhopal)시에서의 가스 누출사건, 이리 화약폭발사고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우연히 발생한 점진적인 위기(Unintentional non violent)유형은 고의성이 없이 발생되는 진행과정상의 문제 또는 제품의 문제등을 말한다. 기업의 파산이나 합병, 주식시장의 폭락, 그 밖에 흔히 발생되는 노사간의 갈등등이 모두 이에 속한다.

제3절 위기 상황에서의 PR

일반적으로 PR활동은 방어적 목적의 PR(Defensive PR)과 적극적 또는 공격적 목적의 PR(Offensive PR)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방어적 목적은 대중 특히 언론계의 PR주체에 대한 부당한 공격, 비난 또는 오해와 누적된 불만을 중화 또는 해소시켜 PR주체를 보호하는 것으로 소극적 사후적 성격을 띠고 있는 것임에 반해, 적극적 목적은 PR의 주체가 공중으로부터 신뢰를 터득하고 영향력을 증가함으로서 대중을 PR주체의 편에 설 수 있도록 건전한 여론을 조성내지는 유도하는 이른바 적극적, 사전적 성격을 띤 것이다.⁶⁾

PR의 역사를 살펴보면 미국의 PR생성기인 20세기 초의 PR은 방어적 목적의 활동이 그 특징을 이루었다. 남북전쟁 이후 미국의 산업화가 급속하게 전개되면서 철도, 석유, 전기 등의 분야에서 대기업이 생겨났다. 부와 권력을 독점한 대기업들은 오만한 자세로 공익을 외면한 채 이윤추구에만 열중하였다. 그러자 대기업의 횡포를 고발하는 폭로주의 저널리즘(Muckraking)이 대중들의 지지를 얻게 되었다.

한편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싹튼 적극적 PR활동은 제2차 세계대전을 거쳐 오늘날까지 계속 발전하여 대중사회에서의 정부나 기업의 효과적인 대민설득수단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특히 기업의 경우 여론의 힘이 날로 증가하는 현대 자본주의사회에서의 기업PR은 하나의 경영수단으로서 단순히 기업과 그에 대립하는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를 친밀하게 하고 더 나아가 기업에 대한 호의, 신뢰와 협력을 얻는 것만이 아니라, 기업의 총체적인 위기를 방지 하고 이윤획득을 보장하는 수단으로서 체계적인 사전계획을 거쳐 시행되는 경영이념의 일부가 되었다.⁷⁾ 같은 맥락으로 기업위기시의 PR에서도 과거의 화재소방적인 PR활동(fire-fighting PR)만으로는 진정한 의미의 PR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물론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 상황의 처리도 중요한 문제이겠지만 그와 함께 예상되는 위기에 대비하고 쌍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잠재적인 위기를 탐지하는 조기경보 시스템을 마련하여 경영정책수립에 반영하도록 하는 적극적인 화재예방적인 PR활동(fire-prevention PR)이 위기관리에 있어서 더욱 효과적이다.⁸⁾
기업이 위기상황에 처하게 되면 그 어느 때보다도 사람들의 주의와 관심은 고조되어 기업이 위기에 대응하는 하나하나의 조치는 기업의 이미지와 곧바로 연결되기 마련이다. 위기에 따라선 기업의 존립을 위협하는 위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기업은 위기에서 살아남는다. 따라서 PR의 관점에서 보면 기업의 위기는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PR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하나의 기회이기도 하다. 예를들어, 독극물에 오염된 타이레놀로 인해 최대의 위기를 맞았던 미국 존슨&존슨의 경우는 적극적이고도 효과적인 PR활동으로 제품의 시장점유을 회복은 물론 존슨&존슨 회사 전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더욱 확고하게 다져진 성공적 케이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