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 실시를 앞두고 지역주민의 여론수렴과 지역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지역방송의 활성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경제, 정치, 문화 등이 지나치게 중앙집중화 되어 있었다. 방송의 경우도 강력한 중앙집권적 방송체재로 인해 지역방송의 종속화가 야기 되었다. 그 결과 오늘날 지역방송은 중앙과 지역간의 관계가 독립적 연결형태가 아니고 서울 KBS와 MBC의 지점망이나 대리점과 같은 소유운영국으로 유지되고 있다. 중앙집중적 방송체제로 인해 지역방송은 지역프로그램의 편성, 제작여건, 운영, 제작인력, 시설 및 기자재, 예산편성에 있어 많은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다. 오늘날 지역방송은 지역정보를 제공하고 지역주민의 의사를 대변하며 지역문화를 형성할 수 있는 지역매체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지역 텔레비전방송이 가지고 있는 제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적인 매체로서 유선텔레비전방송을 생각할 수 있다. 유선텔레비전방송은 원래 난시청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겨났으나 최근에는 이 분야 기술의 급격한 발달에 따라 프로그램의 계층화, 세분화, 전문화가 이루어져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고 지역주민이 직접 프로그램에 능동적으로 참여,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이 유선텔레비전방송의 개념이 점점 변하고 있으며 최근 발달된 유선텔레비전방송의 특징을 채널수의 확대, 쌍방향 서비스, 화면질의 향상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기존 텔레비전방송에 비해 여러 면에서 장점을 가진 유선텔레비전 방송이 국민을 위한 기술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매체로서 활성화 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방송매체가 대기업화 되어 있는 실정이기 때문에 유선텔레비전방송도 대기업화될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지역매체로서 유선텔레비전방송은 저렴한 자본으로도 설립과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역주민의 욕구와 필요에 부응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지역문화를 형성하는 매체로서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유선텔레비전방송은 국영방송인 KBS-TV를 중계하기 위한 매체로서 1960년대 말에 설립이 허가되었고 1980년 언론통폐합 이후부터 그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최근 유선텔레비전방송의 불건전한 발전으로 인해 사회문제로 대두됨과 동시에 전세계적인 유선텔레비전방송의 기술적인 보급과 발전추세로 정부에서는 적극적인 활용방침으로 정책적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유선텔레비전방송의 정책적 방향이 대기업 중심이 되고 중앙으로 집중화될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어 지역매체로서 활성화되기 어렵다. 본연구에서는 유선텔레비전방송에 대한 정책이 지역매체로서 활성화시켜 나가가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전제아래 본 연구는 우리나라 유선텔레비전방송에 관한 현황과 문제점을 기존연구결과의 문헌연구와 아울러 대구지역 유선텔레비전방송 현황과 문제점에 관한 실태조사로 이루어졌다.

1. 결과 요약

본 연구의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 유선텔레비전방송의 전반적인 문제점은 불법유선방송국의 난립, 저조한 가입자수와 이에 따른 영세한 사업운영, 프로그램의 부족과 저질프로그램의 방송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대구지역의 유선텔레비전방송국 현황과 문제점에 대한 실태조사결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유선텔레비전방송국 수와 소유현황의 경우 1988년과 1990년이 각각 다르게 나타났다. 1988년 에는 허가와 무허가 방송국이 공존하였으며 유선텔레비전방송국 및 유선음악방송국을 합하여 전체적으로 볼 때는 무허가 방송국이 허가 방송국보다 많았으나 유선텔레비전방송국만을 볼 때는 허가방송이 무허가방송국 보다 더 많이 나타났다. 1988년 유선텔레비전방송국 소유현황을 보면 복수소유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앙유선계열회사의 대구중앙유선방송국, 북부유선방송국, 서대구유선방송국, 대구유선텔레비전방송국 등 4개방송국들이 복수소유자로 나타났다. 1990년 유선텔레비전방송국 수는 무허가방송국의 규제를 위한 통합 작업 결과 무허가 방송국은 없어지고 허가 방송국 8개로 정리 되었다. 1990년 소유현황은 중앙유선계열 회사만이 복수소유자로 밝혀졌으며 유선텔레비전방송의 대규모화와 독점화의 정도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현황의 경우 1988년의 유선텔레비전방송 자산규모는 1∼3억 사이로서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990년의 자산규모는 평균 11억 2500만원으로 1988년에 비해 외형적인 성장은 있었으나 실질적 자산의 성장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월수익과 월지출이 평균 약 1100만원으로 같이 나타나 방송국의 운영은 현상유지에 불과하고 재투자의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조직의 경우 1988년과 1990년은 거의 비슷하게 나타났다. 대체적으로 내부조직이 비교적 간단하였는데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1∼2명, 경리직 2명, 기술직 5명, 영업직 3명정도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와같이 각 유선텔레비전방송은 비교적 적은 인원으로 구성되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널사용 및 방송시간현황의 경우 1988년과 1990년 모두 비교적 비슷하였다. 채널사용은 보통 6~7개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중 4개는 중계방송을 하였고 나머지 3~4개는 자체방송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시간은 유선방송관리법에서 녹음, 녹화, 중계송신은 토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한 기존 공중파방송의 방송휴지시간에 한하여 1일 120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를 지키는 방송국은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그램현황의 경우 각 유선텔레비전방송들은 1988년과 1990년 모두 중계 방송 외에 불법적인 비디오 테이프를 자체방송하고 있었다. 자체방송하고 있는 비디오 테이프를 국가별로 살펴보면 국산영화보다 미국 및 유럽영화가 훨씬 더 많이 나타났다. 또한 비디오 테이프의 종류는 국산영화는 애정영화가 가장 많이 나타났고 중국 및 동남아 영화와 미국 및 유럽영화는 폭력영화가 가장 많이 나타났다. 이와같은 애정, 폭력 등의 저질 비디오 테이프가 많이 방송되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유선텔레비전방송 종사자들의 프로그램에 대한 선택분별력이나 의지가 큰 원인이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비디오 프로그램의 공급부족에 따른 그 원인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공지사항 방송을 모든 유선텔레비전방송국에서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공지 사항은 공공기관의 요청에 의해서나 자발적으로 방송하였다. 또한 광고 방송은 모두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볼 때 유선텔레비전방송국의 현황과 문제점은 대체적으로 재정적으로 영세한 운영을 하고 있었고 소유현황에서 복합소유자가 나타났으며, 프로그램은 애정, 폭력영화 등에 치우쳐있다.

2. 정책적 제언

본 연구는 대구지역을 중심으로 유선텔레비전방송의 실태와 문제점을 살펴 보았다. 바람직한 유선텔레비전방송이 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적 제언을 해본다.

첫째, 종합유선방송제도를 허용해야 한다. 현행 유선방송관리법에서는 종합유선방송제도가 허용되지 않고있다. 그 결과 유선텔레비전방송국들은 방송범위에서 많은 제한을 받고 있어 질적인, 양적인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즉 현재 유선방송관리법에 따르면

1)유선방송관리법

제15조에서 중계유선방송사업자는 정부 또는 정부투자기관이 50%이상 출자하거나 재출자한 방송국의 방송에 한한 중계송신만을 허용하고 있다. 이로써 한국방송통신공사에서 송신하는 방송프로그램만을 중계송신할 수 있을 뿐이며, MBC등 다른 방송국들을 수신하여 중계송신할 수 없다. 또한 중계유선방송국은 방송을 동시에 중계송신하지 아니하고 1일 120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녹음 녹화하였다가 토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한 방송국의 방송휴지시간에 한하여 송신할 수가 있는데 방송내용을 변경할 수 없으며, 녹음 녹화하여 송신하는 것임을 표시하고 당해 프로그램의 끝에 편성책임자가 누구인지를 밝혀야 한다.

이와같은 방송범위에 대한 규제는 기존 유선텔레비전방송들의 불법비디오 방송이라는 문제를 야기시킨다. 기존 유선텔레비전방송들은 운영을 유지하기 위해서 지역주민들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대한 욕구와 새로운 매체에 대한 필요에 부응해야 한다. 그 결과 난시청문제가 거의 해결된 지금은 자구책으로 중계방송외에 비디오 테이프를 방송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존 유선텔레비전방송국들의 생존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하고 불법비디오 방송을 무조건 문제시하여 단속한다는 것은 어패가 있다.

2) 유선방송관리법

제 17조를 보면 보도 논평 또는 광고에 관한 사항은 송신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문공부령이 정하는 공지사항만 방송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그 외에도 지역뉴스를 방송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선텔레비전 방송을 지역매체로서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현재 주로 행정관청의 공지사항만을 방송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이슈를 형성시킬 수 있는 논평을 포함한 지역 뉴스방송은 허용해야 함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광고에 관한 송신금지사항도 개정되어야 함이 바람직할 것이다. 지역단위의 광고를 허용하여 지역주민에게는 생활정보를 제공하고 유선텔레비전방송국업자에게는 재정적인 도움을 주며 지역사회에는 지역경제의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는 광고의 범위를 지역광고로 설정함이 바람직할 것이다.

둘째, 유선텔레비전방송의 대기업화를 막아야 한다. 현행 유선방송관리법에서는 소유권 제한에 대한 규정이 없다. 하나의 유선방송사업자가 운영할 수 있는 유선텔레비전방송국의 수와 종류에 대하여 명문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유선방송사업자는 중계유선방송, 음악유선방송, 자가유선방송 중 어느것이든 소유운영할 수 있고 또 몇 개든지 제한 없이 소유운영할 수 있다. 또한 유선방송관리법에서는 경영제한에 규정이 없어 동일인이 중계유선방송국, 음악유선방송국, 자가유선방송국 모두를 소유할 수 있음은 물론 신문, 통신의 소유자, 발행인, 방송국을 소유운영하던 자도 유선방송을 소유운영할 수 있다.

이와같이 소유제한과 복수소유제한에 대한 명문규정이 없어 어떠한 사업을 하던 자도 주식 지분의 소유에 제한을 받지 아니하고 유선방송사업에 참여하거나 유선방송을 소유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그 결과 조사결과에서 나왔듯이 서울 자본인 중앙유선계열회사의 유선텔레비전방송국이 대규모화, 독점화 되는 현상이 점점 더 심화되어 가고 있다. 앞으로 곧 종합유선방송제도가 실시되면 대기업과 기존 공중파방송국이 유선텔레비전방송에 참여할 가능성도 짙어지고 있다.

대기업과 기존 공중파방송국이 참여하게 된다면 대규모화, 독점화 현상은 더욱 더 심화될 것이다. 진정한 지역매체로서 유선텔레비전방송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유선텔레비전방송국 수의 소유와 겸영 소유에 대한 규제조항을 두어야 한다.

세째, 유선텔레비전방송에 대한 문공부와, 체신부, 지방행정기관의 분산된 권한을 조정해야 한다. 지역매체로서 유선텔레비전방송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장에게 권한을 이양시키고 지방자치단체장은 지방의회를 통해 이의 허가, 감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 문공부에서는 전체방송시간이라든지 방송할 프로그램별 기준과 같은 큰 원칙을, 체신부는 모든 기술적인 문제와 시설 및 설비 기준 등을 정하는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네째, 독립 프로그램 제작회사를 육성시켜야 한다. 현재 유선텔레비전방송 들은 애정, 폭력 등의 저질 비디오 테이프를 많이 방송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프로그램 제작회사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종합 유선방송제도가 실시될 경우 현재와 같은 저질의 프로그램 방송이 불가피하다. 그 뿐만아니라 외국 프로그램 (특히 미국이나 홍콩)의 수입이 야기되어 제1세계에 의한 제3세계의 문화 종속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독립 프로그램 제작회사들을 지원, 육성하여야 한다.

3. 연구의 한계

첫째, 본 연구는 대구지역이라는 특정지역을 대상으로 유선텔레비전방송의 현황과 문제점에 대한 실태를 살펴보았기 때문에 다른 지역과의 비교가 이루어 지지 못하였다. 앞으로는 대구지역의 유선텔레비전방송의 현황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더불어 타지역과의 비교 연구를 통한 심층적인 분석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둘째, 본 연구는 대구지역 허가 유선텔레비전방송의 실태를 살펴보았기 때문에 무허가 유선텔레비전방송에 대한 실태를 살펴보지 못한 제한을 가지고 있다. 1990년의 경우는 유선텔레비전방송이 허가업체만이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으나 허가, 무허가업체가 공존한 1988년의 경우 무허가업체가를 분석하지 못한 제한을 가지고 있다.

세째, 본 연구의 프로그램 분석에 있어서 서대구유선텔레비전방송의 일주일 분량만을 살펴보았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대구지역 전체 유선텔레비전방송의 프로그램 분석으로 보기에는 어렵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각 유선텔레비전방송들이 거의 유사한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으며 각 유선텔레비전방송의 프로그램 편성 기준이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자료 수집에 어려움이 따랐다. 앞으로는 각 유선텔레비전방송의 프로그램을 모두 분석하여 좀 더 심층적인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넷째, 본 연구의 재정현황 분석에서 자산규모의 경우 좀 더 심층적인 자료 분석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개략적인 분석으로 그친감이 없지 않다. 이는 각 유선텔레비전방송의 영세한 운영으로 인해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자산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사업자들의 면담으로 추정할 수 밖에 없었다. 앞으로 보다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자산평가에 의한 분석이 요구된다. 맞추어 우리사회의 경제, 정치, 문화적인 맥락 속에서 유선텔레비전방송을 분석하지 못하였다. 유선텔레비전방송의 본질과 정확한 실체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유선텔레비전방송의 모습과 활동이 규정되는 그 사회의 경제, 정치, 문화적인 맥락속에서 총체적으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