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여가의 개념과 적용

여가에 관한 개념은 그 역사가 수세기 전으로 고대 그리이스 시대부터 찾아 볼 수 있으며 여러 분야에서 다루어지고 있으나 분석하는 입장에 따라 그 개념이 다양하기 때문에 명확히 규정하는 데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그러므로 여가에 대한 다양한 정의 및 실제적인 적용을 통해 개념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1. 여가의 개념

여가에 대한 개념 정의는 이미 고대 그리이스 시대의 고전적인 개념에서부터 사회계층의 상징으로, 일과 대조되는 비근무 활동으로, 잉여적 관점에서 본 자유재량적 시간으로 정의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전체론적 관점에서 각 정의에서 나타나는 특성들을 포괄하는 의미로 보는 견해가 대두되고 있다.

각 개념의 특징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고대 그리이스 시대의 여가는 Aristotle에 의해 발전되어온 개념으로서 어떤 활동을 통한 '심리적인 상태'로 정의 되었다. 이러한 전통적인 관점에서는 여가를 명상, 지식의 추구, 토론 등을 통해 스스로 즐기는 동시에 정신과 의식을 발전시키고 훌륭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적극적 행위로 강조하고 있다. Pieper(1952)는 이러한 고전적인 개념을 지지하여 여가를 시간과 무관한 존재의 상태, 영원의 상태라고 하였고, De Grazia(1964) 또한 이러한 개념을 현대사회에 적용시켜, 여가를 하나의 목적으로 물질적인 기반이나 가치이상의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이러한 여가에 대한 고전적인 견해는 여가를 소수 귀족의 특권으로 보아 좁은 범위로 한정시키고 있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한편, 여가를 사회계층의 상징으로 보는 견해는 미국의 사회 Thorstein Veblen(1953)에 의해 제시된 것으로서 그는 유럽의 중세와 부흥기 및 산업사회에 주목하여 여가를 소유하고 이를 잘 이용하는 것이 바로 상류계급의 상징이라는 것을 발견하였다(Murphy,1974에서 재인용). 즉, 노동으로부터 해방되어 여가를 향유한다는 것은 부의 증거이며 높은 사회계층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Veblen의 연구 이후 사회학 분야에서는 사회계층이나 직업, 인종 등에 따라 여가를 분류하고 개념화시키는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져 왔으며, 또한 직업 및 사회계층과 여가행동과의 관계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연구결과, 일반적으로 많은 여가활동은 사회계층 수준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가지며 특히 어느 정도의 교육수준을 필요로 하는 활동에 참여할 때는 더욱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문화의 확산, 대중매체의 영향, 경제적인 풍요 등으로 인해 다양한 형태의 여가를 대중이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여가의 사회경제적 차원이 감소 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Kaplan.1960).

또 다른 개념으로서 여가는 일이나 가족 사회에 대한 의무에서 벗어난 자유시간 동안 참여하는 비근무활동(Nonwork activity)의 형태로 이해된다. Dumazedier(1967)는 여가를 일이나 가족에 대한 의무,또는 사회의 제약에서 벗어났을 때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며 기분전환을 하고, 지식을 넓히고 자발적으로 사회활동에 참여하며 창조력을 발휘하기 위해 행하는 개인의 임의적인 활동의 총체라고 정의함으로써 활동의 측면을 강조하였다.

Berber(1962)는 여가를 활동의 형태로 보고. 경제적인 관점에서 필요하고 보상되는 일과 대조되는 것으로 자유시간에 수행되는 자발적인 행동으로 정의한 바 있다. 따라서 활동의 측면에서 본 여가는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잠재적인 비근무 활동의 기회를 포함하며. 자유시간 동안 수행되는 자발적인 행동임을 강조함으로써 일과 여가를 뚜렷이 대조시키고 있는 것이 그 특징이다.

현재 가장 보편적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는 견해는 여가를 자유재량적 시간(discretionary time) 또는 비의무적 시간(non-obligated time)으로 보는 개념으로서, 여가를 일과 기본적인 존재를 위한 필요가 충족된 후 남은 시간으로 규정한다. 즉, 여가를 시간 구분의 한 방편으로 생각하며, 시간의 구분 중 노동이나 유지에 필요한 시간을 제외한 자유시간으로 본다. 개인행동을 사회활동과 연결시켜 보면 크게 2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첫째 유급노동이나 가사노동 등 생산활동으로서 의무적 활동과. 둘째 생리적 필수활동 및 자유재량적 활동과 관련된 비노동 또는 비생산 활동이다. 이 때 여가는 시간자원의 사용방법에 잔하여 자신의 의지를 표명할 수 있는 자유재량적 시간에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여가를 자유재량적 시간으로 개념화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다양한 여가의 개념을 현실적으로 적용시킬 때 고전적 개념이나 사회계층의 상징으로서의 개념은 현대적인 의미를 상실해 가고 있고, 비근무활동의 개념은 여가의 존재를 위해서는 상대적으로,일이 존재하여야 하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비의무성(non-obligation), 자유로움(a sense of freedom). 개인적 선택(personal choice)의 가능성이 어느 정도 존재하느냐 하는 것이 연구의 촛점이 되고 있다. 따라서 여가를 자유재량적 시간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그러나 De Grazia(1964)는 여가와 자유시간을 동일한 개념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으로서 여가를 단순히 시간 구조적인 측면에서 자유시간으로 간주하는 이론에 대해 강한 반론을 제기하였으며. Miller 와 Robinson(1963) 도 여가시간과 자유시간을 각각 구별하여 자유시간은 필수적인 일이나 의무로부터 해방된 시간으로. 여가시간이란 여가가치의 추구에 사용된 자유시간의 부분으로 보아(이종각·이병주, 1982에서 재인용) 여가를 단순히 자유롭고 한가한 잔여시간으로 간주하지 않고 그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 하는 선택의 측면에 중점을 두는 관점도 있다.따라서 여가를 자유재량적 시간으로 정의하는 개념은 자유시간을 모두 여가로 볼 것인가,또는 자기발전에 공헌 할 수 있는 바람직한 것만 여가로 볼 것인가 하는 여가에 대한 가치 판단의 문제가 남는다.

이상에서 살펴 본 여가의 개념은 두 가지 상반되는 견해,즉 목적으로서의 여가와 수단으로서의 여가로 구분된다. 목적으로서의 여가는 아리스토 학파에서 유래된 고전적인 견해와 De Grazia의 개념정의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여가를 목적 자체로 보는 것이다. 반면 수단으로서의 여가는 일의 윤리에 토대를 둔 것으로 여가를 다음의 생산적인 노력을 위한 휴식·긴장완화·치료·재생산 등으로 간주하며, 따라서 그 특성에 있어 수단적인 것으로 본다.

그러나 문화의 다양성이나 복합성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여가는 많은 사람의 생활 문화에서 중심적인 요소가 되었다. 그러므로 여가는 일, 가족, 정치, 경제, 교육.종교 등 대부분의 문제에 대해 지속적이고 복합 관련성을 갖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여가는 단일 활동이 아니라 정치. 경제, 교육, 종교, 직업, 가족생활과 결부된 다양한 요소들로 구성된 것으로서 개념화 될 수 있다. 즉,전체론적인 관점(holistic perspective)에서 볼 때 여가는 개인의 경제적인 면에서 자유시간에 이루어지며. 참여자에 의해 여가로 인식되며, 심리적으로 즐겁게 기대하는 것이며, 잠재적으로 모든 실행을 포괄하며, 특징적인 규준과 제약을 내포하며 레크리에이션·개인적 성장·타인에 대한 이해와 봉사의 기회를 제공하는, 스스로 결정하는 활동과 경험으로 구성되는 것으로 개념화 된다.

이상에서 볼 때, 여가에 관한 연구는 역사적으로 강조점을 달리하며 진행되어 왔으나 현대적인 의미에서 여가는 다양한 사회구조의 통합적인 부분이 되었기 때문에 단일 요소가 아니라 시간의 측면에서. 활동의 측면에서, 주관적인 인식의 측면에서, 기능적인 측면에서 다양하고 역동적인 요소로 구성된 것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2. 여가개념의 적용

여가의 개념은 다양하게 정의되어 왔기 때문에 연구목적에 따라 적합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의된 개념을 현실적으로 적용하는 문제를 감안할 때, 구체적인 적용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각 분야에서 여가의 개념을 적용시킨 방법을 살펴보면 객관적 적용과 주관적 적용으로 분류된다(Kaplan,1961). 객관적 적용은 관찰 가능한 행위에 촛점을 맞춘 것으로 주로 거시적 평가에 관심이 있는 반면, 주관적 적용은 미시적인 것을 지향하는 것으로 개인의 심리적인 여가경험과 여가에 대한 지각에 촛점을 맞춘다. 일반적으로 여가의 개념은 여가시간, 여가비용. 총 여가활동 참가회수. 여가활동 참가빈도 등을 통해 객관적으로 적용되며,주관적으로는 주관적인 생활의 질 측정 지표 중 여가의 지표와 여가활동 선호도,여가활동에 내재된 주관적 특성 등을 통해 적용된다.

먼저 객관적인 적용을 살펴보면 많은 연구자들은 여가를 여가시간과 동일시하였는데,이때 여가시간을 정의하는 방법에 따라 두 가지로 적용시킬 수 있다.

첫째, 여가시간을 유급 노동시간으로부터 자유로운 시간으로 정의하는 것으로 미시경제적인 노동-여가 분석에 기반을 둔 관점이다. 이 방법에서는 총 여가시간 및 변화추세를 파악하기 위하여 주당 평균 근로시간, 유급 휴가일이나 공휴일의 수 등과 같은 총체적인 근로조건의 추세를 활용한다. 둘째, 여가시간을 근무와 비자유재량 활동에 소요된 시간을 제외하고 남는 시간으로 규정한다. 이는 근무, 비자유재량활동, 여가의 3분법에 기초한 것으로 많은 연구자들(De Gratia,1964: Hendrix 등, 1979: Jacoby 등,1976;Parker,1974)이 취해 온 관점이다.이 관점은 전통적인 노동-여가 분석의 수정이론에 기초한 것이다(Mincer, 1963: Booker,1965: Voss.1967). 예를 들어. Voss(1967)는 종래의 경제학에서 여가활동이나 무급의 의무적 노동활동을 통합시켜 분석하지 않은 것에 대해 비평하였고, Booker(1965)는 근무시간이 감소함에 따라 근무시간보다는 비근무시간의 분배와 효율이 경제적 복지에 더 중요하다고 함으로써 근무시간 이외의 비자유재량적 활동시간과 여가시간을 경제학의 연구대상에 포함시키고자 하였다. 이렇게 정의된 여가시간은 시간일지(Time diary)나 시간예산(Time budget)연구를 통해 측정되어 왔다. 시간일지 또는 시간예산 연구에서는 응답자들에게 하루를 단기적으로 분할한 시간 동안에 참여한 활동들을 모두 기록하게 하여 집계하거나 또는 하루나 일주일 동안 특정활동에 소비한 시간량을 추정하도록 한다. 1930년대 대공황에 의한 '강요된 여가(forced leisure)' 즉 남는 시간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여가의 객관적인 면을 강조하는 시간일지 연구가 이루어졌다. 그 이후 1960년대. 1970년대에는 노동시간의 감소로 여가시간이 증가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의 여가참여가 보편화됨에 따라, 여가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증대되면서 여가시간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으며(Szalai.1972: Hawes.1977: Robinson,1977), 최근까지 생활의 질 연구에서 자유재량적 시간량을 측정하는 등 여가시간에 관한 연구는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여가를 시간으로 정의하고 적용하는 데에는 다음과 같은 개념적인 문제점이 발생한다. 첫째, 일과 비자유재량적 활동,그리고 여가 등 여러 가지 활동의 특성이 중복되는 부분이 있으므로 이들 활동에 소비된 시간을 분리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Oumazedier,1974: Moore.1971: Murphy,1974). 둘째, 방향성(direction)의 문제로서 여가의 지표로 여가 시간을 사용할 때 '많을수록 더 좋다'는 규범적인 입장이 함축되게 되는데, 실업자나 어린이·노인과 같이 많은 여가시간을 갖는 경우에는 반대의 명제가 성립 된다(Katona, 1964).

이러한 문제점은 여가에는 시간적인 제약을 초월하는 실재적 (existential)요인이 있다는 사실에서 기인된다. 따라서 일부 연구자들은 여가와 기타의 비노동 활동을 구분시켜줄 수 있는 주관적인 질적 기준을 제시하였는데, 예를 들어 Szalai(1972)와 Chapin(1974)은 활동들을 의무적-자유재량적 연속체상의 각 위치에 따라 분류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또한 여가는 여가에 소비된 비용을 통해서도 적용될 수 있는데, 이는 여가활동을 위한 도구 및 시설의 이용에는 비용이 필요하며. 거의 모든 형태의 여가활동 참여는 소득의 증가와 함께 증가한다는 사실에서 기인된다.(Parker,1976).Holbrook 등(1981)에 의하면 여가의 소비는²⁾ 소비자에게 환상,감정 흥미 등을 제공하는 것으로,이러한 소비개념을 경험적 소비로 정의한 바 있다.여가비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여가비용 이외에 총여가 매출액 자료(U.S. Department of Commerce, Bureau of Department of Labor, Bureau of Labor Statistics, 1976, 1978a, 1978b) 등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여가비용을 적응시킨 연구(De Grazia,1964: Fisk,1963)는 여가시간에 의한 방법과 유사한 문제점에 직면한다. 예를 들어 휘발유 소비와 같이 여가를 위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기 어렵고, 여가소비가 많을 때 질적으로 우수한 여가를 의미한다는 방향성을 정할 수 없는 문제이다.

한편. 여가는 총여가활동 참가회수(Leisure Activity Participation Aggregates)를 통해 적용될 수 있는데, 이는 여가가 흔히 특정활동에 참여하는 것으로 정의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견해는 19세기와 20세기 초의 ' 크리에이션 운동(Recreation movemment)'의 산물이다. 즉. 레크리에이션 잉여 에너지를 분출시키고 회복시키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에(Miller,1970). 사람들에게 유익한 것으로서 더 유능한 근로자로 만들어 주고 따라서 사람들은 가능한 한 많은 레크리에이션 활동에 참여하도록 되었다. 이 정의에서는 레크리에이션 활동에 많이 참여하는 것이 곧 높은 질의 여가를 의미한다. 여가를 총여가활동 참가회수로 측정한 연구는 한 지역사회의 여가참여 측정치로서 각 개인의 참여율. 각종 단체의 회원 수 및 출석기록. 여가시설의 수 등을 집계한다. 이러한 척도는 실제 활동 참여를 과소평가 한다는 지적도 있으나, 실외 레크리에이션 및 생활의 질 연구에서는 여가의 척도로 일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또한 여가분야의 연구에서 현저하게 사용하는 방법으로서, 여가를 여가 활동 참여빈도(Leisure Activity Participation Frequency)로 본다. 이는 총여가활동 참가회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그 이론적 기초는 동일하다. 그러나 활동참여 빈도는 개인에게 촛점을 맞추며 중심적인 변수로 선정되어 인구통계적 변수(Settle 등.1979: Kelly. 1978). 사회경제적 변수(Settle 등, 1979). 심리적 변수(Hawes,1978: Tinsley 등,1977) 등의 영향을 받는 종속변수로 사용됨으로, 따라서 주관적 여가의 대리 지표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참여빈도를 적용시킬 때에는 구성타당성의 문제가 제기된다. 즉, 여가활동 참여의 이유가 상황적 또는 외제적인 동기부여에 의해 더 잘 설명될 수 있는 경우에도 참여 빈도를 통해 활동에 내재된 즐거움이나 만족을 반영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과 같은 객관적인 적응에 대하여 많은 학자들은 여가시간과 소득의 증가로 여가소비가 놀랄 만큼 증가되었고, 인간의 행동을 단지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보지 않게 된 배경에서 여가를 자아실현을 위한 최후의 방편으로 인식하게 됨에 따라 기존의 객관적 적용시의 오류를 비판하고, 주관적 적용의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여가의 개념을 주관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마음의 상태' '심리적인 경험'으로서의 여가에 촛점을 맞춘 것으로서 1970년대에 들어서 주관적 여가를 실증적으로 측정하려는 연구가 주관적인 생활의 질 연구분야에서. 그리고 여가활동 선호도 및 기본적인 주관적 특성을 통해 진행되어 왔다. 초기의 생활의 질 연구는 여러 가지 생활의 질을 측정하기 위하여 사회 지표와 경제지표를 대리 측정치로 사용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지표를 활용하는 것은 사회의 복리와 개인의 행복 간에는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 가정한 것이기 때문에 그 타당성이 의문시 되었으며 그 결과로 '주관적인' 생활의 질 즉, 분석 수준을 개인으로 하여 복지의 지각 정도를 조사하는 방법이 생겨났다(Andrews 등 .1976: Campbell 등,1976).

이론적으로 여가는 생활의 질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관적인 질 연구에는 대부분 여가를 평가하는 항목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초기의 연구에서는 여가활동 참여율이나 여가시설 등 객관적으로 정의된 지표를 토대로 하거나,여가시간이나 여가활동에 대한 만족 정도를 1개 항목으로 하여 단순하게 평가하였다(Campbell 등,1976), 반면 Andrews 등(1976)의 연구에서는 6개의 여가지표를 사용하였는데, 이 중 3개 항목은 시간에, 1개 항목은 활동에 기초한 것이었고 2개 항목이 여가의 주관적 개념에 대한 것으로서 여가에서 얻을 수 있는 재미있는 경험(fun)과 즐거움(enjoyment) 정도인데. 이 2개 항목이 전체적인 생활의 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독립 변수로 밝혀진 바 있다.

한편 여가활동에 대한 선호도는 일반적으로 사용되어온 주관적 적용방법으로, 선호하는 활동들을 선택하도록 하거나(Kelly,1973), 선호의 순위를 조사하거나 (Hendee 등, 1971), 또는 선호하는 정도를 조사한다(Unger In Dornoff,1979). 선호는 여가활동에 대한 인지적인 반응의 한 예로써,개개인이 여러 활동에 자원을 배분하는 방식을 평가할 때 선호가 고려되는데 이는 선호도가 어떤 방식으로든 외부적인 행동과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가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많은 연구에서 인지된 차원. 즉 선호와 실제 참여 차원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Chase 와 Cheek(1979)는 가족원의 여가활동 선호도와 참여도를 조사한 결과 선호도 집단과 참여도 집단간의 유사성을 발견하였다. 따라서 여가활동 선호도는 여가활동 참여도를 예측해 줄 수 있으나. 선호도와 참여도의 관계는 자유시간량·지역·시설의 이용 가능성과 같은 상관 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으므로 그 관계는 연구에 따라 일관성 있게 나타나지 않는다.

또한, 모든 유형의 여가경험에는 본질적 만족( Intrinsic satisfaction). 인지된 자유(Perceived freedom). 몰입(Involvement), 자극 (Arousal), 정복(Mastery), 자발성(Spontaneity) 등의 주관적 특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특성들이 모든 여가활동에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나, 6종류의 차원이 모두 경험적으로 입증된 것은 아니며, 주로 본질적 만족과 인지된 자유의 2종류의 차원에 국한하여 연구하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의 주관적 정의에 의하면 여가경험은 본질적으로 즐거움이나 만족을 제공하는 것이다(Urger & Kernan, 1983). Hawes(1978)는 본질적인 만족의 차원이 여가활동 선택 시 가장 우선적인 동기이고 또한 6종류의 차원 중 나머지 5종류의 차원은 본질적 만족의 결정 요소라고 할 만큼 본질적 만족을 가장 중요한 주관적 특성으로 보았다.

또한, 사람들은 여가를 강제나 의무가 아닌 자유로운 것으로 인지한다 (Dumazedier. 1974). Neulinger(1974). Kaplan(1975). Bregha(1980)은 인지된 자유가 주관적 여가의 유일한 전제조건이라고 주장할 만큼 여가활동을 통해 지각할 수 있는 자유의 정도는 주관적인 여가를 구성하는 중요한 차원이다. 이상에서 볼 때 여가시간. 여가비용. 여가활동 참여도 등 객관적으로 여가를 적용시킬 때는 대리 지표(Surrogate indicators)로서의 구성 타당성이 결여된 반면, 주관적인 생활의 질 지표나 여가활동 선호도, 기본적인 주관적 특성 등을 통해 적용시키는 것은 객관적 적용시의 결함을 보완하고 있다. 그러나 정의에 의해 조작될 수 있는 객관적 적응과는 달리 주관적 연구의 경우 조작적 측정도구(Operational measure)가 개발되어 있지 않아 이론적인 연구나 부분적인 실증연구에 그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지금까지 이론적으로 제시되어온 주관적 특성 및 정의들을 통합할 수 있는 적용방법의 개발이 요구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연구분야에 따라 독자적인 용어로 여가를 정의 할 뿐 아니라 각 정의에 따라 독특하게 그 개념을 적용시킬 수 있는데, 이러한 여가활동은 상업적·사상적·공리적 목적과 결부된 것으로서 Durazedier(1974)는 이와 같은 복합적 의미의 여가를 준여가(semi-leisure) 라 하여 여가의 범주에 포함시킨바 있다.

가정학 분야에서는 대부분의 연구가 주부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주부들의 여가시간은 가정생활에 의해 규정되며 의무적 노동인 가사노동의 수행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따라서 시간적으로나 활동의 내용상 가사노동의 수행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따라서 시간적으로나 활동의 내용상 가사노동과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특성이 있다. 그러므로 가정학 분야에서는 대부분 준여가 활동에 속하는 가사 노동적 여가활동을 여가에 포함시키고 있다.(동선,1982: 민경애, 1984: 장방신,1984: 백주현, 1989).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여가활동을 생활시간 중 생리적 필수 시간과 의무적 가사 노동시간을 제외한 자유재량 시간동안 개개인이 참여하는 모든 활동으로서 가사노동과 관련된 준여가 활동을 포괄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또한 여가활동을 적용시키는 방법으로 여가활동에 대한 인지의 측면을 반영하는 선호도와 실제행동의 측면인 참여도를 살펴봄으로써 인지의 차원과 행동의 차원을 동시에 고려하고 객관적 및 주관적 적용의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한다.

B. 여가활동 분석을 위한 접근방법

여가활동을 분석하기 위한 노력은 여러 분야에서 시도된 바 있으나, 본 연구와 직접적인 관현을 갖는 것으로는 지리학 분야에서 제기된 변환적 접근방법, 가정학 분야에서 이루어진 생활시간 배분적 접근방법. 경제학 및 소비자 경제학에서 다루어진 시간배분적 접근방법을 들 수 있다.

1. 변환적 접근방법

시간지리학 분야에서는 인간의 행동이 특정 장소와 함께 특정시간을 점유한다는 면에서, 시간과 공간의 불가분의 관계를 강조하고 시간 및 공간자원의 유한성이 개인의 행동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았다. Chapin(1974)은 지리학에서 개인의 활동유형이나 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해 관심이 적었던 것에 주목하여 일상적인 활동의 유형화 과정을 밝히고자 하였으며, 시간 및 공간은 이에 도움이 되거나 제약이 되는 요인으로 보았다.

Chapin에 의하면. 인간의 모든 행동은 선택자유의 범위와 연기 가능성 정도에 따라 가장 의무적인 행동에서부터 가장 자유 재량적인 행동에 이르기까지 연결된 하나의 연속체(continuum)상에 위치한다.수면과 같은 생리적 행동은 비자발적인 행동이며. 결과적으로 자발적인 행동을 위한 시간을 고정시킨다. 생리적으로 규정된 활동은 모든 사람에게 있어 유사 자발적인 활동은 자유 재량적이며 경험에 의해 학습되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선택의 다양성을 갖는다. 이때 선택이 이루어지는 방법,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및 선택의 유사성 등의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 Chapin은 일상활동 선택 모델을 개념화 하였다. (그림 1 참조)

이 모델에서는 특정 활동유형은 성향, 기회, 적절한 상황 및 전체적인 환경적 배경에 의해 형성된다고 본다. 활동에 대한 성향은 동기, 개인적 특성. 역할에 의해 조건화되며, 개인의 관심 영역 내에 속하게 되는 활동을 결정지어 줌으로써 결과적으로 선택의 범위를 한정해 준다. 여기에 부가적으로 상황과 기회요인이 작용하는데, 상황이란 특정활동을 하는데 적합한 시기, 기후, 활동을 지지해주는 후원자의 유무 등을 말하며, 기회란 활동의 실행을 가능케 해주는 범위 내에 적절한 질을 갖춘 편익시설 등 활동의 선택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물리적, 공간적 요인과 관련된 것이다. 이러한 영향 요인의 결과로 선택된 활동은 참여결과에 따른 만족·불만족의 수준에 의해 평가되며 평가결과는 환류(Feedback) 되어 차후의 선택에 반영된다.

이 모델에서 특정활동은 사회체계와 관련된 선택체계의 산출물이며, 시간 자원의 희소성이 가능한 선택들을 조정하는 분배과정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활동유형이 결정된다고 본 것이다. 또한 활동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개인적 특성 및 성향·시간·공간 등의 요인을 포괄적으로 고려하였고,활동참여의 결과가 다시 반영되는 환류(Feedback)의 관계를 설정함으로써 활동선택을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역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모델은 특히 여가활동과 같은 자유 재량적 활동에 적용시키기 적합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대, 그 이유는 일반적으로 의무적인 활동 영역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는 반면 자유시간이나 비의무적인 시간에 자유재량에 의해 행해지는 여가활동은 강재성 의무성이 희박한 행위로서 선택의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2. 생활시간 배분적 접근방법

가정학 분야에서는 생활시간의 구조를 통해 여가에 접근해 왔다. 즉. 생활시간의 일부로서 여가시간을 조사하거나 여가활·동에 대해 주로 시간적 측면에서 분석 하였다.

생활시간이란 하루의 생활내용을 시간으로 구분한 것이다. 시간은 모든 가족이 갖고 있는 일반적인 자원이며, 가정의 다양한 목적과 부합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활동에 배분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 가치를 지닌 자원으로 간주된다. 각 가족은 생활의 질과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시간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모든 가족은 동일한 양의 시간을 갖으나 현재 및 장래의 시간 사용에 있어서는 서로 다른 물리적, 사회적. 경제적 환경 내에서 시간을 사용하게 된다(Beard,1977 을 민경애,1984 에서 재인용). 시간 사용은 생활의 문화적, 사회적 지침에 대한 자료를 제시해 주며. 특히 일상 생활 시간과 활동을 알게 해 줌으로써 사람들의 행동과 생활유형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Matsushima, 1981).

Matsushima(1981)는 생활시간에 대해 시간배분적 관점에서 접근하여 다음과 같은 노동, 휴식, 여가에 대한 생리학적 시간배분 모델을 제시하였는데 (그림 2 참조), 노동은 유급노동과 가사노동을 포함하며, 휴식은 수면· 식사 등 생리적 필요에 의한 것이고, 여가는 사회적 문화적으로 요구되는 활동이다.

그러나 이때 하루의 시간을 일과 여가 등으로 분류하는 문제가 남는다. 활동을 분류하는 체계는 연구분야에 따라 다르므로 비교가 곤란하나 가정학 분야에서 전통적으로 분류한 방식은 아래와 같다.(Matsushima,1981).(그림 3참조) 이와 같이 생활시간 분류를 통해 여가와 가사노동의 배분을 고찰함으로써 가정의 양적기능을 파악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생활시간 연구는 주로 여가시간 및 가사 노동시간의 양을 조사하고, 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밝혀내는데 중점을 두어왔다. 그러나, 시간자원의 유한성에 따라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활동들에 대해 시간을 끊임없이 분배해야 하는 필요성을 인식해야 하며, 따라서 시간 배분적 관점에서 여가와 가사노동의 관계를 밝히기 위한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생활 시간배분적 관점에서 주부의 여가활동은 1차적 의무인 가사노동과 상호 경쟁적 관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가사노동 시간과 관련 있는 가사노동의 수행방식 또는 시장의존 정도는 여가시간 및 참여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가사노동의 시장의존 정도와 여가활동의 관계를 통해 여가와 가사노동에 대한 시간배분에 간접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