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원화한 유통경로의 정비

의약품의 생산은 원료의 국산화를 위한 노력과 선진외국기술의 도입으로 상당히 발전을 하고 있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생산면의 구조적 변화와는 달리, 유통구조의 변화 및 발전은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통구조의 재편성이 요구된다.

특히, 유통기관의 거래규모를 증대시켜 거래 단위당의 유통비용을 감소시킴으로써 적정이윤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해야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유통단계를 수직적 수평적으로 통합시킴으로써 유통경로의 단축 및 개편을 가져와, 지금까지의 비효율성을 제거하여야 하고, 아울러 유통과정내에 관행화된 문제들을 해소시켜야 할 것이다.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 의약품유통경로는 다원화되어 있다. 다원화된 유통경로로 인해 파생되고 있는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특히, 의료보험 실시이후, 메이커의 병·의원거래비중이 늘고 있다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도매비중을 약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메이커니는 다원화된 유통구조속에서 나름대로 다양한 판매전략을 전개해 온 것은 도매상의 기능약화로 인한 위험분산의 자구책으로 소매약국 직거래방식을 택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메이커의 직거래방식은 가중되고 있는 판매인력 및 판매간접비의 부담은 물론 메이커간의 지나친 판매경쟁을 더욱 격화시키고 바람직하지 못한 유사품경쟁을 더욱 유발하게 되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생산자, 도매상, 소매상의 삼자공존기반을 재정립해야할 필요가 있다.

도·소매상은 제조기업과 소비자의 한복판에 있는 중추적인 존재로서 유통기관의 가장 핵심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현대사회에 있어서 제조업체나 의료기관 및 약국 등 소매상과 도매상은 일반적으로 의약품유통이란 사회적 기능을 수행함에 있어 각각 기능적으로 분화되어 있긴 하나, 이들은 상호 긴밀한 공존관계하에 있지 않으면 안된다.

따라서 복잡한 유통경로의 정비란, 이들간의 역할체계의 합리화를 지향하고 있다고 봐도 좋다. 따라서, 의약품유통구조의 개선은 의약품유통에 참여하고 있는 각 단계의 유통기관들 각자는 각자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에 예속되는 것을 배제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각 유통기관들은 자존을 위한 경쟁속에서도 상부상조의 공존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복잡한 유통경로가 정비되어야 할 것이다. 즉, 의약품유통과정에 개입하고 있으면서 의약품의 사회적 유통효율을 감소시키는 유통기관을 배제시키고, 생산자 → 도매상 → 소매상 → 소비자와 같은 패턴을 중심으로 재정립되어야 한다. 이렇게 된다면,

① 제조기업의 판매관리비가 경감되어 의약품가격의 상승요인이 배제되고,

② 제조기업의 직거래로 인한 외상채권의 회수문제가 해소될 것이며,

③ 국민보험의 실시에 따른 국민의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을 것이며,

④ 의약품가격의 안정으로 인한 거래질서의 확립과 소비자보호가 가능해 질 것이다.

2. 도매상의 유통기능강화

유통경로의 정비개선의 목표는 의약품의 유통시간의 단축과 장소적 효용을 창출하는 데 있다.

그런데, 유통경로는 의약품의 적절한 시장기능을 달성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형태는 제조기업과 유통기관 사이에 유통기능을 어떻게 분담하여 유통되게 할 것인가에 따라서 달라진다. 이를 분담하는 과정에서 흔히 유통비용은 중간도매상의 개입에 의해서 높아지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으나 유통기능이 합리적으로 배분된다면 도매상의 존재로 인하여 유통효율이 증가되므로 결과적으로 유통비용의 절감을 가져올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만일 의약품유통과정중에 도매상의 기능이 약화되어 있거나, 이의 존재가 부정된다면 결국 제조기업이나 소매상이 도매상의 기능을 떠맡을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된다면, 즉 제조기업이 도매유통영역에 개입하게 되면, 그만큼 유통영역이 축소되며, 이에 소매상이 참여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의약품유통에 있어 도매상이 약화되어 있어 이의 강화가 요청된다.

따라서 도매상의 유통역할이 강화된다면 오히려 제조기업과 소매상이 훨씬 도움을 받게 된다. 이를 통해 전의약품유통과정이 개선되게 된다.

요컨대 도매상의 역할이 강화된다면 전유통단계에서 도매상의 협력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즉, 진열뿐만 아니라 판매가격, 거래방법, 대소비자서어비스 등의 면에서 제조기업의 유통정책이 충실하게 반영될 수 있을 것이고 소매상 또한 제품의 적기공급, 재정적지원 및 대금결제상 많은 이점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도소매상의 기능을 강화하여 의약품이 체계적으로 유통될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가기 위해서는 도매상으로 하여금 의약품 유통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시설 및 자본력을 강화하여 서어비스 및 신용능력을 향상시켜야 할 것이다.

3. 법적·제도적 개선

가. 표준소매가 제도

우리나라 의약품유통구조의 개선은 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법적·제도적 측면에서 개선되지 않으면 의약품유통의 어떤 부분은 전혀 변화를 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중의 하나가 표준소매가제도의 개선이라 할 수 있다.

1984년 8월 보사부고시로 의약품의 표준소매가제도가 실시되게 되었는데¹²⁾, 여기에 의하면 도매업의 유통마아진의 확보가 매우 어려운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의약품의 가격표시 및 관리기준 제4조 2항에서 실거래가격이 출하가보다 10/100 이상 낮은 경우에는 그 범위내에 맞추어 출하가를 변경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제조기업에서는 이것이 유리하나 유통기관은 매우 불리하다. 다시 말해서 약국거래의 경우 할증·할인 등의 변칙거래 또는 직거래가 확산될 수 있게 되고 역시 도매마아진이 보장되지 않은채 도매상과 제조기업이 유통경로내에서 판매경쟁을 해야 하는 입장에 있다.

1985년도 의약품 생산액 100대품목중에서 도매비중이 높은 94개 품목의 유통마아진율을 조사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첫째, 전체평균 마아진이 25.16%로 나타났는데 이는 약국의 일반적요구수준이 30%선에도 미치지 못하며, 둘째, 유통마아진 15% 미만인 품목도 실제로 거래되고 있음은 물론이며, 셋째, 앞에서 지적한 약가관리기준 제4조 2항의 규정에 의하여 실거래가가 10/100 이상 낮은 경우에는 메이커의 출하가를 하향조정하도록 되어 있어 제조기업은 사실상 거래물량이 적은 도매상과는 거래를 기피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100대품목 평균유통마아진율 25.16%는 도매·소매마아진을 포함한 유통마아진으로서는 부족할 뿐 아니라 도매적정마아진 확보가 어려우므로 도매업의 경영을 어렵게 하고 있기 때문에 제도적개선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100대품목의 실제거래가격을 조사분석한 결과 일반약국에 대한 출하가를 100으로 기준할 때 보험약가의 경우에는 80.66, 특정대형약국의 경우에는 85.95, 도매상에는 89.55의 순으로 나타났다. 즉, 제조기업에서 도매상에 출하한 가격보다 대형약국의 출하가가 낮게 거래되고 있어 이와 같은 이유로 도매상과 소매상간에서도 상호경쟁을 하고 있다.

따라서 표준소매가 제도의 근본취지가 의약품의 최종소비자가격안정으로 의약품의 신뢰도를 높이는데 있다면 최종소비자가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약가관리기준 제4조 2항의 규정에 의한 구입가의 제한은 사실상 도매단계 마아진을 제한할 뿐 아니라 자유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개선이 요청된다.

나. 의약품가격의 적정화

국내 공개제약기업의 매출액대비 판매 및 일반관리비는 31%~32%로서 높은 비중을 차지할 뿐 아니라 타업종과 비교할 때 가장 높은 비율이다. 즉, 제약기업은 타업종에 비하여 판매 및 일반관리의 지출비중이 가장 높다. 이는 많은 유사품목을 가지고 있는 각사가 자사제품의 판촉을 위하여 약국과 병·의원 도매상을 방문하여 유통이 다원화되어 있는 내수시장의 어느곳에라도 경쟁적 영업활동을 확대함으로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것이 의약품의 가격을 높이는 큰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상장제약기업의 1984년도 1인당 연평균 인건비는 648만 6천원이며 약품공업협동조합의 통계에 따르면 1985년 12월말 현재 중소제약기업 161개사의 종업원중 32.1%가 영업직사원으로서 우리나라 제약기업이 영업부문에 얼마나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가를 입증할 수 있다. 일본의 제약기업 1,365개사의 종업원구성에 의하면 영업부문이 13.3%인 20,828명, 의약정보담당요원 19.1%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 의약품제조기업의 영업담당비중이 큰 것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 의약품가격의 상승요인이며, 제조기업의 유통영역에의 지나친 참여를 나타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우리나라의 영업직이 일본에 비해 그 비중이 현저히 높은 것은 우리나라의 의약품제조기업은 내수시장에 여러 유통기관과의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으며, 원료개발이나 합성 등에는 소홀하고, 또한 의약가의 상승요인이 되고 있어 이러한 의약가상승요인의 축소를 통한 우리나라 의약가의 적정화를 위한 노력이 요구되는 바라 하겠다.

다. 의·약분업 실시

의·약분업도 법적·제도적 측면에서 본 우리나라 의약품유통 구조개선의 중요한 대안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최근 국민의료보험의 확대실시, 지방보건소의 확충으로 병·의원의 이용도는 급속도로 높아져 가고 있다. 이와 반대로 약국의 이용은 대폭 줄어들고 있어 이것도 도·소매상의 유통역할을 축소시키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의·약분업제도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의·약분업제도는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실시해 오고 있는 제도이다. 그것은 약이란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임의로 선택하여 복용할 경우, 질병에 대한 내성이 생기고 오·남용으로 인해 약해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82년 제한된 범위내에서 이 제도의 실시를 시도한 바 있으나 1985년에 전면중단되었었다.¹³⁾

그러나 이 분업은 국민보건향상이란 이점외에도 보다 큰 효과를 유통구조의 개선가능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왜냐하면 의사와 약사간에는 진단 및 투약의 기능이 분화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가격 이상의 고가판매는 불가능해질 것이며, 또한 제조기업의 의·병원에의 직판도 모두 유통기관에 넘어 올 것이기 때문이다.

의·약분업제도가 정착된다면 우리나라에 있어서도 의약품의 가격질서의 확립, 그리고 유통구조를 개선시키는 큰 자극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