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측면에서 한국방송의 발전과정을 고찰함으로 나타난 한국방송의 배경으로는 첫째, 일제식민지 시대에 생겨났고 또 식민통치하에서 정책적으로 성장되었기 때문에 한국방송의 초기적인 성격은 통치자의 지배수단방법으로서의 성격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성격은 해방이 된 후에도 KBS의 운영형태에 계속 흘러내리는 느낌을 갖게 된다. 둘째, 미군정하의 방송은 한국에 있어서 국영화하는 전기를 맞이 했으며, 이때에 비로소 미국식 방송제작기술을 받아 들임으로써 한국방송의 제작기술의 기반을 닦았다고 할 수 있겠다. 셋째, 자유당정권하의 방송은 정권수립과 동시에 자동적으로 정부 산하로 흡수되어 방송사업의 국영화를 완성시켰으며 4·19혁명 때까지 철저히 정부의 홍보기관화 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민영방송이 출현하기 전까지의 한국방송제도는 정부의 독점형태로 운영되어 왔으며 1954년에 기독교 방송국(CBS)의 설립을 허가해 준 후에도 방송사업에 대한 정부의 독점적 태도는 마찬가지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한국에 있어서 방송사업이란 정부의 독점사업이라는 사조를 갖게 되었다. 넷째, 5·16혁명 이후 현재까지의 한국방송은 정부가 60년대에 많은 민영방송국의 설립을 허가해 줌으로써 한국방송형태는 절충식 기업형태로 변화되었다. 따라서 정부가 공영방송으로 운영하는 한국방송공사(KBS)와 민간이 상업 또는 종교적인 목적으로 운영하는 민영방송으로 양대구분 되었다.

방송내용에 있어서 한국방송공사(KBS)는 여전히 정부의 정책을 뒷받침하는 프로편성경향을 보이는 한편, 민영방송은 프로편성을 오락에 중점에 두고 있는데 이는 방송이 정치적인 문제에 대한 의견기능을 갖지 못하는 이유와 상업성의 이유 때문인 것으로 본다. 이러한 상업성으로 인해 방송내용의 저속성과 윤리문제가 대두되었고, 따라서 방송윤리위원회의 역할이 중요시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속에서 엿보이는 것들이 오늘날의 한국방송에 계속 흐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러한 요소들에 의해 이루어진 한국방송임을 주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국방송의 시설면을 볼 것 같으면 현재 운용되고 있는 전체 방송국과 방송중계소의 약 70%를 KBS가 차지하고 있으며 정부와 관계를 갖고 있는 문화방송국(MBC)이 20%를 운용하고 있어 사실상 전체 방송시설의 90%에 해당되는 방송국 및 방송중계소가 정부 또는 정부의 영향력을 강하게 받을 수 있는 재단에 의해 운용되고 있다. 이에 비해 민영방송은 전체 시설의 10%에 해당되는 방송국을 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한국에 있어서의 민영방송은 물리적인 제약을 강하게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방송내용에 있어서 정치적인 문제에 관한 의견기능은 금지당하고 있는데 이 문제가 해결되어야 할 것이며 자유로운 의견기능이 방송에서 이루어질 때 비로소 방송을 통해 자유로운 언론활동이 보장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 나라의 지정학적 위치로 볼 때 당장은 방송매개체의 의견기능에 대한 보장이 어렵다 하드라도 불원장래에 자유로운 방송의 의견기능이 허용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자유민주국가에 있어서 국민의 「알 권리」가 충족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중 하나가 자유로운 방송활동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자유로운 방송활동이 보장되지 않을 때 민주시민이 가져야 할 진실된 정보에 의한 적절한 판단에 기여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벙송이 갖는 특성, 즉 주파수와 출력 등의 물리적 특성과 전파의 공유적 특성으로 인하여 방송에 대한 규제가 불가피하게 되며 따라서 정부의 간섭을 받게 되는데 여기에서의 문제는 정부의 간섭이 방송내용에 까지 확대되는데 있다. 또한 사회책임이론에서 주장된 바와 같이 방송의 사회에 대한 책임이 방송을 규제하는 근거가 되는데 이는 주로 윤리적인 규제와 관련된 것으로 본다.

현재 한국방송은 그 내용에 대한 규제를 상당히 많은 법률로부터 의식하고 있는 것 같다. 관계되는 규제법은 헌법 제32조 제2항에 근거를 두었다고 보았는데 동 조항에서는 「국가안보·질서유지·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시킬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국가안보와 질서유지에 관계되는 법률들이 다른 어떤 법률들 보다 상위성을 가지며 방송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는 방송법은 이 법률들에 비해 하위성을 띄고 있어 사실상 한국방송의 자유는 법률에 의해 강력한 제약을 받고 있다고 본다.

뿐만아니라 1973년에 개정된 방송법은 방송의 자율기관인 방송윤리위원회를 법정기관화 함으로써, 방송매개체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해 양식과 성의에 호소하던 자율규제가 의무와 벌칙에 의한 행정적 규제력을 갖는 법률규제로 변화되었는데 이는 정부가 방송내용에 대한 직접적 규제를 강화 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한국방송에 대한 자율규제가 현재 결여되어 있다고 보겠으며 이것은 방송매개체에게 심각한 위협이라고 생각된다. 권력에 의한 강제적인 규제보다는 자율적인 규제가 바람직하다는 점에서 볼 때 방송윤리위원회의 구성과 재원, 그리고 운영 등이 정부와는 별개로 이루어져야 자율규제기관으로써의 방송윤리위원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방송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을 것을 법률로 보장하여 국민의 「알 권리」가 방송의 자유로운 활동을 통해 충족될 수 있을 때 자유민주주의 이념이 실현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볼 때 한국에 있어서 방송을 제약하는 법률은 방송의 자유를 보장하는 법률에 비해 엄청나게 많다고 본다. 뿐만아니라 법조항에 대한 해석에 있어서 집권자의 주관이 개입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현 상태에서 방송의 자유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집권자가 방송 자유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방송매개체 자신들은 방송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방송만이 갖는 특성, 그리고 이에 따르는 사회적 책임을 깊이 자각하고 자제하여 자율규제를 통한 방송의 자유를 확보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