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주 탐방 ㅣ 동서식품 마케팅부

삶의 정서로 향기 더해온 '따스한 광고'의 산실

취재·정리 : 김을란 <방송광고공사 출판부>
사진 : 이흥규 <방송광고공사 출판부>

'60년대 후반 설립돼 첫 브랜드인「맥스웰 하우스」를 내놓은 이래 국내 커피시장을 주도해오고 있는 동서식품. 항상 서정성 강한 광고로 소비자들의 정서에 호소할 뿐만 아니라 국내 커피문화 정착에 이바지한 동서식품 광고의 뒤에는 어떤 얼굴이 자리하고 있는 것일까? 동서 광고의 주인공들로부터 20년 동서광고의 역사와 주요 전략,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본다.

외제 밀수 커피들이 판을 치던 '70년 8월, 국내 주요 일간지에는 국산 커피가 등장한다는 광고가 실렸다. 그리고 한달 후「맥스웰 하우스」가 등장, 본격적인 국내 커피문화 시대가 열렸고, 그 후 20여년이 지난 오늘에는 캔커피를 포함해 4개사가 20여개의 브랜드를 시장에 쏟아 붓고 있는 실정이다.

서정적이고 친근감 있는 광고로 이미 소비자의 정서에 자리잡고 있는 동서식품 광고의 산실인 광고팀이 본격 가동된 것은 '79년 마케팅 업무를 담당해오던 영업부 산하 판매관리과가 기획관리실 마케팅부와 개발실로 개편되면서 부터이다. 그후 '88년 제품별 프로덕트 매니저(Product Manager)제도를 도입, 제품 중심의 마케팅체제를 구축하고 이후 현재 8개 팀으로 마케팅부가 재편되기에 이르기까지 광고담당팀의 조직과 명칭의 변화는 있었지만 생산과 영업, 광고를 포함한 마케팅관리가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어왔다는 점에 있어서는 변함이 없다.

동서광고 제1원칙, 일관된 제품 이미지 창출

커피를 비롯한 국산차 및 곡물 가공차, 시리얼, 벌꿀에 이르기까지 제품 생산에 있어서 종합 식품 회사로 발돋움하고 있는 동서식품이지만,「동서」하면 떠오르는 것은 역시 커피다. '70년 처음 커피광고가 등장한 이래 동서식품 커피광고는 서너 차례의 변화를 겪는다.

'70년대 초, 커피가 대중화되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동서식품 광고팀은 일부 상위층들의 전유물처럼 인식된 커피의 이미지를 불식시켜 커피 소비의 대중화를 꾀하는 한편 기존 커피 수요층의 외제 밀수 커피 수요를 대체해 나가기 위한 활동에 전념하게 된다. 이때 등장한 최초의 TV광고가 '73년 탤런트 김진규를 등장시킨「맥스웰 타임」커피 광고.

이 광고는 커피 한잔을 통한 화목하고 따스한 가정의 분위기를『생활 속의 행복』이라는 카피 속에 담고 있는 전형적인 커피광고의 예를 보여주었다. 당시 TV가 워낙 부유층에서만 소유할 수 있었던 사치품이었던 만큼 TV광고를 통해서는 외제 커피를 소비하고 있던 소비자를 국산 커피로 끌어 들이는데 주력하였고, 일반 소비자들의 새로운 구매는 신세계백화점과 직판장 등에서 벌인 무료 시음회를 통해서 유도하였는데, 70년 12월에 편성된「특별 판매촉진반」이 이 임무를 수행했다. 또한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한 다방 문화에 따른 업소용 수요의 증가로 동서측에서는 이들 업소를 대상으로 한 판촉활동과 남보원을 등장시킨 TV광고를 집행하게 된다.

이와같은 노력에 힘입어 '80년대에 들어와서는 커피 수요가 어느 정도까지 일반화되었다는 판단 아래 동서식품은 맛의 다양화, 고급화를 내건 성장을 꾀하게 된다. 이때 나온 브랜드가「맥심」. 명사 시리즈로 유명한 맥심 광고는『생활속의 커피』라는 타이틀을 내세웠던 맥스웰 브랜드군의 제품과는 달리 이순재를 시작으로 김은국, 제강호 등 유명인을 내세워『깊고 풍부한 맛』이라는 제품 컨셉트로 차별화를 꾀했다. 맥스웰이 생활과 가까운 주부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면 맥심은 깊고 진한 맛을 지녔다는 제품의 속성에 맞게 사색적이고 남성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경쟁상황 맞아 활동적 이미지로 변신 시도

이러한 동서의 광고전략에 큰 변화가 일어난 것은「테이터스 쵸이스」를 앞세운 네슬레가 국내 커피시장에 진입하면서 부터이다. 경쟁 브랜드인 쵸이스가 동서의 제품에 비해「브드러운 맛」을 지니고 있고 고가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내놓은 것이「맥심 모카골드」와 맥심「그랜디」.「중후함과 은은함」에 초점을 맞췄던 당초 런칭광고「황금종」편에서 벗어나 연극인 윤석화를 모델로 활동적이고 전문성을 내세운 광고표현으로 모카골드의「부드러운 맛」을 소구한 것은 동서의 커피광고가 너무 정적인 분위기 만을 고수해 왔던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에서 였다.『사실은 저도 부드러운 여자예요』라는 카피를 히트시키기도 했던 맥심 모카 골드 광고는 이러한 동서의 변신 노력이 성공했음을 입증해주는 예라 할 것이다. 한편 고가전략에 입각해 출시된「그랜디」는 고급스런 이미지 형성을 위해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을 모델로 내세웠으나 너무 낯설다는 중론에 따라 좀더 친숙한 이미지를 지닌 안성기로 주연 모델을 교체하게 된다.

최근 동서 커피 광고의 변화를 단적으로 얘기해 주는 것으로는「맥스웰 블루엣」광고를 들 수 있다. 초콜릿 광고와 더불어 브라운톤을 고수하던 커피광고에 과감하게 블루 톤을 도입. 앞으로 주 소비자로 자리잡게 될 20대를 겨냥해 적극적인 공세를 취하고 있는 것인데, 아직 정확한 평가는 이르지만 제품의 맛 만큼이나 광고의「맛」또한 신선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편이라고 한다.

신뢰감 주는 모델 전략 돋보여

동서식품 광고에서 특기할 만한 점이 있다면 바로 모델전략일 것이다. 도예가 이강세, 성악가 윤치호, 시인 조병화 등 비전문 모델을 대거 등장시킨 신문광고를 제작하는가 하면, 김은국, 제강호, 강동석, 윤석화 등을 등장시킨 TV광고를 꾸준히 내놓음으로써 비전문모델의「전문적」기용으로 맥심 브랜드군의 이미지를 일관되게 끌어오는 전략을 구사했던 것이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영화배우 안성기와의 10년이 넘는 긴 인연. 안성기는 '83년 전속계약 이후 단 한번도 다른 회사의 광고에 등장한 적이 없을 뿐더러 동서식품의 광고에 있어서도 커피와 프리마 이외의 제품 광고에는 얼굴을 내밀진 않음으로써 동서 커피의 이미지 형성에 크게 기여했다. 여기에 안성기와 함께 프리마 광고에 등장해 한 때는 안성기 씨의 진짜 부인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던 이현미 씨도 빼놓을 수 없는 동서식품 광고의 수훈자이다. 이현미 씨가 등장한 프리마광고는 커피의 종유 제품인 커피크리머를 아내로 표현,「프리마=아내」라는 등식을 성립시키기도 했다.

10여년간 쌓아온 제일기획과의 파트너십

또 한가지 동서식품 광고사에서 특기할 만한 점은 올해로 11년째 대행계약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는 광고대행사 제일기획과의 파트너십이다. 연간 180억원의 광고비('93년 4대매체 기준)를 집행하고 있는 동서식품은, 상위 20위권 내 대다수 광고주들이 자체의 계열 광고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74년 이래 10여년이 넘도록 제일기획과 대행관계를 유지해오고 있어 국내 광고계에서는 보기 드문 파트너심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제일기획에는 광고7팀이 동서식품의 전담팀으로 구성되어 동서측기 수립한 기본전략에 입각한 표현전략을 수립하고 이에 따른 광고제작을 하고 있는데, 송철호(현 제일기획 상무), 홍성욱(현 서울광고기획 대표), 이근호(현 제일기획 이사), 김낙회(현 제일기획 이사)에서 현재의 석재홍 팀장까지 동서광고 전담팀을 거쳐간 팀장들만 봐도 제일기획이 동서에 두고 있는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동서식품은 4대매체 중 특별히 TV등 전파매체에 집중하고 있다. 제품 속성상 긴 설명보다는 통일된 이미지의 형성과 전달이 휠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4대 매체외에도 동서식품이 벌이고 있는 판촉행사로는 여름철 커피잔 사은행사를 들 수 있다. 이 행사는 애초에는 찬물에 잘 녹는 그래뉼의 속성을 살려 커피시장의 비수기인 여름철을 타개해보려는 시도로 시작되었으나, 판촉행사를 거듭하면서 소비자에 대한 사은행사의 성격을 더 강하게 띠게 되었다.

한편 올해에는 예년과 달리 두가지 큰 이벤트가 기획돼 있다. 지난 '89년 개최되어 화제가 되었던 주부 커피문학상의 제2회째를 올해 개최할 예정이고, 또 하나는 7월 23일부터 전국 해변에서 벌어지고 있는「깨끗한 산하 지키기」캠페인이 그것. 서울신문과 공동으로 기획한 이번 캠페인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환경문제와 캔의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캔커피의 제품 속성을 공통점으로 여름휴가인구에게 볼거리와 환경보호의식을 함께 제공하기 위해 마련되었다고 한다.

메뉴 커피 등 신제품 개발로 시장한계 극복할 터

올해 4천억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커피 시장은 이제 시장한계점에 이르렀고, 더욱 다양화된 소비자의 욕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메뉴커피 등 신제품 개발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동서식품 마케팅 담당자들은 분석한다. 제품이 출시되기도 전인 '70년에 합작사인 제네럴 푸즈사의 도움에 힘입어 대대적인 시장조사를 벌이고, 일찍이 시장조사팀을 개별 부서로 신설, 가동함으로써 탄탄한 마케팅력을 보여온 동서식품이 이러한 시장상황 아래 앞으로 어떤 광고활동을 펴나감으로써 동서 커피광고에「향기」를 더해갈 지 기대된다.

미니 인터뷰 동서식품 광고 모델 이현미

"8년간의 은은한 인연"

광고에 출연한 이후 안성기씨의 부인이 아니냐는 질문이 쇄도할 정도로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 간단한 자기소개와 요즘의 근황을 소개해 주시죠.

대학을 졸업한 '83년부터 '88년까지 유나이티드항공 승무원으로 일했습니다. 외교관 출신 미국인 남편과 결혼하면서 니카라과로 건너갔다가 지금 현재는 쿠바에 있는데, 곧 미국으로 갈 예정입니다. 아이는 여섯살박이 딸과 다섯살짜리 아들이 하나씩 있구요. 현재 동서식품 광고 모델 이외에 쿠바 주재 미 대사관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동서식품 커피광고에 출연하게된 시기는 언제고, 또 어떤 계기를 통해서 였습니까?

유나이티드항공의 승무원으로 근무하던 '87년 초 유나이티드항공의 한국내 광고에 출연하게 되었는데, 이 광고를 보고 동서측에서 연락을 해왔어요. 제가 워낙 커피를 좋아했고, 그래서 선뜻 승낙하게 되었지요. 그래서 찍은 첫 작품이 '87년 12월의 맥스웰 커피「가계부」편입니다.

'87년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8년째인 셈인데, 그 동안 다른 광고주의 출연요청이 있을 때 마다 거절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광고가 나가고 난 '89년부터 출연제의가 들어오더군요. 제가 광고모델로 활동을 해서 돈을 벌 생각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무엇보다도 여러군데 얼굴을 내미는것보다는 마음에 드는 한 회사 광고에 나오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동서식품 광고를 평하신다면?

제가 모델로 출연한다고 해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동서식품 광고, 참 마음에 들어요. 광고만큼 시대상황에 따라 많이 변하는게 없는데, 동서의 광고를 보면 일관된 이미지를 지켜나가려고 노력하는게 보기 좋더라구요. 어떤 사람들은 지루하다고 할 지도 모르지만, 차분하고 은은한 분위기를 주는 게 해를 거듭할수록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

좋은 광고란 어떤 광고라고 생각하십니까?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겠지만, 저는 인위적으로 꾸민 것 보다는 자연스러운 광고가 좋습니다. 생활 속으로 들어가 사람들이 살아가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거죠. 외국 광고를 보면 생활 속에서 부부가 살아가는 장면이라든지, 엄마와 아이가 이야기를 한다든지 하는 삶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는 광고가 있는데, 그런 광고가 좋습니다.

광고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에피소드가 있으면 소개해 주시죠.

광고일이 무척 어렵다고들 하는데, 제 경우는 워낙 주변의 분들이 잘 해주셔서 그런지 즐겁게 일을 하는 편이에요. 특히 안성기 씨는 제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영화배우이기도 하지만 촬영할 때 보면 정말 마음씨 좋은 옆집 아저씨같이 자연스럽고 편안합니다. '88년 결혼식을 앞두고 미국, 캐나다, 콜롬비아 등지로 한달 동안 해외로케를 떠난 적이 있었는데, 결혼식 3일전에 귀국을 하게 되었어요. 무척이나 불안했던 기억이 납니다.

광고 모델활동과 관련해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시죠.

저 개인적으로는 할 수 있을 때 까지 동서 광고를 하고 싶습니다. 제가 보통 1년에 2번 정도 광고 촬영 때문에 한국에 들어오는데, 올때마다 불안해요. 워낙 광고계라는 곳이 변화가 많은 데라서 이번이 끝이 아닐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곤 하죠. 동서측에서는 안성기 씨와 저에게 주름이 쪼글쪼글해질 때까지 같이 일해보자고 하시는데, 제게는 고마운 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