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주 탐방 ㅣ 삼성전자 가전광고파트

"소비자 사랑, 매일 확인하고 싶습니다"

취재·정리: 김을란 <방송광고공사 출판부>

사진: 정찬수 <방송광고공사 출판부>

「꼬끼오 퀴즈-왜 달걀을 던질까요」,「냉장고가 맛을 낸다」,「잡았다 유해전자파」등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가전 3사의 신문광고 헤드라인,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 있는 국내외 전파광고 자료테이프, 고심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담배 꽁초 가득한 탁자 위의 재떨이. 바로 삼성전자 광고팀 회의실 모습이다.「광고정보」편집실은「광고주 탐방」의 두번째 광고주로, '93년 연간 총 420억원의 광고비를 지출해 국내 광고비 지출기준 1위 광고주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삼성전자 가전 광고팀을 찾아 이들 광고팀의 출범부터 현재까지의 광고역사와 주요 광고전략, 앞으로 전개할 광고캠페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69년 삼성산요로 출발한 삼성전자에서 본격적으로 광고팀이 가동된 것은 수출 위주의 정책이 내수시장 개척으로 바뀐 1970년 후반. 삼성전자 출범 당시 대부분의 기업들이 그러했듯이 삼성전자 광고팀도 초기에는 광고, 홍보, 판촉 등 광고관련 업무를 총괄해서 맡고 있었고 그나마도 수출위주의 회사정책으로 인해 활발한 광고활동은 기대하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제반 사정으로 인해 삼성전자 광고팀의 실질적인 출범은 삼성전자가 내수시장에 눈을 돌린 1970년대 후반으로 미뤄진다.

'7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삼성전자가 벌여온 광고캠페인은 크게 세 시기로 대별된다. 제 1기에 해당하는 시기가 가전 3사와 시장 쟁탈전이 치열했던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반까지로 주로 세 일성 광고를 집행했던 시기이다. 이 당시의 광고는 치열했던 시장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 물량위주의 광고였다. 가전 3사 공히「러브러브 세일」,「허니문 세일」,「한아름 대잔치」라는 이름으로 봄·가을의 결혼시즌을 겨냥, 세일광고를 우선적으로 집행했고, 여기에 경품 판촉전까지 가세해 한 때는 심각한 시장 과열현상을 빚기도 했다고 한다.

이 시기에 삼성전자가 전개해 성공한 것이 이코노 TV 광고캠페인. 가전광고 모델전략인 3B(Baby, Beauty, Beast)전략 중 2B, 즉 Baby, Beast를 등장시켜 성공한 광고로, 어린이와「부엉이 박사」를 모델로『예열 없이 켜면 바로 볼 수 있는 장점을 부각시켰다. 흑백 TV 시절을 경험한 세대들의 귀에 익은『이코노, 이코노, 이코노~』하는 CM송이 바로 이 때 유행한 것이다.

세일성 광고에서 라이프스타 일형 광고, 임팩트한 광고까지

그다음이 '80년대 중반부터 '90년까지의 제 2기로, 이 시기는「3저」현상에 힘입어 전반적인 경계 상황이 좋아지고 이에 따라 소비자의 소비패턴이나 욕구가 다양화되는 시점으로 주로 라이프 스타일형 광고들이 주류를 이뤘다. '86년부터 시작된 라이프스타일 형 광고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최진실을 스타로 키워낸『남편사랑은 가끔 확인해 봐야 해요』,『남편 퇴근시간은 여자 하기 나름이예요』시리즈 광고와 김창숙·유식을 부부모델로 기용한『사랑이라는 이름의 세탁기』시리즈 광고. 광고주가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소비자가 공감 할 수 있는 소비자 생활의 한 단면을 소재로 광고 메시지를 전달 하고 이를 공감했던 이 시기의 광고를 가전광고파트 김재인 대리는「눈높이 광고」라고 표현한다.

그 다음 3기가 '90년대 들어서면서 시작돼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광고캠페인으로, 타사 광고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동물 모델을 등장시킨 임팩트 있는 광고이다. 선자세의 인물 모델이 등장해 제품의 특성을 강조하는 종래의 광고틀에서 벗어나 동물모델과 제품만으로 강한 임팩트를 주고 있는데, 그 효과를 평가하기는 좀 이르지만 지금까지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인 편이라고 한다. 삼성전자의 광고시 리즈에 등장한 동물들은 시네마 TV의 앵무새와 독수리, 바이오 TV의 장닭, 5계절 냉장고의 고양이 등 이다. 이 중 특히 '91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대형 TV 붐과 때를 같이한 시네마 TV 「앵무새」편의 경우, 월 평균 판매실적을 1천대에서 1만대 이상으로 올려 놓았고「앵무새 나오는 TV 주세요」라는 주문이 올 정도의 인지도를 보였다고 한다.

이렇듯 타사광고나 외부 환경에 영향받지 않고 삼성전자 고유의 광고캠페인을 펼치게 된 배경을 가전광고파트 김준식 과장은『가전 3사가 이제 과거의 외형위주, 경쟁사 비방을 통해 반사이득을 노리는 얄팍한 광고전략에서 벗어나 각사별로 자사 제품의 특성을 강조하고 차별점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광고전략을 세우면서 상호간의 협조체제를 굳혀 나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신규제작광고물만 100편이 넘는「광고공장」(?)

삼성전자 광고팀은 현재 기업 광고파트, 가전광고파트, C & C 광고파트, 해외판촉팀 등 크게 4팀으로 분리되어 있다. 홍보실 내에 속해 있는 기업광고파트는「신(新) 휴먼테크」로 대표되는 기업 이미지 광고와 옥외광고를 주로 담당하고 있고, 국내영업본부의 가전광고파트와 C & C 광고파트는 각각 TV, VTR,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제품 광고와 컴퓨터, 팩시밀리, 전화기 등 컴퓨터, 통신분야의 광고를 담당하고 있다. 해외본부 내 광고담당부서인 판촉팀은 아프리카 지역을 제외한 약 50여개국의 해외지점과 업무연락을 통해 해외 현지 광고회사를 통한 광고집행을 관리하고 있다.

이 중 집행하는 광고물량이 가장 많고 국내 소비자와 가장 밀접하게 광고를 집행하는 곳이 바로 가전광고파트. '84년부터 광고팀에 몸담아 온 심대룡 부장을 필두로 김준식 과장, 김재인 대리, 구자익 대리, 오진용, 김도봉, 조재완, 김정인 씨 등 8명의 맨파워가 포진해 있다. 이들이 한해동안 만들어 내는 신규광고는 신문 80여편, TV CF 20여편으로 총 100여편이 넘는다. 이들이 스스로 표현하는 것처럼「광고공장」이라 불러도 무방할 듯싶다.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광고전략을 수립하고 이에 합당한 광고물을 기획, 제작 하는 것뿐만 아니라 제품 이미지에 맞는 광고모델을 찾아내고 가능성 있는 새로운 매체를 개발하는 일도 이들의 몫. 한 때 4대매체 이외에도 VTR 테이프 삽입광고, 극장광고 등을 시도했으나 그 효과가 적어 현재는 중단한 상태이다. 앞으로 성장 가능한 매체로 이들은 PC통신광고, CATV 등 을 포함한 이른바 뉴미디어광고를 꼽는다 특히 명확한 소구대상 설정과 지역성 등을 고려한 과학적이고 세밀한 광고전략 수립이 가능한 CATV와 같은 뉴미디어 광고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데, 실제로 몇몇 지역을 대상으로 지역특성을 고려한 광고를 따로 제작, 그 지역에만 내보낸 경험이 있다. '91년 제주지역을 대상으로 제주도 해녀를 등장시킨 히트 세탁기 광고와 예향의 도시라 불리는 광주 ·전남지역에 그 지역 유명 화가를 모델로 제작·방송 한 시네마 TV 광고가 그것. 결국 엄청난 제작비를 감당할 수 없어 중단되었지만 앞으로 본격화될 뉴미디어 시대를 대비한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된다.

이밖에도 삼성 나이세스라는 삼성전자 내 음반·공연기획팀을 중심으로 영화, 뮤지컬 등을 지원 협찬하고, 가수선발대회를 개최 하는 등 문화사업에 대한 지원 강화도 삼성전자 광고전략의 특징적인 부분의 하나. 미래 소비자인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기업이미지를 제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화되고 있는 이러한 문화사업 지원 및 이벤트 개최는 '86년 잠실 체육관에서 열린「들국화 마이마이콘서트」에서 그 시작을 찾아볼 수 있다. 기획 당시 하루 두번의 단발성 공연으로 시작된「마이마이 콘서트」는 대규모 공연문화에 목말라 있던 청소년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몰고 왔고, 결국 '87년부터 시작, 3년 동안 지속된 지방순회 장기공연으로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이 행사에 대해 청소년들의 호주머니를 노린 대기업의 얄팍한 상술이라는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지만, 당시 이 행사를 기획했던 김준식 과장은 수익금을 청소년가장돕기 등에 사용하는 등 결코 장사를 목적으로 기획한 행사가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화제광고집행으로 부수적 PR효과 커

삼성전자 광고역사를 보면 광고 집행에 따른 부수적인 PR효과가 생겨난 경우가 꽤 많다. 화제성 광고를 많이 제작했던 때문일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남편 퇴근시간은 여자하기 나름이예요』라는 카피로 유행한 VTR 광고. 이 광고가 나가자 여성단체에서는 광고에 여성을 비하시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강력하게 항의해왔고, 결국 한 방송사에서는『정말 남편퇴근시간은 여자 하기 나름인가』를 주제로 제일기회 담당 카피라이터, 삼성전자 20 ·30 ·40대 사원 부부, 여성단체 대표들을 참석시킨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국제경쟁시대에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노력이 계속되는 가운데 기업간 경쟁의 최접점에서 광고전을 먼저 치러내야 하는 광고팀의 역할은 그 중요성이 점차 커져가고 있다. '70년대 흑백 광고시대를 거쳐 차별성을 강조하는 임팩트 한 광고에 이르기까지 20년 가까운 광고역사를 가진 삼성전자의 광고팀. 이들에게는 상품수입은 물론 광고제작물 자체 수입까지 가능해지는 개방화 시대를 맞이 하여 이제 어떤 광고전략으로 제 4기 삼성전자 광고역사를 기술할 것인지가 커다란 과제로 남아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