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인 칼럼 | 진정한 소구대상이란?

민병수 <오리콤 상무>

광고전략을 꾸미는데 있어「광고의 소구대상을 누구로 할 것이냐」는 상당히 중요한 전략적 요소의 하나로 꼽힌다. 이는 소비자조사를 통해 마케팅전략을 수립하고, 그 전략에 따라 해당기간에 광고 메시지가 전달되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대상자를 정하는 일로서, 이 작업을 하기 위해 우리는 시장을 세분화하여 뚜렷한 동질성을 띠는 소비자군을 선정하고, 그 뚜렷한 동질성을 한 사람의 성격으로 설정하는데, 그 한 사람에게 은밀하게 이야기하듯이 광고의 메시지를 작성해야 가장 힘있는 설득력을 갖게 된다.

신문, 잡지, 텔레비전 등을 통하여 게재, 방송되는 광고를 보면 우리는 그 광고가 어떤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인지 대부분 금새 알 수 있다. 그러나 간간이 제품의 특성과 소구대상과의 연관성이 이해되지 않는 광고들이 눈에 띈다. 소구대상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용어나 기술적 용어가 해설없이 나열된다든지, 메시지 내용이나 소구대상과 어울리지 않는 모델이 어색하게 등장하는 광고들이 그것이다.

이러한 광고들의 공통점은 바로 소구대상을 도외시했다는 점이다. 모든 광고의 근본목적이 소구대상에게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소구대상의 의식 속에 제품에 대한 확실한 이점과 확고한 상표 선호도를 높여주자는데 있는 한, 모든 메시지는「소구대상의 언어」와「소구대상의 기호」에 맞추어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모든 광고표현은 소구대상의 의식수준과 그들 의 생활습성과 취향에 맞추어 그들의 언어와 그들의 색깔로 표현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 이유 때문에 우리는 늘 소비자들의「라이프 스타일」조사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게 되고, 그 결과의 분석에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광고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종종 경험하는 일이 그 소구대상을 도외시하고 광고주 입장에서 하고 싶은 말을 소구대상의 용어로 소화시켜 전환시키지 못한 채, 광고주의 용어 그대로 광고속에 포함시키기를 원하는 경우다. 제품 속에 황금이 얼마나 들어있는가는 소구대상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다. 황금이 들어 있으므로 소구대상이 제품을 사용함에 있어서 더욱 오래 쓰고, 편리하며, 변하지 않는다는「소비자의 이점」이 중요한 것이다.

광고에서 소구대상을 도외시하는 일은 광고 메시지에서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매체선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든 광고주가 텔레비전의 골든타임만 고집하기 일쑤이다. 물론 골든타임밴드가 가장 높은 시청률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골든 타임이라고 해서 모든 계층에서 똑같이 시청률이 가장 높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소구대상 천명당 매체비를 계산해 보면 더더욱 골든타임만이 능사는 아닌 것이다.

그러나 광고주는 우리 광고가 눈에 띄지 않는다고 비용효율은 무시하고 골든타임 잡기에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소구대상의 시청률과는 무관하게 광고주 최고경영자의 눈에 띄게 하기 위해서라도 골든타임을 잡아야 한다면 그것은 더욱 웃음거리가 아닐 수 없다. 사장 사모님이 보는 잡지에는 반드시 광고를 게재하나 사모님이 보시지 않는 잡지는 『그 잡지를 누가 보느냐』는 말 한마디로 구독률을 완전히 무시하고 광고를 게재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소구대상 무시되는 것은 광고모델 선정에서도 가끔 생기는 일이다. 어느 광고주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 광고에 인기 개그맨을 모델로 하자는 광고회사의 제의를 뿌리치고 사장님의 고집으로 청소년층의 인기와는 관계없이 사장님이 좋아하시는 모델을 했다고 한다. 어린이 대상의 광고물에 어린이 인기순으로 여러 모델을 놓고 선정하기로 했으나 광고주의 광고담당 50대 중역이『개인적으로 잘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책임지고 승인할 수 있느냐』는 명분으로 반대해, 그 중역이 텔레비전을 통해 익히 알고 있는 모델의 범위 안에서 선택하는 우스운 경우도 보게 된다.

물론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 잘 모르는 모델을 결정하고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부당한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결정을 해야 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은 결정을 위해서라도 텔레비전을 자주 보기도 하고, 소구대상들에게 인기있는 탤런트가 누구인가를 조사를 통해서나, 개인적 관심에서 이미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많은 기업에서 광고비는 재료비와 인건비와 함께 기업이 지출하는 예산 중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해서 납품가를 깎느라 납품업자와 수많은 승강이를 벌이고,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뼈아픈 인력감소 정책을 실시하면서도 판매 신장을 위해서 광고비는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렇게 막대한 광고예산을 사용함에 있어서 그 비용 효율성을 생각하는데는 아직도 미흡한 점이 많다. 이러한 문제점 개선에 있어 선행되어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소구대상을 정확히 선정하고, 모든 광고전략의 구성을 정해진 소구대상에 맞추는 일이다.

광고표현의 크리에이티비티도 소구대상에 맞추어져야 하고, 사용 매체도 소구대상의 매체 접촉과 일치해야 하며, 광고의 모델도 소구대상에게 설득력과 인기가 있어야 한다. 이것이 막대한 광고예산을 낭비없이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길이다. 광고회사는 물론 광고주의 의사결정의 위치에 있는 모든 관계자들도 이러한 각도에서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하여 광고효율성을 올리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