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도상학(2) | 보내는 마음을 상징하는 「하트」와 「리본」

이봉휘 <프로덕션 2000 PD>

「하트」는 예로부터「心」,「愛」, 혹은「戀」의 상징으로 일컬어졌다. 그런가하면「리본」은「장식」, 그 중에서도 특히 의미와 격식을 갖춘 장식물로 사용되어 왔다.

이번호에서는 이「하트」와「리본」을 사용,「보내는 마음」을 효과적으로 표현한 광고들을 살펴보기로 하겠다.

광고는 시대와 문화, 그리고 국민성을 나타낸다고 한다. TV-CF를 보면 그나라 국민의 생활상태를 알 수 있다고까지 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사람이 쾌적한 생활을 하기 위해 제품이 필요했었다. 그 때는 소비자의 만족도를 맞추기 위해 신중히 CF로 표현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져 제품이 살아남기 위해서 사람을 필요로 하고 있다. 거기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제품까지도 등장하여 광고로써 승부를 내려 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적 풍요를 기화로 더욱 심화된것 같다. 제품의 사활을 걸고 소비자의 구매욕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이성과 판단력에 착각을 일으키려 하는 CF도 있다.

반면에 CF중에는 정확하고 신속하며 유익한 정보와 생활에 윤택함을 주는 감성적·예술적인 것도 많다. 생활의 활력소가 되는 재치와 위트도 있다.

나는 광고일을 하는 사람이다. 동시에 매서운 시청자이기도 하다. 무작정「물건이 팔리기 때문에 광고를 한다」라는 식의 CF를 하루빨리 우리 안방에서 볼 수 없도록 대처하고 싶다. 그러려면 시청자가 이성과 지성으로 CF의 효과를 채점해주는 것도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선물이 가장 많이 오고가는 12월 달에 제품 즉 선물과 리본에 관해 살펴보기로 하겠다.

■ 하트와 리본은「보내는 마음」의 시각언어

스탕달의「연애론」에 있듯이, 극도의 관능의 순간은 사랑하는 남녀가 만나서 처음으로 손을 잡는 때라고 한다. 그 후로는 육체적 관계가 어떻게 진전하는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처음 손을 잡은 순간만큼 짜릿한 관능적인 체험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첫번째「사랑의 고백」이란 것도 황홀한 순간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발렌타인데이에 초콜릿을 보내는 습관도 이러한 남녀의 최초의 원시적인 사랑의 즐거움을 그대로 상품화한 기막힌 착상이다. 상대방에게 자기의 기분을 전달하기 위한 방법으로 초콜릿을 하트형 등 여러가지 모양으로 만드는 정성을 거듭해왔다.

여기서 마음의 정성을 보내기 위해 노력하는 일본의 유명 백화점 三越의「인상파 선물」이란 하트를 크게 장식한 광고(그림 1)를 보자. 연말연시의 세모 특수를 겨냥한 광고로,「마음을 보냅시다」그리고 「마음으로 보냅시다」라며 정성을 강조하고, 마음의 상징인 하트를 메인 비주얼로 사용했다.

그러면 마음의 심볼「하트」라는 것에 대해 그 의미와 유래를 잠시 살펴보기로 하자. 하트라하면「心」을 의미하지만 무엇보다도「愛」의 심볼로서 인식되어 왔다.

그림 2는 화살이 관통한 하트로서 이 화살의 사수로서 유명한 것이 큐피드인데「큐피드」는 로마 이름이고 그리스 신화에서는「에로스」라고 불리웠다. 그리스와 로마신화에서는 그다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 않았던 큐피드가 미술작품의 중요한 모티브가 되기 시작한 것은 헬레니즘 이후이다. 특히 르네상스 이후에는 대단히 각광을 받게된다.

그림 3은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명작「春」에 등장하는 큐피드이다. 눈가리개를 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대로「戀은 盲木」이라는 의미이다. 일설에 의하면 큐피드의 화살에는 사랑을 불태우는 황금 화살과 사랑을 식게하는 은화살이 있다고 한다. 퍽 재미있고 꼭 갖고 싶은 화살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지금 현대인들의 마음속에는 두 개의 화살이 다박혀 있는 듯 싶다. 열심히 사랑하고 쉽게 헤어지는 모습을 보면‥‥ 한편 똑같은 관통된 하트가 그리스도교에서는 시련의 근원으로 하나님에 대한「헌신」이나 「죄사함」의 의미를 갖기도 한다. 그림 4의 하트속의 어린 예수는 왼손에 종려나무가지를 오른손엔 예수의 채찍을 들고 있다. 결국 같은 하트라도 상당한 의미변화라 아니할 수 없다.
그림 5는「(하트의 은행) 제일 근업은행입니다」라는 일본 은행광고인데 심볼로 쓴 하트의 의미를 보면 정보량이 많은 은행으로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心」이 있고 「愛」가 있고,「헌신」이 있는 하트의 의미를 대변하려는 것을 볼 수 있다. 대부분 21세기형 커뮤니케이션을 말하라면 숫자나 알파벳 등의 기호에 환원되는 디지털적 이미지만을 예로 들기 쉽지만 실제로는 바로 하트와 같은 상징적인 표현이야말로 주역이 되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친근감을 생명으로 하는 은행광고로서는 썩 잘 이용한 하트이다.

■ 하트의 수난, 戀의 시련

사랑의 상징인 하트에 관해 흥미있는 작품을 2점 소개한다.

그림 6은 콘마와리 만화의 시초적인 작품의 예로 15세기말의「聖 예수그리스도 순교 12景」이다. 聖 예수 그리스도는 초기 그리스도교 시대의 순교자로서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고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을 정도로 처참한 광경이 그려져 있다. 일부 사람들은 전설이라고 하지만, 사실이야 어쨌든 초기의 그리스도교 사람들은「이단자」로서 로마 제국으로부터 상상할 수 없는 박해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있었던 일들이다. 이러한 것들과 비교하면서 보고 싶은 것이 그림 7이다. 「나의 마음은 아프다」라는 제목인데 15세기말의 목판화로「사랑하기에 고뇌한다」라는「愛의 수난」과 같은 하트의 여러면을 그리고 있다.

이런 저런 하트의 심볼화가 있었지만 같은 15세기에 벌써 현대의 디자인과 상통할 정도로 세련된 작품이 있어 눈길을 끈다. 그림 8이 바로 그것인데 프랑스의 작곡가 퐁도 코르디에의 三색의 악보이다.「아름답고 동시에 선량하고 총명하며 동시에 우아한 숙녀에게 바치는 物」라는 제목과 어울리게 악보자체가 하트형을 하고 있다. 그림 7의 「나의 마음은 아프다」보다 이전의 작품이면서도 현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 신선한 세련미를 보이고 있다. 당시 이미 거의 현대와 맞먹을 정도로 하트의 심볼이 여러 곳에서 사용되었다는 것을 잘 나타내주는 작품이다. 작곡에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가 계시다면 숙녀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광고로서 꼭 한번 이용해 보았으면 한다.

그림 9는 일본 백화점 小田?의 선물책자의 일부인데 하트형 GIFT의 문자이다. 일본의 각 백화점의 세모전략으로 기본 중의 기본으로 하는 것이「선물은 마음」이란 컨셉트인데, 그「마음(心)」을 어떻게 심볼화 하느냐에 고심하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예전의 심볼「하트」에 대적할만한 현대의 광고 표현은 갖고 있기 못하기 때문이다. 그럴만도 한 점이 이미 인간의 이미지에 정착한 심볼의 기능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쪽이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이 꼭 좋다고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림 10도 같은 하트형으로 장식한 도요다 자동차의 「HAPPY NEW CORONA」의 문자광고이다. 행복한「心」을 나타내려는 단순하고 명쾌한 모습이다. 하트를 크레용으로 손으로 그린 점을 강조했는데, 부담없음을 나타내려는 표현임을 잘 알 수 있다.

2월의 슈퍼스타하면 산타크로스를 들 수 있다. 그림 11은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리다 못해서 굴뚝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이것은 安田신탁은행의 광고인데 여기서도 역시 하트를 직접 손으로 그려놓은 「하트=心」의 특유의 멋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게 보면 분명 하트는 직접 그린 것이 정성이 깃들어 보여 좋은 것 같다. 그래서「하트=心」인지도 모른다.

그림 12는「하트가 그려진 리본으로 세모 선물을 보냅시다」라는 백화점의 제안광고이다. 이제는 하트만 갖고 마음의 정성을 표현할 수 없어 리본이란 장식품을 곁들인 것을 볼 수 있다.

그림 13은 그림 12의 일부분인데 인물 일러스트를 확대한 것이다. 하트형의 몸체를 한 사람이 리본을 두른 선물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다. 여기서 리본이란 것이 하트와 나란히 장식되어, 보내는 선물에「心」과「愛」를 담는 데에 없어서는 안되는 좋은 조화를 이루고 있다.

■ 리본의 역사

그렇다면 리본에 대해 잠시 알아보자.

리본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고대 그리스에서 여성의 머리장식으로 사용되었고, 중세를 통해 의복의 장식품으로 사용되어져 왔고, 리본을 짜는 기계가 출현한 17세기 이후에는 급속도로 보급되어져 왔다.

애용자는 여성에 국한되지 않고 당시 남성 패션에도 리본이 사용되었다. 단순한 장식이외에도 기사나 총사가 자신의 신분을 나타내기 위해 목이나 어깨 부분부터 크게 리본을 걸쳤다. 그리고 훈장이나 십자가를 패션으로써 몸에 부치는 데에는 리본이 꼭 필요했다. 19세기에 파리에 출현한 세계 최초의 백화점「퐁 마르세」에서도 리본을 파는 코너는 대성황을 이루었다고 한다.

그림 14는 바로크시대의 동판화로서 머리위의 상장에서 리본이 넘쳐나와 있고, 예복 전체가 리본으로 장식되어 있다. 여기서도 리본의 수요가 많았음이 입증되고 있다.

그림 15는 바로크시대를 대표하는 화가 루벤스의「에레뉴홀맨 상장초상」이다. 허리와 팔꿈치 부분을 장식한 커다란 리본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림 16은 같은 17세기 초상으로, 목에서부터 길게 늘어뜨린 리본끝에 양궁경기에서 우승한 것을 나타내는 황금의 새훈장이 붙어있다. 앞에서 얘기했지만 훈장에는 리본이 따랐음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스타워즈」에서도 목숨을 걸고 싸운 주인공들이 마지막에 받은 것이 리본이 붙은 훈장이었다. 그리고 보니 아마 남성이 리본을 몸에 장식할 수 있는 기회는 훈장 아니면 우승의 메달을 받을 때 정도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리본 하나에도 이렇듯 역사와 전통에 의해 대단한 의미와 격식이 주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림 17은 음악의 수호성인이라 이름 붙여진 가공의 인물 세실리아를 그린 필텔의 작품이다. 필텔은 파리에서 활약한 화가이다. 그림속의 세실리아는 2∼3세기의 전설상의 성녀이다. 로마귀족과 결혼한 후예도 순결을 지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혼식 당일 음악이 연주되는 과정에서 순결의 맹세를 다시금 하였던 것으로부터 음악의 수호성인으로 불리어진 것이다. 이 그림에도 세실리아의 어깨에 리본이 붙어 있다.

■ 선물포장의 기본이 된 리본

오늘에 이르러서 리본은 패션이라기보다는 선물의 치장품으로 완전히 정착되고 있다. 최근에는 포장의 간소화 운동으로 주춤하는 추세이지만 그래도 백화점의 포장센터에 가보면 성황을 이루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선물보다는 정성의 시대로」라는 경향을 반영하는 듯 싶다. 다시말해 「선물」에「마음의 정성」을 표출하는 데는 리본의 힘이 크게 작용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일본의 광고가운데 리본을 이용한 것이 있어 알아보기로 하자.

그림 18은 미국 해바라기 협회의「해바라기 油」광고이다. 각 메이커의 사라다油 제품을 둘러싼 이미지인데 헤드카피가『겨울이기 때문에 여름을 드립니다』이다.

「태양이 보낸 선물 해바라기油」란 컨셉트를 리본에 의존하고 있다. 여기서 리본이 등장한 것만으로『어딘가에 보내도 좋다』라는 시각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림 19는 스카치위스키 OLD PARR의 광고로 이것 또한 상자와 술병을 리본으로 묶어 드린다는 것인데, 현실적으로는 있을 수 없지만 그래도 리본을 둘렀다. 그것은 다름아닌 선물을 보내는, 즉「드린라」는 행위를 비주얼로 나타낸 예인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시각언어로서의 리본의 의미를 나타낸 알기 쉬운 작품 사례인데, 한가지 더 소개하자면 그림 20의 외국어학원의 광고로, 헤드카피가『세계를 묶는 바이킹걸입니다』이다. 영어·일본어·한국어 교육으로 세계를 묶는 학원 체제의 이미지를, 리본을 사용하여 지구를 둘러싼 사진으로 표현한 것이다.

리본은 일종의 끈인데 말 그대로「묶는다」라는 것을 사진으로 찍은 것 뿐이지만, 이 비주얼은 오히려 그 이상의 언어 장벽을 해소시키는 것으로, 세계 그 자체를「보내드린다」라는 것과 같은 뉘앙스를 지니고 있다. 알기 쉽고 전달력이 뛰어난 광고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이상의 것들과 비교해 볼 때 한국의 선물문화는 어떤 형식으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선물에 관한 CF가 가장 많은 이즈음에 신중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부디 한국정서에 맞는 선물 문화가 CF를 통해 멋지게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