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아의 세상읽기

그 때 아쉬워하지 않도록!

최인아 / 제작본부장 전무, namoo.choi@samsung.com

여러분은 시간이 날 때, 일이 좀 숨 죽어서 약간 한가해질 때 무얼 하시는지요? 텍스트 세대이자 또 텍스트 인간임을 자처하는 저는 우선 책을 펴 드는데요, 그렇다고 대단한 독서가는 아닙니다만, 상대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것 중엔 텍스트들이 상위에 있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오랜만에 비도 그치고 날씨도 선선하니 좋았던 지난 주말, 저는 그야말로 책을 폈는데요, 책 제목이 <오픈북>이었습니다. 제가 좋아할 만한 책이라며 누군가로부터 받은 책인데, 마침 그 전주에 이 책이 조선일보 ‘거실을 서재로’ 기획 기사에 실렸더랬죠. 저자는 마이클 더다라는 사람인데 1978년부터 30년 째 워싱턴 포스트 북 섹션에 서평을 써온 서평 전문 기자랍니다. 그리고 <오픈북>은 그의 자서전 같은 책인데, 네 살 때부터 책에 코를 박고 살아온 마이클 더다의 책 편력기에 해당하죠.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읽지 않은 책이 바로 고전이라고 누군가는 위악을 떨며 정의했습니다만, 저 역시 제목만 알고 읽어보지 못한 수많은 책들을 그는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대학생이 되도록 내내 읽은 것이었습니다. 죽어라 공부를 팠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신나게 논 것도 아닌 저의 학창 시절과 대비되는 것이 얼마나 안타깝고 아쉽던지요. 그러자 또 생각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지금 이삼십 년 전의 학생 시절을 후회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십 년 후의 나는 또 무엇으로 지금의 나를 안타까워 할까···.

이쯤에서 우리 본업인 광고 얘기로 들어가 볼까요? 위의 맥락을 잇자면 다른 어떤 업보다도 확실한 개성과 자기 세계가 요구되는 일을 하면서도, 과감하게 저지르지 못한 것, 생각이 있으면서도 이런 저런 눈치 보느라 채 시도해보지 못한 것, 그래서 자기 색깔을 채 드러내지도 못하고 마감한 것, 그러니까 일을 잘 못한 것보다도 시도조차 못해본 것에 가장 회한이 남지 않을까 싶더군요.

이야기가 이렇게 풀리고 보면 뚝심과 자신감을 가지고 잘 해보자는 말씀을 드리기가 십상입니다만, 그런 훈계조 대신 시 한 편을 소개드리겠습니다. 시를 읽으면서 오늘과 내일을 한 번쯤 생각해보시는 것이 제 이야기 열 마디보다 훨씬 효과가 있을 것 같군요. 휘트먼의 ‘열린 길의 노래’라는 시인데요, 그 가운데 일부를 소개합니다. 한 줄 한 줄 소리내어 읽어 보면 그 의미가 더욱 각별하게 와 닿을 겁니다. 충만한 가을날 보내시기 바랍니다.

일어나 가벼운 가슴으로 나는 열린 길을 걷네.
건강하고 자유롭고 세상은 내 앞에 있고
내 앞의 긴 갈색 길은 내가 고르는 곳으로 뻗고.

이제부터 나는 행운을 요구하지 않으리, 나 자신이 행운이므로
이제부터 나는 훌쩍거리지도 미루지도 무엇을 필요로 하지도 않으리.
집 안에서 하는 불평도 책들도 짜증스런 비판도 끝냈네.
강하고 만족스럽게 나는 열린 길을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