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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기행 ㅣ 세계의신문광고 · 인쇄광고 ②심플한 비주얼 아이디어가 힘있는 신문광고를 만든다정재명 / 프리랜서 카피라이터, 광고칼럼니스트
크리에이티브가 빛나는 광고는 우선 재미있고 즐거워서 좋다. 제품을, 브랜드를, 기업을 키우는 특효약이 될 수도 있어 가치가 남다르다. 이에 지면광고를 중심으로 눈여겨볼만한 세계의 크리에이티브를 연재로 만나 본다. - 편집실 - 형. 벌써 신록의 계절이군요. 온 세상이 초록의 물결로 싱그럽기만 합니다. 오늘 아침 산을 오르다 보니 또 어느새 성큼 다가온 여름의 표정이 기다리더군요. 6월에 프랑스 칸 해변에서는 광고올림픽이자 크리에이티브의 열띤 경연장인 칸 국제광고제(The Cannes Lions Ad Festival)가 열리겠지요. 올해는 어떤 작품이 칸의 그랑프리를 수상할지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이번 달에는 칸 국제광고제를 두 번 다녀오면서 느꼈던 심플한 광고의 위력에 대해 얘기해 보려 합니다. 칸 국제광고제에 갔을 때 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전시장 벽면에 온통 인쇄부문 수상작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우선 수상작이 엄청 많다는 데 놀랐고, 그렇게 많은 수상작품 중에 한국에서 출품한 수상작품은 거의 보이지 않아 더욱 놀랐습니다. 그리고는 충격에서 벗어나 칸의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인쇄광고들을 하나씩 감상하면서 우리의 인쇄광고와 무엇이 다른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형. 형도 보셨으니까 공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칸이나 클리오(Clio) 등 국제광고제에서 수상한 작품들을 보면 한 마디로 ‘심플하다’는 겁니다. 카피로 구구절절 공자왈 맹자왈 식(?)으로 설명하지 않고 제품의 본질을 명쾌하게 알린 광고, 말 한 마디 없어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심플한 비주얼 아이디어 광고가 많지요. 명쾌한 컨셉트를 비주얼 언어로 심플하게 표현한 광고, 인종과 언어와 문화의 벽을 넘어선 광고들을 몇 편 보실까요? 광고의 90%라는 헤드라인은 물론 서브헤드 · 바디카피 · 캡션 한 줄도 없는 광고들이 많지요. 물론 10여 년 전 수상작들을 보면 카피가 빽빽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빈 여백이 없는 광고가 수상을 했더군요. 광고가 점점 비주얼 언어로 심플하게 변화하는 건 아마도 영상미디어의 발전과 인터넷이라는 전무후무한, 막강한 미디어가 출현했기 때문에 필요한 정보는 얼마든지 검색해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공자曰 맹자曰 식으로는 안 됩니다먼저 자부심의 상징이라 할만한 BMW 광고를 보실까요. 10여 년 국제광고제에서 수상한 인쇄광고와 몇 해 전의 수상광고를 비교해 보면 금방 차이가 드러납니다. 한 대의 오토바이와 해저의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비주얼에 빡빡하게 가득 메운 카피들이 BMW의 우수성을 소구하고 있는데 반해, 몇 해 전의 BMW의 ‘Shark’ 편에서 카피는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바다 속의 무법자 상어의 날카로운 이미지와 BMW 자동차를 절묘하게 합성시켜 유유히 헤엄치듯 BMW를 몰고 질주하고 싶은 사람들의 본능까지 느껴지게 만듭니다. 그 유명한 아웃도어용 신발 팀버랜드(TimberLand) 아시죠? 과연 팀버랜드는 어떻게 만들까요? 10여 년 전의 팀버랜드 신문광고는 철저하게 제품 속성을 알리는 것에 충실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의 제품 인지도와 명성을 얻게 되자 광고가 홀가분해집니다. 얼마나 오래 신는 팀버랜드이기에 양말이 다 헤어지도록 신어도 신발은 멀쩡하겠어요? 하인즈케첩 광고를 봐도 마찬가지죠. 10여 년 전 광고는 진한 케첩을 소구하기 위해 유화터치로 표현하여 제품 용기에 카피 메시지를 소구하지만, 최근 광고는 카피는 빼고 5개의 별 모양인 토마토를 보여주면서 하인즈 수프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10여 년의 국제광고제 수상작품을 보면 인쇄광고의 변화가 한눈에 느껴지지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려 헤드라인 · 서브헤드 · 바디카피 등 빽빽한 카피는 사라지고 컨셉트를 심플한 비주얼 언어로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제품의 태생과 역사가 다르므로 광고도 당연히 달라야 하겠지만 우리의 신문광고는 광고교과서 같은 고전적인 광고기법에 사로잡혀 있는 건 아닐까요?
‘빼기의 힘, 심플함의 힘’을 믿어보세요형. 브라질이 왜 세계적인 광고 크리에이티브 강국인지 아세요? 브라질이 크리에이티브에 강한 이유는 다양한 인종이 섞여 있으면서 브라질 특유의 열정과 유머, 낙천적인 기질이 토대가 되었기 때문인 듯합니다. 브라질 아트디 렉터와 함께 일한 적이 있어 브라질 광고작품집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한 마디로,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국제광고제에서 수상한 작품이 대부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수한 광고들이 많았습니다. 브라질에서 만든 광고 몇 편을 보실까요. 역시 유수 국제광고제인 뉴욕 페스티벌에서 인쇄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한 Pamalat Hot 케첩 광고인데요, 케첩을 따를 때의 모습이 너무 매워 혓바닥을 빼고 헤헤거리는 모습과 흡사하여 입가에 웃음을 짓게 만들죠.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는 한국의 크리에이터들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기발하면서도 심플한 아이디어에 공감과 감탄을 하게 됩니다.
남자란 자동차에 미치기 쉽죠. 얼마나 벤츠를 갖고 싶었으면, 너무나 매력적인 벤츠 SLK를 보느라 급브레이크를 엄청 밟아댔군요. 지나가는 차마다 스키드 마크를 남겼군요. 심플한 광고 안에 벤츠를 타고 싶은 사람의 심리까지도 담아내고 있습니다. 역시 칸 광고제의 그랑프리 수상작입니다. 볼보의 ‘안전핀’ 광고는‘당신이 믿을 수 있는 차’라는 슬로건 한 줄뿐인데요, 입이 딱 벌어집니다. 어릴 적 수없이 보아온 안전핀 하나를 가지고 자동차 모양으로 만들어 볼보의 안전성을 이처럼 극명하게 표현해낸 것이 놀랍기만 합니다. 이 광고 역시 칸 그랑프리 수상작입니다. 야외 가실 때 누구나 하나쯤 갖고 다니는 칼 하면 스위스제 빅토리녹스 (VICTORINOX) 아닐까 싶은데요,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어요. 텅 빈 도구함 속에 있는 스위스제 칼 하나. 이 칼 하나면 만사 OK인데 무슨 다른 도구가 필 요하겠어요.
흔히 비교광고하면 카피로서 조목조목 따지면서 비교하기 쉬운데 페덱스(FedEx) 광고 한 번 보세요.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옵니다. 세계 어디든지 빠르게 전달하는 DHL마저도 페덱스를 이용한다는 기막힌 얘기 아니겠어요. 말 한 마디 없이도 수백 마디를 의미 심장하게 전하고 있지요. DHL측에서 보면 가슴이 뜨끔할 것만 같아요. 이게 바로 비교광고의 진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일본에서 만든 맥라이트(MAG-LITE) 광고를 보면 라이트가 필요한 가장 극한상 황을 리얼하게 보여 주는 한 컷의 흑백사진, 그리고 맥라이트. 판매원만 깨알 같은 글씨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흑과 백의 조화, 어둠 속에 빛나는 불빛…. 실제 자국 일본에서 집행된 신문광고에는 헤드라인과 바디카피가 있었지요. 카피를 모두 빼고 출품하여 상상의 여지를 남김으로써 금상을 수상하였지요. 필요한 정보가 넘치는 세상, 필요한 정보는 언제든지 검색 가능한 세상입니다. 이제 신문광고에 무엇을 더 추가하기보다 무엇을 더 뺄 것인가를 생각해야겠습니다. 이 광고 정말 심플한가? 심플한 광고의 힘이 느껴지는가? 심플! 심플! 심플한 광고의 힘! 크리에이티브의 전문성은 그 절제에 있음을 명심하고 아이디어를 생각하거나 광고를 만들 때마다 스스로 먼저 돌아보겠습니다. 그럼 다음 호에 또 뵙겠습니다. 늘 건강하고 행복하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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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의 다이어트 음료 과라나(Guarana) ‘배꼽’ 편
남녀시리즈 광고는 심플한 광고의 수작 같아요. 지방질
한 점 없는 근육질 남자의 땀방울 맺힌 몸과 배꼽, 그리고
오른 쪽에 배치한 다이어트 음료 과라나의 병 뚜껑, 배꼽의
형태와 유사성을 강조하면서 다이어트 음료라는 브랜드
명을 적절한 위치에 배치시키고 있지요. 너무나 명쾌한
컨셉트를 심플한 아이디어로 표현해낸 솜씨가 놀랍지 않으세요?
형도 여행 좋아하시죠. 저는 꼭 한 번 가고 싶은 곳이 네팔인데요,
다임러 크라이 슬러의 빨간색 지프(Jeep)를 타고 가고 싶어요.
사륜구동의 아웃도어용 차답게 못 갈 곳이 없잖아요. 절벽에
주유소 · 교통표지판 · 속도계를 꼽아 둔
광고에 이어 이번에는 네팔에 있는 K2 등 세계 최고봉들을
소개한 책자 위에 Jeep를 올려놓았습니다. 두말하면 잔소리겠죠.
Jeep만 있으면 이 세상 가지 못할 곳은 없다 이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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