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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브랜드와의 대화 | 페리오도약과 변신 거듭해온 국민치약 사반세기이민영 기자
1981년 출시된 페리오 치약은 현재 우리나라 치약시장의 25% 가량을 차지하며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친근한 치약으로 자리매김해 온 페리오는 김희애 씨를 오랜 시간 광고에 등장시키며 일관성 있는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그러나 ‘친숙함’의 이면에 있던 진부한 이미지를 탈피, 젊고 끊임없이 앞서가는 전문가적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변신의 과정도 필요했다. 오랫동안 시장 선두주자의 위치를 점해온 장수 브랜드 페리오가 시대에 따라 전개해 온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해부해본다. 하루에 두세 번은 사용하기에 우리와 매우 친숙한 제품, 치약. 치약은 대표적 FMCG(fast moving consumer goods)이다. 일상생활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제품이기에 수요가 일정하고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대신, 성장의 여지가 크지 않은 포화시장을 형성한다. 따라서 경쟁제품들의 자리다툼이 치열한 분야다. 현재 우리나라 치약 시장에서 경쟁 중인 50여 개의 치약 브랜드 가운데, LG생활건강의 페리오는 약 25%대의 시장점유율로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올해로 출시 27주년을 맞는 페리오는 1981년 럭키(현 LG생활건강)에서 출시한 치약이다. 브랜드명의 어원이 ‘periodontal(잇몸의)’인 것에서 알 수 있듯, 잇몸질환 예방치약으로 출시된 국내 최초의 기능성 치약이다. 출시 초기부터 적극적인 광고 커뮤니케이션을 펼쳤다. ‘충치, 구취, 잇몸질환 예방’ 등 페리오치약의 기능을 강조한 광고와, 회사에서 점심 후에 ‘페리오 시간’을 가지라는 내용으로 제품 사용시간의 확대를 목표로 한 광고를 집행했다. ‘럭키, 페리오 치약’이라는 상쾌한 느낌의 징글이 이 시기의 광고부터 사용되었는데, 각색을 거치기는 했어도 그 이후로 오랫동안 광고의 말미에 유지되며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도구로 활용되었다. 1985년 광고에는 씨름선수 이만기를 광고모델로 기용했다. 1983년 제 1회 천하장사를 거머쥔 이후 계속해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던 시절이었다. 이만기 선수는 세련된 외모와 화려한 경기기술을 가진 것은 물론,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지적인 이미지까지 풍겨 운동선수로서 폭발적인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었다. ‘또 한 번의 승리를 위해 이를 악문다’라는 카피와 함께, 훈련 중인 이만기 선수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의 강하고 단단한 모습을 통해 건강한 치아의 이미지를 그려냈다. 광고에는 이만기 선수가 청사과를 한 입 베어 무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처럼 ‘청사과 베어 무는 장면’은 이후의 광고에도 한동안 일관성 있게 등장하면서 지금까지도 소비자들이 연상하는 ‘페리오’의 브랜드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청사과 깨무는 김희애, 페리오의 상징으로 자리잡아광고는 당시의 인기 배우를 등장시키며 꾸준히 이어졌다. 1987년에는 김청 씨가 등장하여 온 가족의 치아 건강을 페리오치약이 지켜준다는 내용을 전달했고, 1988년에는 심혜진 씨가 기용되어 치석제거를 위해 개발된 신제품 ‘페리오 닥터’를 소개하였다. 1989년부터는 페리오치약 광고에 김희애 씨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김희애 씨는 페리오치약과 페리오 닥터 등을 17년간 광고하면서 페리오의 브랜드 이미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형성하였다. 특히, 김희애 씨가 청사과를 깨무는 장면이 이 시기 집행된 거의 모든 광고에 등장, 개운한 치약의 이미지를 나타내면서 페리오의 아이덴티티로 자리잡았다. 2000년 페리오 쿨이 출시되면서 이영애 씨와 황수정 씨를 기용한 제품광고를 집행한 적이 있으나, 광고에 장기적으로 등장해 페리오의 브랜드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크게 공헌한 모델은 김희애 씨였다. 페리오 닥터, 페리오 쿨 등 서브브랜드가 출시되는 중에도 오랫동안 ‘국민치약’의 친숙한 이미지를 간직해오던 페리오치약은 2003년에 대대적으로 변신한 모습을 선보였다. ‘페리오’라는 단일 브랜드로 ‘검케어(잇몸 질환 예방)’, ‘브레쓰 케어(구취 예방)’, ‘캐비티 케어(충치 예방)’ 등 기능별로 세분화된 세 종류의 제품을 출시한 것이다. 이 신제품은 곧 페리오의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시장에 안착했다. 2005년, 페리오는 ‘개운한 치약’ 대신, ‘매일 만나는 치아 전문가’라는 슬로건을 도입하며 다시 한 번 획기적인 변화를 맞았다. 이 때 출시된 것이 기능성이 향상된 페리오 토탈케어와, 시린 이 증상과 잇몸질환을 완화해주는 민감성 치약인 페리오 센서티브였다. ‘토탈 오랄 케어’ 즉, 치아 및 구강 건강을 위한 제품라인을 모두 ‘페리오’라는 브랜드 아래 통합하려는 전략도 이때 도입되었다. 기존의 ‘아트만’ 칫솔 브랜드와 ‘클라렌’ 미백제 브랜드, 가글 제품 등을 모두 페리오 브랜드로 편입하면서 페리오는 치약 브랜드에서 오랄케어 메가브랜드로 격상되었다. 이제 페리오치약은 전문적이고 앞서가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지금까지 유지해오던 이미지를 탈피할 필요가 있었다. 소비자 조사 결과, 친근함의 이면에는 ‘오래되고 진부한’ 이미지가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희애 씨가 오랫동안 페리오의 광고모델을 담당해오면서 구축해온 ‘역사가 오래된 대한민국 대표치약’, ‘친근하고 편안한 가족같은 치약’의 이미지는 페리오라는 브랜드의 소중한 자산인 동시에 뛰어넘어야 할 벽이었다. 그 벽을 넘기 위해 LG생활건강은 17년이나 페리오의 이미지를 구현하고 전달해왔던 김희애 씨 대신 새로운 모델을 기용하는, 쉽지 않은 결단을 내렸다.
친근하나 진부한 이미지 벗고 ‘앞서가는 전문가’로 변신새로이 영입한 광고모델은 전문적이고 지적인 이미지의 백지연 아나운서였다. 이번 광고는 이전처럼 집이나 사무실 대신, 페리오 치약이 개발되는 연구소를 배경으로 하며, LG생활건강연구소 구강연구팀의 박사가 출연해 전문성과 신뢰성을 높였다. 백지연 아나운서는 “약을 개발한다는 생각으로 페리오를 만듭니다. 매일 만나는 치아 전문가.”라고 페리오를 소개하며 신뢰감 있는 목소리로 페리오의 달라진 모습을 소비자들에게 알렸다.
광고에는 빅모델 조인성 씨를 기용하여 공격적 마케팅의 포문을 열었다. 눈물연기를 하던 조인성. 입이 말라 NG를 내지만 마른 입속을 촉촉하게 해주는 페리오 덴탈쿨링시스템이 있으니 괜찮다는 유머러스한 내용으로, 기존의 치약광고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새로운 형식이다. 광고의 전반적 분위기는 화장품 광고를 연상케 하는 감성적이고 고급스러운 톤&무드를 사용함으로써 ‘오래된 치약’의 이미지를 뒤로 하고 젊고 신선한 페리오의 모습을 그렸다. 진부하고 오래된 이미지를 벗기 위한 노력은 라디오광고에도 계속되었다. 발랄하고 새로운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최신 유행가 ‘텔미’를 각색한 CM송을 제작한 것. 이 광고는 치약의 주 구매자층인 주부들의 청취율이 높은 시간대에 집행되고 있다. 수많은 브랜드가 명멸을 거듭하는 가운데, ‘장수브랜드’의 타이틀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브랜드가 오래 유지되더라도 이전의 시장 지위를 잃는 경우가 다반사다. 페리오는 1990년 AC닐슨이 시장조사를 시작한 이래로, 같은 LG생활건강 내 브랜드인 ‘죽염 치약’을 전략적으로 집중 육성하던 기간을 제외하고는 시장점유율 1위를 고수해 왔다. 이 브랜드파워는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았다. 시장 선두주자의 위치에 안주하지 않으면서 소비자의 니즈를 적시에 파악하고 나아가서는 니즈를 창출해 내면서, 제품 개발과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끊임없이 펼쳐 온 결과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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