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ard & Staff | 부분모델 이아름

“저만의 장점을 가장 잘 살리는 일이죠.”

김동욱 기자
사진 : 박정희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갈 때가 많다. 알아채는 사람은 오직 자신뿐이다. 최근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인 다리, 바디 모델 이아름 씨는 그래서 자신이 출연한 장면을 모아 미니홈피에 보관해 둔단다. 비록 얼굴 없는 모델이지만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일이 바로 부분모델이라 생각하는 그녀다.

부분모델이라고 하면, 곧 그 부분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예쁘거나 멋있다는 뜻이겠다. 물론 미추(美醜)의 판단에는 개개인의 주관이 크게 작용하지만, 광고계에서 부분모델로 활동한다는 것은 최소한 감독과 광고주들에게, 넓게는 오늘날의 대다수 소비자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부분’을 지니고 있다고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이번에 만난 모델 이아름 씨는 최근 광고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인 다리, 바디 모델이다. 그녀가 최근 출연한 광고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LG텔레콤 17마일리지 광고 ‘지중해’ 편, 뉴트로지나 바디슬리머 광고 등이 있다. 비키니만 입은 채로 등을 훤히 드러내거나 속옷 바람으로 꽉 끼는 청바지를 낑낑대며 입는, 그야말로 몸매를 최대한 드러내는 아슬아슬한 광고들이 많았다.

“보통 부분모델들은 유명모델의 대역을 많이 하게 되는데, 저는 키가 커서 그런 역할을 못 맡을 때가 많아요. 대신 패셔너블한 촬영이나 정말 몸매가 강조돼야 하는 광고를 찍을 때 많이 찾아주시는 편이에요.”

그녀는 98년 슈퍼모델 출신이다.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모델 일을 시작해 지금은 어엿한 10년차 모델. 그런 그녀가 광고 부분모델로 활동한 지는 3년 정도 됐다. 잡지사 기자인 친구의 부탁으로 구두와 가방을 든 채 다리 사진 한 장 찍은 것이 계기였다.

“그 때 찍은 사진을 보고 SBS ‘진실게임’ 작가분이 연락을 주셨어요. 그래서 진짜 명품 다리모델 역할로 방송에 나갔는데, 그 이후로 광고계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하더라고요. 요즘은 한 달에 2편에서 많을 때는 5편까지도 찍어요. 작년에는 한 달 정도 홍콩에서 촬영이 있었는데, 그 사이 한국에도 일이 많아서 한국, 홍콩을 왔다갔다하기도 했어요.”

부분모델의 경우, 촬영장에선 ‘주인공’이었을지라도 완성된 광고에서는 가족도 못 알아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슈퍼모델로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런웨이를 걷다가 얼굴도 안 나오는 광고를 찍으면 상대적으로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아쉬울 때도 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부분모델은 제가 가진 장점을 가장 잘 살릴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제 다리와 몸매가 광고에서 가장 예쁘게 나오니까요. 또 전공이 연기와 연출이라 학교 다닐 때부터 영상 촬영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부분모델 제의가 처음 들어왔을 때 기쁜 마음으로 응할 수 있었죠. 실제로 학교에서 배웠던 것들과 패션모델로서의 경험이 부분모델 활동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부분모델이 되려면 동작이나 포즈에 대한연구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부분’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특히 상처가나거나 멍이 들면 클로즈업으로 찍을 때 금방 티가 나기 때문에 무척 신경 써야 한다고. 그녀 역시 몸매나 다리가 상할까봐 평소에는 보통 사람들보다 더 가리고 다닌다고 한다. 손톱, 발톱 관리는 꾸준히 해줘야 하며, 혹시 상처라도 날까봐 스키장은 커녕 목욕탕에 가서 때도 잘 못 민단다. 실제 촬영에 들어가서도 애로사항은 있다. 좋은 각도를 잡기 위해 다리 모양을 기하하적으로 만들어야 하고, S라인을 살리기 위해 몇 시간 동안 허리를 잔뜩 꺾은 채로 버텨야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감독님이 ‘다리로 섹시하고 역동적인 표현을 하다가 예쁘게 접질려 달라’고 요구하면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단다.

꾸준한 관리와 노력도 뒤따랐겠지만 그녀를 각광받는 부분모델로 만들어 준 건 뭐니뭐니해도 타고난 키와 몸매다. 키가 크고 볼륨감이 있으면서도 팔다리는 가늘고 긴, 소위 요즘 트렌드에 부합하는 체형이야말로 그녀의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그 말은 곧 그녀가 나이가 들어 살이 찌거나, 혹은 트렌드가 바뀌어 깡마른 모델을 선호하게 되면 부분모델로서의 매력을 잃어버리게 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어떤 분야보다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고, 앞으로의 계획이 필요한 직업이 바로 부분모델이 아닐까?

“부분모델의 수명이 대체로 짧아요. 경력이 길 수가 없는 직업이죠. 저도 미래를 고민하고 있어요. 전공을 살려 연기를 하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아직은 제 스스로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섣불리 시작하고 싶지는 않아요. 대신 관리를 철저하게 해서 광고모델로서 활동폭을 좀 더 늘려가고 싶어요. 우리나라 광고에서도 외국모델들은 얼굴과 몸매를 같이 보여주잖아요. 저도 기회가 되면 지금처럼 몸매만이 아닌 제 모습 전체를 담는 광고를 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