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파고들기 | 헤비뷰어(Heavy Viewer)의 TV시청행태

소속 모집단의 시청행태 강하게 반영해

AGB닐슨미디어리서치 클라이언트 서비스팀

일반적으로 TV시청자는 성과 연령으로 구분하여 분석한다. 하지만 인구통계학적으로만 구분된 시청자 집단에서 개인의 성격과 취향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이 한계를 극복할 한가지 방안은 ‘더 본 사람’과 ‘덜 본 사람’을 구분하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TV를 많이 보는 사람들인 헤비뷰어와 일반 시청자간 TV 시청행태의 차이를 살펴보고 헤비뷰어를 활용한 시청률 및 광고 효과 분석의 가능성을 확인해 본다.

모든 방송 관계자들의 소망 가운데 하나는 시청자들이 TV를 더 많이 봤으면 하는 것이다. 미디어는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고 시청자들의 입맛도 까다로워지고 있다. “어제 그 프로그램 봤어요?” 라고 대화를 시작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어제 내가 재미있게 봤던 프로그램을 본 사람보다 못 본 사람의 수가 더 많은 상황이다. 그만큼 시청자들의 구미도 다양해지고 TV채널 선택의 폭도 커졌으며 TV채널을 포기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졌다.

이렇게 까다로운 환경에서 TV프로그램 분석이나 광고분석을 할 경우 가구 단위나 성연령별로 타깃을 설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 시청자 개개인의 성격이나 취향을 파악할 수 없는 시청률 조사 환경에서는 성, 연령대나 소득수준, 주거지역과 같은 인구통계학적인 측면만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구통계학적 구분 방법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도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더 본 사람’과 ‘덜 본 사람’을 구분하는 방법이다.

같은 연령대라면 남자보다는 여자가 TV를 더 많이 보고, 연령대가 높을수록 TV를 더 많이 보는 경향이 있다. TV를 가장 많이 보는 시청자군은 60대 여자이고, TV를 가장 안보는 시청자군은 20대 남자이다. 그런데 20대 남자 가운데에는 아예 TV와 담을 쌓은 사람도 있겠지만, 60대 이상 여자보다 TV를 많이 보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개그 콘서트’와 ‘웃찾사’, ‘개그야’를 꼭꼭 챙겨보고 유행어를 따라하는 20대 A군도 있고, 그 사람을 보면서 어디서 웃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20대 B군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A군과 B군을 20대 남자라는 하나의 타이틀로 묶기엔 시청행태가 너무나도 다르게 나타난다. TV를 가장 안보는 20대 남자 그룹을 많이 보는 사람과 적게 보는 사람으로 세분화해서 분석한다면 분명 성과 연령 등 인구통계학적 기준만으로 분석했을 때보다 다양한 정보를 얻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헤비뷰어 타깃을 활용한 시청률 및 광고 효과 분석의 가능성을 알아보기로 한다.

시청 시간 상위 33.3%, 평균시청자보다 시청량 2배 이상

헤비뷰어(heavy viewer)는 장시간 TV를 시청하는 사람을 말한다. 하지만 장시간이란 개념이 모호하기 때문에 헤비뷰어의 기준 역시 명확하게 정해진 것은 없다. 그렇다면 헤비뷰어는 어떻게 규정해야 할까. 이 글에서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을 사용하기로 한다. 시청 시간을 기준으로 한 헤비뷰어의 명확한 정의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체 시청자 가운데서 TV를 가장 많이 본 상위 33.3%까지를 헤비뷰어라고 부르기로 한다. 예를 들어 주어진 기간 동안에 TV를 본 사람이 99명일 경우 가장 적은 시간을 시청한 1번 시청자와 가장 많은 시간을 시청한 99번 시청자를 순서대로 정렬하여 33번 시청자까지를 라이트뷰어, 34번에서 66번 시청자까지를 미디엄뷰어, 67번에서 99번 시청자까지를 헤비뷰어로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기준으로 헤비뷰어의 평균 시청시간과 라이트뷰어의 평균 시청시간 비교가 가능하다. 전체 시청자 수가 너무 적을 경우, 미디엄뷰어 없이 50대50의 비율로 라이트뷰어와 헤비뷰어만 구분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밖에도 특정 프로그램의 시청 횟수 기준, 단독 프로그램(single item)의 시청 시간으로 구분하는 방법도 있다.

앞서 제시한 방법으로 8월 한 달 동안 지상파 TV를 시청한 사람들 가운데 시청 시간이 상위 33.3%인 사람들을 헤비뷰어로 선정하여 개인 총 시청률(PUT)과 시청시간을 살펴보았다. 비교를 위해 전시간대 기준 헤비뷰어와 프라임시간대 기준 헤비뷰어를 구분하였다. 지상파 방송사 기준, 전시간대는 평일 6시~11시, 17시~24시, 주말 6시~25시까지이며, 프라임시간대는 평일 19시~23시, 주말 18시~23시까지이다.

전시간대 기준으로 개인 총시청률(PUT)은 3.0%인 반면 헤비뷰어의 총시청률은 두 배 이상인 6.5%로 나타났다. 시청 시간 역시 개인 전체의 시청 시간은 50분인데 반해 헤비뷰어의 시청 시간은 63분으로 약 13분 이상 차이가 난다. 남자 헤비뷰어의 시청률 5.4%도 남자 개인의 시청률 2.5%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나며, 여자 헤비뷰어 7.5%도 여자 개인 시청률 3.6%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나고 있다.

헤비뷰어의 시간대별 시청률 추이를 살펴보면, 헤비뷰어의 시청량이 어느 시간대에 집중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프라임시간대로 구분되는 19시~23시까지가 시청률이 가장 높은 시간대다. 개인 전체 타깃의 시청률 역시 프라임시간대에 집중되는데 그 중에서도 21시대에 시청률이 가장 높게 나타난다. 개인 전체 타깃의 경우 5.5%, 전시간대 헤비뷰어는 11.3%, 프라임시간대 헤비뷰어의 경우 11.8%로 나타난다. 오전 시간대 중에서는 아침 교양 프로그램과 아침 드라마가 집중된 8시대의 시청률이 가장 높게 나타나는데, 역시 헤비뷰어의 시청률이 개인 시청률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나고 있다<1>.

성별로 헤비뷰어를 구분해 살펴보면 조금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여자 헤비뷰어의 경우 오전 8시대 시청률 (전시간대 기준 헤비뷰어 9.0%, 프라임 시간대 기준 헤비뷰어 7.9%)이 여자 개인 시청률(3.9%)보다 3배 가까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여자 헤비뷰어의 오전 시간 TV시청이 다른 시간대보다 상대적으로 활발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2>. 남자의 경우 헤비뷰어와 남자 개인의 시간대별 시청률의 증감이 거의 일치하는 반면 여자의 경우는 일치하지 않고 있다<3>. 여자 개인의 시청률이 가장 높은 시간대는 22시대이지만, 헤비뷰어의 시청률이 가장 높은 시간대는 21시대로 나타난다. 특정 방송 콘텐츠나 계절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지만, 헤비뷰어의 시청행태가 개인 일반과 얼마든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일반 시청자와 선호 프로그램 상이, 드라마 시청비율 높아

헤비뷰어와 일반 시청자가 선호하는 프로그램은 어떻게 다를까? 8월 한달 동안의 프로그램 시청률 상위 20위까지를 타깃별로 살펴 보았다. 이번 분석에서는 전시간대 기준 헤비 유저만을 살펴보기로 한다.

개인 전체와 헤비뷰어의 프로그램 선호 양상은 서로 상당히 다르게 나타난다<4>. 개인 전체의 경우 20위 내에 인기 드라마 외에 평일 23시대 오락 프로그램과 주말 오락 프로그램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는 반면, 헤비뷰어는 드라마의 비율이 개인 전체보다 높게 나타난다. 개인 전체의 순위에는 포함되지 않던 MBC 아침드라마(‘내 곁에 있어’)와 일일연속극(‘아현동 마님’), SBS 금요드라마(‘8월에 내리는 눈’)가 포함되어 있었다. 상위 20위 내에서 드라마의 개수를 살펴보면, 개인 전체가 10건인 반면, 헤비뷰어의 경우는 13건이었다. 특히 오락 프로그램의 시청 행태도 상당히 다르다. 개인전체와 헤비뷰어 20위권 내에서 서로 겹치는 오락 프로그램은 MBC ‘무한도전’과 SBS ‘순간포착’ 등 2개 뿐이며, 선호 오락프로그램의 성격과 시간대가 상이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에서 분석된 헤비뷰어 타깃은 성별과 연령에 대한 고려가 없었기 때문에 TV를 더 많이 시청하는 특정 성별과 연령대가 편중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특정 연령대 내에서도 일반 시청자와 헤비뷰어의 프로그램 선호 정도는 다르게 나타날까? 앞서 언급한, TV를 가장 안보는 시청자 집단인 20대 남자를 개인 전체와 헤비뷰어로 구분하여 살펴보았다.

특정 장르 시청률 높고, 장르 내 시청 프로그램 수도 많아

확실히 20대 남자는 개인 전체보다 오락 프로그램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으며, 이는 20대 남자 헤비 유저 역시 마찬가지였다<5>. MBC의 ‘무한도전’, ‘황금어장’, ‘일요일 일요일 밤에’, KBS의 ‘상상플러스’, ‘개그콘서트’, ‘스타골든벨’, ‘해피선데이’, SBS의 ‘웃찾사’ 등 각 방송사의 간판 오락 프로그램들이 양쪽 타깃의 순위 안에 들어 있었다. 앞서 살핀 개인 전체 타깃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스포츠 프로그램이 3건이나 포함되어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드라마에 대한 선호 정도는 타깃별로 조금 다른 양상을 보여주는데, 20대 남자는 드라마가 6건, 20대 남자 헤비뷰어의 경우에는 드라마가 5건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20대 남자는 오락 프로그램과 스포츠 프로그램에 대한 선호도가 높으며, 20대 남자 가운데에서 특히 TV를 더 많이 시청하는 그룹은 20대 남자의 TV 시청 행태 특징을 더 강하게 드러내는 것을 알 수 있다.

분석 결과를 통해 살펴보면, 헤비뷰어가 단순히 TV를 더 많이 보고 시청률만 높게 나타나는 집단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헤비뷰어는 자신이 속한 모집단의 TV시청 행태를 더 강하게 반영하는 집단이다. 즉, 특정 장르를 더 좋아하는 시청 집단 내에서의 헤비뷰어는 해당 장르에 대한 시청률도 높고, 그 장르 내에서 시청하는 프로그램의 수도 더 많다는 것이다.

프로그램 헤비뷰어 분석 광고 플래닝에 시사점 커

이번에는 TV 시청량이 아닌 특정 프로그램 시청 횟수를 기준으로 헤비뷰어를 분석해보았다. 인터넷 신조어 중에 ‘본방 사수’라는 말이 있다. VOD나 재방송보다는 본 방송을 사수해서 보자는 뜻이다. 또 ‘○○폐인’이라는 말도 있는데, 대히트를 했던 드라마에 사로잡힌 시청자들이 스스로를 폐인이라고 부르는 데서 생겨난 말이다. 본방 사수를 하는 시청자나, 자칭 폐인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에 대한 헤비뷰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 달에 보통 7~8회 정도하는 미니시리즈를 7~8회 본 시청 집단이라면 헤비뷰어라 부를 수 있을까. 시청량에 대한 기준이 따로 없듯이, 역시 횟수에 대한 기준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또한 ‘1회 보았다’라는 기준에서도 역시 몇 분 이상을 보아야 1회 본 것으로 해야 하는지 정해진 바는 없다. 이 분석에서는 8월 한달 동안 시청률이 높았던 KBS1 ‘대조영’과 MBC ‘커피프린스 1호점’을 예로 들었다.

‘대조영’은 8월 한달 동안 8회 방송했고 ‘커피프린스 1호점’은 스페셜 방송을 제외하고 7회를 방송하였다. ‘대조영’은 1회 이상 시청자와 7회 이상 시청자를, ‘커피프린스 1호점’은 1회 이상 시청자와 6회 이상 시청자를 각각 비교하여, 이들이 선호하는 프로그램을 살펴보았다. ‘1회 보았다’ 에 대한 기준은 드라마 특성상 프로그램 방송 시간 중 40분 이상 시청한 시청자만을 선택하기로 한다. 여기서 40분은 연속된 40분은 아니며 프로그램 방송 도중 채널을 이동했거나 텔레비전을 껐다가 켰더라도 ‘대조영’이나 ‘커피프린스 1호점’의 전체 시청시간이 40분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분석 결과 ‘대조영’을 7회 이상 시청한 헤비뷰어의 경우 KBS1 프로그램에 대한 선호도가 상당히 높게 나타난다<6>. 타채널 드라마 중에는 SBS ‘왕과나’가 유일하다.‘대조영’의 헤비뷰어는 단순히 사극을 좋아한다기보다 KBS1에 대한 충성도가 매우 높은 집단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조영’을 1회 이상 시청한 사람들의 선호 프로그램에 드라마, 오락, 보도 프로그램들이 채널별로 다양하게 속해있는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커피프린스 1호점’을 6회 이상 시청한 헤비뷰어의 경우, 역시 ‘커피프린스 1호점 스페셜’ 방송이 시청률 2위를 차지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항상 상위 3위 안에 랭크되었던 ‘대조영’이 7위로 밀려나 있고 SBS ‘왕과 나’는 20위 내에 들지도 못하였다. 또 20위권 내에 다양한 프로그램과 채널이 섞여 있는 것으로 미루어 특정 채널에 대해 충성도가 높은 것은 아니라 할 수 있다<7>.

‘대조영’과 ‘커피프린스 1호점’ 헤비뷰어의 연령대 구성비를 살펴보면 ‘대조영’ 헤비뷰어는 50대와 60대 이상이 전체의 56%를 차지하고, ‘커피프린스 1호점’의 헤비뷰어는 30대가 35%, 10대 15%, 40대가 19%로 상대적으로 연령층이 어리게 나타났다<8><9>.

이렇게 특정 프로그램의 헤비뷰어는 단순히 성별이나 연령대만으로 타깃을 규정했을 때에는 확인할 수 없는 다양하고 독특한 특성들을 보여준다. 이런 점은 광고 플래닝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예를 들면, 한 달 동안 프로그램A의 후CM에 광고를 집행했다면 프로그램A를 시청하고 광고에 노출된 사람들이 이후 어느 채널의 어느 프로그램으로 이동할 것인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