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인터뷰 | 맨해튼의 광고인들 ② 허태윤 제일기획 미주법인장

美주류사회 겨냥한 한국의 빅아이디어

인터뷰 : 이종선 / 한국방송광고공사 뉴욕지사장
정리 : 이민영 / 기자

 

1992년 미국 뉴저지주에 자리잡고 한국 광고회사로서는 최초로 미국 주류 사회를 대상으로 광고 서비스를 시작한 제일기획 미주법인. 현지 채용인이 직원의 대다수를 이루며, 통합마케팅을 추구, 다른 회사들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제일기획 미주법인을 이끌고 있는 허태윤 법인장을 만나보았다.

간단한 회사 소개를 부탁한다.

본사가 100% 투자한 자회사로 92년 창립, 광고, 프로모션, 이벤트, 인터넷광고, PR 등 ATL부문과 BTL부문을 총망라하는 홀리스틱(Holistic)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회사다. 2007년 애드에이지가 발표한 미국 광고회사 순위 95위에 올랐고, 전년도 매출액은 1억8천만 달러다. 뉴저지에 북미 본사를 두고, IT중심의 B2B 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LA 인근의 어바인 지점과 휴대폰 사업 중심의 텍사스주 달라스 지점을 비롯, 멕시코와 캐나다 등에 현재 115명이 근무하고 있고 충원을 계속하여 연말에는 총 135명이 근무할 예정이다. 미국은 세계 광고 문화의 중심지기 때문에, 때로는 미국의 앞선 인프라와 정보, 우수한 인력을 바탕으로 본사를 선도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올해부터 분기별로 발행하고 있는 뉴스레터 ‘퍼스펙티브(Perspective)’ 지를 통해 미국 내 새로운 마케팅 트렌드나 커뮤니케이션 기법을 본사, 제일기획 전세계네트워크, 광고주인 삼성전자와 미국 업계에 소개하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미국의 다른 광고회사와 구분되는 제일기획 미주법인만의 차별성은 무엇인가.

전통적인 광고 외에도 리테일(retail), 인터넷 광고, 이벤트, PR, 프로모션, 옥외광고 등 총체적 서비스가 가능한 토털 커뮤니케이션 회사라는 점이다. 우선 온라인 · 오프라인과 ATL · BTL이 공동으로 크리에이티브 아이디어를 내고 각각의 매체 특성에 맞도록 다시 별도의 작업을 하는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어 통합(Integration)이 다른 어떤 회사보다 잘 된다고 자부하고 있다. 또한, 한국 광고회사로서는 최초로 미국 현지에서 주류사회를 대상으로 광고 서비스를 시작한 법인이다. 미국 내에도 기존 한국계 혹은 아시아계 광고회사가 있으나 대부분 미국 내 한국사회나 아시안 시장만을 주요 타깃으로 하기 때문이다.

미국 현지에 진출한 한국 광고회사로서 주류사회를 겨냥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글로벌기업이 되기 위한 요건은 첫째, 글로벌 마인드를 갖춘 인재를 적극 육성하는 것, 둘째로는 현지문화를 이해하고 현지 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등 핵심역량을 갖추는 일이라고 본다. 제일기획 미주법인은 2007년 8월 현재 전체 직원 115명 중 한국 출신 파견자(주재원)는 8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107명은 모두 현지 채용인일 정도로 현지 채용인 비율이 높은 편이다. 현지 채용인은 현지 비즈니스 관습과 문화에 익숙하고 한국 파견자는 본사와 연계해 활발한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충분히 활용, 상호 협업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처음에는 어려운 점도 많았다. 미국에서는 인력의 이동이 많은 편인데다, 채용과정은 보통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리는 반면 이직 시에는 고작 2주 전에 퇴사 통보를 하는 것이 관례라서 급작스런 인력 충원에 곤란을 겪기도 한다. 이에 연 1회 헤드 헌터를 초청하여 회사를 알리는 등 인재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글로벌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현지채용인 주도의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글로벌 광고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국내 광고인, 글로벌 광고인을 막론하고 무엇보다도 ‘좋은 아이디어’가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시대가 변해도 광고회사가 제공할 서비스는 아이디어이기 때문이다. 광고주의 문제를 해결할 빅 아이디어를 가진 인재가 가장 중요하다.

삼성전자가 유일한 클라이언트다. 어떤 프로젝트들을 수행했나. 토종회사로 자리잡기 위해 다른 광고주 영입도 필요할 듯 한데.

최근 수행한 프로젝트 중 성공사례로 우선 CNet 캠페인을 꼽을 수 있다. CNet은 월 1천5백 명이 방문하는 미국 최대 규모의 온라인 제품 리뷰 사이트인데, 이 사이트 내에 삼성전자 광고 캠페인을 전개, 5천1백만 명의 임프레션 효과를 거뒀다. 또한 미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NFL을 활용, 2005년부터 삼성전자 스포츠 마케팅 캠페인을 전개하여 2006년 삼성 HDTV 인지도가 31%에서 58%로 오르는 등 큰 성공을 거두었다. 삼성전자가 유일한 클라이언트라고 하면 업계에서는 상당히 의아해할 지도 모르는데, 사실 최근 수년간 삼성전자는 급속한 성장을 보여 실질적으로 10개 이상의 클라이언트를 영입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렇게 삼성전자 대행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제 비계열 광고주 영입을 시작하고 있다. 최근에 달라스 관광청을 광고주로 영입하는 성과가 있었고, 금년 중 신규 광고주를 2~3개 추가로 유치하는 것이 목표다.

제일기획 미주법인의 로드맵이 궁금하다.

제일기획 미주법인 영문명은 Cheil Communications America인데, 회사 이니셜을 활용한 ‘CCA 2.0’이라는 비전으로 회사를 발전시켜 궁극적으로 2010년까지 미국내 50위권 광고회사로 발돋움하는 것이 목표다. AP부분을 대폭 강화하고 미국 글로벌 광고회사에서 20여 년간 근무한 우수 인력을 영입하여 올해 ISG(통합솔루션그룹, Integrated Solution Group)팀을 신설, 강점인 홀리스틱 서비스(Holistic Service)를 솔루션(solution)화시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채비를 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광고회사들은 지주회사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그룹들이 각자 독립적인 이익을 추구하다보니 광고주에게 종합적인 마케팅 솔루션을 제공해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제일기획 미주법인은 최근에 크리에이티브가 강한 중소형 광고회사인 크리스핀 포터(Crispin Porter), 위든 + 케네디(Wieden + Kennedy)처럼 통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온라인, 오프라인, ATL, BTL을 입체적으로 넘나드는 진정한 의미의 크리에이티브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