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비평 | 정치광고 크리에이티브

선거 때만 ‘반짝’ 세태 넘어야 큰다

마정미 /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부 강사

17대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정치광고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우리의 정치광고는 13대 대선을 기점으로 현대화, 본격화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아직도 정치인들이 정치광고를 선거판에만 필요한 것으로 인식하고 목전의 목표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정치광고 크리에이티브의 발전은 지지부진한 면이 없지 않다. 이번 광고비평에서는 한국과 해외에서 집행된 정치광고의 면면을 살펴보며 정치광고 크리에이티브의 발전을 모색해 본다.

영화 ‘웩더독(Wag the dog)’은 대니얼 부어스틴이말한 ‘의사사건(pseudo event)’과 ‘뉴스 만들기’의 전형을 보여준다. 영화는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을 잠재우고 재선에 성공하기 위해 정부 로비스트가 영화기획자와 함께 가짜 전쟁을 벌이고 가짜 영웅을 만드는 등 의사사건을 만들고 여론을 조성하여 결과적으로 재선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것은 영화에 등장하는 현직 대통령의 재선 출마 광고다. ‘달리던 말은 바꾸어 타는 법이 아니다’라는 카피의, 마치 루즈벨트 대통령 시절에 나올법한 고색창연한 광고여서 극중 영화기획자 스탠리 모스는 이광고를 끔찍하게 혐오한다. 그러나 이 광고는 묘하게도 그 반복성 때문에 관객들에게까지 각인된다.

칸느를 사로잡은 정치광고 ‘진실’ 편

현실정치에서 정치광고는 어떤 힘을 갖고 있으며, 정치광고의 크리에이티브는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까? 2006년 칸느 광고제에서 은상을 수상한 아르헨티나의 정치광고는 새로운 정치광고 크리에이티브의 면모를 보여준다. 공약을 내세우거나 상대후보를 비방하는 공격광고, 비교적 새로운 감성적 소구 등의 여느 정치광고들과 차별화되기 때문이다.

화려한 영상이나 감동적인 음향 없이 자막만 주욱 나오는 이 광고는 보이지 않는 내레이터가 자막을 읽어가는 형식이다. 처음 들으면 약간 이상하다. 대단히 부정적인 내용들이 담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자막을 거꾸로 읽어나가기 시작하면 무릎을 치게 된다. 자막을 거꾸로 읽자 부정적인 진술이 모두 희망적인 내용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본문을 보자.

이것은 진실입니다./ 우리가 현실을 뒤집는다 해도/ 우리는 세계 최고의 국가가 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만약에, 제가 이렇게 말한다면 그건 거짓말이 될 것입니다./ 아르헨티나의 앞에는 위대한 미래가 있다고,/ 우리나라는 안전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우리경제는 부강해질 것이라고,/ 우리의 아이들은 건강해지고 교육을 받고 직업을 얻을 것이라고 말한다면./ 무엇보다도 여러분들은 알아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그러한 것들에 걸맞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는 아르헨티나의 국민들을 알기에 확신합니다./ 부패와 위선은 우리의 본성입니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믿기를 거부하는 것은,/ 우리가 앞으로는 위대한 국가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국민들의 투표 덕택에/ 이 나라는 한층 더 수렁에 빠지고 있습니다./ 아직 더 놀랄 것이 있는데,/ 아르헨티나에는 오직 한 가지 운명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좋아하든 아니든/ 이것이 진실입니다.

여러분은 제가 정확히 반대로 믿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진실은 이렇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좋아하든 아니든/ 아르헨티나에는 오직 한 가지 운명밖에 없습니다./ 아직 더 놀랄 것이 있는데,/ 이 나라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국민들의 투표 덕에/ 우리가 앞으로는 위대한 국가가 될 수 있습니다./ 내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믿기를 거부하는 것은/ 부패와 위선이 우리의 본성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아르헨티나의 국민들을 알기에 확신합니다./ 우리 나라는 그러한 것들에 걸맞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여러분은 알아야 합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건강해지고, 교육받고, 직업을 가질 것이라는 것을/ 우리경제가 부강해지리라는 것을/ 우리가 안전한 나라가 되리라는 것을./ 아르헨티나의 앞에는 위대한 미래가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들에게 이렇게 말하면 그건 거짓말이겠죠./ 우리가 세계 최고의 나라가 될 수 없다고 말입니다./ 우리가 현실을 뒤집는다면/ 이것은 진실입니다./ 대통령 후보 로페즈 머피/

정치광고가 가장 발달했다는 미국의 경우 뛰어난 광고캠페인 사례가 많은 편이다. 공화당 후보 아이젠하워(Dwight D. Eisenhower)와 민주당 후보 스티븐슨(Adlai Stevenson)이 출마한 대선에서 사용된 광고가 정치광고의 시초다. 아이젠하워의 흑백광고는 역사적으로도 성공한 광고로 꼽힌다. “아이젠하워가 미국에 답한다(Eisenhower Answers America).”로 불리는 이 캠페인은 시리즈 광고로 구성되었는데 아이젠하워가 편안한 배경에서 관객들이 던지는 여러 가지 질문에 꾸밈없이 대답하는 그야말로 노변정담의 형식이 특징이다.

1964년, 민주당의 존슨(Lyndon B. Johnson) 후보는 폭스바겐(Volkswagen)과 에이비스(Avis) 광고로 명성 높은 광고회사 DDB에 광고를 맡겼다. DDB는 빈곤 퇴치를 위해 싸우고 의료혜택을 제공하는 한편, 핵무기 개발에 반대하는 존슨의 의지를 알리는 광고를 만들었는데,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유명한 ‘데이지(Daisy)’ 광고이다. 데이지 꽃잎을 세고 있는 어린 소녀가 멀리 들리는 핵폭탄의 카운트다운 소리와 함께 사라지는 내용의 이 광고는 강렬한 이미지와 메시지로 인해 한번 방영되고도 대중매체에 끊임없이 회자되고 패러디되었다.

네거티브 광고와 정치광고

정치광고는 종종 상대방을 공격하는 형식을 취한다. 1988년 미국 공화당의 조시 부시(George Bush)는 공격적인 네거티브 광고를 통해 도전자인 민주당 듀카키스(Michael Dukakis)의 죄수 가석방, 국방문제, 매사추세츠의 오염 문제 등을 신랄히 비판했고, 성과를 얻었다. 광고는 죄수들이 일렬로 서서 회전문을 통해 감옥을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모습을 보여 주며 이를 통해 중대 범죄인들의 가석방에 찬성하는 듀카키스의 정책을 비판했다. 또한 ‘월리 호톤(Willie Horton)’ 이라고 불리는 광고를 통해서는 난폭해 보이는 흑인 범죄인의 사진과 함께 “과연 어느 후보가 강간범들과 살인범들에게 주말 석방 허가를 내주었을까요? 바로 마이클 듀카키스입니다.”라는 직접적인 공격광고로 상대후보에게 치명타를 안겼다.

이런 네거티브 광고의 최근 사례로는 올 봄에 힐러리 클린턴을 빅브라더로 묘사해 화제가 됐던 UCC 정치광고를 꼽을 수 있다. 지난 3월 5일 처음 유튜브에 올라온 이 UCC 광고물은 순식간에 최고 조회수를 갱신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광고는 애플사가 매킨토시를 출시하면서 지난 1984년 슈퍼볼게임에 내보내 신화가 된 매킨토시 광고를 패러디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원용한 매킨토시 광고는 독재자 ‘빅 브라더’에 의해 통제되는 암울한 전체주의적 미래상을 경고했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로봇처럼 열을 지어 들어와 경직된 표정으로 독재자의 말이 흘러나오는 커다란 스크린을 쳐다보는 와중에, 한 젊은 여성이 달려와 망치를 던져 스크린을 깨 버리는 내용이다. 문제의 UCC 광고물은 독재자의 영상을 힐러리로 바꾸었고, 말미에 “내년 1월 14일, 민주당 경선이 시작된다. 당신은 왜 2008년이 ‘1984’와 다른지 알게 될 것이다”라는 문구, 그리고 ‘BarackObama.com’이라는 웹사이트 주소를 삽입했다. 논란 끝에 광고를 만든 사람은 필립 드 벨리스라는 캠페인 전략가로 밝혀졌다. 오바마 측은 선거 진영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밝혔지만 2008년 대선을 앞두고 네거티브 광고의 서막을 올린 셈이다.

상업광고든 공익광고든 표현기법에서 네거티브를 사용하느냐 포지티브를 사용하느냐는 크리에이티브 전략상의 문제다. 보통 눈길을 끄는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나 부정적, 자극적인 내용들을 사용하는 것은 강렬한 주목효과와 호기심을 끄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광고에서의 네거티브 광고는 이와는 약간 다르다. 선거광고에서 네거티브 캠페인이란 상대방의 약점, 비리, 실수를 폭로하고 공격해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전략이다. 네거티브는 허무맹랑한 흑색선전이나 유언비어라기보다는 전략적인 측면에서의 비교광고인 셈이고 보편적인 정치선거 전략의 하나다.

정치광고에서 네거티브 선거전이 종종 쓰이고 효과를 거두는 이유에 대해 심리학자들은 ‘부정성 효과 이론(negativity effect theory)’으로 설명한다. 사람의 심리적 특성상 부정적 내용이 긍정적 내용보다 빨리 퍼지고 강한 메시지여서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이론이다. 네거티브 광고는 양날의 칼이다. 성공했을 경우에는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지만 실패했을 경우, 특히 불법 수단을 동원했거나 허위 정보인 경우에는 ‘흑색선전’, ‘정치공작’으로 전락하고 부메랑처럼 자신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안길 수 있다.

이미지 정치와 감성광고

2002년 11월 27일, ‘인간 노무현’을 콘셉트로 해 국민의 감성에 호소하는 민주당의 첫 텔레비전 광고 ‘눈물’ 편이 방영되었다. 존 레논의 ‘이매진(Imagine)’이 배경음악으로 흐르는 가운데 활짝 웃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과 통일 축구의 한 장면이 겹치고, 농민과 막걸리를 마시는 노 후보의 모습이 이어진다. 뒤이은 흑백 화면에서는 눈물을 가득 머금은 노무현 후보가 한 줄기의 눈물을 흘리고 ‘노무현의 눈물 한 방울이 대한민국을 바꿉니다.’라는 카피가 유권자의 공감을 유도했다. 노무현 정부의 대선 승리가 광고만의 공적은 아니지만, 감성에 호소한 광고 전략이 성공을 거둔 것도 사실이다.

정치광고의 제작기법으로는 흔히 다큐멘터리 형식, 입증식, 시네마 베리떼 형식이 사용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광고가 음악과 음향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친밀한 이미지, 역동적인 이미지, 감성적인 접근이 많은데, 특히 최근 들어 감성광고가 늘었다. 감성적 광고는 후보의 이미지를 인간적으로 보여주거나, 혹은 목적한 바의 이미지대로 구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케네디는 TV토론회와 TV광고를 통해 구축한 ‘젊고 강한 이미지’를 사용해 닉슨을 꺾고 당선됐으며 대선 패배 이후 닉슨은 PR, 광고, TV 전문가들을 보좌관으로 기용하여 자신의 이미지를 전략적으로 만들어냈고, 그 결과 1968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레이건은 보통 사람의 이미지로 선거캠페인을 이끌었으며, 클린턴은 쇼 프로그램에서 자유로운 복장으로 색소폰을 연주하는 등 공화당 후보와의 차별성을 확고히 해 이미지 광고의 시대를 열었다. 서울시장 후보로 경쟁했던 강금실 후보와 오세훈 후보 역시 이미지 전략으로 승부했다. 정치인에게 ‘이미지 정치’는 이제 필수적인 것이 되었다.

이미지 정치는 미디어 정치로 판도가 옮겨가면서 벌어지는 필연적인 현상이다. 이제 체육관이나 여의도광장에 모여 세를 과시했던 대규모 군중동원집회와 같은 예전의 정치유세 시대는 가고 바야흐로 미디어정치 시대로 접어들었다. 전문적인 여론조사, TV 토론, 방송연설, 정치광고 등이 주된 선거운동이 되었으며 전문가의 선거전략 수립, 후보자의 이미지 창출 등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선거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에는 정치광고를 넘어 인터넷 포털 사이트나 인터넷 커뮤니티, UCC 등 뉴미디어의 활용이나 정치 이벤트 기획 등으로 전통적인 선거운동 방식을 과감히 탈피해 새로운 영역을 창출해 나가고 있다.

이렇게 유권자와 후보자가 직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들고, 유권자가 미디어, 특히 방송을 통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고 후보자를 판단하고 선택하게 되면서 후보의 이미지, 특히 시각적인 이미지가 점점 강조되기 시작했다. 후보자들은 유권자들에게 자신들을 인지시키기 위해 타 후보와 차별화되는 이미지 구축을 고심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이미지와 실체는 별개의 것일 수도 있지만 정치인의 이미지에는 그 속에 후보의 삶과 정책, 그리고 이슈에 대한 기본 메시지 등이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이미지의 강조를 딱히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 이미지 강조가 정책의 부재를 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지란 결코 단기간의 캠페인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이미지가 그렇듯이 정치인의 이미지도 그의 정치적 이력과 사회적 이슈, 활동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부가되는 법이다. 관건은 짧은 선거기간과 박빙의 순간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그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차별화하느냐다.

한국의 정치광고

정치광고가 활성화되어 있는 미국과 비교한다면 국내의 정치광고는 아직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광고산업 측면에서도 정치광고가 차지하는 비율은 크지 않으며 광고행위에 대한 선거법의 규제가 많고, 소규모 업체가 난립한 반짝 시장이기에 정치광고가 전체 광고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더구나 길고 긴 독재정치, 군부정치로 점철된 우리나라의 정치역사 때문에 정치광고 자체도 민주화된 지 그리 오래지 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나마 14대, 15대, 16대 대선을 거치면서 우리나라 정치광고도 나날이 발전해오고 있다.

국내 정치광고의 역사는 일제 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한말의 독립협회, 친일단체인 일진회가 각각 신문에 집행한 정치광고를 통해 기관의 정치적 이미지를 형성하고자 한 것이 우리나라 정치광고의 시초다. 하지만 본격적인 정당 및 정치인에 의한 광고가 시작된 것은 1948년 5월 10일 총선부터다.

1963년 12월에 실시된 제 5대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자는 각 일간지에 5회, 정당은 후보자와 정강 · 정책 · 선거강령 등의 선전문을 각 일간지에 10회 이내’ 등으로 정리된 신문광고의 이용 규정이 처음으로 구체적인 법률조항에 적용되었다. 이후 위의 규정은 제 6대, 제 7대 대선에도 그대로 적용되었으나, 유신헌법과 긴급조치시대였던 제 8대~제 11대 대선까지 대통령 선거에서는 신문광고를 이용한 선거운동이 전면 금지되었다.

제 12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후보자에 한해 정견, 소속정당의 정강, 정책 등을 일간지에 3회 이내(1회 광고 시 일간지 수는 7개 초과 불가)로 광고 집행을 허용하는 규정을 두어 다시 부분적으로 정치광고가 실시되었으며, 연합광고가 민정당의 인쇄광고 및 포스터 제작에 부분적으로 참여하였다. 이후, 처음으로 직선제 선거가 이루어진 제 13대 대선부터 광고회사의 참여와 더불어 광고전문인이 개인자격으로 특별보좌역이나 선거참모로 기용되는 등 광고회사와 광고인의 정치 광고참여가 직 · 간접적으로 본격화되었다.

즉 정치광고가 본격적으로 등장하여 정치선거의 주요 도구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87년 제13대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하고 있다. 현대적 의미의 정치광고가 갖추어야 할 전략 전술과 제작기법이 본격적으로 이용된 것이 이때부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1992년 제 14대 대선에는 각 후보 진영의 정치광고가 양적, 질적으로 크게 발전했다. 특히 기업광고의 전략전술이 정치광고에 도입되어 한국 정치광고의 커다란 전환기가 되기도 했다.

제 14대 대통령 선거부터는 선거운동기간 중 텔레비전 및 라디오 시설별 각 5회 이내(방송시간은 1회에 1분을 초과할 수 없음) 등으로 규정된 방송광고가 정치광고에 도입되었다. 1997년 제15대 대통령선거의 경우, 김대중 후보의 승리요인 중 하나로 옴니버스 기법과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한 TV 정치광고가 꼽히고 있다. 이를 계기로 정치광고는 그 역할과 기능이 확대되어, 선거캠페인에서 필수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하였으며 제 16대 대선에도 노무현 후보와 이회창 후보의 감성적인 광고가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미디어크라시와 정치광고의 전망

정치광고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광고제작시 치밀한 전략과 크리에이티브 개발이 필수적이다. 광고캠페인의 결과가 당락으로 극명하게 대비되기 때문에 그 어떤 상품광고 경쟁도 이보다 치열할 수 없다. 치열한 경쟁인 만큼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며 효율적인 정치광고 전략이 선결과제다.

그러나 눈부신 자본의 성장과 광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유독 정치광고의 크리에이티브는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물론 15대, 16대 대선 광고는 이전 시기정치광고에 비해 괄목할만한 차이를 보여주었지만, 근본적으로 정치광고의 성격 때문에 정치인과 광고인들 자체가 스스로 크리에이티브를 한계 짓고 있는 부분도 있다.

우리 정치광고의 문제점은 정치인들이 정치광고를 선거판에만 필요한 것으로 인식하고 목전의 목표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정치광고 자체의 특질과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선거 때마다 우후죽순처럼 정치광고회사가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서 경험이 축적될 여지가 없으며, 때문에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정치광고가 만들어지기에는 역부족이다. 정치광고는 방송광고 허용기간과 횟수가 정해져 있어 지속적인 광고캠페인, 순발력 있는 광고캠페인을 펼치기에 좋은 조건이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유권자들의 정치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후보자들도 광고 및 홍보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참신한 크리에이티브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유권자의 심중을 감각적으로 분석하여 광고적으로 접근할 줄 아는 시각이 필요하며, 후보자에 맞는 정책 개발과 후보자 콘셉트, 이미지 전략 등 후보자에 대한 전반적인 홍보컨설팅이 국내 정치광고가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다.

필립 코틀러는 정치 후보자도 하나의 상품이라고 했다. 점점 미디어크라시의 영역이 넓어지고 영향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정치광고의 몫은 이전과 분명 다르다. 성공적인 정치광고 캠페인을 위해서 정치권은 광고를, 광고업계는 정치권을 올바르게 바라보고 접근하는 상호이해의 시각이 필요할 것이다. 정당이나 후보자 역시 정치광고 전문인을 정치캠페인의 동반자로 인식할 때 비로소 효과적인 정치광고 전략을 펼 수 있고 궁극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