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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비평 | 광고와 성젠더의 영역 넘는 다양한 표현 공존해야지원배 / 동명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겸임교수
성에 대한 표현은 사회의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요구에 의해 특정한 표상으로 생성, 변화된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우리사회에 보편화되어 있는 성 이데올로기는 남성 중심적으로 이루어져 있다. 남성과 여성간의 본질적인 차이와 관계없이 여성다움과 남성다움이 사회적인 차원에서 결정되고 있다는 뜻이다. 광고는 끊임없이 성역할에 대한 형식을 제공하고, 성역할의 사회적 행위나 문화적 가치로서의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을 규정하고 의미 작용한다. 광고는 우리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미시적인 측면에서 광고는 광고물이라는 메시지를 제작하여 매체를 통해 전달함으로써 소비자나 다른 광고수용자를 설득하는 커뮤니케이션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제 광고를 단순히 판매 수단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광고는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사회 분야 속에서 어우러져 습관이나 생활방식을 만들어 낸다. 광고가 문화를 단순히 거울처럼 반영하는 경우도 있으나 때로는 새로운 가치관과 생활양식 등을 주도하면서 문화를 형성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광고를 제도(institution)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번 호에서는 광고에서 표현되는 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광고에서는 유명인과 전문인, 일반인 모델 등이 정보원이 되어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자를 설득한다. 남성을 설득하기 위해서 여성모델이 나오기도 하고 여성을 설득하기 위해 남성모델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처럼 성별에 따라 업종별로 나오는 빈도에 차이가 있고 표현하는 방식도 다르게 나타난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우리사회에 보편화되어 있는 성 이데올로기는 남성 중심적으로 이루어져 있다. 남성과 여성간의 본질적인 차이와 관계없이 여성다움과 남성다움, 그리고 남성과 여성의 관계는 사회적인 차원에서 결정된다. 광고는 끊임없이 성역할에 대한 형식을 제공하고, 성역할의 사회적 행위나 문화적 가치로서의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을 규정하고 의미 작용한다. 광고에서 성에 대한 표현은 미시적으로는 소비자의 공감대를 얻어내어 제품 또는 서비스를 인지하고 구매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며, 더 나아가 자라나는 어린이·청소년들에게 이것은 남자가 해야 할 일, 저것은 여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 규정하는 등 성역할의 고정 관념을 고착화시킬 수도 있다. 성 역할 구분하는 전형적 표현방식 잔존방송계에서는 과거 남자들의 전유물이었던 일기예보가 여성 아나운서의 영역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제 여성 아나운서가 스포츠 뉴스를 진행하는 일 또한 낯설지 않다. 이처럼 우리사회에서 성 역할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광고에서의 성역할은 아직 변화가 더디다. 광고가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가지고 여성을 표현하는 사례들이 많다. 예를 들면, 여성의 위치는 가정이고, 여성은 중요한 결정이나 중요한 일을 하지 못한다고 은연중에 암시하는 식이다. 일부 광고는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허쉬만(Hirschman)은 이데올로기적인 이원론을 통해서 남성다움은 이성적, 객관적, 굳건한, 보편적인, 독립적, 공적, 지배적, 활동적임을 지시하는 반면에 여성다움은 감정적, 주관적, 부드러운, 구체적, 의존적, 사적, 종속적, 소극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광고에서 남성은 직장에서 일하고 자동차를 운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반면, 여성은 청소하고 요리하는 모습이 많은 점도 대조적이다. 자동차광고는 남성들의 전유물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자. 송일국을 모델로 한 윈스톰 광고를 보면, 한 남성이 자신을 앞지른 차를 다시 추월한다는 내용을 보여주면서 힘을 남성다움의 상징인 것처럼 보여주고 있다. 그랜저 광고의 경우, 한 여성이 우연히 마주친 옛 남자의 모습을 보며 “참 많이 변한 당신, 멋지게 사셨군요.”라는 카피로 그에게 반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광고에서 남성은 상당히 독립적이고 활동적인 데 비해 여성은 의존적이고 소극적이다<1>. 이처럼 환상 속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 남성들에게 모방하기를 강요할 경우 성의 고정관념은 더욱 고착화될 것이다. 반면 여성을 묘사할 때는 업무에서의 역할보다 전통적인 역할에 초점을 맞추는 광고들이 많다. 광고에 지배적으로 나타나는 여성의 이미지는 아름다움의 이미지다. 그 중에서도 최근 대중문화계의 중요한 키워드는 섹시함이다. 과거에 아름다운 여성은 외모뿐만 아니라 지성을 겸비해야 했지만 지금은 당당하게 자신의 몸을 드러내는 것이 아름답다고 여긴다. 문제는 성인뿐만 아니라 10대 청소년에게도 과도한 성적 이미지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과거 전지현은 10대 시절 삼성전자 마이젯 광고에서 섹시함을 강조하였고, 최근에는 음료브랜드인 아일락 광고에 17세인 고아라가 등장해 치마가 바람에 날려 속이 보일락 말락 하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2>. 10대 모델도 섹시함을 나타낼 수는 있지만 청소년의 성적 노출은 관음증을 자극할 수 있고 성 상품화를 조장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광고제작자들은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 표현을 할 때,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두 번째로 광고에 지배적으로 나타난 여성의 이미지는 어머니로서의 이미지다. 텔레비전 광고에서 나오는 전형적인 여성상은 권위 있는 남자로부터 열심히 조언을 얻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시중을 들거나 더 예쁘게 보이고 싶어하는 가정주부 모습이다. 과거 최진실을 일약 스타로 만들었던 삼성전자 광고의 카피,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에요’에서 알 수 있듯이, 여성은 남자를 내조하는 것이 존재의 의미인 양 묘사되었다. 이러한 여성상은 주방용품, 세제 등 일상용품의 경우에 잘 나타났다. 가끔씩 남성모델이 세제 용품을 광고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광고에서 여성이 중심이 되고 있다.
딸: 아빠! 어디를 가 봐도 우리 집만큼 깔끔한 데 없다 가정에서 엄마의 역할은 빨래하고 청소하고 가족의 간식을 챙겨주는 존재인 반면 아빠에게 가정은 휴식의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여성인 딸에게도 아내와 같이 순종하고 집안청소를 잘하는 여성상을 심어 줌으로써 남자가 해야 할 일과 여자가 해야 할 일을 구분 짓고 있다. 또 다른 페브리즈 에어 광고는 남편이 아무런 상의 없이 갑작스럽게 친구들을 데리고 오려고 하자 아내는 페브리즈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남편의 사랑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러한 서사구조는 남성과 여성의 역할은 분명히 다르다는 고정관념을 고착화시킬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많은 여성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데도 직업이 없는 것으로 왜곡할 경우 직업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으로 성차별이 이루어질 수 있다. 주체로서 당당한 여성 표현 늘어나과거에는 여성을 성적 소구의 대상이나 전업주부로만 묘사하는 등 표현의 한계가 있었으나 최근 광고에서는 여성을 점점 더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다. 특히 결혼이나 육아에 중점을 두는 전통적인 여성상보다 사회적 성공에 관심을 두는 새로운 여성상인 콘트라 섹슈얼(contra-sexual)이 등장하면서 여성에 대한 광고 표현 양식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페미니즘 광고의 효시라고도 불리는 레브론(Revlon) 향수 광고는 당시 세련되고 자신만만한 전문직 여성이 남자의 엉덩이를 치는 파격적인 표현으로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 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8년 코카콜라 광고에서 심혜진이 도시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로 남성과 대등하게 일을 하고 야구장에서 야구도 하는 적극적인 모습으로 그려져 여성에 대한 광고표현 방식에 변화가 왔음을 보여주었다.
박카스 광고에서는 직장 내 여성의 역할이 변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광고는 박카스 돌리기로 야근할 사람을 정하는데 결국 한 여성 직원이 야근을 하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4>. 남1: 딱 한 번이야 과거 광고 속에서 직장 여성은 주로 복사를 하거나 심부름을 하는 부수적인 존재로 그려졌던 반면, 이 광고에서는 남자 직원들이 여자 직원을 동료로 간주한다. 결국 남성과 여성을 수직적 구조가 아닌 수평적 구조로 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여성의 연애 표현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 여성은 순종적이고 남성의 의견에 동의하는 역할로 표현되었으나 최근에는 당차고 자신의 의견을 주장할 줄 아는 여성으로 그려지고 있다. 김태희를 모델로 한 마티즈 광고를 보자<5>. 김태희가 남성을 성적 매력으로 유혹하고 있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마티즈의 매력에 빠져 남자를 세차하는 데 이용하고 차 버린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는 눈부시게 멋있었고, 나는 내 갈 길 갔다.’ 이제 여성은 남성을 꼬시기 위한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결정하는 주체다. 즉, 남성과의 관계 속에서 의존성을 버리고 과감하게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는 신세대적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다. 연애관계에서 더욱 파격적인 소재를 제시한 ‘스카이’ 광고를 보자. 스카이 매직 키패드 광고는 오래된 연인 사이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양다리’가 들통난다는 내용이다<6>. 이러한 내용이야 예전에도 많이 있었지만 문제는 양다리를 걸친 사람이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라는 점이다. 매직 키패드 광고가 새로운 점은 누가 이 문제를 주도하고 있느냐다. 과거 남성들의 전유물로만 인식되던 양다리 걸치기는 이제 여성을 주체로 신선하게 다가온다. 자막: 딱 걸렸을 때를 위한
기존의 남성다움 파괴하는 새로운 남성상 등장최근 들어 남성상도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유머러스한 남성이미지가 전통적인 남성상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여성과 남성이 같이 모델로 등장하는 경우를 보더라도 권위적이고 엄격한 가부장적 남성보다 가정적이고 부드러운 남성이 더 많이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 남성성을 파괴하는 새로운 남성상도 있다. 남성적이지 않거나 여성적인 성적 정체성을 보여주면서도 이상적인 외양을 갖춘 뉴맨(New Man)이라는 이름의 남성 표상이 새롭게 등장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 초반에 ‘꽃을 든 남자’ 화장품의 출시를 시작으로 자상하고 외모 가꾸기를 좋아하고 성적으로 매력 있는 남자가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국내외 연구자들은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뉴맨의 유형을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뉴맨으로는 젊은 남성의 반항적이며 자유분방한 이미지의 스트리트 스타일(Street style), 패션과 외모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메트로 섹슈얼(Metrosexual), 여성적인 취향을 가진 크로스 섹슈얼(Cross-sexual), 거친 듯 부드러운 위버 섹슈얼(Ubersexual) 등이 꼽힌다. 크로스 섹슈얼의 대표적인 인물로는 이준기가 있다. 그는 ‘왕의 남자’에서 여성분장을 한 광대로 나와 예쁜 남자로 수많은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 광고에서는 자신의 장점인 여성스러운 면을 극대화해 다소 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캐릭터를 잘 소화해 냈다. 크로스 섹슈얼은 대중매체가 주도하는 스타 마케팅의 산물로서 남성성과 여성성이 공존할 수 있다는 가치관을 낳기 시작했다. 새로운 가치관을 창출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자칫 외모지상주의와 과소비를 부추길 수 있다. 위버 섹슈얼의 대표적인 인물로는 비를 들 수 있다. 비가 나온 ‘오늘의 차’ 광고는 마초와 메트로 섹슈얼의 장점을 모아 놓아 여성들에게 이상적인 남성상을 제시하고 있다<7>. 이러한 뉴맨의 등장으로 광고 속에서도 남녀의 성역할이 바뀌고 있다. 이제 광고는 남성만이 아닌 여성의 성적 판타지를 충족시켜 주는 매개체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남성용 화장품 보닌 광고는 모델 조승우가 전체적인 비주얼을 압도하고 있으나 여성이 내레이션을 하여 전체적인 분위기를 여성이 주도하도록 설정하였다<8>. 화장품을 사용하는 사람은 남성이지만 여성이 구매에 중요한 결정권을 갖는다는 마케팅적 사고가 두드러지는 표현방식이라 할 수 있다. 광고 속에서 비춰지는 남성상에는 소비자인 여성의 요구가 강하게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뉴맨의 등장도 광고 속 남녀의 성역할 변화에 크게 일조했다. 이제 남성도 여성에게 보이는 대상으로 바뀐 것이다.
서구적 문화양식 추종보다 생활 속 공감되는 표현방식 구현을성에 대한 표현은 사회의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요구에 의해 특정한 표상으로 생성, 변화된다. 많은 학자들은 성은 생물학적으로 타고나는 것이 아니며, 담론적으로 획득되고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젠더의 관점이라 주장한다. 브라이언(Bryan)은 광고는 무의식 중에 지각되며, 일단 기억 시스템 속에 들어오면 순식간에 영속적인 기억으로 변화하며, 사람들을 독립적인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고정 관념의 틀 안에서 보도록 만든다고 하였다. 성 역할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광고에서 성 역할은 세상의 변화에 보조를 맞추고 있지 않다.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에 대한 전형적인 표현방식을 고수하다보면 광고에서 여성이 회사 중역으로 표현된다든가 자동차를 고치는 모습은 보지 못할 것이고, 광고에서 남성이 저녁식사 준비를 하거나 빨래를 하는 모습은 보지 못할 것이다. 이 경우 남성과 여성은 자신의 역할을 고정하게 되고 이들의 관계는 수평적 구조가 아닌 수직적 구조로 바뀔 것이다. 과거 매체 속의 남성은 시선을 보유하고 보는 주체로, 여성은 보이는 대상이자 객체로 존재해 왔다. 그러나 최근 광고를 보면 여성도 시선을 보유하고 보는 주체로서 나타나기도 하고 남성 또한 보이는 대상으로 존재하기도 한다. 옳고 그르다는 이분법적인 논리보다는 그 시대에 맞는 표상이 다양하게 어우러지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다양한 방식으로 성을 표현하는 모습은 바람직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고야말로 더 발전된 문화를 성숙시킬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할 것이다. 이제 마케팅적 측면에서 의도적인 유행을 만들거나 서구에서 유행하는 트렌드를 쫓아가기보다는 생활 속에 공감되는 성의 표현 방식을 개발하여 소비자의 공감대를 얻어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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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브리즈
광고가 이러한 전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광고에서는 집안을 청소하는 엄마와 거실에서
과일을 깎아 먹는 아빠와 딸이 등장한다<3>.
최근
여러 광고에서 이러한 경향은 뚜렷해지고 있다. 스포츠는
남성의 전유물이라고들 생각하지만 아디다스 광고에서는
베컴 못지않게 인기를 끄는 여성 모델이 있다. 바로 장대높이뛰기
선수 이신바예바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스토리 전개로
소비자들의 공감을 쉽게 얻을 수 있었으며 특히 성적 매력을
소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새로운 변화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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