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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재 / 루이지애나 주립대 광고학과 교수
엄남현 / 텍사스주립대 광고학 박사과정

피자, 샌드위치 업계 비교광고 전쟁 중

피자헛에서 피자를 주문한 여성, 배달된 피자와 직원을 웃으며 맞는다. 그런데 뒤에 계단을 오르고 있는 남자를 보자마자 그녀는 다짜고짜 피자헛 직원을 집안 옷장에 숨긴다. 물론 피자도 함께 말이다. 계단을 오르던 남자는 다름아닌 그녀의 남편이며, 경쟁기업 파파존스의 배달 직원이다. 피곤에 지친 남편은 “모든사람이 피자헛만 먹는다구. 마치 사방에서 피자헛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여기서도.”라며 파파존스 로고가 선명하게 부착된 윗옷를 넣기 위해 옷장을 연다. 잠시 흐르는 부부 간의 어색한 침묵. ‘미국이 뽑은 최고의 맛, 피자헛!’이라는 카피로 광고는 끝나게 된다.

유머러스한 광고이기에 망정이지 사실 시각에 따라서는 비교광고가 아닌 비방광고로 볼 수도 있을 듯하다. 파파존스의 로고와 브랜드를 직접 언급함은 물론, 정확한 근거 없이 파파존스가 피자헛에 비해 형편없는 맛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샌드위치 브랜드 퀴즈노의 광고도 비슷하다. 광고에는 서브웨이 샌드위치의 이름만 살짝 바꾼 ‘Wrong way’라고 적혀있는 간판이 보인다. 퀴즈노는 빵을 데워주는 장치, 즉 토스터의 우월함이 퀴즈노의 맛을 결정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브웨이의 전자레인지식에 비해 퀴즈노의 그릴식이 더 우월하다는 것이다. 퀴즈노의 광고를 보면 그릴에 있는 샌드위치는 정말 맛있게 보이고, 전자파를 쐬고 있는 서브웨이 샌드위치는 몸에도 해롭고 맛도 없어 보인다.

미국에는 다양한 비교광고들이 집행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확연한 경쟁구도가 있는 식품업의 경우 그 정도는 더욱 심각하다. 과거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두 콜라회사의 광고들이 크리에이티브면에서도 인정을 받았던 것에 비해, 최근 비교광고들은 크리에이티브와 인지도 등 모든 면에서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비방을 위한 비방은 설득력이 없다는 방증인 것이다.

“맥잡의 개념을 바꿔라” 맥도날드의 사기진작 캠페인

최근 맥도날드가 집행하고 있는 광고캠페인의 주 타깃은 일반 소비자가 아니다. ‘직원들의 자신감(Employee-Pride)’이라고 명명된 이 캠페인은 수만 명에 달하는 내부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것이다.

광고의 주인공은 카렌 킹(Karen King)이라는 이름의 중년여성으로, 현재 약 5천 개의 맥도날드 매장을 관리하는 미 동부지역 총괄 디렉터이다. 그야말로 맥도날드 그룹의 핵심 요직에 있는 커리어 우먼인 것이다. 일견 소위 말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최고의 경영직에 오른 것 같지만, 사실 그녀는 30년 전 조지아의 로렌스빌이라는 작은 마을의 맥도날드에서 주문을 받던 시골 소녀였다. 중간 매니저, 업장관리, 여러 매장의 슈퍼바이저를 거쳐 결국 현재의 위치에 오르게 된 것이다.

흔히 미국 젊은이들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직장으로 월마트와 맥도날드를 꼽는다. 사실 숙련된 기술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작은 마을이라 해도 맥도날드와 월마트는 반드시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맥잡(McJob)’이라는 용어는 일부 사전에도 등재될 만큼 일반화되어 있으며, 다소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사회학자인 에치오니(Amitai Etzioni)를 비롯한 많은 학자들도 이런 한시적인 직업들이 미국의 젊은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하고 있다. 큰 꿈을 꾸고 미래를 설계하기보다는 그저 약간의 돈과 자유로움을 생각하며 맥잡을 손쉽게 선택하고 또 그만두기를 반복한다는 것.

이런 마음가짐을 지닌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최선을 다할 리 없다. 이번 맥도날드의 캠페인은 광고의 주인공 카렌이 밝히듯 수만명의 맥잡들이 가지고 있는 그릇된 직업관을 바로잡기 위함이다. 맥잡은 시간만 때우다 떠나가는 소위 미래가 없는 직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광고는 실제로 맥도날드의 매장 슈퍼바이저 중 70% 이상은 카운터에서 주문을 받던 사람들이며, 본사 중역의 40% 이상이 맥잡 출신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옴니콤, 세계 1위 마케팅 그룹 미국 내 1위 광고회사는 JWT

애드버타이징 에이지(Advertising Age)가 세계 상위 25개 마케팅 회사 및 미국 내 광고회사 순위를 발표했다. 세계 마케팅 회사의 순위는 1위부터 8위까지 지난해와 변동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옴니콤 그룹을 선두로, WPP그룹, 인터퍼블릭 그룹, 덴츠, 아바스(Havas), 이지스 그룹(Aegis Group), 하쿠호도, 에이퀀티브(aQuantive), 그리고 아사쯔-DK(Asatsu-DK)가 그 뒤를 이었다. 국내 회사로서는 유일하게 제일기획이 2억5천630만 달러(한 화 약 2천380억 원)로 21.6%의 성장률을 보이며 전체16위를 차지했다.

미국 내 광고회사 순위에서는 WPP그룹 계열인 JWT가 1위를 차지했으며, 옴니콤 그룹 계열인 BBDO 월드와이드가 2위, 인터퍼블릭 그룹 계열인 맥켄에릭슨 월드와이드가 3위, 그리고 4위부터 10위로는 레오버넷 월드와이드, 오길비&매더 월드와이드, DDB 월드와이드 커뮤니케이션 그룹, Y&R, 그레이 월드와이드, 사치&사치가 차지했다. 중소 광고회사로 분류되는 그룹 중에서는 버거킹 광고로 지난해 칸느 광고제에서 수상한 크리스핀 포터+보거스키(Chrispin Porter+Bogusky)가 30위, 나이키 광고를 통해 크리에이티브를 인정받은 위든&케네디(Wieden & Kennedy)가 31위를, 현재 미국에서 UPS 광고캠페인과 가이코(GEICO)의 원시인(Caveman) 광고 캠페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마틴 에이전시(Martin Agency)가 35위, 그리고 할리 데이비슨 인쇄광고로 지난해 칸느 광고제에서 수상한 카마이클 린치(Carmichael Lynch)가 39위를 각각 차지했다.

2002년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온 미국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회사들의 수입은 8.8% 성장해 지난해 총 282억 달러를 기록했다. 전통 매체의 성장은 4.2%에 그쳤으나, 매해 두 자리 숫자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인터넷이 17.3%의 성장을 기록하며 광고회사의 수입에 크게 기여했다.

코카콜라와 함께하는 ‘아메리칸 아이돌’

폭스사의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방송으로 손꼽히고 있다. 매주 화요일에는 참가자들이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부르고, 다음날 수요일에는 그 결과를 발표하는 순서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현재 시즌 6이 막바지에 이른 상태다. 그런데 최근 이 프로그램을 활용한 코카콜라의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마케팅이 부쩍 활발해져서 광고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자동차 회사인 포드(Ford)를 비롯해 몇몇 기업이 프로그램에 협찬을 하고 있지만,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코카콜라의 다양한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마케팅이다. 무대 중앙 위에는 자연스레 노출되는, 현란하지 않으면서도 깔끔한 ‘코카콜라스러운’ 광고가 펼쳐지고, 이를 지켜보는 세 명의 심사위원 자리에는 물컵이 아닌 코카콜라 로고가 새겨진 컵들이 놓여 있다.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란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소도구 혹은 배경으로 단순하게 노출되는 간접광고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나타난 것으로, 영화, 음악, 드라마, 뮤직비디오, TV쇼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안에 특정 브랜드의 제품, 상징, 이미지 등이 주요 소재가 되어 콘텐츠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겠다.

그렇다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브랜드 가치가 높은 코카콜라가 왜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에 관심을 가지는 것일까? TNS 미디어 인텔리전스 2007년 보고서에 따르면, 간접광고가 허용되는 미국에서 주요 시간대의 드라마나 TV쇼를 한 시간 시청하기 위해서 소비자들은 평균 18분 이상 광고에 노출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광고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지속적으로 보이게 되고, 이는 결국 광고효과에 대해 의심을 품게 만든다. 수많은 광고들로 인해 발생되는 클러터(Clutter) 현상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에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