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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우리들의 소비 트렌드 보고서 - 16한국 남성의 구매 및 소비행태우석봉 / 대전대
산업 광고 심리학과 교수
이번 호에서는 한국 남성의 구매와 소비관련 의식 및 행동에 관해 알아본다. 그동안 구매나 소비와 관련해 남성 소비자는 여성에 비해 대체로 덜 충동적이고 계획적이며, 유명브랜드 중시성향이나 브랜드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되어왔다. 하지만 소비자로서 남성 시장에도 과거와는 다른 변화가 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브랜드 중시 경향과 트레이딩 업‘브랜드’를 제외하고 현대 소비자의 구매와 소비행동을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 최근에는 양극화가 우리사회 모든 분야 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데 이는 소비나 구매 행동과도 무관하지 않다. 양극화 현상과 브랜드, 그리고 소비와 구매행동의 삼각 구도를 연결하는 현상으로 매스티지(masstige)를 들 수 있다. 매스티지란 보통 소득의 소비자(average consumer) 가 그들의 소득한계를 훨씬 넘어서는 고가의 유명브랜드를 구입하는 현상을 말한다. 매스티지의 메커니즘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은 트레이딩 업(trading up)과 트레이딩 다운(trading down)이다. 이는 소비자 개인을 중심으로 보면 소비의 양극화 현상과도 같다. 트레이딩 업은 개인의 소득과 어울리지 않는 고가의 제품이나 브랜드 구입에 돈을 지출하는 현상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 나머지 불필요한 제품의 구매를 억제한다. 그리고 생필품의 경우는 가장 합리적이고 경제적 가격대로 구매가 하향 이동하는 현상이 동반된다. 이것은 마치 한 달에 한번 근사한 이태리 식당에서 애인과 식사를 즐기기 위해 불필요한 지출은 최대한 억제하는 것과도 같은 현상이다. 매스티지는 전 세계적 현상일 뿐만 아니라 적용 제품의 범위도 점차 확산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전통적 프레스티지 제품인 유명 패션이나 보석, 자동차에서 이제는 금융, 건강, 주류, 커피 등으로 매스티지 현상은 그 경계를 넓혀가고 있다. 이는 최근 들어 많은 기업들이 고가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앞 다투어 출시하는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과거에는 생활 필수품 이외에 불필요한 제품, 특히 고가 사치제품의 구매는 바람직하지 않은 소비현상으로 간주되었다. 이는 소비를 기본적 생활의 영위를 위한 합리적인 행동이라는 관점(적어도 경제적 관점에서)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 소비자들에게 소비의 기능은 점차 자기(self)의 표현과 가치 고양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제 소비는 생활의 유지에서 생활의 방식 그 자체가 되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브랜드는 ‘더 나은나, 더 나은 삶의 가치’의 최적 수단인 것이다. 문화인류학이나 브랜드 마케팅 학자들이 브랜드를 무형의 상징(symbol) 으로 간주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브랜드가 하나의 상징으로 작용할 때, 그리고 소비자가 ‘더 나은’이라는 목표를 추구할 때 이를 가장 잘 충족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상징성과 가치 극대화의 파워가 가장 큰 유명 브랜드인 것이다. 그런데 트레이딩 업 현상은 주로 여성을 중심으로 한 현상일까? 유명 브랜드에 대한 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남성의 경우, 전체의 42%가 가격이 비싸더라도 유명 브랜드를 구입한다고 응답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20대 초반부터 40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흥미로운 것은 유명 브랜드의 가치지각(perceived value)이다. 전체 남성의 무려 72%가 유명 브랜드는 지불가격 대비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인식한다. 특히,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남성에서 이러한 경향이 가장 두드러진다. 브랜드로서 회사나 기업의 영향력도 큰 것으로 나타난다. 전체 남성의 약 63%가 회사나 기업을 중시한다고 응답하였으며 연령별로도 차이가 없다<1>.
쇼핑은 경제활동이 아니라 생활의 한 부분일 뿐과거에는 구매계획성 또는 합리적 구매가 경제여건이나 소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았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거나 형편이 나아지면 충동이나 비계획 구매가 증가하다가 상황이 바뀌면 계획이나 합리구매가 증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에서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구매가 반드시 두드러지는 어떤 특정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발현되는 행위는 아니다. 아름다운 꽃을 보기 위해 계획적으로 특정 장소를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길을 가다 아름다운 꽃이 있으면 자연스레 발길을 멈추는 것과도 같다. 과거 비계획적 충동 구매에는 죄의식(?)이 동반되었다. 마치 해서는 안될 일을 한 것처럼. 교육적 측면에서는 더욱 충동이나 비계획구매가 바람 직하지 않은 소비행동으로 규정되었다. 하지만 소비 사회에서 이제 물건을 구입하는 행위는 더 이상 경제활동의 한 부분이 아니다. 그냥 생활의 한 부분일 뿐이다. 계획성과 충동성을 중심으로 본 한국 남성들의 구매패턴은 어떠할까? 전체 남성의 약 35%가 특별한 이유 없이 물건을 구입할 때가 있다고 응답하였다. 예상하는 대로 연령이 낮아질수록 이러한 경향은 강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대 초반의 경우는 40대나 50대의 약 2배에 달하는 53%가 특별한 이유 없이 물건을 구입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사한 맥락에서 계획에 없던 구매를 할 때가 있다는 항목에 대해 전체의 26%, 그리고 20대 초반에서는 약 40%가 그렇다고 응답하였다. 이 역시 연령이 낮을수록 동의율이 높게 나타난다. 특히, 세일 혹은 매장의 디스플레이나 분위기가 충동이나 비계획구매를 유발하는 촉매로 작용하는 것 같다. 남성 전체의 약 25%가 세일 시 구매충동을 느낀다고 응답하였고, 약 25%는 매장 분위기 때문에 구입을 할 때가 있다고 응답했다<2>.
한국 남성의 65%, “신제품 사는 건 즐거운 일”구매와 소비는 계산기를 들고 합리성으로 무장하고 임해야 하는 경제 활동이기 보다는 우리 생활의 한 부분이 되고 있다. 전체 남성의 77%는 소비가 생활을 편리하게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연령별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평소 갖고 싶은 제품이 많으며 신제품을 사는 일은 즐거운 것이라는 의식도 비교적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남성의 약 51%가 갖고 싶은 제품이 많다고 응답하였고 연령이 낮을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하여 20대 초반에서는 무려 69%가, 그리고 40대 중반을 넘어서도 약 37%가 그렇다고 응답하였다. 구매와 소비의 쾌락적 측면이라고 할 수 있는 제품구입의 즐거움 항목에서는 전체의 65%, 그리고 20대 초반은 약 76%가 신제품을 사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고 응답하였다. 마지막으로, ‘쇼핑은 취미 생활중 하나이다’ 항목에서는 전체 남성의 약 25%가 그렇다고 응답하였다. 취미 생활의 일환이라는 것은 결국 물건을 구입하는 행위가 자연스런 생활의 일부분임을 드러내는 표현이다. 이것이 시대상의 반영이라고 한다면 연령별로 차이를 보일 것이다. 이를 시사하듯, 20대 초반은 40%가 쇼핑을 생활의 일부분으로 인식하지만 30대로 넘어가면서 인식의 강도 는 상당히 약해져서 30, 40대에서는 20대 초반의 절반 수준인 약 20% 정도가 그러한 인식을 가진 것으로 나타난다<3>.
어느 시대에나 혁신층은 존재한다. 마케터들 에게 혁신층은 매우 중요한 존재이다. 이들은 신제품 진입 초기에 시장의 빗장을 여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통상적으로 그 활동도 활발해 강력한 구전전파의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의 활성화로 인해 혁신층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인터넷이 지닌 시 공간적 파급 효과 때문이다. 이러한 경향성으로 인해 최근에는 불꽃마케팅(pyromarketing)이 주목 받고 있다. 불꽃마케팅은 자사 제품을 기꺼이 구매할 준비가 되어 있는 동질적인 소비자를 점화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 다음, 이들의 에너지가 다른 소비자를 점화시켜서 소비가 지속적으로 전파 되도록 불을 당기는 것이다. 이제 인터넷으로 인해 초기 구매시도와 제품에 대한 정보의 확산과 수용은 과거와는 판이한 형태와 속도로 전개될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남성의 경우, 혁신성향과 정보수집, 구전영향은 어떠할까? 한국남성의 경우 전체의 약 19%가 스스로를 혁신층으로 생각한다. 이들은 신제품이 나오면 다른 사람보다 앞서 구입한다고 응답하였다. 연령이 낮을수록 혁신층으로서의 인식은 다소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초반은 약 26%가 스스로를 혁신층에 속한다고 응답하였다. 4명 중 1명 꼴이니 상당히 높은 편이다<4>. 혁신층이든 아니든 구매 이전에 정보를 수집한다는 비율은 전체 남성의 6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중반 이후에도 2명 중 1명 꼴인 약 51%가 그렇다고 응답하였다. 브랜드와 정보가 다양화되고 많아질수록 믿을 만한 소스에 의존하는 경향은 반대급부로 더욱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는 불확실성 속에서 위험 부담을 줄이는 가장 안전한 방법 중의 하나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유행하거나 주위에서 주로 권하는 브랜드를 구입한다는 항목에서 전체 남성의 45%가 그렇다고 응답하였다. 흥미롭게도 연령이 낮을수록 오히려 주위의 영향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중반, 40대의 경우는 평균 42%인 반면 20대 초반은 약 54% 수준으로 나타났다<5>.
여성 못지 않게 세일 챙기고 대형 할인 매장 이용의사결정과 구매행동을 보자. 남성의 경우도 세일 이용과 여러 가게 방문 후 구입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남성 전체의 약 71%가 주로 세일기간을 이용해 제품을 구입한다고 응답하였고 근소한 차이기는 하지만 연령이 높을수록 세일기간 이용률이 높게 나타난다. 의사결정 유형을 가늠할 수 있는 가게 방문 유형에서도 전체의 약 62%가 여러 가게를 방문한 후에 최종 구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신중한 의사결정은 오히려 연령이 낮아 질수록 그 경향성이 강한데 20대 초반의 경우 약 70%가 이에 해당한다. 세일 이용과 신중한 의사결정 경향은 남성보다는 여성이 강한 것으로 보이지만 남성도 예외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대형할인 매장의 이용률은 남성의 경우 무려 80% 수준에 이른다. 남성 전체의 약 80%가 주로 대형할인 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한다고 응답한 것이다. 20대 초반의 연령층도 약 71%가 주로 대형할인 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한다고 응답하였다<6>.
지불 수단으로서 남성의 신용카드 사용률은 30대에서 6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소득원이 일정치 않거나 확실치 않은 20대 초반은 신용카드를 이용한 제품 구입률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다. 하지만 신용카드의 할인 혜택에 대한 민감도는 전 연령층에 걸쳐 고루 높게 나타난다. 신용카드 사용 시 할인 혜택을 꼼꼼히 따진다는 항목에 대해 남성전체의 46%가 그렇다고 응답하였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용카드 사용률이 낮고 할인혜택 이용에 대해 다소 둔감할 수는 있지만 절대적인 수치는 남성시장의 잠재력을 보여준다. 남성의 카드사용 행동에 대한 인식에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7>.
------------------------------------------------------------------------------------------------------------------------- 소비자, 광고심리학 박사. 현재 대전대학교 산업 광고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 1985년부터 대홍기획 등 광고회사에서 20년 간 마케팅, 어카운트 플래닝 업무를 하였다. ‘N 세대 라이프스타일’ 및 ‘금융 라이프스타일’ 연구를 수행하였다.
소비자, 광고심리학 박사.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어바인) 연구원, 광운대학교 디지털경영연구소 연구전담교수, KOBACO 광고연구소 연구위원 등으로 재직했다. ‘라이프스타일 유형별 여성 소비자의 구매행태 비교’ 등 다수의 연구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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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봉
/ 대전대 산업 광고 심리학과 교수
박은아
/ 대구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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