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Ⅰ | 미디어 컨버전스 시대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BTL, Line의 파괴 Point의 시작

이상훈 / 바인앤베리 대표, 그레이프 커뮤니케이션즈 이사

2001년의 일이다. 모 그룹의 SP부문을 대행 중에 담당임원을 만난 자리에서 필자의 명함을 본 임원이 명함에 있는 BTL이란 용어를 보고 건설사업쪽의 업무를 담당하냐고 물어봐서 당황한 적이 있었다. 그 임원이 얘기한 BTL은 Build Transfer Lease 즉, 민간자본 유치란 개념이다. 지금도 포털사이트에서 BTL이란 단어를 검색하면 Below the Line이란 의미로서의 해석보다는 건설부문의 개념으로 검색 우선순위로 오르고 더 많은 사이트를 보유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의 BTL은 몇 해 전에 비해 비상한 관심속에 성장을 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광고주의 SP관련 사업설명회에 가보면 대부분의 경쟁사들이 SP부문 관계자였던 데 반해 이제는 BTL관계자들의 행보가 돋보이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대행사들의 사업영역 확장에도 기인하는 바가 크다.

외국계 대행사를 중심으로 해외의 전문기획사가 대거 한국으로 진출하고 있는데, 그레이월드와이드의 G2, 레오버넷의 Arc, DDB의 Rapp Collins, Ogilvy의 Action, 맥켄에릭슨의 Momentum 등이 최근 몇 년 사이에 국내에서의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들은 Worldwide에서 축적된 노하우로 선진화되고 복잡화된 사업프로그램으로 BTL에 대한 Initiative를 내재한 채 의욕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또한 그 동안 SP파트를 운영하고 있던 국내 대행사들도 전문화를 기하고 있는 바, JWT의 t Promotion이나 Bates의 141 korea 등이 예가 될 것이며, 독립대행사인 그레이프 커뮤니케이션즈도 BTL사업부문을 독립시켜 2007년에 바인앤베리로 전문사화하였다.

이렇게 많은 대행사들이 BTL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것에 반해 BTL은 아직도 모호한 개념이다. 단적으로 이를 설명하는 것이 상기한 회사들의 사명에서 찾을 수 있다. 아직은 단독회사로 정립이 어려운 단계라서 많은 회사들이 부서로 운영하고 있지만 BTL의 개념이 전문화된 외국계일수록 BTL이란 개념을 회사명에 사용한 예가 없다는 것이다.

왜 그런 것일까. 그것은 바로 BTL이란 용어 자체가 전략적, 학술적 개념이 아닌 현장에서의 활용적 단어라는 데에서 기인한다. 사실 BTL처럼 모호한 업무영역도 드물다. 상기 전문사들도 전시, 이벤트, 판촉이란 Marketing Activity부터 Sponsorship, Sports marketing에 이르는 relationship 영역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양한 사업영역을 표방하고 있고, 심지어 PR부문까지도 사업영역에 포함하고 있어 BTL의 전문영역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4대매체의 Media Free청구를 구심점으로 하는 ATL(Above the line)의 상대적 개념인 BTL은 그래서 'IMC 전략의 총아'라고도 한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커뮤니케이션사들이 기획안에서 광고전략과 크리에이티브 전략, 매체 전략 후위에 구색용으로 첨부되는 IMC 전략으로서의 BTL은 설명하기가 너무 허무하다.

BTL 영역의 확장이 TTL(Through the line)을 낳다

분명 많은 이들이 ATL과 BTL의 통합에 의한 진정한 IMC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 그 둘의 화학적 결합은 쉽지 않아 보인다. Line이 의미하는 것 자체가 바로 '경계'이기 때문이다. 시각적 구분의 편의성에서 시작된 Line의 개념으로는 현재의 IMC 전략의 의미를 해석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오히려 ATL에 대한 상대적 개념으로 출발한 BTL은 활동영역의 다각화, 비범화 등으로 마케팅 솔루션으로서의 다양성을 창출할 수 있고, 이러한 점 때문에 때로는 ATL의 영역까지도 파괴하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 논의가 활발한 것이 TTL(Through the line) 혹은 Beyond the Line 등으로 표현되는 영역의 확장성이다.

이러한 영역의 확장성은 현재의 소비자(구매자) 특성에서 기인한다. 현재의 소비자는 일방적 메시지의 수용보다는 능동적으로 정보를 창출해내는데 더 익숙하며 메시지의 수용방법 또는 단순화에서 다양화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WPP 회장인 마틴 소렐경은 그의 글을 통해 "21세기의 마케팅은 과거의 방식에 의존하기보다는 고객과의 가능한 모든 접점을 활용하여 브랜드에 생명력을 부여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소렐경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접점(Point)과 브랜드(Brand)라 할 수 있다.

이제는 모호한 개념인 경계(Line)에서 벗어나 접점(point)에 대해 좀더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One-Way식이 아닌 상호교감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전통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아닌 새로운 형태를 필요로 하는 시점이어서 바로 이런 시점에 적합한 것이 BTL적인 마케팅 솔루션이 될 것이다. Bain&company의 프레드 라이켈트 대표는 그이 저서를 통해 "20%의 충성고객이 80%의 매출 비율을 차지한다. 즉, 기업의 성공은 올바른 고객을 확보하고 유치하는 데 있다"고 했다. BTL이 바라보는 소비자의 모습이 바로 이것이라 할 수 있다.

새로운 소비자들은 브랜드가 제공하는 다양한 경험(experience)을 중시하며 단순히 이미지에 좌우되지 않는다. 자신과 브랜드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에 따라 브랜드를 평가하는 수준에까지 올라 있는 것이다. 그래서 대두되는 것이 바로 Point에 관한 문제이다.

소비자 커뮤니케이션 이제 Line이 아닌 Point-Mix의 문제

Point of Contact(P.O.C) 소비자가 브랜드를 경험하는 경로를 의미한다. 이는 대중매체 광고일 수 있지만 SP광고, 판촉물, 주위의 평가, 언론의 기사, 이벤트 행사, 스폰서쉽, 공익사업 등 매우 다양하다. 그래서 새로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line에 관한 고민이 아닌 Point에 관한 MIX를 어떻게 하냐의 문제인 것이다.

이를 비교해보면 지금까지의 IMC 마케팅 상황이 상황을 일관되게 끌어가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면 POC의 경우에는 다양성에 그 초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IMC의 경우 각각의 Line들에 대한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점점 극대화를 추구한다면 POC의 접점을 최적화하는 데에 역량을 두고 있다. 그래서 광고 중심인 IMC의 경우 노출과 인지의 측면, 정보 습득력이 중점적 역할을 하고 있는 반면에 POC는 경험과 관계를 어떻게 형성하는가 하는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단순화한다면 Quantity가 아닌 Quality 지향의 문제인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필자는 BTL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P.O.C. 즉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접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브랜드를 어떻게 수용하게 하는가 하는 것이라 정의하고 싶다.

작년 필자의 팀은 LG전자의 블랙라벨 2 캠페인에 함께한 적이 있다. 당시 블랙라벨 초콜릿 2 폰은 기존 초콜릿폰에 기능이 몇 개 추가되었지만 외형상의 가장 큰 변화는 중앙에 금색 혹은 은색의 바가 삽입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이를 런칭시키기 위해 OOH(Out of home)가 구상되었는데 일반적인 OOH라 하면 파나플렉스 형태의 광고물의 일종으로 볼 수 있지만 BTL의 개념으로 보면 이 역시 단순한 OOH가 아닌 블랙라벨의 컨셉에 적합한 새로운 크리에이티브여야만 하기에 새로운 컨셉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우선 폰의 주요 타겟이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위치의 선정, 그리고 초콜릿 2폰의 가장 큰 특징인 Shape의 모습을 극명하게 표출할 수 있어야 했다. 또한 런칭으로서의 기대감을 증폭할 수 있는 아이템이어야 했다. 그 결과 그동안의 OOH의 개념을 바꾸어 강남의 씨네씨티 극장의 외벽을 로케이션 장소로 선정하고 12M × 12M의 초대형 배너를 기획하고 야간에도 OOH를 볼 수 있도록 현수막에 자체 LEC를 삽입하여 발광토록 하였다. 또한 LED는 디자인 속의 폰의 Shape를 따라 시간차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여 소비자의 시각적 주목성을 높이도록 하였다. 그 결과 하루 유동인구 40만명의 거리에서 약 한달여간 거치됨으로써 단순한 배너가 아닌 초콜릿 폰의 컨셉 전달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BTL의 영역에서는 기존의 것을 복합화, 다양화할 때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를 창출해 낸다고 할 것이다. 앞으로 이러한 노력은 BTL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가진 전문인력의 활성화, 그리고 아이디어와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적정한 보상(Consulting fee system), 그리고 새로운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노력으로 더욱 확장,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도 각자의 위치에서 아직 열악한 환경일지라도 BTL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든 관계자들에게 고개숙여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