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파고들기 | 사극과 코미디의 시청률과 채널 이동

연령보다 프로그램 성격이 재핑 좌우

AGB닐슨미디어리서치 클라이언트 서비스팀

최근 사극과 코미디 프로그램이 상종가를 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청률 상위 프로그램에서 소위 ‘재핑’ 현상은 어떻게 일어나고 있을까?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이라고 하더라도 타깃과 전후 프로그램 등의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행태를 보일 것이다. 이번호에서는 사극과 코미디 프로그램의 시청률, 유입률, 유출률 등을 방송시간 흐름에 따라 분석해 보았다. 분석 대상은 KBS1 ‘대조영’, MBC ‘주몽’, SBS ‘연개소문’과 KBS2 ‘개그콘서트’, MBC ‘개그야’,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다.

오늘날 우리의 TV는 풍성하다. 1백개 이상의 케이블TV채널과 디지털 위성방송, 그리고 연이어 개발된 다양한 뉴미디어 덕분에 안방극장은 더욱 더 풍성해지고 시청자들은 즐거워졌다. 최근 방송가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MMS(Multi Mode Service)마저 본격화된다면, 시청자들의 리모콘은 더욱 더 바빠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청자의 리모콘 배터리가 전보다 빨리 닳아 없어질수록 방송과 광고계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다. 시청자를 자신의 채널에, 혹은 자신의 광고에 붙잡아놓는 일은 더욱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시청자가 리모콘을 이용하여 시청중인 채널에서 다른 채널로 전환함으로써 보고 싶지 않은 프로그램과 광고를 회피하거나 다른 채널을 탐색하는 것을 재핑(zapping)이라고 한다. 재핑은 ‘나’의 채널을 사라지게 하고 ‘경쟁자’의 채널을 눈 앞으로 불러들이는 커다란 고민거리이다.

채널이 다양해진 것만큼이나 시청자들의 시청행태도 다양해졌고, 이러한 다양한 시청행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청률의 내면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프로그램A와 프로그램B의 시청률이 15%로 동일하다면, 두 프로그램의 비교 분석을 위해 시청자 연령별 구성비, 도달률, 시청시간 등을 추가로 분석할 수 있다. 만약 프로그램A의 시청률이 15%, 개인 시청 시간이 16분이고 프로그램B의 시청률이 15%, 개인 시청 시간이 20분일 경우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프로그램A의 개인 시청 시간이 프로그램 B보다 적지만 시청률이 동일하다는 것은 프로그램A가 프로그램B보다 시청자들의 채널 이동, 즉 재핑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핑은 보통 시청자 유입(flow in)과 시청자 유출(flow out)로 설명한다. 하나의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동안 수많은 시청자의 유입과 유출이 이루어진다. 다채널 무한 경쟁상황에서 시청자의 유입과 유출은 단순히 시청자가 들어오고 나가는 수준 이상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프로그램 장르별로, 그리고 시청자연령층별로 시청자 유입과 유출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시청률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분석을 위해, 방송 3사 사극과 코미디 프로그램을 각각 선정하였다. 선정 이유는 사극과 코미디가 방송 3사 공통으로 방송되는 장르이면서 명확한 비교가 가능하고, 시청 연령대 또한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2006년 10월 첫째 주부터 12월 마지막 주 사이에 방송된 프로그램의 분단위 시청률(AMR)과 유입률(Gain), 유출률(Loss)을 방송시간 흐름에 따라 그려보았다. 유입률은 해당 시간 동안에 특정 채널에 들어온 사람들의 비율을 말하고 유출률은 해당 시간 동안 특정 채널에서 나간 사람들의 비율을 말한다. 또한 프로그램 방송 시간에는 전CM과 후CM이 포함되어 있음을 밝혀둔다.

재핑 패턴, 사극에서는 구간별로 확연한 차이

최근 방송가의 화제는 단연 사극일 것이다. 사극 열풍이라 할 정도로 사극은 방송사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고, 그 열풍의 한 가운데 있는 프로그램이 KBS1대하드라마 ‘대조영’, MBC특별기획 ‘주몽’, SBS대하사극 ‘연개소문’이다.

먼저 ‘주몽’은 프로그램 초반 10분까지 시청자 유입률이 월등히 높게 나타난다. 전CM이 프로그램 길이에 포함된 것을 감안하면 본 프로그램이 시작하기도 전에 TV 앞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 이 현상은 ‘연개소문’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반면 ‘대조영’은 1%P미만의 유입률이 프로그램 시작 후 25분까지 이어진다. ‘주몽’이나 ‘연개소문’에 비해 비교적 완만한 유입이 나타났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대조영’의 방송 시간이 ‘연개소문’의 방송 시간과 일부 겹치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1><2><3>.

주목할 것은 3사 프로그램 모두 일정 시점을 기준으로 대규모 유입이 끝난 후, 유입과 유출의 비율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채널 밖으로 나가는 사람과 들어오는 사람의 비율이 동일하다는 것은 시청률의 변화가 거의 없음을 의미한다. 분단위 시청률을 보면 대규모 유입이 끝나는 지점부터 그래프의 기울기가 크게 낮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대규모 유입이 이루어지는 프로그램 초반에 얼마만큼의 시청자를 더 끌어들이느냐가 평균 시청률과 직결됨을 시사한다. 그리고 프로그램 후반 유출률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프로그램이 종료된 후 후CM이 시작하면서 재핑이 활발히 일어나기 때문이다. ‘대조영’의 프로그램 후반 유출률이 ‘주몽’이나 ‘연개소문’에 비해 낮은 것은 광고가 없는 KBS1TV의 특성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사극을 보는 시청자의 재핑 패턴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대규모 유입으로 분단위 시청률이 상승하는 구간, 유입과 유출이 비교적 동일해 분단위 시청률이 안정되는 구간, 그리고 프로그램 종료 후 유출이 급격히 높아지는 구간이다. 사극의 연령대별 유입과 유출은 어떻게 나타날까. 연령대별 분석에 앞서 방송3사 사극의 연령대별 시청 비율을 살펴보았다. ‘대조영’의 50대 이상 시청 비율이 33%로 좀 더 두드러지지만, 3사 사극의 연령대별 시청비율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사극의 주요 시청 연령대는 50대 이상으로 3사 사극 평균 28%이며 30대가25%, 40대가 22% 순으로 나타났다<4><5><6><7>.

중장년층의 시청 비율이 압도적인데, 사극을 즐겨보는 시청층 가운데에서 연령대별로 유입과 유출은 어떻게 나타날까. 50대 이상 연령층과 30대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대조영’을 시청하는 30대의 경우 대규모 유입이 끝나는 시점인 25분 이후 유입률과 유출률이 0.3% 이하이지만 50대 이상의 경우에는 0.5%를 웃도는 수치를 보인다. ‘주몽’은 50대 이상이 0.25% 이하의 유입률과 유출률이 나타나지만, 30대의 경우 0.5% 이상의 유입률과 0.3%이상의 유출률이 나타난다. ‘연개소문’역시 50대 이상에서 유입률, 유출률 모두 0.4% 이하인 반면, 30대에서는 0.8%까지 유입률과 유출률이 높게 나타난다. 50대 이상의 시청비율이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유입률과 유출률은 30대에서 더 높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30대의 사극 시청 행태가 50대 이상의 사극 시청 행태보다 유동적임을 말해준다.

코미디 프로그램별로 재핑 패턴 다르게 나타나

방송 3사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는 유입과 유출이 어떻게 나타날까. 최근 방송 3사의 코미디 프로그램은 여러 개의 코너를 모아놓은 콘서트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하나의 코너가 보통 5 ~10분 정도로 편성되어 있다 보니, 프로그램속의 프로그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방송3사의 코미디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속 각각의 코너에 대한 선호도가 비교적 명확하다. 또한 각각의 코너가 내용의 연결성이 없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기회비용에 대한 부담없이 채널을 이동하기가 쉽다.

방송 3사의 코미디 프로그램 유입유출 그래프는 사극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 먼저 코미디 프로그램 초반 유입률은 유출률보다는 높게는 나타나지만 앞서 살펴본 사극처럼 유입률이 급격히 늘어나는 구간을 찾아볼 수가 없다. 광고를 보면서 프로그램을 기다리는 시청자의 비율이 사극에 비해 상당히 낮은 것이다. ‘개그콘서트’의 경우 프로그램 전반적으로 유입률이 유출률보다 높으며, ‘개그야’의 경우는 유입률과 유출률의 비율이 비교적 동일한 편이다. 때문에‘개그콘서트’ 분단위 그래프가 상승 곡선을 그린다. 하지만 프로그램 49분 경부터 유출률이 유입률보다 높아지면서 분단위 그래프의 상승세가 꺽인다. 반면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경우는 조금 더 독특한 곡선을 그리는데, 프로그램 후반 64분부터 유입률이 0.6%까지 오르며, 프로그램 초반보다도 높게 나타난다.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프로그램 경쟁력이 프로그램 후반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같은 코미디장르 내에서 프로그램별로 재핑 패턴이 상이하게 나타나는데, 이것은 방송3사가 자사 프로그램의 경쟁력 있는 코너의 방송 순서를 전략적 배치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8><9><10>.

코미디, 10대의 재핑이 두드러져

코미디 프로그램의 연령대별 유입 유출은 어떻게 나타날까. 코미디 프로그램은 사극과 달리 전 연령층에 걸쳐 고른 시청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그 가운데 30대가 26%로 시청비율이 가장 높고, 50대 이상은 14%로 가장 낮은 시청비율을 나타냈다. 주목할 것은 ‘개그콘서트’나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경우 10대 시청층의 비율이 19%로 40대의 18%보다 높게 나타나지만, ‘개그야’의 경우는 10대의 비율이 11%에 불과하다. 이것은 ‘개그야’가 23시 이후 심야 시간대에 편성되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개그콘서트’를 시청하는 10대의 유입률과 유출률은 상당히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다. 10대에서는 유입률의 급격한 상승과 하락이 번갈아 나타나며 유출률 역시 같은 패턴을 보인다. 유입과 유출이 나타나는 구간은 10대와 30대 모두 비슷하게 나타난다. 프로그램 49분 이후 유출률이 상승하는 구간을 살펴보면 30대는 1.3%까지 상승하는 반면, 10대는 1.7%까지 상승한다. 또한 프로그램 종료 후 30대는 2.5%까지 유출률이 높아지지만 10대는 6.2%까지 유출률이 상승한다. 이것은 ‘개그콘서트’를 시청하는 10대의 재핑이 30대보다 활발하며, 특히 광고 회피 행동이 30대보다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웃음을 찾는 사람들’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10대의 재핑이 더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개그콘서트’와 ‘웃음을 찾는 사람들’을 시청하는 10대는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동안의 재핑이 30대보다 활발하다고 할 수 있다. 단 ‘개그야’의 경우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10대가 0.5% 미만의 유입률과 유출률을 보인 반면 30대는 10대에 비해 활발한 재핑 패턴이 나타났다.

반면에 50대 이상의 경우는 주요 시청층인 30대, 10대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개그콘서트’는 0.5% 미만, ‘개그야’와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서는 0.3% 미만의 유입률과 유출률이 나타난다. 또한 다른 연령층에서 변동의 폭이 컸던 구간에서도 50대 이상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으며 후 CM이 시작되는 지점의 유출률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11><12><13><14>.

방송3사의 사극과 코미디 프로그램의 유입 유출을 살펴본 결과 사극의 경우 연령대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특정 시점 이후 재핑이 감소하고 시청률이 안정되는 구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반면 코미디 프로그램은 프로그램별로 재핑 패턴이 상이하게 나타나며,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내내 전연령대에 걸쳐 사극보다 채널 이동이 활발히 일어난다. 즉, 채널을 이동하는 시청행태가 연령대별 특성보다는 프로그램의 특성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장르 내에서는 일반적으로 연령대가 낮을수록 재핑이 더 활발하게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종료후의 광고 회피 행동 역시 연령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주목할 것은 연령대가 낮다고 해서 반드시 재핑이 더 높은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개그야’의 경우 10대의 재핑 정도가 30대보다 낮았는데, 이와 같이 편성 시간대의 특성이 재핑 정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청률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시청자다. 시청률에는 수많은 시청자들의 다양한 시청 행태와 채널 간 이동이 숨겨져 있다. 그 숨겨진 시청자에 대한 정보를 이해한다면 시청률이 단순히 프로그램에 대한 양적인 지표가 아닌 프로그램과 시청자에 대한 질적인 지표로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