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ive Report | 일본 크리에이티브 분석

과시의 쇼윈도를 떠나 일상의 작은 행복을

모리츠 치히로 / 도시샤대 사회학 박사과정

 

2006년 일본에서는 경기 회복의 분위기가 무르익는 한편으로, ‘격차 사회’, ‘하류 생활’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빈부격차 문제가 다시금 대두되었다. 소비자들의 소득수준은 물론 소비의 형태나 라이프 스타일이 양극화되면서, 기업이나 광고회사도 모든 사람들이 수용할 수 있는 광고를 제작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졌다. 그 때문에 공략하고자 하는 타깃을 한정하여, 그 타깃이 이해하기 쉬운 메시지를 담은 광고가 많이 등장했다.

지금까지 광고는 풍족한 생활을 담은 쇼윈도와 같은 것이었지만, 2006년의 광고들은 보통 사람들이 일상 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작은 행복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많았다. 이온(Aeon)의 광고와 산토리(Suntory)의 광고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기린(Kirin)이나 일본담배산업(JT)의 광고처럼 환경 문제나 공공 매너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광고도 주목을 받았다. 기업이 단순히 상품을 생산하여 제공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을 올바르게 소비하고, 또 소비한 이후 폐기하는 방법까지 광고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제안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자사 상품의 매출 증대, 혹은 상품의 이미지 제고를 넘어 기업 브랜드 가치까지도 제고할 수 있다. 광고 카피로는 닛신 식품(Nissin)이나, 시세이도(Shiseido)의 광고와 같이 심플한 것들이 주목받았다. 이 광고들의 심플한 카피가 영상의 아름다움과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냈다는 평가이다.



         

일본담배산업(JT) ‘성인 담배 양성 강좌’, ‘당신이 알면 매너가 바뀐다’ 편
제작 : 하쿠호도, 분페이 긴자, 이와사키 순이치 사무소

담배는 성인의 기호품이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그다지 환영받고 있지 못하다. JT는 광고를 통해 흡연 매너와 ‘성인으로서의 태도’를 가르치고 있다. 전반적인 금연분위기 속에서 흡연을 하는 사람들의 인식과 태도의 개선을 요구하는 기업 광고다.


UNO ‘변신’ 편
제작: 시세이도(Shiseido)

일본에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젊은 코미디언 52명을 기용한 광고. 이들이 헤어왁스, 무스, 헤어컬러 제품을 아우르고 있는 UNO 시리즈를 사용하여 멋있게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주된 전략이다. 52명의 코미디언을 기용한 52편의 TV광고로도 화제를 모았다.


닛신 식품(Nissin) 컵누들 ‘NO BORDER’ 캠페인
제작: 덴츠, 덴츠 테크

복잡한 설명 없이 ‘NO BORDER’라는 두 단어만 가지고도 기억에 남는 광고가 될 수 있다. 닛신 식품의 컵누들은 온 세계에 발매되어 다양한 나라, 다양한 인종의 사람이 즐기고 있다.


시세이도 ‘한순간도 일생도 아름답다’ 시리즈
제작: 시세이도, 하쿠호도 디자인, 라이트 퍼블리시티

매번 집행되는 광고마다 높은 수준을 보여주기로 유명한 시세이도 화장품의 인쇄광고. 하이쿠를 연상시키는 카피와 절제된 이미지는 시세이도 여성용 화장품에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부여하기에 충분하다.


이온(Aeon) 인쇄광고 ‘Driving × Shopping = Singing’ 편
제작: 덴츠, 신가타, 드래프트

대형 슈퍼마켓 브랜드 이온(Aeon)과 토요타 자동차의 타이업 광고. 카피는‘이온에 갈 때마다 주차가 점점 익숙해진다’, ‘매일 이온으로 차를 몰고 가던 아내가 나보다 운전을 더 잘한다.’ 직접 차를 몰고 대형 슈퍼마켓에 가야 하는, 상대적으로 운전이 서툰 주부들의 생활을 잘 포착해내고 있다.

 

기린음료 나마차(生茶)의 ‘페콜로지(Pecology)’ 편
제작: 하쿠호도, 타니야마 광고

기린음료의 인기 브랜드 ‘나마차(生茶)’ 의 캐릭터인 ‘나마차 팬더’ 가 페트병을 물고 있다. 기린음료는 자연 환경의 보존을 위해서 기존 페트병에 비해 재활용에 적합한 ‘페콜로지병(Pecology bottle)’을 개발하였다. 환경을 생각하는 기린음료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광고.


산토리(Suntory)‘ 울림(響)’ 편
제작: 덴츠

‘별만큼 많은 사람이 있지만 오늘밤은 당신과 같이 마시고 있다.’ 산토리는 매번 새로운 발상의 광고들을 선보인다. 지구도 아닌 어느 이름 모를 행성, 그 행성을 두른 고리에 팔을 걸치고 나란히 앉은 사람들. 쉽게 할 수 없는 발상인 것만은 사실이다.

리크루트(Recruit)의 ‘핫 페퍼(Hot Pepper)’ ‘아마데우스’ 편
제작 : 덴츠 간사이, 봄기획

음식점 등의 할인 쿠폰을 게재하고 있는 일명 쿠폰북 ‘핫 페퍼(Hot Pepper)’의 광고. 영화의 일부 장면을 사용하지만 원 영화와는 전혀 다른 대사를 더빙하는 전략을 사용하여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번 광고에서 사용된 영화는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일본 엔카를 연주하고, 살리에리는 반주에 맞춰 ‘이자가야 쿠폰~’이라고 노래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박자를 틀린 살리에르. 모차르트가 “아직 반주에요.”라고 지적하자 벌겋게 된 얼굴로 죄송하다고 말한다. 시리즈로 제작되었으며 이 광고 외에 ‘시네마천국’ 편 등이 있다. 2006년 TCC 그랑프리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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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츠 치히로 / 도시샤대 사회학 박사과정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연세대학교 국제교육학부, 한림대학교 대학원 언론정보학과에 유학했다. 현재는 간사이대학 사회학부 등에서 비상근강사로 일하고 있다. 논문으로는 ‘2002 월드컵에서의 스폰서십과 엠부시 마케팅, 저서로는 2003년 발간된 ‘월드컵의 미디어학’(공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