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ard & Staff | 제일기획 AE 오창석 차장과 카피라이터 이문교 CD

나의 노래가 당신의 즐거움이 된다면

김정훈 기자

 

지난해 에쓰-오일 캠페인은 영국 ‘캠페인’과 홍콩 ‘미디어’지에 우리나라 대표적인 광고캠페인으로 소개되고, 대한민국광고대상에서 특별상을 받는 등 정말 ‘잘나갔던’ 한해였다. 뒤져있던 동종업계 경쟁에서 브랜드 지표가 급속하게 상승했으니 매일같이 ‘오늘은 왜 이리 잘나가는 걸까’를 흥얼거릴 만도 했다. 그래서인지 캠페인 제작에 참여했던 제일기획의 AE 오창석 차장과 카피라이터 이문교 CD의 표정도 광고 속 흥겨운 CM송을 닮아 있었다.

광고인이라면 누구나 갖추고 있는 일반적인 성품일까. 캠페인에 대한 칭찬이 많았다는 말에 오창석 차장은 에쓰-오일이 옥탄가가 제일높은 ‘좋은 기름’을 생산하는, 그래서 품질에서 경쟁력을 지닌 제품이었다는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하지만 그동안 정유 브랜드들은 앞 다퉈 기름 좋다는 광고를 수없이 해왔기에 이 정도로는 더 이상 소비자들이 크게 관여치 않는다는 것이 선험적으로 증명된 사실. 따라서 단순하게 ‘좋은 기름’만을 메시지로 전달하기에는 콘셉트 확립의 어려움이 있었다며 제작초기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렇다고 ‘좋은 기름’이라는 명확한 경쟁력을 그저 썩혀둘 수 없었다며, 이문교 CD가 전해주는 카피라이터의 생각은 달랐다. 모두가 길 위에 어떤 차가 달리고 있는지를 볼 때, 그는 어떤 기름이 달리고 있을까를 생각했다.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기름 중에 이왕이면 꽉 막힌 도로에 갇혀 있기보다는 ‘잘나가는’ 기름을 좋은 기름으로 정의하고, 이를 주 소비자인 손수운전자의 욕구를 해결해 주는 브랜드 콘셉트로 삼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잘나가는’이라는 콘셉트는 카피라이터의 손끝에서 이중의미를 지니게 하는 펀(pun)기법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카피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사람도 잘나가는 크리에이티브 콘셉트로 표현됐다.

이문교 CD는 자신이 쓴 카피에 작곡을 하고, 직접 노래까지 불렀다. 아마추어지만 오랫동안 습작하고 연습해온 숨은 실력을 제대로 발휘한 것. 그는 쑥스러운 표정으로 “처음부터 카피를 경쾌한 CM송 형태로 가자, 최대한 단순화하자고 생각했죠. 그리고 브랜드를 어줍지 않게 넣으면 강요하는 느낌이 들거나 너무 상업적으로 갈 것 같아서 카피에 브랜드 네임을 넣지 않으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CM송 형태를 단순화하다가 70~80년대 CM송 느낌이 들듯 브랜드명을 넣어 보았죠. 도리어 후렴의 에쓰-오일을 흥얼거리는 부분에서 반응이 무척 좋았어요. 브랜드 인지가 높아지는 효과가 만점이었거든요.”라며 캠페인의 작사가, 작곡가 겸 가수로서 자신의 작품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그럼 이번 광고의 아이디어는 카피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될까.

오창석 차장은 “흥겨운 CM송을 타고 나오는 에쓰-오일 캠페인의 경우, 밝은 노란색의 CI와 차승원, 손예진, 싸이 등 일명 ‘에쓰-오일밴드’ 이미지가 맞물려 찾아온 소비자들에게 ‘잘나가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 캠페인의 중요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 점은 ‘감성 디자인 감성 블랜딩’의 저자 마크 고베의 “소비의 결과는 상품을 통해 소비자가 얻게 되는 ‘즐거움’이며, 이는 상품이 제공하는 즐거움과 상품이 불러일으키는 즐거움으로 나타난다.”는 말과 상통했다.

에쓰-오일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이두사람은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브랜드를 가꿀 수 있어서 행복했다. 작년은 많은 사람들이 ‘올해 참 잘나갔다’고 여기기엔 힘든 한해였지만, 콧노래로 CM송을 흥얼거리면서 기분전환할 수 있었다면 이 역시 캠페인의 또 다른 덕목이 되지 않을 까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결국 CM송에 숨어있는 크리에이터의 마음은 소비자에게 즐거움을 찾아주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마칠 즈음 두 광고인의 크리에이티브 가치관을 다시한번 엿볼 수 있었다. 지난해 에쓰-오일 캠페인은 어린 꼬마아이들도 따라 부르는 CM송처럼 익숙해진 만큼, 이제 또다른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 “소문은 최상의 매체이나 커뮤니케이션에서 익숙하다는 것은 무관심을 낳을 뿐”이라고 했던 빌 번벅의 충고를 떠올리게 했다.

이 CD와 오 차장은 소비자들을 계속 즐겁게 하기 위해서라도 광고는 항상 신선해야 한다, 광고가 익숙해졌다면 새로운 이야기를 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에 가치를 두었다. 항상 새로운 이야기를 전해주고자 노력하는 크리에이터들의 모습을 AE 오창석 차장과 카피라이터 이문교 CD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새로운 이야기들 역시 또다른 즐거움을 전해줄 것이라 기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