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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브랜드와의 대화 | 부채표 활명수아무리 젊어지고 달라져도 “활명수는 부채표”조상형 / 기자
해마다 수많은 기업이 태어나고 수많은 브랜드가 출시된다. 하지만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30년~100여년을 살아남는 브랜드는 많지 않다. 장수 브랜드의 성공 조건으로는 우수한 품질 외에 환경 변화에 대한 유연한 대응, 선도 진입자의 우위 확보, 강력한 브랜드 자산의 구축 등이 꼽힌다. 이 칼럼에서는 30년 이상된 국내 장수 브랜드들의 브랜드 탄생 배경과 함께 시대별로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광고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하기 위해 고민하는 광고 실무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의약품 광고는 한말 최대의 광고주였다. 이 당시 신문을 펴면 대다수의 지면을 의약품 광고가 도배하다시피 했다. 의약품 업종은 일제시대를 거쳐 전파광고가 발달한 70년대까지 가장 큰 광고주였다. 의약품 광고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제품은 국내 최장수 의약품 부채표 활명수이다. 올해로 109년을 맞이하는 활명수 광고는 제품의 장구한 역사만큼이나 한국의 광고사를 대표하는 살아있는 역사이다. 국내 최초의 등록상품으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된 바 있는 부채표 활명수는 한국 최고(最古)의 브랜드이자 소화제의 대명사로 불리는 제품이다. ‘목숨을 살리는 물’이라는 뜻의 활명수(活命水)는 아선약, 계피, 정향, 현호색, 육두구, 건강, 창출, 진피, 후박, 고추틴크, 엘멘톨의 11가지 생약성분으로 제조, 소화불량과 식욕감퇴, 위부팽만감, 과식, 식체, 구역, 구토 등에 탁월한 효능을 발휘하면서 4세대에 걸쳐 우리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활명수는 1897년 첫 출시 후 109년 전통의 활명수를 비롯 까스활명수, 까스활명수 - 큐와 같은 브랜드 확장을 통해 100년 넘도록 꾸준한 인기를 끌어오며 현재 액제 소화제 시장에서 6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브랜드, 활명수동화약품은 고종임금이 대한제국 황제로 즉위한 1897년, 지금 상호의 전신인 동화약방(同和藥房)으로 출발했다. 당시 궁중에서만 복용되었던 생약의 비방을 일반 국민에게까지 널리 보급하고자 궁중비방에 서양의약의 장점만을 살려 개발한 우리나라 최초의 양약이자 신약인 활명수를 생산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된다. 위장병이 많았던 당시 달여 먹는 한약밖에 몰랐던 사람들에게 소화불량, 과식, 식체 등에 신통한 효력을 보이고 복용도 간편한 활명수는 큰 인기를 모았다. 동화약품은 1966년 기존 활명수의 약효에다 탄산가스를 첨가해 청량감을 보강한 까스활명수를 발매한 데이어 1989년 까스활명수 - 큐를 내놓으며 활명수의 브랜드 확장을 추진, 국내 소화제 시장에서 활명수의 위치를 더욱 굳건히 하였다. 1996년에는 국내 최초의 제조회사 및 제약회사 ‘동화약품’, 최초등록상표인 ‘부채표’와 최장수의약품 ‘활명수’, 총 4개 부문에 걸쳐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 이와 함께 봉사정신과 원리원칙에 입각한 기업이념, 소화제 시장에서 확고한 1위 브랜드로서 우수한 약효를 지속적으로 유지 · 발전, 역사와 전통을 강조한 이미지 강조 및 차별화된 시대 감각에 맞는 마케팅 전략 등이 결합되어 액제 소화제 톱 브랜드로서 아성을 굳게 지키고 있다. 동화약품이 본격적인 광고를 시작한 것은 1910년 대한민보(大韓民報)에 게재한 근하신년 광고가 최초이다. 활명수는 이보다 7년 늦은 1917년 활명수, 익장환, 백응고 종합광고가 시발탄이다. ‘건강한 체력, 견인불발하는 내구력에 근원은 오직 건전한 위장에서 배태된다. 건강한 조선을 목표하고 다같이 위장을 건전케 하기 위하야 누구나 위장양제 활명수를 복용합시다.’ ‘반도남아의 의기충천 손기정 남승룡 양선수 우승축하’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광고는 동화약품이 1936년 8월 9일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우승한 손기정과 3위에 입상한 남승룡의 쾌거를 축하하는 내용이다. 건강한 위장으로 건강한 조선을 건설하자고 촉구하는 다소 거창한 카피는 활명수가 당시에 이러한 공익적인 메시지를 광고에 담을 만큼 대중적인 브랜드였다는 것을 알려준다. 또한 시의적이고 발빠른 동화약품의 광고전략도 엿볼 수 있다. 활명수의 영상광고는 1959년 국내 애니메이션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엄도식 씨가 제작한 ‘만화’ 편이 그 시작이다. 활명수 ‘만화’ 편은 중절모를 쓴 신사가 아픈 배를 움켜쥐고 약국으로 들어가서 ‘부채표’가 붙은 활명수를 마시고 낫는다는 내용으로 약병의 크기가 신사의 키 만큼이나 크게 표현된 것이 재미있다. 이 광고는 제약회사 최초의 애니메이션 광고이고, 그 당시 활명수가 소화제 시장을 장악할 만큼 위력을 발휘했다. 1967년에는 애니메이션과 실사가 조화를 이룬 ‘양반’ 편 광고가 집행됐는데 한국 가정에 초대를 받은 양반복장을 한 외국인이 과식으로 인한 복통에 활명수를 마시고 시원하게 낫는다는 내용이다. 외국인도 ‘활명수’를 찾는다는 내용이 이채롭다.
가스활명수 발매 이후 액제 소화제 1위 자리매김1974년의 광고는 ‘자연에서 비롯된 순수 생약 성분의 위장약’을 소구하기 위해 시원한 계곡물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활명수를 단순히 ‘약’으로 소구하지 않고 시원한 청량음료와 같은 느낌으로 광고 분위기를 표현한 것이 독특하다. 이 광고는 중앙광고대상 컬러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1980년대에는 유명 모델들인 김혜영, 김형자, 서세원 부부, 최양락 부부 등을 통해 ‘속이 더부룩 답답할 때’, ‘까스가 든 까스활명수’가 좋다는 문제 해결형(problem solution) 소구 방식으로 소비자의 브랜드 인지 강화에 주력한다. 1990년대 들어 까스활명수는 시장 점유율이 늘어난 만큼 TV광고도 크게 증가한다. ‘서세원, 서정희 부부’ 편을 시작으로 ‘이정재’ 편, ‘대학동아리’ 편, ‘김무생’ 편 등이 90년대 초 중반까지 방영되면서 젊은 층에서부터 노년층까지 폭넓은 소비자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가스활명수는 이후 액제 소화제 시장을 60% 이상 점유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동화약품은 1990년대 후반 유사제품과의 차별화 및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높이기 위해 ‘부채표를 확인하자’ 캠페인을 전개한다. 이 캠페인은 시장상황과 소비자 특성을 반영하여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 바로 크리에이티브로 이어져 전략과 크리에이티브를 함께 갖춘 캠페인이 되었다. ‘한진희’ 편(1997년)과 ‘권은아’ 편(1999년)이 제작, 방영되었고, 이어서 ‘권은아’ 편의 기대 이상의 광고 효과로 ‘권은아 2’ 편을 제작하여 방영하기도 하였다. ‘부채표를 확인하자’는 캠페인 전략은 2000년 의약분업이 실행됨에 따라 더욱 빛을 발한다. ‘부채표’라는 이미지 심벌을 강조하는 캠페인으로 소비자의 지명 구매 비율은 더욱 높아졌다. 의약분업으로 약사들의 업무비중이 조제약 제조에 편중되면서 소비자의 지명이 그대로 구매로 이어졌던 것이다. 이 캠페인을 계기로 리딩 브랜드(leading brand)인 부채 표 까스활명수는 파워 브랜드(power brand)로 입지가 더욱 강화되었다.
2002년 이후부터 3년간 아나운서 출신의 손범수를 전속 모델로 기용했다. 광고 내용은 기존 사극의 틀을 벗고 일반 가정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상 생활의 풍경을 그대로 그려 내며 좀 더 소비자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손범수 편부터는 제품 비주얼에 부채표 아이콘을 보여주어 부채표 아이덴티티를 더욱 강화하기에 이른다. 미투(me too) 제품이 쏟아지는 가운데 기업 심벌을 제품에 연결시킴으로써 원조임을 각인시키는 동시에 제품 판매로까지 이어지도록 치밀하게 계획된 캠페인이었다. 역대 활명수 TV광고는 스타들의 등용문이기도 했다. 역대 모델로는 김형자, 김수미, 장용, 김동엽, 배일집, 최양락 부부, 서세원 부부, 이순재, 한진희, 이정재, 김무생, 김형일, 권은아, 손범수, 최근에는 인기그룹 신화의 멤버 김동완까지 연예계를 대표하는 스타급 연기자들로 가득하다. 70, 80년대의 활명수 광고 모델은 지금의 화장품, 정보통신 광고 모델만큼이나 연예인들에게 선망이 되기도 했다. 동화약품은 지난 광고물들을 3년여에 걸쳐 디지털로 복원하였는데, 1천 2백여 편의 방대한 작품이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되었다. 제품별로는 까스활명수, 후시딘, 판콜 등 총 110개 품목에 TV 167편, 라디오 210편, 인쇄광고 800여 편에 이른다. 동화약품 홈페이지(www.dong-wha.co.kr)의 ‘광고 갤러리’를 방문하면 제약광고사의 원류를 엿볼 수 있다.
브랜드 리포지셔닝에도 부채표는 일관되게2005년 까스활명수 광고에서는 폭넓은 소비층 확보와 젊은 브랜드 이미지를 심기 위해 만능 엔터테이너 김동완을 모델로 캐스팅했다. 광고기법 또한 화면분할을 통해 역동적인 느낌을 살렸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젊은 이미지에 걸맞게 깔끔하고 산뜻한 톤으로 처리했다. 이 광고는 까스활명수가 11가지 생약성분으로 부드럽게 작용하고, CO2를 첨가해 답답한 속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김동완의 이미지를 춤, 노래, 연기 등 여러 각도에서 표현했다. 이 광고가 브랜드 이미지를 젊게 리포지셔닝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지만 이전부터 가스활명수가 쌓아왔던 브랜드자산인 ‘부채표’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강화를 위해 일관되게 사용하고 있다. 동화약품의 양규식 홍보실장은 “부채표 까스활명수는 100년 넘게 지켜온 가치를 계속 이어가면서 늘 새로운 모습, 젊은 브랜드로 소비자에게 기억되고자 끊임없는 혁신과 도전정신으로 다양한 변신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브랜드는 기업과 소비자 간의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에 의해 형성된다. 그래서 기업은 고객과 함께 하는 시대감각을 유지하고, 고객을 끊임없이 감동시켜야 한다. 동화약품은 시대 감각에 맞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으로 브랜드 자산을 지속적으로 구축해 왔다. 특히 브랜드와 심벌을 연계시켜 까스활명수를 생각하면 부채표가 떠오르고 부채 표하면 까스활명수가 떠오르게 하는 단순하면서도 차별화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일관되게 유지함으로써 브랜드 인지도 제고뿐만 아니라 제품 판매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성공 캠페인을 전개하였다. 10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 최고(最古)의 브랜드이자 국민 소화제로 불리는 부채표 활명수. 동화약품은 지속적인 부채표 캠페인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강화함과 동시에 액제 소화제 대표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다져갈 계획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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