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a box | 웰빙(Well-being)의 흐름과 전망

존재의 불안 잊고 ‘정서적 건강’ 추구

김두이 / 시노베이트 정성조사 연구원

최근 몇 년사이 전국민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스쳐 지나가는 유행이라기 보다는 라이프 스타일의 한 양상이 된 웰빙. 특히 한국에서 웰빙은 환경재해나 건강 관련 이슈로부터 발생한 위기감 때문에 개인의 존재를 유지하고자 하는 니즈가 강한 특성을 보이고 있다. 이제 기업들에게는 제품에 ‘웰빙’ 이라는 이름표를 달아주는 것을 넘어서서 고객들의 다양한 심리적인 동인을 파악해 각각에게 차별화된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것이 과제로 남아있다.

최근 한방 화장품 돌풍에 이어, 한방 성분을 넣어 탈 취와 가려움을 예방해 주는 한방 생리대까지 등장하여 인기다. 이웃나라 대만에서도 명반, 맥반석 등 각종 한약재가 첨가되어 심리적인 안정감을 가져다 준다는 6천원짜리 최고급 생리대가 인기 절정이라 한다. 이 최고급 한방생리대에 대한 기대 효과가 어찌나 크던지 여성 고객은 물론이려니와 치질 개선 효과까지 기대하는 남성 소비자의 구입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는 이색 뉴스가 보도될 지경이다.

업종을 가리지 않는 키워드 ‘웰빙’

이와 같이 현재 전세계적으로 장르를 막론하여, 유기 농이며 친환경, 천연원료를 내세운 각종 웰빙(Well-Being) 관련 제품들이 붐을 일으키고 있다. 바로 앞 신문 한면만 펼쳐 봐도 웰빙을 표방한 갖가지 제품들이 광고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기존 제품들도 웰빙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재포장되고 있으니, 이제는 더 이상 웰빙이라는 단어 자체만으로 몹시 새롭다거나 시선을 끌지는 않는다.

‘나’보다 ‘우리’ 강조하는 서양의 웰빙

사실 최근 몇 년사이 전국민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웰빙은 한 때 스쳐 지나가는 유행이라 기보다는 라이프 스타일의 한 양상으로 자리잡고 있는 추세다. 웰빙 속성, 이를테면 친환경적 원료 사용과 같은 것은 단순히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요소라기 보다는 점점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요소로 인식되어 가고 있다. 이런 까닭에 현재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웰빙 돌풍의 근원과 현상, 그리고 그 근저에 깔린 한국 소비자들의 니즈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먼저, 근 1, 2년 사이 순식간에 등장한 웰빙 돌풍은 과연 어디서 기인한 것인가? 2005년 삼성 연구소가 ‘웰빙 문화의 등장과 향후 전망’ 이라는 보고서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일단 우리 나라의 웰빙 도입 과정은 이웃 나라들과 다소 차이가 있다.

구미의 경우, 기존 삶의 방식에 대한 자연스러운 대안적 문화 흐름으로서, 식생활 개선을 중심으로 웰빙의 조류가 형성되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구미에서 웰빙의 개념은 몇십년에 걸친 복지정책, 요가나 유기농 식품을 선호하는 히피적 라이프 스타일, 1900년대부터 확산된 채식주의, 1960년대 활발해진 생태주의 운동 등에서 출발하였다. 이후, 웰빙은 90년대 다운 시프트(Downshift)족, 로하스(Lohas, Lif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족의 출현과 같이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문화의 모습으로 정착되었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문화 풍토 속에서 시작된 개념이기에, 이들 국가에서는 ‘내’가 잘 먹고 잘 살자는 개념보다는 ‘우리’가 잘 살아보자는 대안운동적 성향이 짙다. 반면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개인 삶의 위기감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고자 하는 방어적인 성향이 강하다. 그러다보니 웰빙 역시 일단 ‘나’부터 잘 먹고 잘 살자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것일까?

먼저 우리 나라의 경우, 대중매체들이 웰빙 정보를 주도적으로 전달한 것이 대략 2000년 즈음으로 되돌아 간다. 이 때는 급작스럽게 찾아온 여러 가지 환경 재해에 대한 공포가 급속히 확산되었던 시점이다. 특히 2002년 4월 사스(SARS)를 통해 일반 시민들도 환경 재해가 나 자신의 건강과 직결됨을 실감하기 시작하였다. 더욱이 우리 국민들의 위기감을 유발한 것은 비단 이러한 환경 재해뿐만이 아니었다. 식품, 가전, 섬유, 건설을 막론하고 전 산업 분야에 걸쳐 건강에 대한 불 안감을 유발하는 이슈들이 연일 터져 나왔다. 예컨대, 얼마 전에는 대부분 여성들의 일용품인 생리대에서조차 염소 표백의 부산물인 다이옥신과 레이온이 검출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매경 이코노미 2005년 8월 3일자 보도).

건강에 대한 관심고조로 개인을 위한 웰빙 성향 강한 한국

한 여성이 평균 한달 5일씩, 하루 다섯 개의 생리대를 사용한다고 가정하였을 때, 평생 약 총 1만1천4백번 다이옥신과 반복적으로 접촉한다는 의미이니, 내 몸을 생각하는 여성이라면 노심초사 경계하며 자연친화적 제품에 눈이 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이슈들은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고조됨에 따라 더욱 신랄하고 집중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결국, 정보의 잦은 노출은 단지 살아있는 것 이상으로 건강하게 장수하며 살자는 바람 즉, 웰빙의 기본 개념을 더욱 간절하게 하는 밑받침이 되었다. 다시 말해, 인간의 기본 욕구인 먹고, 마시고, 거하는 것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에서 탈피하여, 나라는 개인의 존재를 유지하고자 하는 니즈가 더욱 강해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흐름은 향후 어떤 방향으로 변모해 나갈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웰빙의 물리적, 환경적 요소와 함께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다양한 심리적 동인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서적 안정에 대한 욕구가 웰빙트렌드 가속화

위의 언급된 바와 같은 불신과 불안함에 노출된 소비 자들은 제품과 기업에 대해 신뢰를 구축하기를 원하며, 또 긍정적인 기업이미지가 소비와 큰 관련성을 맺게 되었다. 예를 들어, 칼로리표를 제시한 맥도날드나 벤츠의 당당한 리콜 서비스 등 양심적 기업활동이 오히려 긍정 적인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일조하였다. 물건자체의 품질뿐만 아니라 과정을 중요시 여기는 환경 경영 또한 웰빙 경영으로 호평 받고 있다. 아직은 미미하지만 세계 각처에서 일고 있는 깨끗한 옷 입기 운동(CCC, Clean Clothes Campaign), 윤리적 소비 운동과 같은 윤리적 각성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주 5일제가 활성화됨에 따라 자기 삶을 돌아볼 여유가 예전보다 많이 늘어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자기 존재 만족에 대한 욕구는 점차 증가될 것으로 예측된다. 예컨대, 오늘날 소비자들은 누구나 복잡한 사회 생활과 업무로부터 오는 지나친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되길 원하고 있다.

즉, 지친 육신과 정신에 편안함을 주고, 최종적으로 개인 스스로를 회복하는 것에 대해 관심 갖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이들의 행복 추구 성향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으며, 향후에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요가나 아로마테라피 등 외적인 치유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결국 복잡한 사회생활 속에서 젊은이들 사이에 꾸준 히 활성화되고 있는 블로그와 파티, 동호회 등도 점점 메말라가는 ‘나의 인간 관계’를 회복하려는 심리와 무관하지 않게 흘러갈 것이다. 즉, ‘정서적으로 건강함을 영위하고자 하는’ 웰빙의 연속선상에서 꾸준히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도 무언가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것을 느끼고자 하는 ‘나’의 욕구 표출도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과거 소수 특정인들의 전유물이었던 레포츠나 운동의 보급, 번지점프 등 각종 체험식 여행 상품의 다양한 개발 또한 단순히 육체적인 운동이라는 관점보다는 내 삶을 풍요롭게 하는 새로운 도전이라는 측면에서 활성화될 것이다. 이는 단순히 고급스러운 제품 자체를 구입한다기보다는 그 가치를 구입하려는 성향과도 무관하지 않다.

제품이 아닌 가치를 구입하려는 경향 두드러져

이는 제품을 구입하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이 들이 소비하는 매스티지(masstige)는 물질적인 사치가 아닌 감성적인 사치에 가깝다. 즉, 단순히 고급스러운 제품보다는 나의 취향과 가치, 자존심을 지켜 주는 희소성 있는 제품들이 더욱 인기를 끌 전망이다(한국형 소비 트렌드의 5가지 신조류, 2005년 주간 경제). 이와 같이 현재 웰빙을 둘러싼 소비자들의 물리적, 심리적 동인은 과거 보보스 족, 명품 족과는 다르고, 더욱 다각적이다. 결국 향후의 웰빙 마케팅 성공은 단순히 웰빙이라는 단어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뿐 아니라 다양화된 각 고객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차별화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