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a boxㅣ국내 노트북 PC 시장의 현황과 전망

초저가 노트북 열풍이 가져온 변화들

송명규 / 시노베이트 코리아 연구부 과장

 

국내 PC시장에서 데스크탑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서서히 쇠퇴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노트북은 해마다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한때 수출의 효자 역할을 했던 노트북 PC의 수출액수는 줄고 수입은 늘어나 2005년에 이르러서는 완전한 역전을 이루었다. 이렇듯 해외 업체의 공격적인 진출이 눈에 띄는 가운데 노트북 PC의 초저가 트렌드 또한 국내 업체들을 괴롭히고 있다. 중국 업체 등의 가격 전략에 대응한 대기업 PC의 저가 모델 출시로 이중고를 겪은 국내 중소기업들은 특히나 이 같은 트렌드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모든 제품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시장에 태어나서 사라지는 일련의 생애를 갖게 된다. 우리는 이를 Product Life Cycle이라 부르며, 각 단계에 적합한 전략을 적용하여 이익창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다만, 한 제품의 생애가 우리 인간과 다른 점은 마케터의 노력과 시장환경에 의해 또 다른 생애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데스크탑 PC시장은 Product Life Cycle상 이미 성숙기를 지나 포화상태에 접어 든데다 수익성마저 낮은 탓에 쇠퇴기를 맞이하는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노트북 PC가 데스크탑 PC를 대체하는 추세로 노트북 PC는 새로운 시장 창출자의 역할을 담당하며 해마다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데스크탑 PC 시장은 2000년을 정점으로 연평균 7% 정도씩 감소하는 추세인 반면, 노트북 PC시장은 연평균 10% 정도씩 경기와 무관하게 꾸준히 성장하여, 2008년에는 노트북 PC의 판매량이 데스크탑 PC판매량의 36% 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 노트북 PC 수출액은 꾸준히 증가하여 2003년에는 13억2천6백만 달러에 달해 10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수출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으나, 2004년 에는 4억9천7백만 달러로 2003년 수출액에 비해 62.5% 가 급감하였다.

초저가 노트북 PC, 중견업체의 입지 위협

반면, 국내노트북PC 수입액은 2003년까지는 2~3억 달러 수준에 머물렀으나, 2004년에는 2003년 수입 액에 비해 59.0% 증가한 4억6천4백만 달러로 수출액과 수입액이 거의 비슷한 수준을 이루었으며, 2005년 2월까지는 수출액(3천3백만 달러)이 수입 액(1억1천9백만 달러)에 훨씬 못 미쳐 약 8천6백만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국내 업체의 노트북 PC 수출액이 큰 폭으로 무역적자를 기록한 것은 2004년 이후 우리 기업의 해외 경쟁력이 급격하게 약화됨과 동시에 해외 업체의 적극적인 마케팅 및 가격 경쟁력에 기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2004년을 기점으로 국내 노트북 PC의 수출입 현황에 급격한 변화가 나타났는데, 이때가 국내외 PC 업계에 큰 변화가 있었던 시기였다. 해외에서는 중국 레노보(Lenovo)가 기존 사업규모보다 4배나 큰 IBM PC 사업부문을 인수하여 HP, Dell에 이어 세계 노트북 PC업계 3위로 부상하였으며, 국내에서는 LGIBM이 8년 만에 한국 IBM과 LG전자로 분리되어 경쟁자로서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처럼 국내 노트북 PC 제조업체는 급격한 대외 시장환경과 포화상 태에 이른 국내 시장환경 속에서 심한 경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다.

2004년 판매량을 기준으로 국내 노트북 PC 시장은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이 33.5% 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2위는 LGIBM(20.8%), 3위는 도시바(12.0%), 4위는 HP(11.8%)의 순이었으며, 삼보 컴퓨터(7.4%), 델(3.5%) 등이 그 뒤를 쫓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2005 년부터는 이러한 시장점유율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IBM PC 사업부문을 인수한 중국의 레노보가 세계 노트북 PC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름에 따라 이들의 시장침투전략에 의해 향후 노트북 PC시장은 급격한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시장변화의 한 예로 초저가 노트북 PC의 출현을 들 수 있다. 최근 들어 100만원 이하의 노트북 PC가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국내 중견 브랜드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자본과 인지도를 앞세운 외산 브랜드의 위상이 날로 높아가며 국내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이러한 시장변화에 따라 고가전략을 추구하며 저가 경쟁은 하지 않겠다던 삼성과 LG같은 국내 대기업 또한 100만원 이하의 초저가 제품 경쟁용으로 120만원대의 저가 제품을 출시하고 있어 저가 노트북 PC는 새로운 시장대세를 이루고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시장지위와 자본이 열세인 중견 제조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며 시장에서 퇴출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2005년 4월 용산전자상가에서 월세 12만 원으로 PC사업을 시작해 한때 3천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PC업계의 신화로 기록됐던 현주컴퓨터가 경영악화를 극복하지 못하고 최종부도를 맞았으며, 5월에는 국내 PC업계 2위로「에버라텍 5500」이라는 초저가 노트북 PC을 시장에 내놓으며 노트북 PC의 가격경쟁에 불을 당긴 삼보컴퓨터가 창립 25년 만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일들이 중견 제조업체의 현 상황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차별화된 기술 개발, 가격 경쟁력 확보만이 살 길

노트북 PC시장의 저가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일본 소니가 인터넷 직판을 통해 10만 엔 이하의 노트북 PC를 선보이며 전 세계 컴퓨터 시장에 서 가격파괴 경쟁이 달아 올랐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일본의 소텍코리아는 109만원에 판매하던「7200C」모델을 99만원으로 낮춰 시장에 내 놓았고, 한국델의 99만원짜리「래티투드」모델, 한국HP의「컴팩프리자리오」보급형 모델(120만 원), 도시 바코리아의「새틀라이트 A60」셀러론 모델(120만 원선)등 외산업체의 가격경쟁은 가히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레노보가 레노보코리아로 출범하여 저가 노트북 PC시장에 등장하는 것이 현실화되면, 국내 초저가 노트북 PC시장은 생존경쟁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형국이 될 것이다. 향후 노트북 PC 시장은 성장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포화된 PC시장에서 노트북 PC는 Product Life Cycle 상 이제 도입기를 지난 성장기를 향해 질주하는 상황이다. IT산업의 회복과 경기회복에 따른 PC 교체 수요가 데스크탑 PC에서 노트북 PC로 옮겨가는 상황은 거부할 수 없는 대세로서 그 성장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전문기관인 IDC에 따르면, 세계 노트북 PC 시장규모는 판매량 기준으로 연평균 18.4% 씩 성장하여 2008년에는 판매량이 9천3백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이러한 추세는 국내 노트북 PC시장의 성장 전망과도 무관치 않을 것으로 판단되며, 저가 제품을 기반으로 촉발된 노트북 PC의 확산과 중국 업체의 국내진출 등이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시장변화에 발맞추어 국내 업체들도 차별화된 기술개발, 미충족된 소비자욕구 파악 및 가격 경쟁력 확보를 통해 외산업체의 도전을 이겨낼 수 있는 체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시장은 언제든지 냉정한 심판을 내릴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