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 경쟁PT, 이대로 좋은가? / 광고주 사례

광고주가 바라 본 프레젠테이션

조상형 / 방송광고공사 출판사업부 차장

광고업무를 한 광고회사에 장기간 맡기면 일관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서로 좋을텐데 광고주들은 왜 1년마다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시킬까? 이에 대해 모 광고주 실무자는 이렇게 말한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1년이나 1년반정도 지나면 광고회사가 처음과 달리 긴장감을 잃고 서비스가 소홀해지는 경향을 보이곤 해요. 그 외에 광고주가 다양한 아이디어를 새로 받아보고 싶어서 경쟁을 시키는 경우도 있고요. 예를 들어 3개 광고회사에 경쟁을 붙이면 최소한 6개의 아이디어를 볼 수 있잖아요." 광고주와 광고회사가 장기간 파트너십을 유지하는게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장기간 계약유지가 쉽지 않은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최근 '광고계동향'의 광고주 광고담당부서 현황조사에 따르면, 광고주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광고회사 선정기준은 '우수한 광고전략'과 '뛰어난 크리에이티브'항목이 꼽혔으며, '광고회사 조직원의 맨파워'와 '매체 집행력'이 그뒤를 이었다. 반대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항목은 '다양한 무료서비스및 리베이트'와 '다양한 광고회사 서비스', '광고회사의 성장정도및 취급 광고주 크기 분포'등이었다. 실제로 몇몇 광고주의 광고회사 평가표를 살펴보면 '광고제작 크리에이티브'와 '광고전략'항목이 커다란 배점을 차지하고 있고, '다양한 무료서비스'등이 광고계에서 사라져야 할 대표적인 나쁜 관행으로 흔히 얘기되는걸 보면 위의 설문결과가 납득할만한 내용임을 알 수 있다.

불황 탓인지 요즘 광고업계의 경쟁PT시장은 더욱 치열해져 가고 있는 듯하다. 취약매체 집행비율을 몇%로 가장 낮게 적어 이겼다는 둥, TV광고 몇편을 무료로 제작해주기로 약속하고 광고수주에 성공했다는 둥 제 살 깎아먹기 경쟁소식도 들리고 있다. 그러나 비교적 공정하고 투명하게 경쟁PT를 진행한다는 모범사례도 있는데, 광고회사 실무자들이 추천한 대림산업의 광고회사 선정사례를 살펴보도록 하자.

대림산업의 광고회사 선정 사례

대림산업의 광고회사 선정절차는 크게 두단계로 나뉘어져 있다. 1단계는 전년도 실적, 성공캠페인 보유사례등 자체 선정기준에 따라 조건에 맞는 경쟁PT 참여 광고회사를 선정한다. 2단계는 1단계에서 선정된 광고회사를 대상으로 브랜드 매니지먼트, 크리에이티브 전개방향, 소비자 접점에 따른 효과적인 IMC(통합적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개방안등에 대해 공개 경쟁PT를 실시하여 1개사를 최종선정한다. PT참여 필수조건으로 이 회사의 광고업무를 전담할 수 있는 전담팀 운용과 경쟁PT시 전담팀이 직접기획, 제작 및 프레젠테이션할 것을 요구한다. 광고회사의 실력이 아니라 전담팀의 실력을 보겠다는 의도에서다. 광고회사의 평가는 홍보, 마케팅, 브랜드기획등 관련부서의 실무자로 '홍보실무위원회'를 구성하여 평가항목별 평가표를 작성, 종합집계에 의해 광고회사를 결정한다. 방송매체 제작물은 스토리보드 또는 스토리 영상 편집형태로 2개의 시안까지 인정하며, 그 이상의 시안이나 모델대역 사용등은 인정하지 않는다. 평가의 공정성을 위하여 PT 발표시간을 엄격히 지킨다. PT 종료후 평가점수 집계 및 임원 결재과정을 거쳐 최종결과를 발표하는데, 통상 PT 바로 다음날 서면으로 광고회사에 전달된다.

인터뷰> 임희석 대림산업 홍보팀 과장

> 광고회사 선정절차가 투명하고 신속하다는 평가가 있는데요

저희 회사는 PT평가단 구성이 독특하다고 할 수 있어요. 홍보와 관련된 부서의 과장, 차장급 실무자 10여명으로 평가단을 구성하여 광고회사를 선정하고 있습니다. PT결과는 바로 다음날 알려주고요. 평가단에서 임원을 배제한 이유는 임원들일수록 주변의 로비를 받을 가능성이 높고, 그분들 말 한마디가 전체평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또 임원들의 즉흥적인 판단보다 광고에 대해 오랫동안 깊이 고민해온 실무자들의 판단이 더 나을 것이라는 최고경영진의 신뢰가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죠.

> 매년 경쟁PT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매년 PT하는 것은 비용낭비등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3년이상 관계를 꾸준히 유지하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이는 광고회사의 안정성을 보장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브랜드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이유가 큽니다. 이를 위해서는 광고주가 확고한 주관을 갖고 있어야 하겠고, 광고회사도 최고의 서비스로 이에 부응해야 되겠죠. 이런 말을 제가 자신(?)있게 할 수 있는 것은 대림산업의 경우 올해 경쟁PT를 안하고 현재의 광고회사와 연장계약하는 좋은 선례를 남겼기 때문입니다.

> 바람직한 PT문화를 위해 말씀하고 싶은 사항이 있다면

각자 자기회사에 맞는 광고회사를 썼으면 합니다. 연간 광고비가 50억원하는 광고주가 있다 치면 대형 광고회사들도 욕심 안부렸으면 좋겠고, 광고주도 중위권 광고회사중에서 적합한 회사를 찾는게 더 서비스를 잘 받을 수 있다고 봐요. 광고주에겐 오히려 그런 선택이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유수의 광고회사에 가면 중소광고주에 불과 하지만, 중위권 광고회사에게는 2~3위 광고주가 될 수 있거든요. 자기회사에 맞는 광고회사를 선택할 때 최선의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다고 봅니다. 광고업이 수주산업이다 보니까 과열경쟁으로 인해 이러저러한 불합리한 영업관행에 대한 얘기들을 간혹 듣게 되는데, 영업력보다 진짜 실력으로 경쟁했으면 좋겠습니다. 또 너무 지르고, 과장하는 행태도 줄어들었으면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