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a box ㅣ 한국 중고자동차 시장의 현황과 전망

양적 성장 걸맞은 내실화 노력 요구돼

손혜진 / 시노베이트 비즈니스 컨설팅

중고자동차 판매 시장이 2005년에 들어와 수도권을 중심으로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외적인 규모에서 회복세가 보여질 뿐 아니라 그동안 취약한 자금력과 인적 자원에 따른 마케팅 부재 등의 문제도 개선될 조짐이 엿보인다. 수입자동차 업체도 중고용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수익성 악화를 초래한 소비자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도 지속되고 있다. 새롭게 시장에 뛰어든 기업형 업체들을 중심으로 한국의 중고자동차 시장을 살펴 보자.

한국에 중고자동차 유통업이 등장한 지는 30년이 넘었다. 그 동안 한국의 중고차시장은 극심한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의 구매심리가 위축되면서 IMF때보다 더한 어려움에 처해있었다. 기존 중고차업체들은 취 약한 자금력과 인적자원으로 판매부진이라는 수렁에 빠져 수익창출 방법 및 마케팅 능력도 쌓지 못했다. 반면 새롭게 중고차사업에 뛰어든 온·오프라인 기업형 업체들과 신생 시장들은 차별화된 새로운 마케팅을 시도하면서 불황 탈출과 미래의 주도권 장악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한국의 서울자동차 매매사업조합에 따르면, 올1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중고차 판매대수는 2만6 천498대를 기록, 작년 10월 이후 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는 전월에 비해서는 12.6%, 작년 1월과 비교해서는 12.5% 증가한 것이다. 이는 2005년 1월 들어 신차 판매가 늘어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신차 판매 또한 작년 동월대비 5% 이상 증가했다. 이제 양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인 문제점으로 많은 지적을 받았던 중고차시장이 전문화, 규모화, 내실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한국 중고자동차 시장의 특징과 변화를 살펴보자.

첫째, 중고차시장의 대형화를 들 수 있다. 중고차 시장의 대형화는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점과 같이 고객의 선택폭을 넓힐 뿐 아니라 정비, 용·부 품, 금융 등 자동차관련 서비스를 연계해서 처리할 수 있고 수많은 딜러와 판매자들을 단일 판매망으로 묶을 수 있어 효율성이 높아졌다. 둘째, 온라인 중고차업체의 서비스 개선을 들 수 있다. 신생 온라인 업체들은 인터넷을 접목하여 단순한 매물정보의 한계를 벗어나 웹사이트에 대출조회 및 제휴신용카드 신청시스템을 반영하는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하여 실시간 중고차 매물정보 및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셋째, 신차 업계의 중고차 경매도 주목할 만하다. 신차 업계가 판매촉진의 수단으로 고객의 중고차 처리를 위해 자동차 경매, 공매장을 설립하고 나섰다. 중고차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경매장의 수익다각화에 나서고 있고 기업형 업체나 대형시장들은 신차 업계와 제휴를 맺어 영업을 확장하고 있다. 넷째, 중고차 수출이 활성화되었다. IMF 이후 내수 시장 불황이라는 상황 속에서 중고차 수출만이 호조를 보였다. 2004년 건설교통부가 집계한 중고자동차 수출추이는 30만대를 육박하고, 이중 중동지역의 수출구성비가 70% 가량으로 비중이 높다.

전국 자동차 매매조합 연합회의 자료기준에 따르면 한국의 중고자동차 시장은 전국 16개 지부 210개 조합에 등록된 상사만 3천635개며 등록된 종사원수만 15만7천명, 등록되지 않은 조합까지 합하면 4천 700여개, 종사원수는 30만명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주요 중고자동차 유통단지로 대표적인 시장인 율현동 강남자동차 매매단지는 2001년 9월 개장하여 중고차 시장의 대부라 불릴 만큼 그 규모나 거래대수에서 타 시장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이 매매단지는 경차에서부터 대형 화물차까지 총 망라한 다양한 전시 차종과 정비업소, 보험사, 할부금융사, 식당 등 부대시설을 포함 매장 내에 모든 생활권을 갖추고 있다. 요즘 신생 대형시장과 기업형 업체들은 「자동차 포털서비스 제공을 통한 복합쇼핑몰화」를 기본으로 입주상사들의 이기적 행위나 변칙적 영업행위를 통제하여 중앙집중식 관리나 제어를 합리적으로 운영하고 소비자 보호장치를 강화하고 있다.

수입 중고차 가격도 내려, 일부 업체 중고시장 개척 나서

한국의 중고자동차 시장의 특성상 중고차는 신차와 달리 동종차량이라도 차량 상태, 시장의 수요공급 상 황, 지역 특수성 등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나게 된다. 중고차 가격은 일반적으로 차량 연식이나 색상, 주행거리, 사고 유무 등과 같은 기본적인 요인 이외에도 차량의 상태에 따라 가격이 매겨지지만, 실제로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은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차종에 따라 다르지만 국산차의 경우 대개 1년이 지나면 신차가격의 10~15% 가 떨어지며, 통상 적으로 제조사 무상 수리보증 기간이 끝나는 4~5년이 경과하게 되면 신차가격의 약 50~65% 정도에 거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수입차는 국산차의 경우와 상황이 다르다. BMW, 벤츠, 아우디, 렉서스 등 일부 인기 차종을 비롯, 4천cc 이상의 대형 세단 역시 예전에는 「검은색이기만 하면 무조건 며칠 안에 팔린다」 고할 만큼 수입 중고차 시장의 효자였다.

그러나 일본, 미국 등 신차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메이커는 물론이고 중고 가격이 잘 떨어지지 않기로 유명한 독일제 최고급 승용차들조차 가격이 예년보다 1천만 원 이상 떨어졌다. 수입차가 처음 수입되기 시작한 때는 1987년 1월로 대형차와 소형차 시장이 우선적으로 개방됐다. 승용차 내수시장에서 수입차의 점유율은 2% 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중고차의 판매비율도 2% 미만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낮은 시장 점유 율을 보이고 있지만 대형 고급승용차 및 특수차 등과 같이 고가차량에서는 그 비중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시장점유율을 단순히 대수 기준으로 파악하기 보다는 차량의 가격 등을 고려한 판매액 기준으로 조사하면 점유율은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수입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집계방법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KAIDA(한국수입차 협회)는 이에 따라 올해 수입차 내수판매 규모(수입사별 전망치 기준)가 전년대비 20% 의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며 2만3천5백 대에 달 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한국시장에서 수입차 판매는 올해 2만3천500대에서 해마다 꾸준한 증가세를 실현하면서 오는 2008년께 4만6천대 수준으로 확 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몇 년 동안 수입차 업계의 중고차 사업진출과 확장이 러시를 이루었다. BMW코리아와 다임러크라 이슬러가 중고차 전시장을 개장하며 적극적인 공세를 펴는데, 이들 업체는 신차마케팅의 일환을 넘어선 중고차 시장의 잠재적 가능성을 공략했다는 데에서 수입차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 동안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중고차 업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 극심한 거래부진과 함께 개인 신용불량자 증가에 따른 중고차 할부금융위기, 신차 특소세 인하 등의 여러 악재들이 꼬리를 물면서 중고차 시장은 침체를 거듭하였다. 또한 기존 중고차업계의 영업 방식 또한 단순하였다. 이렇게 여러가지 악재 속에 결국 중고차 거래규모가 커짐에도 불구하고 업체의 수익성이 나빠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과거 소비자들이 중고차로 가격만 싼 차를 선호한 것에 비해 이제는 취향 및 구매목적에 따라 중고차를 구 입하는 경향이 늘어가는 추세이다. 새로 중고차 사업에 뛰어든 온·오프라인 기업형 업체들과 신생 시장들은 이같은 기존 업계의 문제점을 답습하지 않고 차별성을 높이기 위해 신선한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지만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태에서 불황을 타개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중고차유통업이 등장한 이후로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시스템 또한 전무했다. 이는 결국 중고차 매매업의 후진성을 불러 일으켰다. 마케팅 능력 부족과 소비자 불신도 여기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 많은 소비자들의 이같은 불신이 일반화되어 있지만 최근 이러한 불신을 해소시켜 유통 질서 확립을 위한 방안이 새로이 시행되고 있다.

온라인거래에 따른 당사자간 거래 증가, 자동차사고 등 이력 정보 서비스, 자동차 애프터마켓 등장, 주행 거리 의무기재화, 전국 번호판제 시행, 중고차 성능 보증제 시행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방안들은 선진국의 사례와 국내 실정을 고려 한 것으로 소비자의 신뢰가 높아진다면 유통시장의 인식 및 분쟁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산업은 그 특성상 대단히 중요한 기간산업이다. 최근 자동차 내수가 늘어나고 수출이 증가 추세를 나타내는 등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 현상일지도 모른다. 한국업체가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해외의 대형업체와 맞서 독자적으로 수익성을 낼 만큼의 판매물량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생산능력의 확보와 적절한 유통망 등 판매 인프라가 선행되어야 한다. 현지의 구매관습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딜러를 확보하고, 신속한 서비스를 보장해 줄 수 있는 A/S구조, 그리고 각종 부품을 적절히 공급할 수 있는 유통망 등을 먼저 구축해야 한다. 중고차 시장은 그동안 양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질적으로는 답보 상태를 보여 왔다. 그러나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시장에 투입됐던 딜러들이 차츰 전문성을 높이고 매매업이 전문직 종으로 인정받을 기반이 만들어짐에 따라,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와 토대가 만들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