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광고의 성공전략ㅣ삼양라면 광고 캠페인

이거 무슨 라면이야? 아하~삼양라면!

한선영 / 제일기획 광고12팀

딱 1년의 시간이 흘렀다. 일 년 전, 우리 나라에서「라면광고」하면 잘 꾸며진 부엌에 둘러앉아 가족이 함께 엄마가 끓여 준 라면을 먹던「공식화」된 그림이 있었다. 일 년 후, 보수적인 식품업계에서도 알아주던「보수파」라면광고는 이제 완전히 새롭게 옷을 갈아입고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그리고 이 관성을 가장 먼저 깨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바꾼 것은 삼양라면이었다. 아하~삼양라면! 이 새로운 캠페인은 브랜드 호감도와 매출을 2배 이상 끌어올리면서 소비자의 머리 속에 자리잡았다. 누구나 알고 있는, 그러나 누구나 만들지는 못했던 새로움의 영역으로 들어가 보자.

삼양라면은 1963년에 출시되어 이제 43주년을 맞는, 국내 최초의 라면이자 우리 나라 식품 역사의 한 장을 당당히 차지하는 장수 브랜드이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오랜 커뮤니케이션 활동의 공백으로 인하여 침묵의 브랜드化 되었고, 이에 따라 40대 이상 중장년층이 먹는「옛날 라면」이라는 노후화된 브랜드 이미지와 그로 인해「먹는 사람만 먹는」한정된 지지층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더욱이 강력한 브랜드인 신라면이 소비자들 머리 속에 라면 그 자체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듯 알고 는 있으되 손이 가지 않는 삼양라면을 다시 소비자들이 돌아보게 하기 위한 무엇이 필요했다. 기존 라면 광고의 공식처럼 여겨졌던 유명모델을 기용하여 제품의 차별성을 알리고, 이성적으로 소 비자를 설득하여 구매하게 만드는 단계들은 그저 소비자의 머리 속에「신라면과 다른 맛」정도로 인식될 수 밖에 없었고 수많은 라면 중의 하나로 우리 브랜드를 남길 뿐이었다. 결국 삼양라면이 택한 전략은 맛 자체를 강조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소비자들에게 마치 자신이 직접 삼양라면을 맛있게 먹는 듯한 브랜드 간접체험을 제시하여 먼저 공감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독특한 광고형식에 살아있는 씨즐로 소비자 공감 확보

맛은 식품에 있어서 소비자의 선택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자 그 자체가 이미지로 연결되는 강력한 무기이다. 그러나 무분별한 매운 맛, 얼큰한 맛, 담백한 맛 등의 메시지 경쟁 속에 정작 지금까지의 라면광고에서「무엇이 진정 맛있게 보이는가」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삼양라면은 이와 달리 무엇보다도「살아있는 맛있음」을 안방까지 그대로 가져오는 데 주력했다. 컴퓨터 모니터에 푹 빠진 인터넷 폐인, 링 옆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는 여성 복서, 병원에서 짬을 내어 야참을 먹는 인턴들 등 기존 라면 광고에서는 볼 수 없었던 살아있는 일상 속 캐릭터에서 정말 라면이 맛있는 순간을 잡아내어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럽게「삼양라면이 맛있다」를 느끼게 하였던 것이다.

또한 형식에 있어서는 통상적인 TV광고 15초를 절반으로 자른 7.5초 형식을 두 개씩 엮어 15초 멀티 3편의 광고로 만들었다. 생생한 씨즐감에 연이어 나오는「삼양라면~」이라는 징글과 패키지가 두번씩 오버랩 되면서, 이렇게 맛있는 라면이 바로 삼양라면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독특한 형식을 구축하였다. 그렇게 해서 나온 1차 캠페인은 일상 속의 다양한 인물들이 정말 맛있게 라면을 먹다가 이렇게 맛있는 라면은 과연 무슨 라면일까, 궁금해하는 장면을 담았다.『이거 무슨 라면이야?』정답은『아하~삼양라면~!』군더더기 하나 없이 맛있게 라면을 먹는 상황과 반복되어 나오는 징글이 겹쳐지면서 보고 나면 당장 달려가 삼양라면 한 봉지를 집어 들고 끓여 먹어야 할 듯한 강한 자극을 남긴다.

광고가 나간 이후 소비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삼양라면은 생산 현장에서의 물량 공급이 모자랄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고, 광고 인지도와 선호도 역시 동종업계 1위를 달성하였다. 특히 광고 세부 속성 평가에서는 브랜드 전달력과 차별성에서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타 광고에서는 보지 못한 새로움이 한번만 보면『아, 삼양라면 광고구나』하고 알게 했으며, 광고 자체의 새로움이 브랜드의 신선함으로 전이되어 노후화를 극복하고 새롭게 옷을 입히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2차, 3차 캠페인으로 발전되어 나가면서 삼양라면의 자산이 된 기본적 틀-징글, 리얼한 씨즐감, 멀티 스팟 CM 형식-은 유지해 나가되 상황적, 소재적으로 새로움을 추가하고자 하였다. 2차 캠페인에서는 순찰을 돌고 난 후의 경찰관, 새벽 등산을 앞둔 부부 등 여전히 일상의 생생한 장면 속에서 이 제 삼양라면의 맛을 알게 된 사람들이『삼양라면 맛있지?』『훌륭하네~』식의 대화를 주고받으며 그 인식을 공유한다. 또 3차 캠페인에서는 옆에서 누군가 라면을 먹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먹고 싶어 지는 공통의 심리를 삼양라면과 연결하여『먹고 싶다!삼양라면』으로 표현하였다.

브랜드 매출 2배 이상 성장, 제 2의 도약 눈 앞에

1년 여 동안 캠페인이 진행되면서 삼양라면 브랜드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하였고, 브랜드 호감도와 이미지도 2배 이상 개선되었다. 특히 광고 이전에 취약했던 10대 타깃의 구입 및 취식률이 90% 가까이 나타나 광고가 새로운 이미지로의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었음도 알게 해준다. 한경/브랜드스톡 선정 대한민국 100대 브랜드에 1년 만에 순위권 밖에서 43위로 뛰어오르며, 광고가 단순히 일회성 자극이 아닌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호의도와 선택으로 이어졌음도 입증되었다.

최근 새롭게 시작한 2005년 캠페인은 지난 캠페인의 성과를 이어가면서,「맛있는 삼양라면」에 약간의 재미와 이야기를 넣어 삼양라면과 소비자를 정서적으로 연결코자 했다. 황당하거나 난감한 상황에서『라면이나 먹어~』라며 넉살 좋게 받아넘기는 매개체로 삼양라면이 등장하여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피식 웃게 만드는 것. 보고서는 작성했냐고 묻는 상사의 질문에 라면을 먹으며 얼버무리는 신입사원, 성적표는 어딨냐는 엄마의 질문에 라면이 맛있다고 능청부리는 아들, 남자친구가 고백을 하는데 라면만 먹으며 딴청을 피우는 여대생 등 세대별로 색깔 다른 넉살 속에 맛 있는 삼양라면과 따뜻한 유머가 어우러져 라면 먹는 재미를 감각적으로 더해준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즐기는「맛있는 라면」으로 자리잡은 삼양라면. 브랜드 수명 주기가 유독 짧다는 우리 나라에서 한 브랜드가 이렇게 오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이는 일관성과 새로움의 조화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원칙을 지켜나가되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여야 하는 것이 장수 브랜드의 숙명이라면, 삼양라면은 지난 일 년간 카테고리 본질에 충실한「맛있는 삼양라면」메시지를 새로운 그릇에 담아 내어 소비자들을 사로잡으며 다시금 브랜드의 제 2 도약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지금까지의 40년 만이 아닌 앞으로의 40년을 계속 소비자와 함께하는 브랜드가 되기 위하여, 삼양라면 캠페인의 진화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아직 마지막 쌀쌀함이 남아있는 계절이다. 또 이런 계절엔 라면이 제격이다. 지금 이 글을 보시면서 다시 한번 입 안 가득 삼양라면이 그리워지시는 분들은 참지 말고 그 따뜻하고 깊은 국물맛에 오늘 빠져 보심이 어떠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