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광고 연구 38ㅣ세계의 공익광고

인류의 과제와 테마

우에조노리오(植條則夫) / 일본간사이대 사회학 부교수
김민기 옮김 /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환경, 교육, 마약 문제 등 많은 공익광고의 테마는 다수 국가들에 서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인구정책이나 특정 질병 등 각국의 개별적 사회 문제에 따라 정해지는 테마들도 찾을 수 있다.

일찍이 마샬 맥루한(Marshall McLuhan)은 교통 · 통신의 발달이 이윽고 지구를 하나의 마을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21세기를 맞은 지금, 그의 예측대로 지구는 하나의 조그만 마을이 되어 어느 나라에서 일어난 사건과 동향도 순식간에 세계 속으로 전달되는 시대를 맞고 있다. 또 기업 활동의 세계화에 의해, 외국기업의 활동과 광고도 우리들의 가정에 전달되고 있다. 그러나 공익광고의 경우, 외국의 활동은 뉴스성이 높은 정보는 아니기 때문에, 거의 알 기회가 없다. 이 장에서는 가능 한한 세계 각국의 공익광고를 분석함으로써, 그 전모를 이해함과 아울러 지금 세계가 안고 있는 사회적, 공공적 문제를 검증해보려 한다. 왜냐 하면, 각국에 있어 공익 광고의 테마에는 세계적으로 공통되는 것들이 많고, 가령 어떤 나라만의 독자적인 문제라 하더라도, 그것들은 21세기의 인류가 긴급히 해결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될 중요과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는 방대한 수에 달하는 공익광고가 실시되고 있고, 그 성격상 테마를 정확히 분류하는 것은 매우 곤란하다. 그러나 적어도 일상생활을 통하여 일반 시민의 행동이 문제의 해결로 이어지는 공공문제에 관해서는, 세계가 공통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 오늘날 미국 AC에서는 1년 동안 실시하는 캠페인 테마를 다음의 6가지 영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지역 사회의 개선(Community Improvement), 다양성의 존중(Diversity & Respect), 교육(Education), 환경(Environment), 건강관계(Health & Well-Being), 공공의 안전(Safety)이 그것이다. 이 장르 안에는 수십 종의 테마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미국AC의 경우이고, 세계 각국의 공익광고를 모두 이 프레임 속에 수용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좀더 세분화하여 여기에서는 다음과 같은 항목으로 분류해두고자 한다. 환경 · 자원, 복지, 교육 · 가정, 범죄, 공중도덕 · 예절, 교통, 자원봉사 · 지원, 경제, 건강 · 의료, 마약 · 흡연, 인권 · 차별, 평화 · 방위, 기타로 나눌 수 있다.

공익광고의 테마는, 어느 나라에 있어서건 거의 이러한 영역으로부터 선택되고 있다고 생각해도 좋은데, 구체적인 광고표현을 보고 있으면 인간과 사회를 둘러싼 전 영역에 퍼져 있음을 알 수가 있다. 다만, 같은 테마라도 나라가 놓인 상황에 따라 크리에이티브 컨셉과 표현내용이 크게 달라진다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러한 가운데, 지금 가장 공통되고 있는 것은 환경 · 자원, 건강 · 의료, 복지, 교육 · 가정에 대한 각국의 대처이다. 그 중에서도 환경오염은 그 나라만이 아니라 지구 차원의 문제로서 인식되고 있고, 물, 대기, 식물, 삼림, 쓰레기 문제에서 자 원의 낭비와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영역이 해당된다. 또, 수질오염 문제 하나만 하더라도 나라에 따라 각각 하천 · 호수, 해안 등 중점을 두는 곳이 다르다. 한국에서는 한강, 캐나다에서는 돈 강(Don River), 호수가 많은 노르웨이에서는 뮤사 호(Mjosa Skal), 리아스식 해안이 많은 일본과 홍콩에서는 바다와 해안을 다루고 있다.

여기서 브라질의 공익광고를 하나 소개해보자. 이 TV광고는 제36회 칸느 국제광고제에서 금상을 수상한 작품으로,「환경보호」가 테마이다. 처음에는 긴 머리의 원주민 어린이가 클로즈업으로 등장한다. 거목들을 벌채하는 체인 톱 소리와 함께 바리캉으로 그 어린이의 풍성한 머릿결이 무참하게 깎여나간다. 그리고 마지막에『아마존의 삼림을 지킵시다』라는 내레이션이 나온다. 이 광고에는 열대우림을 벌채하고 있는 외국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담겨있고, 열대우림 벌채를 이제 한 나라만으로는 해결 불가능한 문제로서 제기하고 있다. 이 외에 산성 비, 이산화탄소의 감소, 오존층의 파괴, 지구 온난화, 해양오염 등의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이전에 미 · 일 AC가 태평양의 오염을 테마로 공동 캠페인을 실시한 것처럼, 국제적인 연대를 바탕으로 공익광고 활동을 실시하지 않으면 안되는 단계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인류가 안고 있는 공익광고의 중요 테마는 환경 이외에도 건강 · 의료, 복지, 교육 · 가정 등 허다하지만, 그것들은 각국이 놓여진 가지각색의 경제적, 문화적 상황 등과 깊이 관여되어 있다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래서 다음으로 그러한 테마가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해 검토하려고 한다.

정치적 배경, 사회적 위기에 따라 주제 선정돼

세계의 공익광고의 테마가 어떠한 배경 위에서 태어나고 있는가에 관해 다섯 개의 관점에서 검토해보자. 먼저 첫 번째는 정치적, 민족적 배경이다. 가장 오래된 예로 미국 AC의 전신인 WAC를 살펴보자. WAC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만 150건 이상의 캠페인을 실시했다. WAC에서 AC로 옮겨지고서도 소련과의 냉전(Cold War)시대의 광고 중에는『보다 강력한 아메리카를』, 방위, 민방위, 자유 십자군, 헝가리 난민구제, 자유유럽방송 등 정치적 목적과 정치적 측면을 가진 캠페인이 많았다. 이렇게 시대를 반영하는 광고로는 안보를 어필한 한국의 공익광고도 있다.

또, 군대 모병 광고도 영국, 싱가포르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밖에 아르헨티나의 평화와 인권, 스페인과 태국에서의 정치범 구호, 싱가포르의 지뢰문제 등 인도적 관점을 중시한 광고도 있다. 이렇게 세계 각국의 공익광고는 전쟁과 그것에 관계되는 정치적 문제를 중요한 테마로 채택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정치적 색채가 강한 광고는 의견광고이지 공익 광고는 아니라는 견해도 있으나, 이전에도 말한 바와 같이 공익광고는 그 나라가 놓여진 상태로부터 판단하여야 하므로, 예컨대 정치적 테마라 하더라도 공익광고로 인정할 수 있는 것들도 존재한다. 다만, 이러한 광고도 전쟁 추진과 적국 공격이라는 과격한 내용과 국민의 합의가 없는 일방적인 정책의 강요는 정부광고나 의견광고이지 공익광고라고는 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두 번째는 사회적 위기이다. 사회적 위기라 해도 지진, 홍수, 산불과 같은 자연재해에서 AIDS와 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같은 질병의 유행, 도시 공해와 삼림벌채라는 환경파괴에 이르기까지 공익광고의 대상이 되는 테마의 종류와 성 격은 가지각색이어서 하나의 개념으로 포괄하기란 매우 힘들다. 이 중에는 앞에서도 소개한 정치적 배경과 관련이 있는 것들도 있으나, 그 이외의 케이스로는 1995년 1월에 발생한 한신(阪神)대지진 당시의 일본 AC 광고를 들 수 있다. 이러한 큰 재해에 있어, 공익광고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와는 다른 독자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이 증명되었다. 이것은 1999년 대만에서의 역사적 대지진, 2001년 미국의 동시다발 테러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사회적 위기에 대한 공익광고는 발생하고부터의 대응만이 아니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예비 커뮤니케이션(standby communication)으로서의 일상적인 활동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세 번째는 커뮤니티가 안고 있는 문제이다. 공익광고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자유로운 의견과 행동을 계발하는 것이고, 가정과 지역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생각하여 해결해 나가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므로 각국의 공익광고의 테마 중에는 교육 · 가정, 지역사회의 공공적인 문제 등이 크나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가정 내에 있어 부모 자식 관계 등 가족간의 문제는 한층 복잡해지고,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여기서는 가족계획(남아프리카, 중국, 싱가포르)이라는 국가적 정책의 영향을 받는 문제에서 약자 구호(노르웨이, 미국, 일본, 영국), 노숙자 문제(영국, 브라질), 시각장애인 안내견 육성(영국, 일본), 동물애호(캐나다, 영국, 노르웨이, 일본), 가정내 폭력(폴란드, 미국), 어린이 유괴(싱가포르)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테마가 존재하고 있다. 그 대부분은 건전한 가정, 학교, 커뮤니티를 지키는 기본적인 조건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네 번째는 건강 · 의료, 복지에 대한 대응이다. 현재 세계의 공익광고 중에서 가장 많은 테마가 이 장르에 속한다. 그것은 인간의 건강, 복지라고 하는 생명과 생 활에 관계되는 근본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이 영역에는 앞에 열거한 환경 · 자원 문제도 넣을 수 있고, 21세기의 인류가 시급히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AIDS 퇴치와 새로운 위협으로 부각되는 신종 바이러스의 질병 등도 있다. 또, 비만으로 일어나는 고혈압증상과 당뇨병 등의 성인병(미국), 정신 장애(미국)등에 대한 이해와 지원, 백혈병(남아프리카), 뇌성소아마비(브라질), 진행성 근디스트로피(미국), 다운증후군(브라질)등 난치병의 예방과 치료에 대한 계몽이 공익광고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또, 이 밖에도 빈곤과 밀접히 연관을 맺고 있는 복지관계의 공익광고도 많다.

다섯 번째는 자원봉사 정신과의 관련이다. 공익광고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안 되는데, 시민의 자원봉사정신의 성숙도 그 안에 포함된다. 이러한 자원봉사정신이 직접 공익광고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각종 지원과 원조활동이다. 이들은 물론 무상(無償)행위이고, 가장 상징적인 예로서는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 유럽 여러 나라와 미국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국제기아구호와 국제연합아동 기금(UNICEF)을 위한 원조가 있다. 미국 AC가 1961년부터 시작한 평화부대(Peace Corps)도 단순한 경제적 지원뿐만이 아니라 발전도상국에 대한 교육, 의료, 근로봉사 등이라는 폭넓은 원조활동이다. 이밖에 각막이식, 골수이식, 장기이식을 위한 도너(Donor)등록과 헌혈을 비롯 해 지구상에서 폴리오(유행성 소아마비)를 없애고자 세계의 어린이에게 백신을 투여하기 위한 모금을 호소하는 일본 AC의 캠페인도 있다.

환경, 마약, 재난 구호 등은 전세계적인 테마

오늘날의 공익광고는 환경문제뿐만이 아니라 많은 분야에 걸쳐 국제적으로 확장해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한 나라만의 문제였던 것이, 글로벌한 사회문제가 되는 케이스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당초 미국의 국내 문제로 인식되고 있던 AIDS 등은 이제는 그 사망자 수를 보더라도 세계최대의 테마가 되어 있다. 국경을 넘는 공익광고의 테마 중 마약문제도 빠뜨릴 수 없다. 미국은 산불방지 캠페인과 함께 마약을 가장 오래전부터 AC의 테마로 다루고 있다. 미국에서 사용되는 마약의 태반은 콜롬비아를 비롯한 남미에서 수입되는 것으로, 마약박멸 캠페인은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생산국, 수출국, 경유국, 수입(밀수)국 등 관계 각국에서의 연대를 위한 광고활동이 요구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일본 AC에서도 지금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마약을 테마로 한 공익광고를 실시해 왔다. 그 중에는 로스앤젤레스 시의 마약검찰관 지미(Jimmy)를 모델로 하여, 일본에도 숨어들어오는 마약 위기에 대한 경고를 발하는 캠페인도 있었다. 앞으로는 한 나라의 국내문제로서만이 아니라, 보다 국제적인 관점에서의 활동이 중요 해질 터이다. 인종차별에 관계되는 공익광고도 국경을 넘는 문제이다.

현재 지구상에서는 다양한 영역에 걸쳐 격차가 생기고 있다.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하여, 공익광고를 통해 풍요로운 나라의 사람들에게 식량, 의료를 비롯해 교육, 문화 등 다양한 국제지원활동에의 협력을 호소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유니세프가 실시한 라이베리아 긴급구호와 국제연합 개발계획(UNDP)의 세계 극빈자 반감(半 減) 국제 캠페인 등이라 하겠다. 일본 AC에서도 이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캠페인을 실시해왔다. TV광고 중에는 축구선수 호나우두와 지단을 모델로 기용해『세계의 가난한 이들에게 손을 빌려 줍시다』고 어필하는 작품도 있다. 이밖에, 동물애호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으로, 실제로 국경을 넘는 철새의 보호를 테마로 한 일본과 캐나다의 캠페인도 한 나라만의 캠페인에서 앞으로는 철새가 서식하는 나라들의 공동 캠페인으로 연대를 넓혀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오늘날 각국의 공익광고는 자국의 활동을 넘어서는 글로벌한 관점이 요구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터이다.

그러나, 지구상에는 다양한 국가가 존재하고, 각각의 문명과 문화 위에서 개성 있는 삶을 이어오고 있어, 그 나라 독자적인 문제도 존재하고 있다. 여기서는 먼저, 이러한 나라들이 안고 있는 질병부터 고찰해보기로 한다. 예를 들어, 호주의 자외선 예방과 뉴질랜드의 피부암 방지 광고는 분명히 양국이 놓인 지구상의 지리적 조건과 깊은 연관이 있다. 하와이에서 피부과 의사를 하고 있는 필자의 지인에 의하면, 하와이 제도에서 피부암에 걸리는 환자의 비율은 피부색에 따라 차이가 있어 백인이 가장 높고, 가장 낮은 것은 흑인이라 한다. 미국 AC는 전국적인 테마의 캠페인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아직까지 하와이만의 문제는 다루지 않고 있으나, 나라에 따라서는 자연환경과의 관계상 공익광고의 테마로 선택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또, 선진국에서는 이미 과거의 것이 되어버린 폴리오(유행성 소아마비)와 한센병(나병, 癩病)의 퇴치를 스리랑카와 파키스탄 등은 공익광고의 테마로 다루고 있다. 세계 맹인의 4분의 1이 집중되어 있는 인도에서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시각장애자 구호 공익광고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웃나라 파키스탄도 역시 같은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이 문제는 지리적인 조건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생활용수 등의 위생과 의료체계, 국민의 라이프스타일 등에 기인하고 있는 것일 터이다. 다음으로는 국가의 정책과 관련된 공익광고에 관해 살펴보자. 중국에 있어 가족 계획(외동이 · 獨生子女정책)에 관해서는「아시아의 공익광고-중국」편(광고정보 2004년 8월호 참조)에서도 소개했는데, 가족계획은 12억 8천5백만 명이나 되는 인구를 안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중대한 사회문제이다. 중국에서는 예전에 인구증가를 장려한 시대도 있었으나, 그 후 인구의 폭발적 증가가 사회문제가 되어 외동이 정책을 채택하게 되었다.

이러한 인구문제는 중국 이외에 남아프리카, 싱가포르, 파키스탄, 한국, 필리핀 등에서도 공익광고로 다룬 적이 있는데, 출생률이 저하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전혀 관계가 없는 테마일 것이다. 더구나 중국에서는 최근 외동이 정책의 폐해가 지 적되고 있어 앞으로는 다소 수정될 지도 모른다. 다음은 국민의 문맹률이 높은 경우 공익광고를 통해 해소하려고 하는 캠페인으로, 미국과 파키스탄 등이 행하고 있다. 또, 특정국가의 광고에 들어가는 테마에는 여성에 대한 폭력(캐나다)과 성희롱(네덜란드, 일본)등 여성차별을 문제로 한 광고도 있다. 또한 노숙자에 대한 기부를 호소하는 영국, 브라질의 광고도 있고, 동식물의 보호에 관해서도 독특한 캠페인이 존재한다. 동물보호에 대한 공익광고는 각국에서 실시하고 있어 특별히 진기한 것은 아니나, 인도네시아에서는 물소, 노르웨이에서는 토끼, 밍크, 벨기에에서는 고래, 중국에서는 팬더 등 나라에 따라 사정이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는 하지만 흥미로운 현상이라 하겠다. 더욱이 일본에 서는 황새, 개, 고양이, 까마귀 등도 등장하는데, 이는 동물애호라기 보다는 환경 문제와 공중도덕을 호소하는 수단으로서 기용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밖에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국민의 통합(인도), 국가건설(말레이시아), ESGR(자원경비대 · 예비군에 대한 고용인의 지원, 미국), 베트남 귀환병에게 일 자리를(미국), 북한 원조(중국), 동쪽으로부터의 이주자에게 지원을(독일), 공군모집(영국), 세계평화(아르헨티나), 어린이 유괴 방지(싱가포르), 낭비 방지(벨기에), 노사 협조(한국), 고문 폐지(룩셈부르크), 사투리를 쓰지 말자(인도, 싱가포르) 등 그 시대 시대에 있어 나라마다 처한 특유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제가 다양한 공익광고가 되어 독특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테마의 중요성, 국민적 동의 여부 시대에 따라 변화

세계 각국의 공익광고 테마를 조감해보면, 시대의 변천에 따라 새로운 테마가 허다하게 출현하고 있고, 이전에는 중요했던 테마가 소멸해가는 경우도 있다. 그래 서 끝으로 이러한 공공문제의 탄생과 소멸에 관해 논해보고자 한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공익광고의 테마는 다양한 배경으로부터 탄생하고 있는데, 그 영역에 있어 반사회적, 반공공적 현상 등이 출현하는 경우에 인류와 국가, 혹은 사회와 인간의 문제로서 부각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모순을 낳게 하는 요인으로서는 문명의 대립, 국가의 항쟁, 빈부의 격차, 질병의 유행, 차별의 조장, 사회 시스템의 붕괴, 환경파괴, 재해의 발생, 범죄의 증가, 인간성의 상실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미국 AC의 캠페인 테마를 1950년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10년마다 특징적인 것을 열거해보자.

1950년대: 민방위, 자유 십자군, 인플레이션과의 싸움, 저축채권….
1960년대: 소아마비 박멸, 평화부대, 교통안전, 국제연합, 자유유럽방송….
1970년대: 공해방지, 마약난용(亂用), 아동학대, 파키스탄 원조, 인종차별 ….
1980년대: AIDS 박멸, 보도의 자유, 범죄 방지, 세계 식량위기, 경제 교육 ….
1990년대: 국세(國勢)조사, 아동수사(兒童搜査)중재대책(仲裁對策), 문맹률 감소, 정신병에 대한 이해….
2000년대: 지구애호(earth share), 아버지의 힘, 지적 장애아, 장기(臟器)와 조직의 제공(donor), 유아 학대, 가정내 폭력, 자유를 위한 캠페인….

이들은 방대한 미국 AC의 광고활동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으나, 이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오늘날의 공익광고는 나날이 변모하고 있다. 그것은 물론 우리들의 사회 그 자체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AC의 활동을 보더라도 어린이 백신, 골수(骨髓) 뱅크, 장기(臟器)제공, 독서 장려, 육아방기(育兒放棄)등은 10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테마이다. 다만 미국 AC에 관해서는 산불방지와 흑인대학연합기금, 환경문제, ESGR, 적십자 등 장기적인 테마도 많다. 그것은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중요한 사회문제는 그렇게 간단히 해결되지 않는다는 뜻도 된다. 그 반면, 공익광고의 테마 중에는 캠페인에서 모습을 감추어가는 것도 있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라 생각된다.

먼저 첫째는 실시하고 있는 공익광고의 테마가 시기적으로 완료되는 경우다. 미국 WAC의 캠페인들은 제2차 세계대전의 종결과 더불어 그 태반이 종료되었다. 둘째는 현재 실시하고 있는 캠페인 테마가 중요성을 상실한 경우이다. 의학의 진보와 예방의 충실 등에 의한 문제의 해결을 들 수 있다. 일본 AC는 세계의 어린이에게 백신을 보내는 활동을 지원해 왔는데, 만약 가까운 장래에 지구상에서 폴리오(유행성 소아마비)가 절멸되면 이 캠페인은 불필요해질 것이다. 소아천식과 AIDS, SARS에 관한 것도 언젠가는 AC의 캠페인에서 자취를 감출 날이 올 터이다.

셋째는 현재 실시하고 있는 캠페인과 유사한 테마라 하더라도, 보다 긴급하고 중 요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이다. 미국 AC가 실시하던 유아의 예방접종 등은 문제가 해소된 것은 아니나, 그 이상으로 중요한 테마가 발생해서 중지되었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넷째는 광고주(공공봉사단체)의 활동이 자금 등의 부족으로 정체되던가, 자격을 상실하는 경우이다. 특히 미국 AC에 채택되기 위해서는 많은 엄격한 자격조건들을 갖추지 않으면 안되고, 유럽 등의 민간 비영리단체에 있어서도 필요한 경제력을 상실했을 때에는 공익광고 활동을 중지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다섯째는 대다수 시민의 컨센서스가 얻어지지 않는 경우이다. 여섯째는 정부의 권력에 의해 중지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최근에는 그다지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보도 카메라맨 로버트 카파(Robert Capa)는『내가 이상으로 하는 사회는 내가 실업당하는 사회이다』라 말했는데, 공익광고가 완전히 소멸하는 사회는 모름지기 인간에 있어 가장 이상적인 사회일 것이다. 그러나 당분간 그러한 사회가 세계의 어떤 나라에도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점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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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을 쓴 우에조 노리오 교수는 1934년생으로 와카야마대학(和歌山大學) 대학원에서 이론경제학을 공부했으며 덴츠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거쳤다.「공공광고가 세계를 바꾼다」등 20여권의 저작이 있으며, 일본 공공광고기구 정책 · 운영위원, 일본광고학회 부회장이기도 하다.

※ 이 글은 니케이광고연구소(日經廣告硏究所)의 승낙과 협조를 받아 번역 · 게재되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