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a boxㅣ국내 금연운동 현황과 담배 시장

가격 정책이 금연 효과 높아

송민아 / 시노베이트 비즈니스 컨설팅 연구원

최근「웰빙」열풍과 함께 건강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면서 사회적으로 금연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노력이 확산되고 잇다. 그러나 이러한 금연운동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의 흡연율은 여전히 세계 최고수준이다. 더욱이 보다 적극적인 금연정책의 일환으로 최근 발의된 담뱃값 인상안은 저소득층 가계에 부담을 준다는 문제와 그 인상분 사용 용도에 대한 흡연자 단체의 반발로 큰 논란이 제기되면서 강력한 정부 금연규제에 제동을 걸고 있다.

우리나라의 금연정책은 1986년 담배사업법에 의해 담뱃갑 경고 문구표기 및 담배광고의 제한으로 시작되었으나, 본격적인 금연정책은 1995년 국민건강증진법 제정에 의해 금연구역 설정 등 흡연을 규제하면서부터이다. 그 이후, 2001년 1월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금연 종합대책 마련」지시에 따라 금연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하였다. 특히「이주일 신드롬」을 계기로 금연에 대한 관심이 전 국민적으로 확산되면서 2002년에는 담배성분 중 타르와 니코틴 성분을 공개토록 하였다. 최근에는 간접흡연 폐해의 심각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2003년 4월 금연구역을 9만개에서 34만개로 확대하였고, 청소년 흡연 규제를 위해 2004년에는 담배 자동판매기에 성인인증장치를 부착토록 하였다.

재정적 지원에 대해서는 1998년부터 금연 교육 및 홍보를 중심으로 추진한 금연사업이 7억원 규모에서 2004년 80억 원 규모로 증가되었으며, 2005년에는 금연클리닉, 금연상담전화 등 흡연자 지원 프로그램이 마련됨에 따라 사업예산도 약 251억 원으로 증가될 전망이다. 이렇듯 금연 정책에 있어 우리나라는 주로 비가격정책에 의존하여 왔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비가격정책은 거의 선진국 수준이다. 그러나 선진국의 경험에 의하면 비가격정책만으로 낮출 수 있는 흡연율은 매년 1~1.5% 에 불과하다. 선진국에서는 비가격정책은 물론 가격정책이 흡연율을 낮추는 데 대단히 효과적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고, 후에 여러 학자들과 세계은행에서 가격 정책에 대한 연구를 시행한 결과 모든 나라에서 가격 정책과 비가격정책을 함께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가격정책을 도입함으로서 흡연율을 더욱 크게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가격정책(담뱃값 인상)은 저소득층과 청소년의 흡연율을 낮추는 데 효과적인 규제정책이다. 세계은행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서 시행한 연 구에 의하면 담배가격을 10% 인상하면 흡연율은 4~8% 감소한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담배가격을 높이면 높일수록 흡연율 감소 규모는 커짐으로 국민의 합의를 얻을 수 있는 범위에서 가급적 높게 책정하라 고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담배가격 정책은 남성 성인 75%가 흡연 자인 탓에 그 동안 담배를 국민의 필수 기호품으로 간주해 대중교통이나 공공요금과 마찬가지로 저가 정책을 유지해왔다. 따라서 담배가격 상승률은 1975년에서 2001년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 이하의 낮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우리나라는 1994년 이후 7차례 담배가격을 인상해 왔으나, 담배가격 상승률이 낮아 담뱃값이 낮게 유지되었으며, 우리나라 담배가격은 선진국의 20~30% 수준에 불과하여 높은 흡연율의 근본적 원인이 되었다. 이에 정부에서는 보다 강력한 가격정책을 추진하고자 2004년과 2005년에 각각 500원씩 담배가격을 인상할 계획을 발표하였다.

국내 흡연율은 세계 최고 수준 최근 들어 소폭 감소 추세

세계 모든 나라들 특히 선진국들은 정부가 앞장서 흡연문제를 긴급한 공중보건문제로 인식하여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담배를 인류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인식하여 1999년부터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Framework Convention on Tobacco Control)을 추진해 오고 있다. 192개 국이 참여한 가운데 2차례의 실무회의, 6차례의 협상 회의 결과, 2003년 5월 제53차 WHO 총회에서 최종안이 통과되었다. 그리고 1년간 공식적인 서명절차를 가진 결과, 168개국이 서명하였고 2004년 11월 말 현재 37개국이 비준을 하였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중국, 태국, 오스트레일리아 그리고 베트남이 비준을 했다.

우리나라는 2003년 7월 21일 김화중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서명을 한 뒤, 2005년에 비준을 추진할 계획이다. 향후 40개국 이상이 비준하면 정식 국제법으로서 효력을 가지게 되며, 이는 보건의료관련 최초의 국제협약이 된다. 이는 건강문제로 국제조약을 제정한 첫 경우이며 세계적으로 담배에 대한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을 의미한다. 주요 내용으로는 담배가격 인상 권고, 담배광고 · 판촉 · 후원을 포괄적으로 금지, 담배경고 강화, 담배의 불법거래 방지, 담배회사의 책임 규정, 후진국의 협약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 등이 포함되어 있다.

전세계적인 흡연인구는 13억 명으로 추정되며, 우리 나라는 약 1천300만 명으로 OECD 가입국가 중 흡연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조금씩 감소되고는 있으나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흡연율을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1999년 67.8%로 세계 1위이었으며(WHO 통계), 최근에는 다소 감소하고 있다 하더라도 2001년 기준 61.8%로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최근 2003년 한국갤럽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만 20세 이상 흡연율은 남자 56.7%, 여자 3.5% 였다. 이는 1980년 흡연율이 남자 79.3%, 여자 12.6%, 1990년에 남자 75.3%, 여자 7.7%, 1999 년 남자 64.9%, 여자 4.4% 였던 것에 비하면 서서히 낮아지기는 하나 감소 속도가 느림을 알 수 있다.

수입담배업자 국내 공장 설립 등 본격적 공세 펼쳐

1988년 수입 자유화 이후, 특히 1993부터 1995년 사이에는 수입담배의 수요가 비약적으로 증가하였다. 1995년에는 시장점유율이 13%에 육박할 정도로 수입담배는 단기간 내에 빠른 성장세를 나타내었다. 그러나 1995년 9월 경품 제공을 금지하는 국민건강증진법이 발효되면서 수입담배의 판매량이 일시적으로 감소하였다. 1997~1998년에는 경기가 후퇴하면서 수입담배의 시장점유율(담배판매량 기준)이 4.9%(1998)로 급감하였다. 이후에 경기가 곧 안정화되면서 수입담배 판매량이 빠르게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경제위기에선 완전히 벗어난 2001~2002년에 시장점유율이 15.7~21.2%에 이를 정도로 수입담배의 시잠점유율이 급격히 상승하였고, 그 이후 현재까지는 약 23% 의 시장점유율(국내담배 77%)을 유지하고 있다.

담배시장이 개방된 나라에서 한국처럼 국내 브랜드가 80%에 가까운 점유율을 지키는 나라는 거의 없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과 미국, 영국뿐이다. JT라는 세계적인 담배회사를 갖고 있는 일본도 수입산 담배의 점유율이 30.5% 에 이른다. 대만(50.4%) 프랑스 (69.3%) 이탈리아(70.1%)는 더 높다. 2002년 수입담배의 시장점유율은 전체시장의 21.2%,「던힐 라이트」의 BAT가 10.6%로 가장 높았고, 필립모리스는 5.7%,「마일드 세븐」 의 일본 JT는 4.2%를 차지했다. 최근 2~3년간 담배 시장점유율 추이를 볼 때, 수입 담배의 시장점유율이 20%를 넘나들면서 더 이상 시장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KT&G(한국담배인삼공사)와 외국담배회사간의 시장 쟁탈전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마케팅 강화에만 전념해 온 외국 담배회사들이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을 본격적으로 출시하면서 그 경쟁은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BAT) 코리아는 2003년 경남 사천에3만2천평 규모로 연간 5억 갑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설립, 자사제품의 국내생산을 가능케 했다. 전세계 담배 인구 7명중 1명꼴로 BAT 애연가 라는 시장점유율에서 보여주듯 국내에서 BAT 던힐 브랜드 담배를 피우는 인구는 2003년 2월 기준 12%에 달하고 있다.「말보로」 를 생산하는 필립 모리스 코리아는 BAT에 앞서 이미 2002년 말부터 경남 양산의 담배공장에 서 연간 약 4억갑의 규모를 생산하는 공장을 완공, 현지 생산에 나서고 있으며, 앞으로 영업조직 강화를 통해 역시 시장점유율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품질이 뛰어나면 조금 비싸더라도 괜찮다는 인식을 가진, 고가의 프리미엄 담배를 선호하는 젊은 소비자들이 증가하면서 프리미엄급 담배시장에서 벌이는 시장 쟁탈전이 눈길을 끈다. 특히 2003년부터 출고되는 담뱃갑에 타르 및 니코틴 함량의 표기가 의무화되고 순한 담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담배 제조사들의 순한 담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듯 KT&G는 고가의 프리미엄 담배시장을 수입담배가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 마케팅 타깃인 중저가 시장 공략에서 탈피, 저타르의 새로운 프리미엄 제품들을 잇따라 내놓으며 새 시장 개척에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민영화 작업을 완료하고 조직 재정비를 통해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KT&G는 제품 품질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담배시장은 그 특성상 대부분의 국가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누리는 국내기업과 다국적 담배회사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는 담배제조가 원재료를 대량으로 구매하여 장기간 숙성시켜야 하고 대규모의 설비 가 필요한 장치산업이며 판매에 있어 유통망, 마케팅 능력이 중요한 산업이기 때문이다.

순한 담배 출시로 개인당 흡연량은 오히려 증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 국내시장은 KT&G가 약 77%, BAT 등 해외담배회사가 약 23%를 점유하고 있다. 소수의 기업이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마진을 향유하고 있으나, 수요의 점진적인 감소가 예상되어 성장은 제한적이다. 국내 인구증가율은 정체되고 있으며 건강 및 웰빙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 증대로 흡연율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고 흡연 장소의 제한, 담배세 인상 등 규제도 강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와 지선하 교수(연세대 보건대 학원)가 최근 밝힌 조사 자료에 따르면 성인 남자의 흡연율은 지난 1980년 약 79%가 2003년에 약 56%로 감소하여 정확히 23년 만에 23%가 감소하였다. 즉, 평균적으로 1년에 1%씩 감소한 결과이다. 이는 우리나라 흡연자 수를 대략 1천300만 명으로 보았을 때 매년 평균 13만 명 정도가 담배를 끊었을 것이라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

그러나 남성 흡연자의 1인당 흡연량은 여전히 계속 해서 증가하는 추세로 1980년에는 하루에 평균 11.2개비를 피웠으나 1990년대에는 15.7개비, 2000년대 들어서는 23.7개비로 지난 1980년의 2 배 이상이나 됐다. 여성 흡연자의 담배 소비도 크게 늘어 1980년대에는 1인당 하루 5.7개비이던 것이 1990년 10개비, 2000년에는 16.6개비로 20년 사이에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절대적인 흡연량에서는 남성이 훨씬 많은 상태이긴 하지만 증가속도는 여성이 훨씬 앞선 셈이다. 이같이 흡연량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로 한국금연운동협의회에서는 경제 수준의 향상과 순한 담배의 출시를 꼽고 있다. 경제 수준이 늘면서 과거 담배를 아껴 피던 습관이 없어졌고, 순한 담배, 즉, 저 타르, 저 니코틴 담배의 출시로 인해 되려 더 많은 담배를 피게 되었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흡연자들은 본인의 건강을 생각하여 순한 담배, 저 타르 담배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 그러나 이미 니코틴에 중독되어 있는 흡연자들이 순한 담배를 피우게 되면 같은 양으로 하루에 필요한 니코틴의 양을 공급하기 어려워 더 자주 더 많은 담배를 피울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이다.

담배회사의 전략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순한 담배를 제조 판매함으로써 흡연자의 흡연량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흡연자의 비용이 더 늘어나고 담배회사의 수익은 늘어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비가격정책은 거의 선진국 수준을 따라 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불행하게도 현재 세계에서 성인 남성 흡연율과 청소년 흡연율이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 우리나라가 담배로 인한 생명의 피해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가장 큰 피해를 입을 나라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큰 피해를 입으면서도 나라가 계속 발전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보다 담배문제를 가장 중요한 공중보건문제로 인식, 긴급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입장에 놓여 있다. 이제 우리는 담배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비가격정책 뿐만 아니라 가격정책도 아울러 시행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흡연이「질병」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확산시켜 비흡연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흡연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금연운동에 동참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