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IMC 개념의 역사적 전개와 그 특징

6. 결론

1) 연구 결과의 요약

이상과 같은 고찰을 통해, 지금까지 IMC 연구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던 종래의 MC 개념과 특징뿐만 아니라, IMC의 개념과 특징도 명확하게 제시되었다. 아래에서는 본 연구의 결과를 간단히 요약하고, 그에 대한 임플리케이션(implication)을 제시하면서 본 연구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마케팅의 기본적인 기능으로서의 ‘아이디어의 전달기능’과 ‘접촉기능’에 MC의 의의를 담고 있었던 1910년대부터 관리론적 마케팅 사고가 등장하기 시작한 1950년대 중반까지, MC론의 제1세대에 있어서는 비록 프로모션이나 MC라는 용어가 직접 사용되지 않았지만, 마케팅 활동에 있어 가장 중요시되었던 수요창출을 위해 판매자와 소비자 간의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특히 이 시기는 마케팅 연구자들이 마케팅의 제 기능에 대한 확인과 마케팅 해석의 기능적 접근법에 중요성을 두면서도 마케팅을 하나의 통합적 단위로서 검토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이것은 MC의 현대적 개념인 IMC에서 중시되는 ‘통합’ 개념이 마케팅의 성립기 때부터 중요시되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다음으로 MC론의 제2세대에 있어서는 하버드대학의 Borden(1964) 교수에 의해 ‘마케팅 믹스’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마케팅 연구에 있어 믹스론(mix theory)이 강조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MC 연구자들의 대부분은 MC를 마케팅 믹스의 하위개념, 즉 프로모션 믹스와 동일한 개념으로 인식하였다. 그것은 AD, PR, SP, MD 등과 같은 프로모션 믹스 요소가 서로 연동적으로 계획되어 전개됨에 따라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었던 것이다. 또한 MC론을 지탱하는 커뮤니케이션은 그 출발점을 기업의 제공물 자체에 두고 있었으며, 그 역할도 ‘정보전달적 측면’과 ‘설득적 측면’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1970년대 중반부터 MC론의 제3세대에 돌입하면서 MC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이전보다 MC 개념의 영역과 구조, 그리고 그에 대한 관리론은 급속한 변화를 이루게 된다. 그 변화란 첫째 MC 요소나 영역의 확장이며, 둘째는 마케팅에 있어서 커뮤니케이션 역할의 변화다. 전자는MC가 마케팅 전체로의 확장을 이루고 있다고 인식될 정도의 큰 변화였다. 예컨대 AD, PR, SP 등과 같은 프로모션 믹스뿐만 아니라 제품이나 가격, 유통 부분도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지니고 있으므로 마케팅 전체를 MC로서 인식하고 계획,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후자인 마케팅에 있어서 커뮤니케이션 역할의 변화에 관해서는 MC론의 제1세대에 있어서 프로모션 중심의 MC가 ‘정보전달’과 ‘설득’을 그 기본적인 역할로 인식해 왔다면, MC론의 제2세대에 있어서 그 역할은 ‘설명’과 ‘관계맺기’에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설명’과 ‘관계맺기’란 일방적이고 고압적인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 대한 다양한 ‘설명’이자, 소비자가 가지고 있는 관점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관계맺기’다. 따라서 ‘정보전달’ 또는 ‘설득’이라는 말보다 ‘설명’내지는 ‘관계맺기’라는 용어가 1970년대 중반부터의 MC 인식으로서 적절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와 함께 1990년대에 들어서는 MC의 인식이 한층 더 변화 혹은 진화되어, 이른바 MC론의 제4세대를 맞이하게 된다. 지금까지의 MC론은 주로 그 대상이 제품 혹은 개별 브랜드 차원이었으며, 개념 확장 또한 마케팅 믹스 영역 내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MC론의 제4세대에 있어서는 그 구성요소의 범위나 대상으로서 제품 브랜드를 포함한 기업 브랜드 차원의 IMC개념이 채택되었다. 여기서부터 IMC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그것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이나 정의들이 다수 등장했던 것이다. 그 중 1989년 4As에 의해 처음으로 제창된 IMC 정의는 프로모션믹스와 동일한 개념으로 간주되었던 제2세대 MC론과 비교해 큰 차이점과 그를 대신할 정도의 참신성을 찾기 힘들었지만, 그 이후 15년여가 지난 오늘날에 있어 IMC를 둘러싼 논의나 실천은 점진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는 한국과 일본에 비해 미국과 유럽에 있어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예컨대 Schultz나 Duncan은 IMC를 조직의 ‘전략적 비즈니스 프로세스’혹은 ‘기능횡단적 프로세스’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종래와 같이 마케팅 믹스 내에서 논의하는 MC론과는 질적으로 다른 정의를 제시했다. 또 그들이 제시한 IMC 정의에서 제시한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은 고객이나 다른 모든 스테이크홀더와 ‘목적을 가진 대화’를 통해 장기적이고 계속적인 관계성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것에 있었다. 이것은 종래의 MC에서 추구했던 ‘정보전달’, ‘설득’, ‘설명’그리고 단기적인 ‘관계 맺기’와 같은 목적들과는 그 의미가 크게 다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볼 때, ‘IMC’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라기보다는 기존의 마케팅 활동을 새로운 시각에서 재정립하고자 하는 개념이고, 또한 시대적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새로운 마케팅 기법을 수용해가면서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는 개념인 것으로 파악된다. 전통적인 MC론의 변천과정의 현대적 개념으로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IMC는 예전부터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굳이 지금에 와서 의식할 필요는 없다”(마쯔이 키요미찌, 1998), “IMC는 종래의 프로모션 믹스와 별 차이가 없는 내용의 개념이다”(Gronstedt, 1997), 혹은 “IMC는 일시적인 경영의 유행에 불과하다”(Cornelissen & Lock, 2000) 등과 같은 IMC의 비판론자들의 견해는 그다지 설득력을 얻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오늘날의 IMC는 종래의 프로모션이나 마케팅 수준에서의 ‘최적통합’은 물론이며, 전사적 차원에서 기업과 관련된 모든 스테이크홀더와의 유익한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한 기업의 ‘전략적 비즈니스 프로세스’로서 그 개념이 확장되어 왔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서론에서 제시한 <표 1>은 본 연구가 지금까지 논의해 온 결과를 구체적으로 요약 정리한 것이다.

2) 논의 및 연구의 한계

본 연구에서는 종래의 MC 개념과 특징, IMC의 개념과 특징들을 역사적 관점에서 4세대로 분류하여 비교 검토해 보았다. 그 결과 IMC의 핵심인 ‘통합개념’은 마케팅의 형성기, 즉 ‘MC’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이전부터 중시되어 왔을 뿐 아니라, 그 이후에도 마케팅 연구에 있어서 유사한 개념들이 많이 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면, 표적 소비자를 대상으로 4P를 통합하는 ‘토털 시스템 어프로치’나 ‘통합마케팅’, 마케팅의 기능과 구조를 생태학적으로 인식하는 ‘에코로지컬 시스템 모델’, 고객접점의 해결을 주장하는 ‘솔루션 마케팅’, 상호의존적 성장을 목표로 하는 ‘신비오텍 마케팅’, 게다가 조직 전체의 관점에서 시장 문제를 해결하는 ‘전략시장계획’이나 ‘통합마케팅’, 전사적 자원관리, 공급망관리, 고객관계관리 등 세 가지를 통합한 홀리스틱 마케팅 등이 그러한 유사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종래의 통합화를 주장하는 마케팅과 오늘날 주장되고 있는 IMC와는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필자는, 종래의 주장이 대부분 기업의 전략요소의 통합을 생각하고 기업 내부의 최적화 및 효율화를 도모하는 것에 있었다면, IMC는 고객이 내재된 포괄적인 Win-Win형 가치창조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미국에서 통합의 개념이 마케팅 분야에서 시대적 틈을 두면서 중시되고 있는 것은 미국의 기업활동은 그대로 두면 최소 단위로 분리되는 성향이 있지만, 한편으로 일본과 한국의 기업활동은 미국과는 반대로 그대로 두면 자연스럽게 한 군데로 모여드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요소환원주의에 입각한 서양사상과 어떤 사물의 전체상을 분리하지 않고 파악하려고 하는 동양사상의 차이점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다시말해, IMC는 서양의 분석적 사고나 국지적 사고에 비해 동양의 종합적 사고나 대국적 사고를 실행하는 사람의 인식으로 파악하고 실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오늘날의IMC는 오히려 한국적 상황에서 그 실행이 용이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한국의 기업들은 전체를 생각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나친 분석주의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미국에서 IMC가 등장했다는 점을 우리들은 잊어서는 안된다.

이상과 같이, 마케팅의 형성기에서 1950년대 초반에 걸쳐 통합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마케팅믹스 개념의 등장으로 인해 믹스론이 일세를 풍미하지만, 그 이후 또다시 미국 사회의 본질적인 요소환원주의 사고가 확산되어 마케팅 기능인 4P의 프로모션 부분까지 세분화되어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미국에서는 재통합(reintegration)의 필요성이 강조되어 1980년대 후반 ‘IMC’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게 되었던 것이다. 인터넷 사회가 우리들 일상생활의 일부분이 된 오늘날, 또 다시 세계 각국에서 새로운 버전의 IMC 운동이 일기 시작했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기본 구조로 하는 20세기 서양식 마케팅 방법론만으로는 통용되지 않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위와 같은 본 연구 결과를 고려할 때 차세대IMC는 상품의 공급자와 구매자 사이에서 서비스를 매개로 서로의 관계를 강화시키는 것에 그 목표를 두어야 할 것이다. 기업은 IMC 활동을 통해 소비자와의 공감대를 형성시켜 가고, 더 나아가 소비자가 스스로 자사 상품에 관심을 가지고 다른 소비자들에게 추천해 주기를 원한다. 즉, IMC를 통해 기업은 소비자들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해 가는 것이다. 이는 IMC가 기업과 소비자를 심적인 수준까지 연결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새로운 IMC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규격화된, 그래서 누구든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닌, 고객 개개인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개별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본 연구의 한계는 MC, IMC 개념의 역사적 전개와 그 특징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적 틀을 제시하기 위해 문헌연구에 의존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앞으로 본 연구에서 제시한 이론적 틀을 실증연구 및 사례연구 등을 통해 더욱 구체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MC와 IMC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프로모션 차원에서 경영적 차원을 내포한 IMC의 전체상을 이해하는 데는 기여하고 있지만, 실제로 기업의 경영전략 차원에서 IMC 실행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지 않다. 또한 관계를 중시하는 IMC와 유사 개념과의 관계도 관계성 차원에서 구체적인 검토를 통해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본 연구의 결과가 향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참고 자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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