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표현의 수사적 특징 변화 연구

6. 논의 및 한계

본 연구는 1993년부터 2003년에 걸쳐 10년간 집행되었던 국내 잡지광고 중 1993년, 1998년 그리고 2003년 3년 간의 광고물을 대상으로 수사적 표현의 변화 추세를 비교해 보았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말할 것인가’의 문제, 나아가 어떻게 보다 더 설득적으로 메시지를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나타내는 수사법 특징의 변화 추세를 살펴 보았다.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시각적 수사에 비해 언어적 수사의 활용 비중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언어적 수사의 경우 시간이 경과할 수록 점점 그 활용빈도가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반면 외환 위기로 광고량이 다른 해에 비해 감소되었던 1998년에는 시각적 수사 표현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황기의 광고표현이 직접적인 판매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직설적인 광고그림을 선호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광고그림의 중복수사와 광고그림에 대한 언어의 의미고정은 중복수사가 느는 반면 의미고정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만큼 소비자의 광고에 대한 이해가 증대한 것에 맞추어 그 표현도 어려워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수사법을 비유법, 변화법, 강조법으로 분류하여 그 변화를 구체적으로 살펴 보았는데 두 가지 이상 이미지의 비교를 포함하는 비유법은 점점 조금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반면 글의 흐름을 변형하거나 평면적인 요소를 제거하고자 하는 변화법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보다 강력하게 표현하고자 하는 강조법 역시 그 비중이 점점 감소하고 있었다.

결국 광고의 수사적 표현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고 하겠는데 이는 Phillips와 McQuarrie(2002)의 지적처럼 광고 제작자들이 소비자들의 광고 메시지 이해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나 타낸다고 하겠다. 즉, 자신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에 대한 소비자의 이해에 대해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많은 부분을 소비자의 몫으로 남기고 있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는 이유에 대해서 그들은 소비자의 자의적 해석을 도모하는 과정을 통해 그들로 하여금 광고되는 제품에 대한 집중력을 증가시키고 호의도를 높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수사적 표현의 해석을 소비자에게 맡기는 것은 마치 소비자가 퍼즐을 해결할 때의 기쁨과 같은 과정을 유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면 너무 많은 설명은 소비 자로 하여금 광고에 대한 태도를 비호의적으로 이끌 수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추론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것으로 Friestad와 Wright(1994)의 설득지식모델(Persuasion Knowledge Model)을 분석의 틀로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설득지식모델은 소비 자들이 광고주의 설득 시도를 어떻게 해석하고 평가하며 반응하는지를 논의하며, 시간에 따라 설득에 대해 학습해 나가는 소비자의 능력을 강조하는 것이다. 즉 소비자의 설득에 대한 대처행동은 주어진 메시지에 대한 처리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에 관련되는 설득에 대한 지식, 설득자에 대한 지식, 그리고 주제에 대한 지식을 전반적으로 고려함으로써 형성된다는 것이다. 오늘 날의 소비자는 여러 형태의 교육이나 정보, 경험을 통해서 광고란 무엇이며, 어떤 수법으로 소비 자를 설득하기 위해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지를 이미 이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성장과 함께 인지적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경험과 상식을 축적하게 되는 것이다(김충현, 서태원, 1996). 결국 광고 메시지 역시 있는 그대로 수용하기 보다는 이를 나름대로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해석하고 이해하게 되므로 그 수사적 표현방법은 점점 모호하고 복잡해야 소비자들의 관심과 호의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본 연구는 광고가 전형적인 수사학적 커뮤니케이션임에도 불구하고 광고의 수사학적 표현에 대 한 연구가 매우 부족한 시점에서 국내 실정에 맞게 변형된 수사법의 분류에 따라 지난 10여년간의 수사적 특징 변화를 파악하여 광고 수사학 연구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 하겠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의 필요성과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몇 가지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첫째는 수사학이 언어에 초점을 맞춘 논의라는 것이다. 그러나 광고수사법의 연구가 광고 언어에 대한 연구로 그칠 수는 없다. 따라서 광고그림의 수사적 표현에도 초 점을 맞추었는데 광고에 있어 시각적 이미지는 광고언어에 비해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거나 해석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는 이미 많이 시도되어온 광고의 기호학적 분석에서 나타난 주관적, 자의적(恣意的)해석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의 문제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둘째, 중복수사와 의미고정의 문제 역시 광고 수사학 연구에 많은 어려움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즉, 특정 광고에 특정 수사법만이 유일하게 쓰이는 경우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장 중심이 되는 수사법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그 분석대상을 그림의 경우 가장 중심이 되는 하나의 그림으로 국한하고, 카피의 경우에도 헤드라인 표 현에 국한시키는 것이 논의의 핵심을 흐리지 않는 방법일 것이다. 중복수사의 경우 광고그림과 헤드 라인의 중복을 살피고 의미고정의 경우 바디카피에서의 그림에 대한 부연설명이나 단서제공을 분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하겠다(McQuarri & Mick, 1999). 그러나 바디카피에는 또 다른 수사 법이 개입될 소지가 있으며 바디카피까지 읽는 독자가 드문 현실에서 이러한 분석방법은 다른 변인 들이 개입할 여지가 크다고 하겠다. 이러한 엄격한 통제에도 불구하고 이 역시 광고에 쓰인 수사법의 효과를 확대하거나 축소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상과 같은 연구의 문제점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비유, 강조, 변화의 수사법 비교를 통해 광고수사법의 난이도 변화를 극명하게 분석하고자 한 점에서 본 논문의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향후 수사학적 표현에 따른 광고 효과를 알아볼 수 있는 연구가 이어진다면 실무적으로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다. 광고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제작 의도에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수사학적 표현을 의미고정 여부, 중복수사 여부 등을 통한 실험을 통해 그 태도 차이를 알 수 있다면 크리에이티브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광고물에 주로 사용된 수사법을 헤드라인과 주된 광고그림으로 제한하여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수사법을 대상으로 변화 추이를 살펴보았는데 실제 하나의 광고물에는 다양한 수사법이 중복되어 표 현되는 경우가 많다. 중복된 시각적 혹은 언어적 수사법의 활용이 광고에 대한 소비자의 이해도나 주목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그 효과에 대한 후속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광고수사법의 효과 연구는 광고표현의 외적 요인과 내적 요인을 함께 고려해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실제로 외적 요인은 광고 제품의 브랜드 인지도나 관여도, 소구유형, 제품 유형 등 수사법 자체 보다 다른 요소에 의해 그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기 위한 중요한 고려 요소이며, 광고수사법의 내적 변수로는 난이도와 의미고정 여부 등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McQuarri와 Mick(1992, 1996, 1999)의 연구나 Phillips(2000)의 연구결과에 나타난 수사법의 효과가 우리나라 광고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 검토할 필요도 있다고 하겠다. 또한 수사적 의문법의 효과를 알아본 Ahluwalia와 Burnkrant(2004)의 최근 연구처럼 설득지식모델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광고수사법 효과의 연구도 기대해 본다. 특히 Stewart와 Furse(1986)나 Pechmann과 Stewart(1989)의 광고물 소구 유형 연구의 틀을 원용하여 광고 수사의 효과를 체계적으로 연구한다면 우리나라 광고 크리에이티브의 이론적 그리고 실무적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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