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마케팅열전 | 실생활에서 오감으로 체험하는 영국의 마케팅 & 광고이야기

범(汎)사회적 비만과의 전쟁
- 영국 패스트푸드 업계의 마케팅 대응법 Ⅰ

최병두 / 영국법인 국장, bd.choe@samsung.com

 

정크푸드 광고, 더 이상 못한다

2008년 1월 1일 신년벽두와 함께 영국 패스트푸드(Fast food) 업계에 청천벽력 같은 뉴스가 전해졌다. 영국의 방송 · 통신규제기구(한국으로 치면 방송광고 심의위원회)인 오프컴(Ofcom)이 날로 심각해지는 어린이 비만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지방 · 소금 · 설탕 함량이 높은 정크푸드(Junk Food)에 대한 TV광고 금지 조치를 새해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힌 것이다.

그 동안 패스트푸드 업체의 광고가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끊임없이 지적해온 사회단체나 인사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영국의 학교 및 어린이부(Department of Schools & CHildren) 장관인 에드 볼스(Ed Balls)는 영국 어린이들이 1년 동안 약 1만 개의 텔레비전 광고를 보고, 열 살까지 400개의 브랜드를 알게 된다며 엄청난 광고 공세에 우려를 표하였다. 보건 전문가들은 밤 9시 이전 모든 TV프로그램에서 정크푸드 광고를 금지하는 좀 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한 걸음  나아간 주장을 했고, 소비자단체 '위치(Which?)'는 2007년 11월 어린이 TV 프로그램뿐 아니라 '엑스펙터(X-factor)' 처럼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보는 가족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정크푸드 광고를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이런 주장들은 어는 정도 사회적 곰강대에 힘입어 오프컴이 정크푸드 광고에 어린이가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나 유명인사를 모델로 출연시키는 것도 금지할 계획이라고 밝혀 관련 업체들을 더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이해관계가 얽힌 자본주의 세상에서 아무리 공익차원에서 의미가 있는 조치라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는 법. 가장 먼저 불만을 저기한 것은 패스트푸드 업체가 아니라 방송사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정크푸드 광고 금지로 인해 약 3900만 파운드(약 740억원)라는 수입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방송사들은 자신들의 수입 감소로 인해 결과적으로 자신들이 투자해서 만들어온 어린이 프로그램의 질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는 역공을 취하고 있다.

점점 더 뚱뚱해지고 있는 영국

누가 옳은지 굳이 따지지 않더라도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현재 영국에서 비만은 분명 지구온난화 이슈만큼 사회적으로 심각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2007년 10월 14일자 <선데이 텔레그라프(Sunday Telegraph)>가 영국 정부의 '예측 프로그램'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인터넷 기사에 따르면, 현재의 추세대로 갈 때 영국은 15년 안에 남성 10명 가운데 9명(86%)은 과체중이 되고 이 가운데 절반은 2032년쯤 비만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성들의 경우도 20년 안에 70%가 과체중이 되고 이 가운데 절반은 비만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 신문은 영국에서 지난 25년간 여성들의 비만율은 8%에서 24%로, 남성은 6%에서 24%로 각각 증가했다면서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아이들에게 미칠 영향이라고 지적했는데, 2050년에는 초등학생들의 절반이 비만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알렌 존슨(Allen Johnson) 보건장관은 2007년 10월 13일 보고서를 통해 비만 위기의 중대성이 확인됐다면서 "우리는 기후변화 규모의 잠재적 위기에 봉착해 있으며 사태를 바꾸는 데 모든 이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전문가들은 영국 정부의 이러한 예측 결과는 '국가적 재앙' 의 수준이라고 지적하면서 심장병과 당뇨, 유방암 등이 급격히 증가해 장기를 몸에서 떼어 내는 사람들이 늘게 될 것이라는 우울한 관측을 내놓았다.

살을 빼면 돈도 준다?

<타임즈>(2008. 1. 24)에 따르면 범사회적 비만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영국 정부는 비만 또는 과체중인 사람들에게 체중을 빼면 보상금을 주겠다는 파격적인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나아가 2020년까지 급속히 늘고 있는 과체중 및 비만 인구를 2000년 수준으로 감축하기 위한 3억 7200만 파운드(7068억원)를 책정하고 <표 1>과 같은 다양한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더불어 관련 업계와 공동으로 향후 3년간 약 7500만 파운드(1425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 반비만(Anti-Obesity) 광고 캠페인을 전개한다고 공표했다. 이 캠페인의 1차 타깃은 어린이들이고 점차적으로 청소년과 어른까지 대상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한다(그림 1).

그럼 본격적인 정크푸드의 대명사인 햄버거나 치킨을 직접 만들어 팔고 있는 패스트푸드 기업들은 이상에서 언급한 범(汎)사회적 반(反)정크푸드 정서와 광고금지 조치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맥도날드는 2006년 기준으로 전 세계 3만 6000개 매장에 46만 5000명의 종업원 그리고 매출만 201억 달러(약 18조 9000억원)의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의 패스트푸드 체인 기업이다. 하루에만 전 세계적으로 5400만 명이 매장을 방문한다는 맥도날드의 위상은 영국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영국의 첫 번째 맥도날드 매장은 1974년 10월 12일 전 세계 3000번째로 오픈한 런던 남동쪽에 위치한 울위치(Woolwich)매장이고, 2000년에는 영국의 대표적인 엔터테인먼트 공연장인 O₂돔(당시 명칭은 밀레니엄돔) 내에 영국의 1000번째 매장이 오픈 되기도 하였다.



 

 

  

빅맥(Big-Mac) 전성시대에 제동을 건 찬물(?) 사건

1980년대는 '빅맥(Big Mac)' 이란 애칭으로 1990년대는 '해피밀(Happy Meal)'이란 컨셉트로 전 세계 패스트푸드 업계를 주름잡던 맥도날드에게 서서히 구름이 끼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전 세계 소비자들의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 증가와 더불어 그와 정반대 되는 대칭점으로서 수많은 유해식품 논쟁의 중심에 항상 이름을 올리게 되고 더불어 그러한 불명예를 극복하기 위한 대응의 역사가 시작된다.

그 한 예가 2003년 전 세계 100여 국에 동시 다발적으로 론칭한 'I'm loving it' 이란 캠페인으로, 좀 더 건강하고 수준 높은(Healthier 3, Higher Quality) 식품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었다. 이 캠페인의 단초는 사실 바로 한 해 전인 2002년, <Restaurants and Institutions>이란 매우 영향력 있는 식품업계 매거진이 맥도날드의 식품수준(Food Qualify)을 전체 햄버거 체인 중 15위로 매기면서 향후 더 커질지 모르는 반(反)정서의 불씨를 조기에 잠재우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이런 맥도날드의 노력을 한 방에 물거품으로 만든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2004년 모건 스펄록(Morgan Spurlock)이란 감독이 제작, 유투브 등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전파되고 각종 패러디로 재창조된 '슈퍼사이즈미(Super size me)'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30일 동안 맥도날드의 햄버거만을 먹으면서 그 결과 자신의 신체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기록한 이 충격적인 영상으로 인해 맥도날드는 다시 한번 '슈퍼사이즈미'를 유발하는 반건강, 반사회적 유해식품을 지칭하는 대명사로 자리매김하는 오명을 짊어지게 된다.

더 이상 슈퍼사이즈는 없다

도전이 있으면 응전이 있고, 시련이 있으면 극복을 위한 몸부림이 있는 것이 기업의 생리. 맥도날드가 전격 도입한 첫 번째 조치는 슈퍼사이즈 이슈의 단초가 되었던 해당 메뉴, 즉 '슈퍼사이즈 밀(Supersize Meal)' 을 그들의 메뉴판에서 없애버린 대신 건강과 관련된 메뉴들을 대거 추가한 것이었다. 더 나아가 'Made for You' 라는 정책(호주에서 처음 시작)을 전격 도입한다. 이 서비스는 쉽게 이야기하면 이미 조리된 식품을 팔던 기존의 방식(The food is cooked then sold as needed) 대신 고객의 주문을 받은 후에 식품을 요리(The food is cooked after the customer orders) 하는 것이었다.

이어 2006년 3월 맥도날드는 자사의 모든 제품 포장에 영양과 관련된 정보를 표기하는 조치를 공표한다. 일종의 고객 지향적 프로세스와 투명한 정보 공유로 유해식품이란 불명예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는데, 당시 제작된 '품질이 달라졌어요(Quality Change)' 란 컨셉트의 맥도날드 TV광고는 그러한 상황을 잘 웅변해 주고 있다(광고 3).

 새로운 매장 이미지(Look & Feel)로 승부한다

또 다른 차원의 주목할 만한 대응 전략은 2006년부터 시작된 매장 리뉴얼이다. '영원한 젊음(Forever Young)' 이란 컨셉트로 진행된 이 작업은 기존 노랑과 붉은 컬러를 황금색 톤(특히 로고)과 올리브 컬러 및 쑥색(Sage Green)으로 바꾸고 싸구려 레스토랑 이미지였던 플라스틱 마감재를 줄이는 대신 벽돌과 나무 재질을 늘려 전체적으로 고급 레스토랑의 분위기로 이미지 전환을 도모하고 있다(사진 1~2).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매장의 외관뿐만 아니라 내부에도 많은 변화를 주었다는 점이다.

'링거존(Linger Zone)' '그랩 앤 고(Grab & Go)' 'vmffprtjqmf(Flexible)' 이라는 세 가지 컨셉트 공간은 각각 '마음을 결정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기다리는 고객을 위한 공간(안락의자, 소파 그리고 무선 인터넷이 제공됨)' '혼자 먹는 고객을 위한 공간(바 타입의 카운터 의자가 있고, 앞에 걸려 있는 플라즈마 TV를 통해서 뉴스나 날씨 정보를 볼 수 있음)' 그리고 '가족단위 고객을 위한 공간(다양한 패턴의 직물 쿠션 의자 제공)' 으로 나뉘어 타깃별로 최대한 편리함을 느끼도록 배려하고 있다.

맥도날드에서는 무선 인터넷도 공짜

무료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맥도날드가 단순히 먹기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놀거나 쉴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한 차원 도약하려는 것도 또 다른 변화 중의 하나다. 2007년 10월 맥도날드는 미국 본사의 방침에 따라 영국 내 약 1200개 점포에서 무료로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을 발표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기존 영국에서 주된 무선 랜 서비스 제공자는 BT그룹과 T모바일 등 유 · 무선망 회사였으나, 이 조치로 맥도날드가 영국에서 무료로 무선 광대역 인터넷 접속을 제공하는 최대 기업으로 부상했다고 전했다.

이 계획이 예정대로 다 실현되면 맥도날드가 전체 무선 인터넷 서비스 제공 기업 중 차지하는 비율이 약 10%에 이를 전망이라고 한다. 현재 영국의 무선 랜 사용자가 계약제 또는 종량제로 1시간당 약 5파운드의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런 서비스는 실용적인 고객 입장에서 꿩 먹고 알 먹는(햄버거도 먹고 무료 인터넷도 하는)식의 거부하기 어려운 구매 선택 기준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식품 문제의 본질은 역시 식품

최근 한 인터뷰에서 영국 맥도날드 CEO인 스티브 이스터브룩(Steve Easterbrook)은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영국의 소비자들이 점점 더 관심을 가지는 것은 그들이 먹고 마시는 식품의 질, 원재료 그리고 윤리이다(British consumers are increasingly interested in the quality, sourcing and ethics of the food and drink they buy···)." 현재 맥도날드 매장에서 파는 커피는 열대우림보존협회(The Conservation group the Rainforest Alliance)에서 인증한 커피원두로 만들어 지고 있고, 밀크쉐이크나 뜨거운 음료에 들어가는 우유는 점점 더 자연친화적 원유(Organic Sources)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아무리 껍데기를 바꾸고 서비스를 차별화 해도 역시 문제의 본질은 식품의 질 그 자체로 다시 돌아가는 것임을 잘 암시해 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