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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광고 이야기물과 더불어 살아간다신경화 / SALAD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shinbugs@naver.com
취해서 자련다 醉て寢むなでしこ소る石の上 -마츠오 바쇼오(1644~1694)- 물의 가치를 파는 회사영어 문화권에서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뜻으로 ‘블루로즈’라고 종종 표현하는데, 이젠 영어사전을 수정해야만 하 는 일이 생겨버렸다. 최근에 푸른 장미가 개발됐다는 깜짝 놀랄 만한 뉴스가 있었는데, 그야말로 세상의 상식을 깨뜨린 사건이었고, 그 중심에 산토리가 있었다. 산토리, 올해로 창업한지 107년을 맞이한 이 회사는 주류 및 음료사업을 중심으로 꽃, 건강식품사업 등의 분야를 아우르며, 일본 국내는 물론 중국, 미국에 이르기까지 사업을 확장,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물과 더불어 살아간다’가 그들의 기업 슬로건. 인간이 물과 떨어져 한시라도 살아갈 수 있겠는가. 자사 비즈니스의 핵심에 ‘물’이 있음을 명확히 자각하고, 사업 카테고리를 멋지게 규정짓는 동시에 그들의 비즈니스 철학을 한 차원 높은 곳에서 이야기한다(광고 1, 2). 살벌한 경쟁으로 유명한 일본의 음료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여간 독특한 컨셉트의 제품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개척하기도 하고, 때로는 이미 존재하는 카테고리의 제품이라도 새로운 컨셉트로 출시하지 않으면 출시와 더불어 해당 시즌에 사라지는 비참한 결과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산토리 음료사업부 역시 해마다 새로운 제품을 내고, 그중의 일부를 히트상품으로 꾸준히 밀어 올리고 있는데, 2004~2005년 수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제품 중 세 개를 골라 그 광고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품위의 시대를 말하는 녹차당시 녹차의 리딩브랜드는 이토엔의 ‘오~이 오차’였는데, 구수한 맛과 진한 향으로 폭넓은 지지도를 얻고 있었다. 그 대단한 제품에 도전장을 낸 것이 산토리의 이에몬(伊右衛門). 전통의 도시 교토에서 200여 년간 유서 깊은 녹차전문회사로 명성 있는 후쿠주엔(福壽園)의 창업자 이름에서 브랜드 네임을 따왔는데, 녹차 본래의 맛에 충실한 장인정신을 계승한 녹차로 제품 컨셉트를 차별화한다. 제품의 패키지 역시 일본인의 전통양식에 익숙한 대나무 모양을 본 땄는데, 이는 이에몬을 마실 때만큼은 일상을 벗어나 휴식 같은 시간을 맛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광고의 메시지 역시 차별화했다. 오~이 오차가 유명한 젊은 가부키 배우를 통해 좋은 소재를 얘기하고 있는 데 비 해, 이에몬은 유명 탤런트인 미야자와 리에와 모토키 마사 히로를 부부로 설정해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광고 캠페인을 펼쳤다. 좋은 차를 만드는 게 삶의 보람이라 여기는 차의 장인인 남편과 그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현모양처. 이 에도시대의 부부는 단순히 좋은 차를 만드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금 시대에는 드문 장인정신을 표현하는 동시에, 물 흐르듯 유연하게 살아가는 자연 친화적인 생활상을 보여줌으로써 은은한 품격과 노스탤지어를 느끼게 한다. 이 광고는 대 히트를 쳐서, 이에몬은 연간 3420만 상자나 판매되는 등 2004년 최대의 성공음료로 자리매김하였다. 내용은 그저 사이 좋은 부부의 일상 속에서 이에몬을 자연스레 노출하는 것. 눈 내린 마당에서 추운 줄도 모르고 눈사람을 만들고 있는 사랑스런 아내. 다정한 남편은 따뜻한 이에몬 병으로 아내의 찬 볼을 감싸 준다든지(광고 3), 아내가 옷가지를 다듬으면서 조금은 집안일에 무심한 남편에게 서운한 마음을 내비치면, 남편은 머쓱해 하며 자신이 만든 오차를 사랑하는 아내에게 가장 먼저 선보이고 싶어 하고, 그런 마음을 알기에 서운함이 온데간데없어진다는 스토리라든지(광고 4), 모처럼 시냇가에 앉아 있는 동안에도 새로운 물을 맛보며, 좋은 오차 만드는 궁리를 하는 남편을 보며, 안쓰러운 맘에 좀 쉬었으면 하면서도 사랑스런 눈빛으로 바라보는 아내의 마음을 표현하는 등의 스토리다(광고 5).
아미노산 음료의 생활화아미노산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인 단백질을 생성하는 데 꼭 필요한 성분. 그런 아미노산을 재료로 한 음료는 생소하기 마련이다. 산토리의 ‘아미노시키’는 아스파라거스와 쇠고기에 함유되어 있는 아스파라긴산을 주원료로 한다. 주원료를 일본 굴지의 식품회사 ‘아지노모토’에서 공급받는 만큼 고품질 아미노산을 쓰며, 맛에 있어서도 종래의 아미노산 음료인 자사의 ‘다카라(DAKARA)’와 차별되는 산뜻한 과일 맛으로 개발되었으나, 그 맛이 과연 좋을 거라 기대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이미 존재하는 제품 카테고리 내의 신제품, 새로운 가치를 발견해 수용하기는커녕, 일단 시음까지 가는 데도 장애 장벽이 높은 음료일 수밖에 없다. 산토리는 어떻게 해결했을까. 이제껏 없었던 파격적인 비주얼의 광고를 통해 대대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켜, 호기심을 갖게 해 시험구매까지 거뜬히 이끌어낸다 이렇게 독특한 광고라면 나도 한 번 마셔 보고 싶다고까지 생각하게 만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광고에 이끌려 시험구매를 해본 사람들은 차츰 그 맛에 익숙해져 재구매로 이어졌고, 아미노시키의 특이한 맛이 건강에 좋은 맛이라는 공식까지 무기없이 받아들이게 되었다. 운동 시는 물론이고, 업무 중이나, 집안일을 하다가, 공부하다가 왠지 기운 없는 듯하고 뭔가 내 몸에 좋은 걸 공급해주고 싶어질 때 생각나는 음료로 멋지게 포지셔닝했다. 연령과 세대를 아우르는 제품으로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스토리는 거의 모든 시리즈가 유사하다. 도저히 인간이 할 수 없는 무한도전에 가까운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여 주는 것. 인간 피라미드를 쌓은 상태에서 단체로 줄넘기를 하는 회사원의 모습을 보여 준다든지(광고 6). 강아지 산책은커녕, 오히려 개에 이끌러 한 손 물구나무서기로 척척 걸어가는 중년남자라든지(광고 7). 두 중학생이 서로의 허리를 잡고 돌리는 식으로, 원 상태로 굴러서 등교를 한다든지 (광고 8) 하는 말도 안 되는 기기묘묘한 운동 모습을 보여 준다. 메시지는 전부 경쾌하면서도 귀에 쏙쏙 들어오는 노래로 처리해, 한 번 들으면 저절로 각인되어 무심코 따라 부르게 만든다. ‘연소계’라는 표현도 건강에 좋은거라는 연상을 하게 해 성공적이었는데, CM 마지막에 호호호~ 하며 불꽃이 일어나는 비주얼 자막 처리로 강한 마무리를 한다.
녹차의 또 다른 포지셔닝, 카테킨 음료아미노시키의 대성공에 힘입어 뒤따라 나온 음료가 ‘카테킨시키’다(어미를 ‘~시키’하는 네이밍은 ‘카페인시키’까지 산토리에서 총 세 종류가 출시됨). 카테킨은 녹차에 많이 들어있는 성분으로,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폴리페놀의 일종이기도 하다. 카테킨 성분의 강한 맛을 보완하고자 아미노산을 배합했기에 ‘아미노시키’와 유사한 카테고리로 볼 수도 있겠으나, 주성분이 카테킨인 만큼 정확히는 녹차 음료다. 이미 시장에 수많은 녹차음료가 나와 있는 상황에서, ‘카테킨시키’는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좋을까…. 답은, 패러디. 이미 대인기를 끌고 있는 아미노시키의 광고 스타일을 살짝 베껴 멜로디까지 유사하게 가되, 친근함을 강조하고자 코믹버전으로 만들었다. 광고도 재미 있었지만, 제품 역시 매우 판매를 잘해 2004년 이에몬에 이어 2위의 히트음료에 올랐다. 현대인라면 누구나 건강에 대해 관심이 지대하다. 운동도 매일 꾸준히 하고 싶지만 작심삼일, 큰 맘먹고 새벽조깅에 나섰지만 이내 택시를 타 되돌아오거나(광고 9), 윗몸 일으키기를 간신히 한 번 하고는 그대로 누워 잡지를 본다거나(광고 10), 꿋꿋하게 빈자리를 무시하고 전철에 서 있다가도 눈치를 보다 이내 앉아 버린다든지(광고 11) 하는 식이다. 누구나 그렇지 않느냐고, 그런 몸을 바꾸는 것은 어렵지 않느냐고 공감대를 건드리고는, 그러니 카테킨시키를 마시라고 권하고 있다. 소비자 인사이트에서 출발한 광고이기에. 실소를 머금으며 보게 된다. ‘바꾸다’의 일본어 표현 ‘카에루’는 개구리를 뜻하는 단어와 발음이 같은 데 착안해, 익살맞은 개구리 모양의 머리장식을 쓰고 나와 메시지의 핵심을 강하게 인지시킨다.
히트음료의 조건자고 나면 쏟아져 나오는 신제군의 홍수 속에서 히트상품이 되는 건 극소수. 대부분 시장에 나왔다가 조용히 사라진다. 최근 일본인들의 음료 구매동향을 보면,신제품이라서 호기심에 마셔 본다거나 하는 일은 드물고, 자신에게 득이 되는 좋은 성분인가 아닌가를 따진 후 구매한다. 이에 몬, 아미노시키, 카테킨시키 모두 광고도 좋았지만, 뛰어난 제품력이 뒷받침되었기에 그 성공이 가능했다. 봄날은 이름뿐이고, 늦겨울에서 초여름으로 바로 이어지는 듯 날이 갑작스레 더워지는 요즘이다. 음료장사들은 신이 났겠다. 음료 한 잔 파는 데도 이런 궁리, 저런 궁리가 복잡하고 치밀한데, 늘 자기자신을 상품으로 팔아야만 하는 광고인들은 오늘도 머리가 지끈지끈 뜨거울 수밖에. 시원한 녹차라도 한 잔 마시며, 오늘만큼은 궁리 없이 지내보는 건 어떨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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