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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슬로건 / 3. 슬로건 라이팅의 전략적 가이드라인이현우 / 동의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2nu@deu.ac.kr
‘사랑하는 아내에게~, 가슴이 따뜻한 사람과 만나고 싶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사람을 향합니다, 다음 세상의 처음~, 소리없이 세상을 움직입니다, 대한민국 1%,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습니다, 소중한 생명을 태우기에 최선을 다합니다, Impossible is Nothing, It’s different!’. 최근 몇 년 사이에 각종 미디어를 장식하면서 웬만한 대중유행가보다 더 유행되었던 광고의 키워드들이다. 인터넷 검색에서 자주 나타나는 인기 어휘이기도 하다. 당연히 코미디 프로그램에도 인용되고 만화에도 등장하고 뉴스의 머리기사로 뜨기도 하는 소재다. 그만큼 라이프스타일을 주도하고 사람들의 언어생활을 바꾸는 위력적인 카피라는 증거다. 이들 가운데는 헤드라인의 형태로 표현된 것도 있고 슬로건의 모양새를 띠는 것도 있다. 때로는 굳이 헤드라인과 슬로건의 형태를 구분할 수 없을 만큼 혼동되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광고에 있어 헤드라인의 목적이 컨셉트(Concept)를 적확하면서도 극적으로 전달하는 데 있다면 슬로건은 광고 메시지를 명확하고 효율적으로 이해시키는 데 목적을 둔다. 따라서 헤드라인이 독창적 아이디어를 요건으로 하는 데 비해 슬로건은 다소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속성을 띤다. 헤드라인은 제품의 특성이나 매체의 성격, 광고 목적에 따라 길이가 다양하게 구사될 수 있지만 슬로건은 비교적 짧고 간결하게 기업과 브랜드를 함축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헤드라인은 매 광고마다 변화를 주어 독자로 하여금 신선한 충격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생명이지만 슬로건은 한 번 정해지면 광고 캠페인이 진행되는 동안 같은 포맷을 유지하면서 광고 컨셉트의 영속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헤드라인이 기업과 관련된 공중이나 브랜드의 소비자에 초점을 맞춘다면 슬로건은 현재의 고객보다는 다분히 미래지향적으로 여론 선도자(Opinion Leader)를 지향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헤드라인이 키워드를 시장이나 소비자의 심리 속에서 어떻게 포지셔닝(Positioning)시킬 것인가에 주안점을 둔다면 슬로건은 더욱 포괄적으로 마케팅 정책이나 캠페인 폴리시(Campaign Policy)를 전략적으로 표현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광고 카피의 핵, 슬로건은 어떤 생리와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이야기를 쉽게 하기 위해 소설가 은희경 씨의 말을 인용해 보자. “할아버지가 아이에게 동화를 들려주실 때, 할아버지는 말한다. 오늘은 무슨 얘기를 해줄까? 무서운 얘기를 해줄까? 아니면 우스운 얘기를 해줄까? 그것도 아니면 슬픈 얘기를 해줄까? 아이들은 입을 모아 대답한다. 무섭고도 우습고도 슬픈 이야기! 그래서 할아버지는 무서운 도깨비가 우습게도 똥깐에 빠지는 슬픈 이야기를 해 주었다. 소설의 언어는 그럴 수 있다. 소설은 작가와 독자의 소통이다.” - <상속>, 작가의 말에서 카피의 핵, 슬로건의 생리와 구조소설에 나오는 할아버지가 구수한 입담으로 아이들을 매혹시키듯, 슬로건을 만드는 광고 기획자와 카피라이터는 그 현란한 솜씨로 단단하게 잠금장치를 한 소비자의 지갑을 열어젖히는 도둑이어야 한다. 그 도둑이 진짜 노리는 것은 돈이 아니라 마음이다. 전문적으로 말하면 소비자 심리를 움직이는 마케터, 그가 바로 슬로건 라이터다. 그런 광고작가가 만든 슬로건은 소비자의 마음을 훔쳐내는 비장의 무기다. 그래서 슬로건은 설득의 예술이요 과학이라고 하는 광고, 그중에서도 꽃이라고 불리는 카피, 그 카피의 핵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슬로건은 예쁜 말, 품위 있는 글, 미사여구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람들의 삶 속에서 떠도는 살아 있는 말들이 더 제품 판매에 먹혀들고 힘을 쓸 수 잇다. 그래서 카피라이터들은 때로는 슬로건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말의 문법 파괴도 서슴지 않는다. ‘樂! 소리나는 채널- m.net’ ‘그래- 빙그레’ ‘입 닥치고 보기나 해- 노랑머리’ ‘깐깐한 정수기- 코웨이’ ‘믿음 탁! 삼성투신증권’ ‘걸렸구나 생각되면- 콘택 600’ ‘맞다- 게보린’ ‘아차- 컨디션’…. 그렇다고 모국어의 아름다움을 한껏 끌어올린 주옥 같은 슬로건을 애써 외면 할 수는 없다. 광고 언어의 예술성을 십분 살리면서도 마케팅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명 슬로건들도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고 있다.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유한킴벌리’ ‘자연에 정성만을 더합니다- 청정원’ ‘길이라도 좋다 아니라도 좋다- 록스타’ ‘낯선 여자에게서 그의 향기를 느꼈다- 오버클래스 아이디’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빈폴’…. 광고의 목적은 무엇인가? 브랜드 이미지의 구축, 기업에 대한 호감 조성, 대중 문화에 대한 기여 등이 있겠지만 광고를 하는 진짜 이유는 제품의 판매라고 해야 할 것이다. 효과적인 슬로건의 판단기준도 이런 광고의 목적에서 비켜나지 않는다. 그런데 광고주나 카피라이터는 곧잘 이 당연한 명제를 잊어버리곤 한다. 더 멋있게, 더 거창하게, 더 우아하게 만들기 위해 욕심을 내다가 정작 중요한 메시지는 놓치고 마는 경우가 자주 있다. 그래서 브랜드나 기업이념, 프로젝트 속에 있는 유일한 장점을 찾아내는 데 실패하고 만다. 말보로 캠페인으로 유명한 카피라이터 레오 버넷(Leo Burnett)은 ‘제품 속에 내재된 드라마’라는 말을 했다. 브랜드를 둘러싼 어떤 것에든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는 강력한 셀링 포인트(Selling Point)가 있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로저 리브스(Rosser Reeves)는 이것을 USP(Unique Selling Preposition : 고유한 판매 제안)라고 했다. 슬로건 라이팅의 전략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슬로건과 헤드라인은 광고의 키워드라는 특성을 지닌다. 따라서 슬로건도 헤드라인이 갖춰야 할 요건과 공통점이 있겠지만 몇 가지 구별되는 전락적 가이드라인은 존재한다. 한 가지만 확실하게!다른 사람은 절대 주장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것을 찾아 그것을 집중적으로 키워라. ‘100% 손으로 만든- 미스터 피자’ ‘100% 천연암반수 맥주- 하이트’ 등이 그런 예다. 월드와이드 브랜드들에서 그런 슬로건의 예를 찾아보자. 세계적인 명차들은 당연히 내세울 장점들이 많다. 그러나 기억되는 슬로건들은 회사가 가장 장점으로 내세우는 단 한 가지만을 부각시킨다. 뛰어난 핸들링을 강조하는 BMW의 ‘The ultimate driving machine’, 독특한 외관을 내세우는 재규어의 ‘The art of performance’, 완벽한 품질을 부각시킨 렉서스의 ‘The passionate pursuit of perfection’, 엔지니어링에 집중하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Engineered to move the human spirit’, 안전성을 모토로 하는 볼보의 ‘For life’ 등은 단일집약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특히 도요타 SUV의 공통슬로건 ‘There and back’은 단 세 단어로 도요타가 추구하는 자동차의 꿈을 모두 함축하고 있다. 멀고도 험한, 거친 길을 한없이 달려 나갔다가 다시 도시의 평탄한 길로 되돌아와서 일상 속을 질주하는 SUV의 양면적 기능을 촌철살인으로 전하고 있는 것이다. 단도직입 핵심으로!고객은 애인이다. 애인은 당신에게 무슨 말을 듣고 싶을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에둘러 표현하거나 빗대어서 말하지 마라. 딱 꼬집어서 핵심을 표현하라. 만연체는 연애편지나 연설문에나 어울린다. 축축 늘어진 능수버들 같은 장황한 문장을 기억해 줄 광고 소비자는 없다. 짧고 강하게, 촌철살인의 카피로 가슴을 찔러라. ‘빨래 끝- 옥시크린’ ‘때가 쏙- 비트’ ‘요만큼- 한스푼’ ‘그래- 빙그레’ ‘깐깐한 정수기- 코웨이’ ‘찌꺼기 없는 휘발유- 엔크린’…. 패션전화기라는 컨셉트로 론칭된 아망떼라는 브랜드는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았다. 그래서 기존 컨셉트를 버리고 과감하게 ‘유무선 겸용 자동응답전화기’라는 다소 딱딱하고 기능적인 슬로건을 채택했다. 멋진 한 마디는 아니었지만 동일한 브랜드 카테고리의 컨셉트를 선점했기 때문에 확실히 포지셔닝에 성공했다. 발효는 김치냉장고의 공통적인 기능이다. 따라서 ‘발효과학-딤채’도 딤채만의 고유한 슬로건이 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컨셉트를 선점해서 ‘발효’ 하면 딤채를 떠오르도록 했다. 외국의 슬로건에도 이런 사례는 많다. ‘Energy, Efficiency, Advice - British Gas’ ‘Beyond petroleum - British Petroleum’ ‘we’re Exxon - Exxon Crop.’ ‘Keep regular - Ex - Lax laxative(변비약)’ ‘Achieve - New Balance sneakers’ ‘Just do it - Nike’. 입에 착착 붙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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