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적과의 동침, 제휴마케팅 | 2. 제휴마케팅의 윈윈 전술

이동훈 /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수석연구원 seridhl@samsung.com

 

오늘날 기술의 발전으로 산업간 경쟁이 심화되고 경쟁사의 범위가 무한정 확대되었다. 바야흐로 초경쟁(Mega Competition)의 시대다. 이러한 경쟁환경속에서 어느 한 기업이 모든 면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간 제휴를 통한 마케팅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이것이 바로 초제휴(Mega Alliance) 시대임을 반증한다. 일본 윌(Will)의 경우 1999년 8월 이업종 공동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로서 도요타자동차, 마쓰시타전기, 아사히맥주, 가오, 긴키일본여행 등이 공동으로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여 성공하였다.

이는 경쟁력의 원천이 규모의 경제(Scale Merit)에서 범위의 경제(Scope Merit)를 거쳐 연결의 경제(Relationship Merit)로 변천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 조직, 주체간의 연결에 의한 시너지 효과를 추구하고 네트워크의 연결을 통한 조정비용의 절감을 도모하는 시대다. 관련업종은 물론 이업종간에도 공동 마케팅의 양상은 나타나고 있다. 공동마케팅의 유형은 여러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마케팅 코스트 절감이나 브랜드 인지도 증가, 혹은 매출증대라는 목적에 따라 동종업체의 공생형, 이종업체의 하이브리드형, 공동 브랜드형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형이 복합화되어 나타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이에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일본의 마쓰시타와 중국의 TCL의 제휴마케팅

2002년부터 마쓰시타는 중국의 대형 가전메이커인 TCL과 가전분야에 대한 포괄적인 제휴를 설정하고 제휴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 큰 방향은 첫째, TCL의 판매망을 활용하여 마쓰시타 브랜드의 가전제품을 중국의 농촌지역에서 판매한다. 둘째, 저가의 보급형 텔레비전을 TCL에서, 고화질의 고가 텔레비전을 마쓰시타에서 상호간에OEM방식으로 공급한다. 셋째, 녹화가능한 DVD 규격에서 마쓰시타가 추진하는 DVD-RAM 방식보급에 협력한다. 넷째, 환경보호형 에어컨의 냉매기술이나 키 디바이스를 마쓰시타가 TCL에 공급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TCL 입장에서는 고급화와 차별화 차원에서 마쓰시타와 제휴마케팅을 원했다. 당시 TCL은 위기에 봉착했다. TCL의 가장 큰 강점은 전국적인 대리점 체제였는데 경쟁기업들의 진출에 따른 차별화 요소가 없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사실 지방도시의 작은 국유기업에 지나지 않았던 TCL은 중국 최대의 텔레비전 메이커가 되었다. 이는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광활한 중국대륙의 구석구석까지 망라하는 직영판매망을 구축한 것이 원동력이었다. 중국전역에 32개 지역 판매사와 174개의 영업소를 갖고 있고 4000여개의 대리점을 통해 약 2만개의 소매점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판매망뿐만 아니라 제품자체의 차별화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래서 기술력이 우수한 일본 메이커와의 전략제휴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마쓰시타 입장에서도 중국진출에 따른 가장 어려운 것은 농촌지역의 시장개척이었다. 중국 총인구 13억명중 약70%는 농촌지역에 살고 있다.

도시에서는 이미 가전제품의 보급이 포화상태에 가까워지고 있어 판매를 늘리기 위해서는 농촌수요를 이끌어내는 것이 불가결하다. 그러나 도시에 비하면 소득수준도 낮고 도로나 통신등의 인프라 정비도 뒤처지고 있다. 지역에 따라서는 상품배송, 대금회수, 애프터서비스 등에 대해 천차만별, 임기응변의 대응이 불가피하다. WTO 가입으로 자사 판매망이 해금되더라도 외자가 쉽게 끼어들 수 있는 시장은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따라서 TCL이 농촌지역에서의 마쓰시타 제품의 판매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마쓰시타가 TCL에 하이테크 기술이나 키 디바이스를 제공한다면 이 두 회사간에는 상호보완이 성립된다. 즉 마쓰시타와 TCL간 제휴의 주안점은 중국시장을 무대로 쌍방의 입장에서 이득이 되는 윈윈(Win-Win)관계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마케팅 베스트 프랙티스, 인텔 인사이드 캠페인

1987년에 무어의 뒤를 이어 인텔의 CEO가 된 앤디 그로브(Andy Grove)는 업계 관행과는 거리가 먼 조치들을 취했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1990년대에 펼친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캠페인이다. 인텔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1990년대 중반부터 도입해온 이 제도는 인텔의 CPU를 사용하는 각 PC메이커들이 자사제품에 '인텔 인사이드' 로고를 넣는 등의 방식으로 인텔의 인지도 향상에 공헌할 경우 장려금을 지급해주는 제도다. 장려금은 대형업체일 경우 PC 1대당 평균 100달러 가량이다. 인텔 CPU 가격은 주력 제품일 경우 개당 약 150~400달러정도다. 때문에 1000달러전후의 가격으로 경쟁을 벌이는 각 PC제조업체에게 장려금은 커다란 수익원이기도 하다. 이러한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수행한데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 숨어있다. 1991년 3월 1일 미국 지방 법원은 '386'을 그 숫자의 일반성으로 인해 인텔 고유상표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는데, 이것은 후발 경쟁사이던 AMD, 사이릭스(Cyrix)사도 인텔과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 것이다.

법원의 판결이후 IBM, 컴팩, 델 등과같은 PC 제조업체와 공동으로 '인텔 인사이드'라는 로고를 부착하고 대대적인 캠페인을 시작했다. 인텔재팬이 486광고에서 사용했던 슬로건 'Intel in it'에서 'Intel inside'라는 슬로건을 착안해낸다. 그리고 이것을 전 커뮤니케이션에 적용시켰던 것이다. 이렇게 '인텔 인사이드'는 짧은 기간에 성공적인 브랜드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반면 AMD나 사이릭스 등 경쟁사는 비슷한 성능일지라도 인텔에 훨씬 못미치는 가격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PC업계에서 '인텔 인사이드'는 고성능 컴퓨터, 신뢰의 상징이 되었던 것이다. 한편, 인텔 인사이드를 소비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방법으로 MDF(Market Develop Fund)를 운영했다.

이것은 구매업체(PC제조업체)가 인텔칩을 구매하면 그 금액의 일부(6%)를 적립해 광고집행비의 50%, 인쇄광고의 경우는 66%까지 지원했다. 대략 약 4조원의 광고비가소요된 이 캠페인은 오늘날 PC를 생산하는 대부분의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1991년 캠페인 실시 18개월만에 브랜드 인지도는 46%에서 무려 80%로 상승했다. 결국 인텔 인사이드 캠페인은 인텔과의 협력을 통해 광고비지원을 받은 PC제조업체들(OEM 업체들), PC부품(예 : 칩)의 선택기회를 갖게 된 사용자들, 그리고 PC 업그레이드를 이끌어 시장을 키워온 인텔. 모두가 이익을 얻는 윈윈 전술이었던 것이다.

젊은 고객을 타깃으로 한 애플과 펩시

지난해 세계적인 히트상품인 아이팟(iPod)으로 MP3P시장을 석권하며 화려하게 부활한 애플과 코카콜라의 아성을 점점 무너뜨리며 콜라업계의 지존을 꿈꾸는 펩시와의 공동마케팅도 눈여겨볼 만하다. 두 제품 모두 젊은이들이 타깃이라는 점에서 제휴마케팅의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즉 젊음, 자유로움, 긍정적사고등의 브랜드 특성을 동일하게 추구했다는 사실이다. 먼저 애플 입장에서는 아이들이 음악을 무료로 다운로드 받고 싶어하지만 대부분이 불법이라는 사실에 착안했다. 고객의 욕구를 제대로 캐치한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합법적으로 다운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파괴력이 대단했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는 1억곡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촉진 전략은 다운로드 시장의 티핑 포인트로 작용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애플은 디지털 음악의 폭발적인 다운로드를 통해 아이팟의 판매와 더불어 아이튠즈(iTunes)의 급성장을 도모했다. 200만명 이상이 300달러의 MP3P를 구입함으로써 새로운 신규 시장을 창출했던 것이다.

이를 통해 지난날의 매킨토시 신화를 부활시킨 것이다. 펩시 입장에서도 상당한 메리트가 있는 제휴마케팅이었다. 대규모 판촉을 시작했던 시기가 슈퍼볼이 개최되는 2월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비수기에 해당된다. 그리고 선발 브랜드 코카콜라를 능가하기 위해 그간 뿌려왔던 광고, 촉진전략의 연장 선상에서 그 영향력을 극대화시키는 계기였다. 펩시 뚜껑 안쪽에 다은로드 코드가 적혀있고 URL을 통해 그 번호를 입력하면 한 곡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크레디트(Credit)가 주어지는데 당첨확률이 3분의 1이다. 펩시 입장에서는 슈퍼볼이라는 상황과 펩시콜라를 마시는 장면을 손쉽게 노출시킬 수 있었고 또 주목받을 수 있었다.

연합전선을 구축한 항공사 제휴마케팅

현재 세계 항공업계에는 스타 얼라이언스(Star Alliance), 원월드(Oneworld), 윙스(Wings), 스카이팀(SKY Team)등 4개의 제휴그룹이 있다. 최대규모의 동맹체인 스타 얼라이언스는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과 독일의 루프트 한자항공이 주축이 되어 1997년 5월에 결성된 최초의 그룹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아시아나 항공을 포함하여 에어캐나다, 에어 뉴질랜드, 오스트리아 항공, 타이항공, 싱가포르 항공 등 총15개 항공사로 이루어져 있다. 124개국 729개 공항을 연결하는 노선 망으로 전세계 항공수송 부담률의 24%를 차지하고 있다. 원월드는 1998년 미국 최대항공사인 아메리카 항공과 영국항공이 주축이 되어 원월드를 출범시켰다. 8개 항공사가 활동하고 있다. 월스는 노스웨스트와 KLM을 중심으로 진용을 구축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제휴된 스카이팀은 2000년 6월 미국의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에어로 멕시코, 알리탈리아, 체코 항공등 6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한항공도 스카이팀에 속한다. 최근 스타 얼라이언스는 너무 많은 항공사의 가입으로 결속력에 문제가 드러나고 있으며 이로 말미암아 각 서비스상품의 표준화 및 개발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원월드는 전세계 항공업계에서 21%를 점유하는데 내용상 강력한 제휴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회원사중 캐나디언에어가 에어캐나다를 인수하면서 이항공사는 지난 6월 자동으로 탈퇴했다. 이 연합체는 아메리칸 항공과 영국항공과의 제휴에 대해 미국정부로부터 독점금지법 면제조치를 받지 못해 양자간 코드쉐어, 공동마케팅등이 불가능 해짐에 따라 고객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 이상을 넘어서지 못하는 상태이다. 윙스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항공사의 미가입으로 노스웨스트, KLM간의 지역(미주-유럽)연합체 성격을 띠고 있다.

비교적 최근에 전략적 제휴를 실시한 스카이팀은 후발주자로서 선발주자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약, 발권, 운송등 전 분야의 서비스 상품에 대해 표준화 작업을 진행시키면서 항상 고객위주의 상품이 되도록 추진하고 있다. 항공산업에서 제휴마케팅이 늘고 있는 이유는 서로에게 윈윈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항공사의 제휴마케팅은 개별기업 입장은 물론 고객 입장에서도 만족을 가져다 주는 글로벌 단일 브랜드 마케팅인 것이다. 이들 모두는 고객 서비스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슬로건아래 각 제휴그룹별로 차별화된 서비스 상품을 제공하는 고객지향적 제휴그룹으로서 포지셔닝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