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DIOㅣ애니콜 '애니모션'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15초 광고의 벽을 깨다

박윤정, 김은혜 (애니콜그룹 대리, 애니콜그룹 사원)

광고회사에서 노래와 춤, 뮤직비디오까지?

2004년 11월, 애니콜그룹 회의실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여느 광고 기획 회의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 그들의 대화는 작곡가는 누구로 할 것이며, 안무가 선정, 뮤직비디오의 시놉시스까지‥‥ 일반 연예 기획사의 회의실에서나 나옴 직한 얘기들이었다.

2004년 하반기 휴대폰 매장에서 '가로본능'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일 년에 수백 개에 이르는 새로운 폰 들을 제치고 휴대폰 업계에서 놀라운 매출 성장을 보였던 애니콜 SCH-V500. 그 성공의 주역에는 가로본능 1차 캠페인이 있었다. '가로본능2'로 이름지어진 V600제품을 두고 계획 중인 2차 캠페인에 대한 부담은 더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회의실 가득쌓인 애니콜그룹 사람들의 고민, 고민들‥‥ 미간에 주름살이 갈수록 깊이 패이던 인고의 날들을 지나 '애니모션(Anymotion)' 캠페인은 '애니콜엔터테인먼트 마케팅'이란 대전제 하에 기획되었다.

그렇다! 애니모션은 애니콜의 핵심 타깃층인 10∼20대 초반 젊은 층에게 어필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요소인 음악, 춤, 뮤직비디오를 자체 제작하여 애니콜만의 독자적 엔터테인먼트 마케팅을 전개함으로써 그들의 열정적인 참여를 이끌 수 있는 '애니콜만의 브랜드 문화'를 창출하기 위해 탄생됐다.

애니콜 음악과 춤, 그리고 애니콜그룹의 추진력!

애니모션(애니콜 음악)은 당대 최고 작곡가 박근태 씨(조PD의 '친구여', SG워너비의 'Timeless', 김진표의 '아직 못다한 이야기'로 히트)가 만든 비트가 다소 강한 힙합 댄스곡으로, 가사에 애니콜을 은근히 심어 놓아 젊은이들로 하여금 상업적 콘텐츠라는 이질성을 느낄 수 없게 하였다. 그리하여 탄생된 곡의 제목은 '애니모션'. 가사 곳곳에 '애니(Any∼)'를 사용하여 자연스럽게 애니콜을 연상시키는 연결고리를 마련하여 브랜드와의 거리를 가깝게 하였다.

애니콜 춤에도 똑같은 비중을 두었다. V600 '춤의 본능' 광고에서 이효리가 열심히 추고 있는 애니콜 춤은 미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크럼핑(Krumping)'이란 춤을 바탕으로 한국 정상의 안무가 심영호 씨가 특별히 연출을 맡아 주었다. 크럼핑은 힙합, 판토마임 등이 복합된 프리스타일 브레이크 댄스로서 미국의 미시 엘리엇(Missy Eliot)과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 등이 그들의 뮤직비디오에서 선보인 춤으로 유명하다. 물론 안무가 심영호 씨는 이 크럼핑 춤을 애니콜 춤으로 새롭게 제작, 이효리만의 섹시함이 잘 배어나올 수 있도록 했다.

드디어 나왔다. 애니모션!

애니모션의 메가폰은 뮤직비디오와 CM 양 분야에서 상한가를 올리고 있는 차은택 감독이 잡았다.

애니모션 뮤직비디오는 총 7분여의 풀 버전과 주요 장면만 뽑아놓은 3분 30초 버전, 그리고 맛보기 1분 이렇게 세 가지 버전으로 편집되었다.

뮤직비디오의 스토리를 간략히 살펴보자. 댄서가 꿈인 효리와 그녀를 꿈꾸는 에릭이 주인공이다. 오디션에서 낙방한 효리를 보고 에릭은 애니콜을 통해 춤의 아이디어 팁이 될 만한 동영상과 사진을 보내주고 효리는 이를 V600 '가로본능2'휴대폰을 통해 받아본다. 이렇게 이름 모를 이의 휴대폰 메시지로 용기까지 얻은 효리는 끝내 자신이 소망하던 오디션에 합격하게 된다. 물론 에릭과의 해피엔딩도 있으니, 아직까지 뮤직비디오를 안 본 당신!www.anycall.com에 가서 당장 보시라. 특히 풀 버전을 클릭하라. 플레이 타임은 7분이지만 1분처럼 느껴질 것이다. 솔직히 재미있다.

이렇게 완성된 뮤직비디오는 애니콜랜드로 유저들을 유도하기 위한 공중파 광고용으로 효리편, 에릭편 두 버전이 재편집되어 방영되었으며, 한 달여 지나 V600 제품 광고 '춤의 본능' 편을 본편으로 방영하는 일정으로 집행되었다.

자, 이제 고생에 고생이 점철된 그 후텁지근한 호주 브리즈번에서의 애니모션 촬영 이야기, 한 번 들어보시렵니까?

이효리, 체력의 한계와 맞붙어 승리 쟁취

2박 3일 촬영 기간 동안 총 5시간의 수면을 취한 이효리. 살인적인 스케줄과 격렬한 춤 동작, 그리고 연기까지, 그녀를 총체적인 '체력의 한계'에 다다르게 했던 크럼핑 춤은, 사방이 꽉 막힌 섭씨 40도의 음악홀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내리쬐는 조명까지 더해져 체감온도는 더욱 높았다.

하루, 이틀, 사흘‥‥ 에너자이저 정신으로 무장한 효리도 지쳐가고 있을 즈음 다소 위험한 장면이 또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클럽에서 나온 그녀를 둘러싼 한 무리의 남자들. 느끼한 남자들의 시선에 긴장한 이효리. 긴박감이 감도는 상황에 백마 탄 남자처럼 멋진 오토바이맨 에릭이 나타나 그녀에게 손을 건넨다. 문제는 그 이후의 상황이다.

오토바이를 못 타는 에릭은 대역을 써야 했지만 달리는 오토바이 위에서 천연덕스럽게 스피드를 즐기며 환호성을 지르는 이효리는 몸소 연기를 펼쳐야 했다. 뮤직비디오에서 바람에 흩날리는 머릿결과 두 팔을 뻗어 해방감을 만끽하는 그녀의 모습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당시 상황에서는 자칫 사고 발생 가능성이 짙은 장면을 앞두고 망설이게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하지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다. 주춤하는 이효리의 마음을 동하게 한 것은 "환상적인 이효리의 몸매를 두고 대역을 할 수 있는 이가 없어요." 스태프들의 달콤한 말이었다. 당연했다. 그녀의 매력적인 실루엣은 모방 불가능이었으니까. 그리하여 호주 브리즈번 밤 거리를 질주하는 한 쌍의 커플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제야 말할 수 있다!

성공적인 애니모션 캠페인이 되고 나서야 회상하듯 하는 이야기가 있다. 스타 모델과 스태프들의 살인적인 스케줄을 맞추기 위해 전화기를 부여잡았던 시간들과 촬영장에서의 부족한 수면 시간, 그 와중에도 프로정신으로 한데 뭉친 스태프와 스타들. 뮤직비디오의 완벽한 음악과 영상미를 보는 소비자들은 애니모션이 탄생하기까지의 수난들 을 상상도 할 수 없겠지만, 그 때 당시 스태프들은 2박 3일이 너무도 길게 느껴져 이 촬영이 정말 끝나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이렇게 수난과 압박의 일정에도 불구하고 제작진들을 추스려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담당 CD와 PD의 도전 정신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어떤 광고보다도 담당 오혜원 CD의 존재감이 켰던 애니모션. 항상 태양인 같은 정열의 그녀가 없었다면 애니모션은 지금쯤 어디로 표류하고 있을지‥‥. 생각만 해도 가슴 한켠이 서늘해진다.

애니콜 엔터테인먼트 마케팅의 가치?

이제 마케팅적 성과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휴대폰 광고계에 더 이상 15초 광고로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는 판단하에 감행하게 된 애니콜의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당대 최고의 스타 에릭과 효리를 내세워 뮤직비디오 애니모션이라는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시' 카드로 승부수를 내밀었고, 이에 뜨거운 젊은이들은 환호하고 있다. 케이블TV를 통해 전파를 타는 애니모션 뮤직비디오는 7분이란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을 집중력 있게 사로잡고 있으며, 사람들은 이와 관련된 스틸들과 동영상을 자신의 홈페이지 여기 저기로 퍼 나르기 바쁘다.

길거러의 테이크 아웃 커피점에서도, 베이커리에서도, 옷 집에서도 애니모션이 흘러나오고 있고 대학가 지하철역에서 울려 퍼지는 휴대폰의 벨소리도 애니모션이다.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큰 프로젝트, 애니콜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마케팅의 역사로 본다면 가히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감각적인 신세대층에 어필

각종 영상매체들이 거대화되면서 광고 이외의 새로운 제품 홍보 수단으로 빠르게 부상했고 이에 톡톡한 역할을 해낸 것이 바로 이름도 천근한 PPL 마케팅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ET'에서 외계인 ET가 먹은 후 65% 매출 신장이란 전설을 낳은 츠콜릿 땅콩과자 리지스 피스(Leese's Piece)의 초코볼과 007시리즈의 본드카,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김정은이 애지중지하던 폴라로이드 원 카메라. 생각만 해도 눈 앞에 선한 제품들이다. 그만큼 PPL마케팅의 효과가 크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제 그 마케팅 왕좌를 내놓을 때가 되었다. 사실 영화나 드라마 등 영상 매체를 홍보 수단으로 해왔던 PPL 마케팅은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앞에서는 다소 수줍다. 스타들의 캐릭터 메이킹의 한 도구로 조연급의 등장을 했던 자동차와 휴대폰, 그리고 명품 옷들은 빅 스타들의 후광을 입어 빛을 발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직접 영화제작에 나서 제품 자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엔터테인먼트 마케팅에 비하면 소극적 단계의 마케팅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 활용되는 쓰임새에서도 차이가 난다. 애니콜의 애니모션 뮤직비디오의 경우 소스 하나로 벨소리, 컬러링, 배경 화면은 물론 휴대폰 내장 콘텐츠, DVD, 광고로까지 활용 반경이 엄청나다. 이 것이야 말로 원 소스 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 그런데, 실제 이처럼 엔터테인먼트 마케팅의 방식으로 진행되는 안은 어림짐작으로 계획하고 예산을 짜고 실행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건이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규모가 어떤 분야보다 방대한 만큼 철저한 준비 없이 허둥대며 시작한다면 실패는 이미 예견된 결과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해외에서도 우선적으로 역량이 되는 제품에 한해서만 시도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엔터테인먼트 마케형은 단순한 정보 전달의 차원을 넘어서 고객에게 오락과 즐거움까지 만들어내기 때문에 감각적인 세대인 신세대 층에 더욱 어필한다. 최신 휴대폰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은 연령층이 10∼20대 인 것을 감안한다면, 애니콜의 입장에서는 애니모션에 끌리는 그들에 대한 타깃 마케팅에 성공한 셈이다.

따뜻한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마켓리더

과거에는 별개라고 인식되었던 비즈니스와 엔터테인먼트의 낯선 관계. 하지만 이는 현재 비즈니스의 성공 중심에서 큰 힘으로 세상을 바꾸어 나가고 있다. 애니모션에 열광하는 소비자들을 본다면 그 파워는 대략 짐작 가능할 것이다.

주목의 경제(Economy of Attention)시대에 애니모션을 앞세워 현대, 감성 소비 시대를 사는 소비자의 엔터테인먼트 니즈에 부합하는 브랜드로 개발하고 그들의 열정적인 참여를 통해 소위 '브랜드 문화'를 창출하려는 애니콜의 노력은 진정한 마케팅 리더의 모습이 아닐까?

이와 더불어 전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된 이번 애니콜 엔 터테인먼트 마케팅의 성공을 국민 브랜드 '애니콜'의 사회에 대한 건강하고 따뜻한 관심으로 연결하려 한다. 애니콜 다움이 살아있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애니모션의 음원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려는 계획이다. 최종적으로 애니콜의 브랜드 호의도 상승으로까지 파급될 그 여파는 우리가 단순히 느끼는 것 그 이상일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 여전히 바빠요∼

최근 애니콜그룹은 애니모션 DVD 배포로 매일매일 분주한 생활을 하고 있다. 뮤직비디오의 모든 버전(풀, 3분 30초, 1분, 1분 댄스버전)과 메이킹필름, 시놉시스 요청은 물론, 애니콜 엔터테인먼트 마케팅의 결과로 나타날 V600 제품의 시장점유율과 판매현황에 대한 학생들의 문의 전화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걸려 오고 있다.

제품이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상황이라 정확하게 현황에 대한 대답을 못하고 있는 담당자들의 즐겁지만 답답한 심정을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더불어 사내 애니모션을 사랑 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전국 방방곡곡 DVD 보내기 프로젝트를 끝내자마자 애니모션 DVD눈을 내리게 할 것을 약속 드리려 한다. 5월에 내리는 애니콜 DVD 눈. 기대되지 않나요?

삼성전자 국내영업사업부

'애니콜문화 따라하기'에 대세 기울다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큰 파장을 몰고 올 줄은 몰랐어요. 요즘 '애니콜 따라하기'가 얼마나 열광적인지 몰라요. 성공사례에 대한 강의도 쇄도하는 걸요."

김준현 과장의 즐거운 비명에 덩달아 신이 난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는 고심에 고심을, 노력에 노력을 더한 것에 대한 당연한 귀결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미 인지도 면에서 최상의 높이에 와 있는 애니콜을 부각시키기 위해 내세운 것은 브랜드의 친밀성, 곧 호감도 였고 시대를 앞서가면서도 문화적 혜택을 줄 수 있는, 문화를 리딩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하는 '재미와 호기심을 지속적으로 줄 수 있는 브랜드'라는 데 포커스를 맞췄다.

뮤직비디오를 제작한다 했지만, 제품 광고를 위해 만든 것뿐이라는 거부감을 가질까봐 걱정도 많았다. 그래서 애니콜이 주체적 입장에서 노래도, 춤도 직접 만들면서 새로운 작업에 도전장을 던졌다. 허나 모델들의 시간적 제약 때문에 고생은 상상을 초월했다. 제작하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 없었냐는 물음에 김 과장은 슬픈 에피소드가 더 많았다며 그 때의 난처함을 떠올린다.

"호주에서 설 연휴 3일 동안 촬영이 진행됐는데 제 딴에는 생각해서 차례상이라도 준비하고 떡국을 먹여보겠다고 얘기를 꺼냈다가 정말 '능멸'을 받았어요. 72시간의 촬영시간 동안 겨우 5시간 자고 끼니도 시간 때문에 햄버거로 대충 때우는데 얼토당토 않은 얘기로 치부됐죠."

위트 섞인 그의 얘기는 웃음을 자아내게 했지만 그 당시의 상황은 정말로 긴박하게 진행됐던 게 분명하다. 그래서 주요 일간지 사회면 1면을 장식할 정도로 애니모션이 중요한 문화흐름으로 인식된 것인지도 모른다. 최고의 애 니콜을 광고하자니 몇 배의 힘이 들지 싶다 했더니 김 과장은 제일기획 쪽이 더 고생이라고 정색을 한다. 자신들의 요구에 부응하자니 애니콜의 위상에 걸맞은 기대수준때문에 어려운 상황에 던져지고 일도 많을 거라고 걱정의 눈빛을 보낸다. 물론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싸움(?)도 있었고 결과가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었지만 그는 7할의 성공이었다고 꽤 후한 점수를 준다.

혹시나 애니모션을 잇는 작품을 구상 중인가 물으니 대번에 그렇다는 답이 떨어진다. 애니모션의 성공에 부담이 많긴 하지만 애니모션 2가 되진 않을 거라고 단언한다. 새로운 기법과 차별화된 양식으로 제작할 거라는데 기대는 많이 하지 말라며 겸연쩍은 웃음을 짓는다.

자부심이 자만심이 될까 염려하는 그의 모습. 그러나 '애니콜은 대단하다. 새로운 뉴스가 펼쳐질 것이다'라고 확신하는 그의 말에 또 다른 성공을 예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