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STORY 2 | 대통령 선거 광고 분석 Ⅱ

감성적 접근 통해 공감 유발

김병희 / 서원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이번 대통령선거 정치광고의 가장 큰 특징은 거의 모든 후보가 ‘감성 소구’ 메시지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유권자에게 이성적으로 다가가기보다 감성적으로 접근하여 ‘공감’을 유발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광고 표현의 맥락에서 바람직한 현상이기도 하지만 천편일률적으로 감성에 호소했다는 것은 세심한 광고 전략의 바탕 위에서 이루어진 결과가 아니라, 2002년 노무현 후보의 정치광고를 답습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경제 대통령을 내세운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나, 가족 행복 시대를 내세운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나, 그 밖의 여러 후보들이 겉으로는 메시지의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대체로 노무현 후보의 정치광고 ‘눈물’ 편과 흑백사진 및 서민 대표들을 벤치마킹했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정동영 후보는 ‘행복’에 초점을 맞춰 행복을 꿈꾸는 소년이 어머니 재봉틀 소리와 함께 희망을 더 키워, 더 많은 이의 행복을 꿈꾸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 후보의 어린 시절과 청년 시절 사진과 함께 연설을 하다 말문을 잇지 못하고 미소를 짓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또한,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약속합니다”라는 내레이션이 연이어 나오는 점층법의 구조를 띠고 있다. 곧이어 ‘개성역에서 파리행 기차표’라는 북한 개성 공단을 강조하는 문구와 함께 “가족이 행복한 나라”, “좋은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으로 광고가 끝난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욕쟁이 할머니’편을 보면, 한밤 중에 국밥집을 찾은 이 후보가 욕쟁이 할머니가 차려주는 국밥을 먹는다. 욕쟁이 할머니가 구수한 사투리로 “청계천 열어놓고 이번엔 뭐 해낼껴?”라며 “밥 쳐먹었으니께 경제는 꼭 살려라, 알겄냐?”라고 말하자, “이명박은 배고픕니다”라는 내레이션이 흐른다. “국민 성공시대를 열기 위해 이명박은 밥 먹는 시간도 아깝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멘트가 흐르면서 “실천하는 경제 대통령”이라는 내레이션으로 광고가 끝난다. 재력가 이명박에서 서민적인 이미지로 탈바꿈하는 동시에 경제 문제를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시키기 위해 이렇게 표현했을 터이다.

또한, 세 차례나 대선에 출마한 무소속의 이회창 후보의 ‘알았습니다’ 편에서는 광고의 전체적인 흐름이 내레이션에 의해 주도되었다. “쓰러진 집안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한 조각 자존심까지 모두 버린 아버지의 마음을 알았습니다.”, “무너진 교육이 안타까워 차마 교단을 떠나지 못하는 선생님의 마음을 알았습니다.”, “공부도 하고 싶고 할머니 병간호도 해야 하지만 결코 희망을 잃지 않는 소녀가장의 마음을 알았습니다.”라는 내레이션이 흐르는 가운데 대리운전 기사와 선생님 그리고 소녀가장의 모습이 등장한다. 마무리 부분에서는 자신의 출마를 정당화하는 차원에서 “출마 선언 후 많은 것을 잃었지만 가장 큰 것을 얻었습니다”라며 “국민의 마음을 알았습니다”라는 카피로 마무리하고 있다.

비록 대통령을 당선시키는데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지만 광고 크리에이티브의 맥락에서만 보자면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후보의 광고와 경제공화당의 허경영 후보의 광고가 앞의 세 후보의 광고에 비해 주목할 만하다. 문국현 후보의 정치광고를 보자. 광고가 시작되면 각각 정동영, 이명박, 이인제 후보의 목소리로 “존경하는 국민여러분!”이라는 목소리가 세 번 반복된다. 그 다음에 “모든 정치인들이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을 외쳐왔지만 이것이 존경입니까?”라는 반어법 카피를 제시한 다음, 문국현 후보의 연설 장면으로 사람중심의 진짜 경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자신의 광고에 다른 후보의 목소리를 담아 제시함으로써 유권자들에게 의외성을 제시하는 이런 접근은 정치광고의 새로운 표현 전술이리라.

허경영 후보의 광고 ‘판문점’ 편 역시 세인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광고가 시작되면 판문점에서 남북한 병사가 서로 대치하고 있다가 갑자기 ‘새마을 노래’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한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를 패러디하여 “유엔본부 유치하면 국가경제 발전하고~” “화폐개혁 200조 지자체 폐지 150조~” “60세를 넘으면 70만원씩 나오니 자식 눈치 안 보고 노후생활 안정되네~” 등 실로 기상천외한 내용을 전달하였다. 광고적으로만 보자면 허경영 후보의 정치광고가 유권자들의 주목 유발에 가장 성공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동영상 UCC 별다른 영향력 못 발휘

이번 대통령 선거전에서 정치광고는 사실상 당선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여당에 대한 반대정서가 컸던 탓에 일찌감치 이명박 후보가 다른 후보들이 추격하기 어려운 지지율을 확보했던 탓이다. 만약 낙선한 다른 후보자들이 정치광고를 기가 막히게 잘 만들었다면 지금 이 순간에 이명박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가 당선인 신분을 확보하게 되었을까? 그리 쉽지는 않았을 터이다. 하지만 향후 국회의원 선거에도 영향을 미치는 지지율은 더 끌어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 선거전이 시작되기 전에 여러 언론에서는 2002년의 ‘인터넷 선거혁명’에 이어 ‘동영상 손수창작물(UCC) 선거혁명’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렇지만 이번 선거에서 동영상 UCC는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선거법의 엄격한 제제를 받았기에 그만큼 운신의 폭이 좁았지만 한편으로는 후보 진영에서 손수 창작물을 확산시킬 준비가 제대로 안 된 탓도 컸다. 이밖에도 여러 광고회사가 각 정당에 창의적인 광고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했으나 묵살되거나 집행이 지연됨으로써 햇빛을 보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이런 대목은 향후 정치광고의 바람직한 활성화를 위해서도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부분이다.

또한, 이번 선거전에서 정치광고의 시간과 횟수가 1분 30회로 획일적으로 제한되었는데, 이는 향후에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겠다. 즉, 전체 정치광고 방영시간이 30분인데, 이 30분 안에서 자유롭게 길이를 조정하되 전체 30분 시간총량제만 준수하게 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예컨대, 보다 다양한 광고 표현을 위해 2분으로 만들면 15회, 30초로 만들면 60회 식으로 후보자에게 다양한 시간 운용권을 줄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감성에 소구하는 광고는 30초로 만들고 정책 제안 성격의 이성소구는 2분짜리 광고로 만들어 메시지의 혼합 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