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위성방송과 국내 방송광고시장

공성원｜Universal McCann Korea 상무

올 3월이면 디지털 위성방송 본 방송이 시작된다. 사업자 선정에서부터 지상파 재전송문제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동안 방송정책 논란의 중심이었던 디지털 위성방송이었기에 본 방송 시작의 의미가 특별하다. 디지털 위성방송의 등장은 궁극적으로 매체환경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 및 개인의 생활에도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위성방송’이란 잘 알려진 데로 두 가지 방송형태의 조합을 의미한다. 그 하나는 방송신호의 수신 형태가 기지국간 중계에 의한 현행 지상파 전송방식이나 Cable에 의한 것이 아닌 지구궤도에 떠있는 (방송)위성을 이용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프로그램의 제작형태가 지금의 아날로그형태가 아닌 디지털 형태를 갖는 것이다. 이 기술은 컴퓨터 전자공학 기술이 방송에까지 확장된 것을 의미하며 디지털이 갖는 기능의 확장성이 지금의 아날로그 제작방식대비 월등한 우위를 확보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위성전송과 디지털제작이 결합된 기술우위의 ‘디지털 위성방송’의 출현은 사회 전반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디지털 위성방송’을 수용자(또는 소비자)가 있는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상품으로 좁혀 보게 된다면 관심은 조금 달라질 수 있다. 기술적으로 월등한 위치에 있는 매체가 수용자에게 가장 환영받는 매체가 된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 수용자가 매체를 선택하는 것에는 기술적 우위라는 단일적 요소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디지털 위성방송’의 기술적 우위에 대한 내용이나 이 새로운 매체가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게 될 것인지와 같은 사회 문화적인 관점에서의 논의는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여러 차레 이런 관점에서의 신매체등장에 대한 영향을 논했기 때문이다. 단지 필자는 디지털 위성방송이 수용자에게 선택되어지는 하나의 매체로 시장에서 어떤 의미를 갖게 되는지 알아 보고자 하다. 아울러 성공적으로 기존의 매체와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어떠한 형태로 수용자에게 접근하여야 하는지를 살펴보겠다. 결국 광고시장에서는 성공적으로 수용자를 확보할 때만 의미있는 매체가 되기 때문이다.

디지털 위성방송의 기술적 차별점

디지털 위성방송이 이용자에게 차별적으로 제공하는 이점은 아래 몇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가 프로그램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채널 수가 지금의 Cable TV에 비해 수배이상 늘어나는 양적 다양성의 증가와 함께 필요에 따라 원하는 프로그램에 수시로 접근할 수 있다는 이용의 다양성이 큰 장점이다.

그리고 고품격의 시청환경도 디지털 위성방송이 갖는 차별점이다. 고해상도의 화질과 CD 수준의 음질은 지상파나 Cable TV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진보된 시청 환경이다. 마지막으로 프로그램과 수용자간의 쌍방향성이다. 지금까지의 TV는 프로그램을 보여주고 수용자는 전달되는 프로그램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었다면 ‘디지털 위성방송’은 프로그램 노출과정에서 발견된 의문이나 추가 정보에 대한 해답을 수용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디지털 위성 방송’만이 갖는 차별점은 지금의 TV매체 환경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킬 엄청난 위력을 지니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다분히 기술 중심적 시각에 근거한 낙관이다.

광고 매체로서의 디지털 위성방송

그렇다면 ‘디지털 위성방송’의 등장은 매체 시장에서 어떻게 이해되고 또한 매체 소비자(시청자, 광고주, 광고 회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살펴보자. 우선 디지털 위성방송이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140여개의 채널 수는 기존 매체 소비자에게 어떻게 수용 될 것인가? 디지털 위성방송 사업자인 ‘Sky life’는 3월 본 방송을 TV 74개 채널로 시작한다고 한다. 약 10개의 PPV 채널과 50개의 Audio채널도 함께 방송을 시작한다. 이후 채널 수는 최고 140개까지 확대한다고 한다. 정말 기존의 공중파 TV나 Cable TV의 채널 수와 비교해볼 때 엄청나게 많은 채널 수이다. 상당한 경쟁우위의 한 요인으로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Sky life’에 채널 사업자로 참여하고 있는 방송사들을 보면 생각을 달리할 수 있다. 70개의 채널 중 특수 목적의 채널을 제외한 대부분이 Cable TV 채널 사업자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결국 Sky life의 채널 출발은 Cable TV의 내용을 상당부분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물론 콘텐츠가 충분히 확보되기 전까지 한시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지만 매체 소비자(구매자)입장에서는 새로운 매체에 대한 효용성에 많은 의문을 제기하게 되는 것이다. 콘텐츠의 차별성은 이루어 지지 않고 채널 수의 증가를 통한 양적 차별성으론 기존 매체 소비자를 신매체로 유인할 수 없는 것이다. 95년 출범이래 오랫동안 매체력을 인정받지 못했던 Cable TV의 전철을 반복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 하나의 염려는 ‘디지털 위성방송’의 독점적 영업권이다. 비록 자본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서 위성방송 사업체를 단수로 결정했다고는 하나 매체 구매자의 시각으론 아쉬움이 많다. 시장에 새로운 매체가 등장함으로써 현재보다는 발전된 합리적인 매체 구매 환경이 형성되길 희망했었다. 특히 지상파 방송의 광고 구매의 제약이 새로운 경쟁매체의 등장으로 합리적으로 변화되길 기대하였다. 하지만 결국 독점적 위성방송의 등장은 그러한 기대가 무리임을 깨닫게 하고 있다. 디지털 위성 방송 사업에 참여한 주주들의 면모를 보면 결국 대부분의 지상파 방송국이 사업의 주체로 등재되어 있다. 결국 현재의 지상파 방송사업자와 케이블 TV사업자의 연합체가 디지털 위성방송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매체소유 구조 하에서는 매체간 경쟁을 통한 양질의 콘텐츠 제공과 Service향상을 유도하려던 당초의 방송산업 발전의 취지와는 다른 얘기가 되는 것이다. 오히려 디지털 위성방송의 등장으로 본격화될 매체간 융합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동일 사업자의 매체간 복수 영업은 결국 필요에 따라 매체간 선택과 방치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 예로 케이블 TV와 디지털 위성TV의 경쟁이 양 매체간 질적 향상을 통한 발전적 매체융합이 아니라 채널 사업자의 편향적 선택으로 인한 한 매체의 현격한 매체력 상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에서의 매체 융합의 내용과는 전적으로 차이가 나는 점이다. 디지털 위성방송 등장에 가장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측이 바로 Cable TV의 System Operator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나 더 추가한다면, 디지털 위성방송은 국내 타 매체와 경쟁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Sky life가 동아시아 지역을 커버리지로 포함하듯이 일본을 포함한 다른 나라의 위성방송도 한국을 커버리지로 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경안의 경쟁만으로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일본의 디지털 위성방송이 채널 몇 개를 한국어 수용자들을 위해 특별히 배분하여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한다고 가정하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더불어 언어장벽에 의한 매체이용의 제한은 점점 힘을 잃고 있는 상황이다. 디지털 위성방송이 단기간 내 수용자에게 환영 받는 매체로 성장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성공적인 광고 매체의 조건

그럼 디지털 위성방송이 지금의 매체 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잡기 위한 조건은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적정 수준의 가입자수 확보다. 하지만 디지털 위성방송을 시청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방송 수요자를 확대하는데 커다란 장애 요인이다. 더불어 케이블 TV와 차별화되지 않는 프로그램 내용 또한 새로운 가입자를 확보하는데 어렵게 한다. 디지털 위성 방송이 제공하는 부가서비스나 양질의 시청환경만으로는 ‘디지털 위성방송’의 시청자로 유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거기에 공중파 방송의 위성 재전송이 불가능해 지는 상황이 된다면 초기 가입자 확보는 더욱 어려워 질 것이다. ‘Sky life’를 광고주가 주목하고 매체전문가가 추천할 만한 상황은 결국 가입자수에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귀사에서는 디지털 위성방송이 광고매체로 인식 되려면 가입자수가 최소 100만 가구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내부적인 결론을 내린 상태이다. 3월 본방송을 시작할 때의 예상 가입자수와 큰 차이가 나는 수치다.

가입자 확보를 위한 노력의 한 방법을 제안하고 싶다. 그것은 다양한 채널의 선택적 집중화라 얘기하고 싶다. 많은 채널이 모두 다른 카테고리를 지향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Cable TV에서는 몇몇 세분화된 시청자에 특별히 선호되는 프로그램이 있다. 음악, 스포츠, 영화 등 같은 분야의 프로그램들이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프로그램 제작 비용 효율성이 우수하면서 시청률이 높다. 마찬가지로 디지털 위성방송도 비록 Cable TV와의 콘텐츠 중복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위의 카테고리 중 케이블로는 접할 수 없는 프로그램의 수를 적극적으로 늘려야 할 것이다. 케이블 TV 대비 적극적인 차별화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향후 주 5일 근무제가 결정되면 레저나 스포츠에 대한 놀라운 성장이 예상되고 있기에 이런 기회를 특별히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또 하나는 가입자 수의 증대와 더불어 매체 구매자(광고 대행사)들을 위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디지털 위성방송이 곧 본 방송을 시작한다고 하는데도 광고회사에 있는 필자는 아직 프로그램 내용이나 광고판매에 관한 확정된 정보를 접하지 못한 상태다. 광고량은 새로운 매체가 등장한다고 새로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신매체의 광고 재원은 타 매체로부터의 자원 전이에 의한 것이 대부분인 것이다. 특히 연간 매체 플랜이 끝나가는 이 시점까지 새로운 위성방송을 광고 매체로 이용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정보가 전달되지 않은 점은 매우 아쉬운 점이다. 활용하게 될 매체가 추천되는 시기를 디지털 위성방송은 그냥 흘려 보낸 꼴이다.

더불어 좀더 적극적이고 과학적인 수용자 관련 data를 지속적으로 광고 수요자(광고주, 대행사 매체 종사자)에 Service해야 할 것이다. 서둘러 광고 판매 방식이나 광고 단가, 예측되는 프로그램 내역 등을 매체 구매자에게 알려야 할 것이다. 이런 것은 매체사의 전적인 책임 사항인 것이다.

하지만 예측컨데 광고의 판매방식은 Cable TV 채널 사업자가 Cable TV내의 광고와 연계해서 디지털 위성의 광고도 함께 판매할 것이다. 현재의 디지털 위성방송 가입자 현황으로는 독자적으로 광고주 영입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복수 매체 동일 사업자 운영 구조 하에서는 이러한 영업형태는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위성방송’의 건전한 성장의 관점에서는 올바른 길은 아니다.

‘Sky life’내부자료에서 밝힌 3년내 65억 원의 영업흑자를 목표로 한다면 좀더 적극적인 광고 판매 노력이 요구된다.

디지털 위성방송의 성공적인 정착을 기대하며

디지털 위성방송이 매체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는 당장 판단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다만 방송의 디지털화와 위성방송화는 거역할 수 없는 방송발전의 과정이란 점은 인정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디지털 위성방송의 성공적인 역할을 기대해 본다.

더욱이 광고 매체시장에서 견실하게 성장하여 매체 수요자가 활용할 수 있는 매체로 자리잡기를 바란다. 이러한 바람은 현재의 우리 실정에 지상파, 케이블 TV, 디지털 위성방송 등 총 100여개 이상의 채널이 성공적으로 공존할 수 있을까 하는 작은 의문 때문이다.

혹시나 방송 채널의 확장이 방송산업 자체의 발전이나 방송 소비자에 대한 배려가 목적이 아닌 장비 생산업체의 기술력 신장을 위한 국가 정책우선 순위 때문에 결정된 사항이라면 디지털 위성 방송의 정착은 매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다양하고 양질의 콘텐츠의 확보가 기술 우위적인 관심보다 디지털 위성방송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는데 더욱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