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인수·상암기획 제작국 대리
▲AdFest 2000에 참가한 국내 광고 제작 실무자들 |
여기는 태국, 파타야. 해변에 인접한 Royal Cliff Beach Resort Hotel로 아시아·태평양지역 크리에이터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지연(地緣)의 공감대위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더 이상 세계 광고의 변방이 아니라는 듯, 각국에서 온 크리에이터들의 열기는 후덥지근한 동남아 기후만큼이나 뜨거웠다. 3월 15일부터 17일까지 지난 해와 같은 장소에서 열린 제 3회 AdFest 2000에는 작년보다 40%나 늘어난 350여명의 인원이 참가하였다. 얼굴은 낯설고, 서로 말은 안 통했지만 광고는 우리의 훌륭한 매개자가 되어주었다. 솔직히 아직은 Cannes나 Clio에 비해 높은 기대를 걸 수는 없었지만 출품작이나 참가한 크리에이터들의 관심과 열의 면에서는, 올해로 3회째를 맞는 AdFest에 대한 믿음이 갈수록 커지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
아시아만의 문화가 잉태한 다양한 광고, 또 그로부터 배울 수 있는 기회의 장AdFest에는 나름대로의 역사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기쁨주고 사랑받는 광고,
광고인우리나라를 비롯, 다양한 국적을 가진 10명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 심사위원으로 참가하여 1,000여편이 넘는 전파, 인쇄 출품작을 심사한 후 결선출품작이 결정되었다.
참관단은 파이널리스트로의 낙점을 기다리는 여러 TV-CM과 인쇄광고들을 둘러보았는데, 신선한 아이디어와 눈에 띄게 매끄러운 완성도는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광고는 광고인들로부터 인정받는 순간 또 다른 빛이 나는 법, 광고 하나하나 세심하게 보는 광고인들의 시선속에서 출품작 하나하나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읽을 수 있었다.
브라질 ALMAP BBDO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Marcello Serpa 심사위원장의 TV-CM의 수준은 이미 세 계수준이다라는 평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전파광고 수준은 생각 이상으로 높게 평가되었다.
Campaign을 포함, 총 18개 부문에서 경쟁한 TV-CM부문의 Best TV-CM 상은 99년에 Birdman으로 이 상을 수상한 바 있는 Dentsu Tokyo에 다시 돌아갔다. 흥미로운 것은 올해 수상작인 The Running Woman편 역시 지난해 Best를 받은 일본위성채널인 Wowow TV의 광고라는 사실이다. 부럽게도 같은 광고회사가, 같은 제품으로 2년연속 Best TV-CM으로 선정된 것이다.
2년연속 Best TV-CM으로
선정된 Wowow TV 광고스토리는 이렇게 전개된다.
어느 카페, 남자가 여인에게 생일선물로 시계를 주며 프로포즈를 하는 분위기다. 건네받은 시계를 보는 여인, 잠시 또 다른 남자의 얼굴이 오버랩되며 갑자기 문을 박차고 거리로 뛰쳐 나간다. 옛 애인이 생각난 것일까?
그리고 질주하기 시작한다. 어느새 여자는 길모퉁이에서 부딪친 한 남자의 런닝화를 신고 달린다.
달리다 보니 마라톤 대열에 합류한다. 최소한 동메달감으로 잘 달리던 여자모델은 마라톤 반환점에서 돌지않고 어디론가 또 내달린다. 어느 가정집 안방도 거침없이 뚫고 달린다.
잠시 장면전환, 다리위에는 아까 얼굴을 떠올린, 예전의 애인인듯한 한 남자가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남자는 계속 시계를 바라보며 여자를 기다린다. 잠시 후 아름다운 해후가 펼쳐지리라. 달리던 여인이 다리 입구에 다다르는 순간, 갑자기 튀어나온 차, 운전석 안에는 처음에 시계를 선물한 남자가 앉아 있다.
All is Fair in Love and War , 이렇게 뺏길 순 없다는 눈빛으로 자동차로 길을 막아선 것이다. 그래도 옛 애인을 그리는 여자의 마음은 그까짓 차쯤 가볍게 뛰어넘는다. 드디어 다리위의 남자와 만나는 순간, 남자는 여자에게 부딪쳐 쓰러지고 여자는 반대편으로 지나쳐달린다. 숨가쁘게 뛰는 여인보다 지켜보는 시청자가 더 숨막힌다. 드디어 다다른 어느 집안, 여자는 앉자 마자 TV를 켠다. Wowow 채널! 안보고는 못배기는 TV. 마지막 반전은 광고 크리에이티브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광고 1 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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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1> AdFest 2000에서 TV부문 대상을 수상한 Wowow TV의 The Running Woman'편
또 하나 눈에 띤 TV-CM은 Leo Bur-nett Bangkok이 만든 맥도날드 프로모션 광고이다. 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수영하는 한 남자, 쭉 뻗은 한 손에는 맥도날드 버거가 들려있다.
수영하면서 버거를 먹는 장면후에 맥도날드피시버거 1주일간 할인판매라는 자막이 뜬다. 피시버거를 수영선수 손에 쥐어주며 심플하게 프로모션을 펼친 그 아이디어에 여기저기서 아하소리가 들려온다.
Wedding편은 더욱 그렇다. 면사포에 가려진 신부가 아주 맛있는 맥도날드 햄버거를 천연덕스럽게 먹고 있다.
'맥도날드 햄버거 1주일간 할인판매' '복싱'편에서는 라운드가 끝나고 잠시 쉬는 시간을 틈타 맥도날드 너겟을 먹는 권투선수를 그렸다.
' 맥도날드 너겟 1주일간 할인세일' 처음 것은 동상, 나중 2개는 금상없는 은상을 각각 받았다. 또한 이 맥도날드 광고는 캠페인 부문 금상도 거머쥐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좋은 광고는 쉽고 재미있다는 것이다. 최고의 인쇄광고는 Hakuhodo Osa-ka가 만든 4편의 National Wine Cell-ar광고에 돌아갔다. 신문지로 싼 Wine에서, 썬텐하는 Wine에 이르는 4편의 시리즈물로 와인을 보관하는 최적의 방법을 심플하고 독특하게 표현하였다. 이 역시 캠페인부문 금상을 아울러 수상하였다. (광고 2 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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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2> AdFest에서 인쇄부문 대상을 수상한 National Wine Cellar 시리즈물
우수한 수상실적을 보인
BBDO와 레오버넷인도차이나반도에도 다국적군은 강했다. 다국적군 중 가장 뛰어난 전투성과(?)를 거둔 곳은 BBDO였다. Bangkok, Hongkong, Kuala Lumpur, Shang-hai, Manila 그리고 Melbourne 등.
총 6개 지역의 BBDO에서 통틀어 16개의 상을 휩쓸어 갔다.
그 다음으로 Bangkok, Kuala Lum-pur, Mumbai, Singapore, Sydney의 Leo Burnett이 15개의 상을 수상하여 다상(多賞) 부문 2위를 차지했다.
개별회사로는 Leo Burnett Bang-kok이 TV부문 2개의 금상을 비롯, 인쇄를 포함 총 7개의 상을 받았고, BB-DO Bangkok이 6개로 그 뒤를 이었다. 그리고 BBDO Hongkong, Dentsu, Bates Hongkong, Results Adver-tising, Grey Malaysia 등이 각각 4개씩 수상하였다.
국가별로는 태국이 5개의 금상을 포함하여 총 22개의 상을 목에 걸었고, 일본, 인도, 중국이 각각 13개씩의 상을 받았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단 하나의 상도 받지 못했다.
그리고 질적인 수준을 어느 정도 지켜가려는 주최측의 단호한 의지때문인지 몰라도, 18개의 부문중 금상은 TV-CM 5개, 인쇄는 7개에 불과했다.
어떤 부문은 아예 파이널리스트조차 선정하지 않았다. 적은 금상에는 아시아인으로서 씁쓸했고, 단 하나의 상도 수상하지 못했을 때는 한국인으로서 씁쓸했다.
우리나라에서 출품한 몇몇 작품들은 영문자막조차 없어 이해하기 힘든 것도 있었다. 광고제에 출품하려고 한다면 적어도 최소한의 준비는 뒤따라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아시아지역 다른 나라의 몇몇 광고인들과 대화를 나눠보니 우리나라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인식수준이 그리 낮은 편은 아니라는 것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광고만큼 많이 알아야 하는 직업이 또 있을까마는, 광고만큼 아는대로 행하지 않는 직업이 또 있을까. 아는 만큼 행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그것이 바로 광고가 아닌가 싶다.
되새김질하는 기분으로 몇 가지 강의 내용을 추려보았다.
●Adinfinitum : The Fu- ture of Advertising
미래의 트렌드가 앞으로 광고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Leo Burnett의 Mr.Joe Staton과 Mr.Kemp Ro-bertson은 소비자들이 미래에 기대하는 바에 대해 조망해 주었다.
크리에이티브 시대가 테크놀로지 시대에도 유행할 것이다라는 말은 크리에이터들의 가슴을 뿌듯하게 해주면서 동시에 어깨는 무겁게 했다.
창조성은 새로운 미디어광고에서도 두드러지는 요소이며 기존의 광고매체와 마찬가지로 자연히 소비자에게 영향을 주어 브랜드를 선택하게 할 것이다. 하기야 IMF때에도 광고시장은 위축되었어도, 광고에 대한 관심은 어느 정도 상승곡선을 유지하지 않았던가. 따라서 갈수록 더욱 수준높은 창조성이 요구된다는 것을 이번 AdFest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것은 창의력과 상호작용인데, 경계해야 할 것은 크리에이티브 발전 과정에 있어 새로운 매체와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창조성과 순발력, 이 두가지는 늘 크리에이터를 괴롭히는 수레바퀴인 것이다. 그래도 그 아래 깔릴 수는 없지 않은가.
●Cutting Edge Advertising
최첨단 광고는 어디에 있고, 어떻게 도달할 수 있는가?
Mr.Jim Aitchison은 고객이 갖고 있는 제품에 대한 생각이 아니라 고객의 행동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빳빳하게 날이 선 광고는 무엇이며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그는 먼저 브랜드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리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떤 제품이며, 소비자의 마음에 어떻게 정의되어 있는가, 할리 데이비슨, 나이키 등은 특별한 커뮤니티가 형성된 브랜드인가 등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소비자는 브랜드가 상징하는 것을 사며, 브랜드는 사장 개인의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새천년에는 소비자와 어떤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형성할 것인가?
이미 소비자들은 철창 안에 있는 새처럼 스스로의 필터를 통해 세상을 보기 때문에 그저 강제로 집어 넣어서 될 일은 아니며 광고를 통해 소비자의 생각을 바꾸기보다는 행동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훌륭한 아이디어를 위해서는 Planning을 거쳐 컨셉조사, 그리고 훌륭한 Brief가 필요하다고 했다. Brief는 크리에이티브 팀을 자극하는 하나의 광고이다.
또한 일상에서, 일상의 사람들로부터도 훌륭한 아이디어는 탄생하며, 훌륭한 아이디어는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는데서 온다고 힘주어 말한다.
스스로의 성공을 흉내내지 말고, 새롭게, 자신을 계속해서 발견해내야 하며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을 존경하되 흉내는 내지 말라고 부탁했다.
그렇다면 솔직하게, 우리는 부숴지고, 기꺼이 위험에 우리 자신을 내던질 수 있겠는가?라는 물음을 던져본다. 그러나, 그래야만 살아남는다. 날카로운 칼은 바로 우리 안에 있기 때문이다.
한편, 라틴 아메리카의 저명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Marcello Serpa는 브라질 문화의 역사적 발전단계를 해석해주며 최고의 캠페인은 런던과 뉴욕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국내, 혹은 동질의 공감대가 이루어진 Local Value에 의해 창조된다고 설파하였다. 단일민족, 단일언어를 사용하는 우리나라는 어떻게 보면 광고하기에 보다 쉬운 나라라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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