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

광고는 사회를 담는 그릇이라는 말을 한다. 그 시대의 광고를 살펴보면 인기를 끌던 모델에서부터 유행어, 독특한 언어 사용과 표현기법을 파악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당시의 사회환경과 소비자의 변화까지도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우리나라에 불어닥친 IMF의 거센 파도는 본격적인 기업구조조정에서부터 해외자본의 도입 등 다양한 변화들을 가져오고 있다. 이러한 경제환경의 변화는 기업의 마케팅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마케팅 목펴 및 전략의 변화는 광고표현에도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광고계동향 편집실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게재된 주요한 광고물의 광고표현 전략을 유형별로 살펴보고자 한다.

외환을 차관하고 국제적인 신인도가 하락한 상황에서 일반소비자들이 외국브랜드에 대한 소비를 줄이고 국산품을 애용하자는 자발적인 움직임을 나타내자 국내 고유브랜드는 물론 외국산 브랜드마저 애국심에 호소하는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외국산 브랜드들은 그동안 강력하게 주장해온 고가의 다국적 브랜드임을 포기하고 'Made In Korea'를 내세우기 위해 다양한 근거를 제시하기 시작했다.

'무엇이 진정한 국산입니까?'라는 광고로 해외제작 국내상표와 국내생산 해외상표를 비교하여 국산논쟁을 벌인 FILA 코리아로부터 시작해서 국산 닭을 사용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축산농가 살리기 캠페인을 벌인 파파이스, 달러를 벌어들인다는 점을 강조한 대우전자 캐리어에어컨 등이 애국심호소형 광고의 대표적인 예다. 또한 815콜라는 마케팅전략차원에서 네이밍부터 마케팅전략차원에서 네이밍부터 광고표현까지 다국적 광고주인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와 경쟁하기 위해 애국심에 호소하고 있으며, 에드원은 그동안 광고를 통해 표현해온 '건강한 젊음'이라는 브랜드컨셉트를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는 우리옷을 입자'는 애국심과 연결시키고 있다.

유머광고가 IMF 시대의 산물은 아니다. 하지만 어려운 가계와 대량실직사태속에서 코미디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이전보다 증가했다는 사실은 최근의 유머광고의 증가가 IMF라는 시대적인 상황에 의한 결과라는 유추를 하게 한다.

1997년에 광고물량 증가와 함께 유머광고의 붐을 일으켰던 이동통신업계와 주류광고에서부터 시작하여 최근에는 코믹한 광고모델의 전성기를 이룰 만큼 많은 광고에서 유머소구를 사용하고 있다. 모델기용에 있어서는 김국진, 이창명, 김효진 등 개그맨의 고아고 출연과 박중훈, 송강호, 전원주, 최종원, 이의정 등 코믹한 배역의 탤런트 및 영화배우들의 광고출연이 많아졌으며, 깜찍이 소다 등 독특한 캐릭터나 애니메이션을 이용하는 광고도 증가했다.

차인표와 유오성이 등장하는 018 한솔PCS의 멀티스폿광고, 고소영, 신현준등을 모델로 기용한 016 한통프리텔, 최종원과 박중훈 콤비의 OB 라거 광고, 최민수와 이재포의 온세통신 008세계전화 등이 대표적인 광고들이다. 이외에도 제품군에 관계없이 많은 광고에서 유머러스한 장면과 모델을 이용하여 소비자들이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IMF시대를 맞아 광고비를 감축하는 광고주가 늘어남에 따라 광고집행량은 물론 제작량도 급격한 감소세를 나타냈다. 그리고 제작되는 광고물 역시 제작비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게 되었다.

우선 과거에 광고제작비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모델료를 줄이기 위해 빅모델보다는 주부, 전문인, 사원모델 등 무명모델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졌으며 전속모델을 기용하는 경우에도 주력제품에만 기용하고 다른 제품에는 신인모델을 등장시키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상그룹의 경우 순창고추장과 뉴케어 양념류에만 기용하고 있으며, 제일제당도 전속모델인 김혜자를 다시다와 백석식용유 등의 광고에만 출연시키고 나머지는 신인모델을 기용했다.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졌던 빅모델의 광고출연료도 현실화되어가고 있으며, 광고출연뿐 아니라 광고주의 이벤트나 기타 판촉행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또한 무모델광고나 부분모델만을 활용하는 광고도 증가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자막과 제품장면만으로 '한국인의 기'를 강조한 하이트맥주 광고와 손가락으로 사람의 다리를 표현해 제작비를 절감한 서울우유 칸광고, 의자 하나로 경제회복을 위한 국민의 노력을 표현한 공익광고 등이 있다.

제작비를 절감하는 또다른 방법은 이전에 방영했던 광고물을 재편집해서 다시 방영하는 것으로 박찬호선수의 월드시리즈가 한창일때 방영되었던 광고를 최근 월드컵과 관련지어 재편집 방영한 롯데제과의 월드콘 광고, 95년 방영필름을 재방영하고 있는 유한양행 콘택 600 '강아지'편 광고, 칠성사이다 송사리펴광고, 모과에서 즙을 추출하는 장면과 목에 효능이 좋다는 컴퓨터 그래픽을 재사용한 롯데 목캔디 광고, 서태지 사진을 재구성한 오리온 미네뜨 광고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비교적 이용료가 저렴한 사이버모델을 이용하거나 하나의 광고물에서 여러제품을 함께 광고하는 경우, 패러디광고를 제작함으로써 별도의 세트제작비를 절약하거나 아예 배경이 없는 광고를 제작하는 경우가 있었다.

가격이 저렴함과 절약, 추가적인 경제적 이익을 강조하는 것은 IMF 시대의 광고표현 특징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광고표현은 '가격인하 전략'을 내세운 기업들의 마케팅 활동과 관련되어 급감한 소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비자들을 설득했다.
대표적인 예로는 KFC의 다운세트, 보해양조 곰바우, LG-IBM 맞춤 PC 등이 있으며, 이외에도 경제성과 함께 제품의 편리성과 차별점을 표현함으로써 무조건적인 절약보다는 실속있는 소비를 강조하는 광고표현도 눈에 띄었으며, 경품 및 세일즈프로모션을 소개하는 광고와 실직적인 이익이 되는 쿠폰광고도 증가하였다.

IMF시대라는 '국난'을 함께 견뎌내고 있는 국민들에게 용기를 북돋우고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위로하는 광고메시지도 많이 늘어났다.
이러한 유형의 광고들은 기업PR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쌍용그룹의 기업PR로 힘차게 돌아가는 풍차의 일러스트와 '바람이 거셀수록 더 힘차게 돈다.'는 헤드카피로 오늘의 시련을 새로운 내일을 위한 교훈으로 삼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상호신용금고연합회, 아시아나 항공, LG그룹 등의 기업 PR에서 위로형, 격려형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의약품광고에서도 이러한 표현이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사노라면'이라는 구전가요를 인용한 동아제약의 박카스 신문광고와 IMF로 인한 스트레스와 제품을 연결시켜 제품의 장점을 소구한 보령제약 겔포스 광고, '경제를 살리는 골드, 건강을 지키는 골드'라는 헤드라인 아래 경제를 살리기 위해 힘을 내라는 격려메시지를 담고 있는 일동제약의 아로나민 골드 등이 그예이다.

대량실직상태와 부권상실에 따른 가정경제의 위축으로 인해 어려워진 가정생활 속에서 인간의 본원적인 감정인 사랑, 특히 가족애에 초점을 맞춘 광고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 시대 광고의 특징이라 할 만하다.

위기의 시대를 사는 가장의 모습과 그를 걱정하는 가족의 사랑을 담은 광고로는 한국그락소웰컴의 잔탁 광고, 동아제약 써큐란광고, 뉴옥시크린, 에스에스패션 로가디스 등이 있으며, 기존의 광고컨셉트와 가족애를 연결시킨 광고로는 어려울 때일수록 그리워지는 '고향의 맛'과 '가족의 정'을 표현한 제일제당 다시다 광고와 아버지를 모시는 아들처럼 고객을 모시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조흥은행의 광고. 김승우와 이미연을 등장시켜 '사랑의 019'라는 광고테마와 가족애를 표현한 LG 019 PCS '아빠'편 광고를 들 수 있다.

또한 아내의 생일을 기억하지 못한 남편의 미안한 마음을 담은 진로쿠어스 카스맥주도 힘겨운 일상속에서도 가정의 소중함을 표현하고 있으며, LG 정보통신 싸이언 '별빛'편도 LG 싸이언을 통해 나누는 부녀의 정겨운 대화를 통해 첨단으로 느껴지는 따뜻함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축산, 고부간의 다정함 등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에피소드를 통해 가족의 중요성과 정을 일깨워주는 현대자동차 'FOR YOU' 시리즈 광고도 가족애 중심의 광고라고 볼 수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흔들리지 않는 가치관의 중심으로서 가족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가족간의 이해와 사랑으로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자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됨으로써 이러한 감성적인 광고표현 역시 많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러한 광고표현은 시대상황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고 지속적으로 운영함으로써 기업이미지를 구축해 나가는데 효과적일 것이다.

최근 60, 70년대의 의상과 어투, 그 당시의 분위기를 그리는 광고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촌스러움'으로 대표되는 이러한 광고들은 IMF 시대를 살아가는 지친 40-50대 소비자들에게는 향수를, 그리고 10-20대 소비자들에게는 신선함을 주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삼성전자의 기업PR광고 '또하나의 가족'은 70년대의 전원적인 마을을 배경으로 누빔옷을 입은 인형들을 등장시켜 레슬링장면, 승전보를 주고받는 홍수완씨 모자의 대화 등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월남치마를 입은 전원주와 70년대 만화영화 짱가 주제가, 촌스러운 세트와 극장식 자막으로 유학간 아들딸에 대한 그리움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국제전화 002데이콤 광고도 복고풍 광고의 대표적인 예이다.

또한 신성일, 엄앵란식 청춘남녀의 사랑을 소재로 한 OB 라거 맥주광고와 엄앵란과 김진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캐스팅과 60년대 영화 화법으로 신선함을 주고 있는 오리온 포카칩 광고, '국민체조'를 소재로 흑백화면으로 구성하여 40-50대 소비자의 공감대를 노린 태평양제약의 케토톱 광고, 드라마 육남매의 분위기를 패러디한 교차로 광고 등이 있다.

이외에도 과거를 회상하고 향수를 자극하는 사회적인 붐에 발맞춰 광고주들의 향수마케팅 사례도 증가하여 과거에 히트했던 제품들을 다시 출시하기도 하고, 광고에 과고의 역사적인 장면이나 유행했던 노래 등을 사용하고 있다.

1997년 말부터 최근가지 집행된 광고를 대략 7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여 살펴보았다.
이상에서 살펴본 광고크리에이티브의 특징을 요약해보면 사회전반적인 거품제거 분위기를 반영하여 절약을 강조하는 한편, 실제 제작상에서도 모델비를 줄이고, 과거의 광고를 재방영하는 등 제작비를 절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제품이 포함되지 않은 상징적인 이미지표현보다는 가족애, 향수 등 근원적인 감성에 소구하는 감성적인 광고 표현이 많았다.

IMF를 겪으며 광고계는 다시 한번 태어나리라고 믿는다. IMF는 광고크리에이티브 자체에도 큰 영향을 끼쳤으며 최근에는 방송광고시간의 다양화, 신문광고형태이 다양화 등 크리에이티브의 개선을 위한 환경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광고크리에이티브에 나타난 사회환경의 반영이 단기적인 반응이 아니라 지속적인 캠페인으로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진행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