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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디지털 방송 어디까지 왔나? / 쌍방향TV광고의 미래다른 쌍방향 미디어들과 시너지 발휘해야고장원 / 와이더댄닷컴 영상사업TF 부장 sfko@naver.com
우리나라에서 쌍방향 TV광고가 광고주의 마케팅믹스 중 하나로 모색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겨울의 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론칭된 디지털방송 미디어이자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가 정작 쌍방향 서비스에 준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은 2003년 5월의 일이었다. 그나마 스카이라이프의 쌍방향 서비스인 스카이터치(Sky Touch)는 기존의 동영상 스트리밍 방송에 쌍방향 조회정보가 삽입되는 본격적인 쌍방향 서비스가 아니라 일종의 TV인터넷이라 할 「월드가든」(Walled Garden)에 그치고 있다. 월드가든의 배너광고만으로는 광고주들에게 인터넷 배너광고 이상의 기대를 갖게 만들기 어렵다. 같은 맥락에서 T-Commerce도 서비스 여건이 자리를 잡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체계적 준비 과정 부족, 기술적 토대도 허약한 국내 환경총 3년 반 이상 관련업계에 직 · 간접적인 관여를 해 온 필자 입장에서 보건대 우리나라에서 쌍방향 TV광고의 가능성과 전망을 섣불리 낙관적으로 전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우리나라는 유럽과는 달리 방송 플랫폼의 디지털 전환이 있기 십년 전 또는 적어도 몇 년 전에 국회에서 관련 법령이 사전에 손질되고 새로 입법화되는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 방송위와 정통부가 앞장서서 사업을 추진하는 형국이라 관련사업자들의 법적 지위와 권한에 대해 계속 논의가 필요한 실정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충분한 사전준비를 거쳐 위성과 케이블 그리고 지상파가 같은 해에 차례차례 선을 보임으로서 국민들에게 디지털방송의 전환이 시대의 대세임을 부각시킬 수 있었던 환경도 아니다. 더욱이 그 동안 준비해온 기술기반 사업자들에 비해 그것을 바탕으로 쌍방향 관련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서비스 사업자들의 준비와 고민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일례로 쌍방향 TV광고와 T-Commerce가 100%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쌍방향 화면으로 접속해 들어오는 이용자들의 실시간 데이터 트랙킹 분석이 필수적인데, 현재로서는 플랫폼 사업자들과 DP들이 이러한 시스템 구축 및 운영에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 보인다. 물론 여전히 쌍방향 서비스의 잠재력과 향후 성장성에 대한 관련업계의 기대는 크다. 1999년 영국의 The Research Partnership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영국 시청자들은 기존 TV를 디지털TV로 교체하는 주요한 세 가지 이유 중 하나로 다채널화(33%), 서비스 개선(20%)과 함께 쌍방향성(5%)을 꼽았다. 나아가서 쌍방향성이 디지털TV 교체의 주요한 동인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위성방송 스카이 디지털(BSkyB)에서는 2004년 상반기까지 5년동안 약 280종의 쌍방향 광고캠페인이 방영되었으며 이로 인한 총 접속 건수는 190만회에 달했다. 현재 영국에서는 싸치 앤 싸치, 로우 린타스, OMD tvi, Grey Interactive TV 등에서 보듯이 유명 광고회사들이 사내에 관련사업본부를 운영하거나 아예 전문 자회사 형태로 광고주를 유치해 서비스하고 있다. 현재까지도 영국을 위시한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다양한 광고주들이 지속적으로 쌍방향 TV광고의 잠재력을 테스트해 오고 있다. 하지만 쌍방향 서비스의 구체적인 혜택에 대해 시장에서 시청자 또는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바와 업계 관계자들이 바라는 바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쌍방향 TV광고는 광고주와 방송사 또는 쌍방향 솔루션 사업자의 관심사항이지 정작 시청자와 소비자의 이해와 직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이제 쌍방향 TV광고를 포함한 쌍방향 서비스 전반에 대한 관심은 1990년대 말의 뜨거운 열기에 비해 많이 수그러들었고 좀 더 차분하고 냉정한 자기성찰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이른바 「1세대 쌍방향TV 광고 모델」은 TV의 좌상단 화면 구석에 작은 아이콘을 띄워 놓고 이것을 클릭하면 쌍방향 화면으로 접속할 수 있게 해주는 수준에 그친다. 이런 식으로는 리모콘을 클릭해 쌍방향 화면에 접속해야 할 이유와 명분을 충분히 어필하는데 한계가 있다.
시장초기 상황에서 광고주들 신중한 자세쌍방향 TV광고에 대해 우리나라의 광고주들 또한 위와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필자가 만나본 여러 대형 광고주들은 한결같이 쌍방향 TV광고의 잠재력과 가치에는 관심이 있지만 시장에서의 현실화 과정에서 맨 먼저 총알받이가 될 생각은 없다는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해외 광고주들 또한 쌍방향 TV광고의 초기 시장에 진입하는데 대해서는 보수적인 입장이다. 2001년 5월 영국의 쌍방향 TV 광고회사인 BMP tvi(현재의 OMD tvi)가 300여 명의 광고주들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광고매체가 무엇인지를 물은 결과, 쌍방향 TV광고는 9%로 최하위권이었다. 영국에서 쌍방향 서비스 환경이 TV에서 조성되기 시작한 것은 1998년 가을을 전후해서이다. 그러므로 이 설문은 쌍방향 TV광고가 기술적으로 가능해진지 무려 3년 이상이 지난 시점에서 작성된 것이지만, P&G나 소니 같은 일부 광고주들을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선뜻 이 새로운 형식의 광고를 이용하는데 주저하였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쌍방향 TV광고가 정규 광고수단의 하나로서 대부분의 광고주들에게 인식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숙제들이 아직 산적해있다. 이를 항목별로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쌍방향 서비스 기술의 안정적 구현이다. 기술과 관련해서는 디지털 셋톱박스의 사양과 상향회선(return path)의 대역폭, 그리고 방송 플랫폼 사업자의 데이터 트래픽 역량이 쌍방향 서비스 시장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쌍방향 TV광고 환경은 철저하게 여기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둘째, 쌍방향 서비스 및 쌍방향 TV광고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 문제다. 영국에서 조사된 바에 따르면 디지털TV를 보유하고자 하는 의지는 상대적으로 젊고(15~34세), 소득이 높을수록 강하다(Durlacher, 2001). 이러한 인구통계학적 특성은 디지털방송 시청자들이 가처분 소득이 높아 광고주들의 잠재적인 관심 타깃임을 시사한다. 실제로 「제품을 쌍방향TV에서 살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Research International이 영국 케이블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피응답자의 56%가 긍정적으로 답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결과를 획일적으로 적용하기에는 해당 국가와 시장의 디지털 쌍방향 방송 수준(기술 환경), 쌍방향 광고의 크리에이티브, 고객에게 제공하는 인센티브 등을 포함한 다양한 관련요인들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또한 시청자 혹은 소비자가 쌍방향 TV광고에 친숙해지기까지의 일정기간 동안의 학습곡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 쌍방향 TV광고와 T-Commerce에 대한 광고주의 욕구가 있다. 막대한 재원이 조달되어야 하는 방송의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방송사업자의 기존 비즈니스 모델뿐만 아니라 쌍방향 관련 수익 모델은 중요한 일익을 담당할 수 있다. 일례로 영국 스카이 디지털의 2001년 쌍방향 서비스 부문 수입은 VOD를 제외하고도 1천709억 원이었다. 이것은 쌍방향 서비스 시작 3년째에 600만 가입자를 대상으로 올린 실적이며 당해 연도 전체 수입의 6.7%를 차지했다. 하지만 국내외를 막론하고 쌍방향TV 초기시장에서 광고주들의 입장은 신중해질 수밖에 없으며, 처음 몇 년 동안은 다른 광고매체 대비 쌍방향 TV광고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입증하려는 노력이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쌍방향 TV광고와 T-Commerce에 대한 정부의 규제와 심의 문제가 있다. 단순히 A/V의 개선 차원이 아니라 상향채널을 통해 시청자와 방송사 간에 데이터가 오가는 쌍방향 서비스를 구현하자면 막대한 재원 마련이 난제로 다가온다. 정부가 제공하는 방송발전기금으로는 엄두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결국 방송사업자와 쌍방향 서비스 사업자 스스로가 ROI를 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 운영하지 않고서는 일반 대중이 누리는 쌍방향 서비스 시대의 도래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쌍방향 TV광고와 T-Commerce의 활성화를 위한 법적 · 제도적 기반은 이러한 재원 마련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리라고 본다. 이를 위한 좋은 모범이 영국 방통위원회의 방침이다. 이른바 「e-브리타니아」를 꿈꾸는 영국정부의 정책에 호응하여 방통위원회는 시청자들, 특히 판단 능력이 부족한 어린이들의 권익을 보호하려는 한편으로 쌍방향 서비스 시장이 조기에 정착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방송위원회도 정통부와의 조율을 통해 어떤 형식으로든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총괄하는 위원회로 거듭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동위원회가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는 차원 못지 않게 관련산업 육성 문제도 고려하지 않으면 쌍방향 TV광고나 T-Commerce만이 아니라 쌍방향 방송 서비스 자체가 침체 국면에서 헤어나오기 어려워질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휴대폰, PVR 등이 쌍방향TV의 경쟁자로요즘 유비쿼터스(ubiquitous) 또는 컨버젼스(convergence)가 화두다. 방송의 디지털화를 통한 쌍방향 방송 서비스는 그 축의 한 부분을 담당할 뿐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는 방송의 디지털화보다는 유뮤선망의 디지털화 및 진화 속도가 두드러진다. 인터넷과 이동통신망의 이용 비용이 비싸 상대적으로 쌍방향TV의 매력이 부각되는 유럽과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이를테면 영국에서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시청자가 쌍방향으로 참여하는 수단이 쌍방향TV(리모콘)라면, 우리 나라에서는 올해 7~8월 사이 파일럿 형태로 2번 방영되었고 SBS에서 본 방송 편성이 고려되고 있는 브레인코리아 같은 프로그램에서 보듯이 휴대폰으로 시청자들의 실시간 참여가 가능해졌다. 휴대폰은 거실에 고정되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몸에 가장 가까이 붙어있는 네트워크 미디어로 진화한 탓에 광고주들에게 가치있는 잠재적 광고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게다가 자체 쌍방향성은 물론이요, 텔레비전이나 인터넷과의 호환성도 뛰어난 편이다. 작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보급되기 시작한 개인용 비디오 녹화기(Personal Video Recorder) 또한 쌍방향TV의 가치를 뒤흔드는 강력한 경쟁자이다. 개인용 비디오 녹화기는 EBS 수능시장의 폭발적인 수요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월 1만대씩 판매되고 있다. 경우에 따라 쌍방향TV와 개인용 비디오 녹화기는 상호보완적일 수 있지만 적어도 광고부문에서만큼은 우려를 자아낸다. 개인용 비디오 녹화기는 TV방송을 수백시간 분량씩 녹화해 수백배속으로 아무 때나 볼 수 있기 때문에 광고재핑의 위험성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아직 빛을 보지도 못한 쌍방향 TV광고는 물론이고 기존의 일방향 전통적 TV광고까지 제물이 될 수 있다. T-Commerce 차원에서 보더라도 관련사업자는 TV 하나만이 아니라 모바일과 인터넷을 함께 아우르며 사통팔달되는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앞으로도 TV의 컨텐츠는 다양한 정보와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그러나 TV 자체는 더 이상 소비자 접촉 포인트로서 예전과 같은 위상을 유지하기 어려울 듯하다. 이는 TV가 쌍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지만 다른 미디어들의 성능이 복합화 내지 고도화되면서 오히려 가처분 소득이 높고 쌍방향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의사가 높은 소비자 계층은 더 이상 TV에만 눈을 팔고 있지 않게 된 까닭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어쩌면 쌍방향TV는 고유의 독자적인 비즈니스 모델보다는 현실적으로 모바일과 인터넷에서 선행 실험을 거쳐 시장성이 입증된 다른 쌍방향 비즈니스 모델들과 합종연횡하면서 그 시너지를 더욱 키울 수 있을지 모른다. 따라서 광고주 입장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쌍방향 TV광고가 아니라 쌍방향 미디어 광고이자 유비쿼터스 연계 광고인 셈이다. 다시 말해서 이제는 어느 한 미디어만의 독주가 아닌, 소위 컨버전스와 유비쿼터스 환경에 걸맞는 최적의 광고 미디어믹스가 필요하다. 같은 맥락에서 광고인들도 미디어에 대한 고정관념을 떨쳐버릴 때가 되었다고 본다. 광고는 어느 한 미디어에 국한해서 생각하지 말고 모든 미디어가 쌍방향화됨에 따라 그것들의 조합 속에서 통일된 흐름을 정하고 그 흐름에 소비자를 태우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이른 것이다. 이러한 전방위적 사고의 틀 속에서 우리는 쌍방향 TV광고를 더욱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슬기를 터득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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