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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전문광고회사의 시대 / 분야별 사례 ②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조직의 논리보다 크리에이티브 논리가 먼저다”이성용 / HOW＇S 대표 lee@howscom.com
이미 여러분은 이번 특집기사를 통해서 광고의 모든 분야가 새롭게 재편되면서 전문화의 길로 들어섰음을 알 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분야별로, 역할별로 전문화하는 방향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아웃소싱? 크리에이티브의 전략적 파트너!원고를 부탁 받으면서 처음으로 궁금했던 것이 있다.「크리에이티브 부티크」라는 말은 언제부터 쓰인 것일까? 그리고 그 말과 정의는 맞는 것일까?「부티크」는 백과사전의 의미로는「규모는 작아도 멋있고 개성적인 의류를 취급하는 점포」 라고 명시되어 있고 광고용어사전에서는「종합광고회사와 달리 제작 서비스만 전문으로 제공하는 광고 제작업체」라고 기록되어있다. 이 두개의 정의를 보면 크리에이티브의 작업에 유달리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패션의 단어인 부티크를 그냥 조합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그 구분의 기준을 역할보다는 규모에 둔 관점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의 크리에이티브 부티크를 보는 관점도 이처럼 규모에 기준을 두고 있는 듯 하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다른 나라는 어떤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유럽과 일본의 경우는 우리와 다른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들은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와 애드버타이징 에이전시로 구분을 하고있다. 크기가 아니라 역할로 구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후 필자의 표기는 크리에이티브 부티크보다는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로서 표기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많은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의 현실은 어떠한가? 유럽과 일본과는 다르게 우리는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들을 외주업체 또는 아웃소싱업체라는 이름으로 부르거나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크리에이티브의 역할을 보면 그럴까? 다른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의 상황이 제각각이라 일단 HOW’S를 사례로 들어 설명을 해볼까 한다. 우리는 2년이 채 못 되는 기간 동안 다양한 광고 회사와 파트너가 되어 일정 규모 이상의 광고주 경쟁 PT를 50회 가까이 참가했다. 물론 HOW’S 가 경쟁PT쪽에 특화되어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방향은 피를 말리는 경쟁PT 전문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는 아니다. 우리가 원하고 나아가려고 하는 방향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크리에이티브 전략을 지향하는 소수의 광고주를 유치해 집중적으로 새로운 형태의 크리에이티브를 선보이는 것이고 둘째는 기존의 광고회사들이 자신의 광고주에게 최선을 다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전략적 연간제휴를 맺는 방법이다. 이 땅의 크리에이터들은 그 전에도 지금 이 시간에도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광고주와 광고 담당 자들을 너무나도 잘 이해한 나머지 늘 타협하고 광고주가 원하는 광고를 만듦으로써 자신의 속에 쌓이는 자멸감과 무너지는 자존심으로 얼마나 상처를 받아왔는지 말이다.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의 역할은 바로 여기에 있다. 기존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기존의 광고주가 이드라인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해석함으로써 좋은 광고라는 이상적인 화두만으로 접근하는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가 광고주와 광고회사 모두를 위해서 필요하다는 인식하에서 모두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가 왕성하게 활동하기 위해서는 광고주들 또한 광고회사의 순위나 규모감에서 오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광고회사를 선정하기보다는 자신의 광고방향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정확히 판단한 다음 파트너를 결정한다는 인식이 우선되어야 한다. 광고회사 또한 다양한 컬러의 다양한 전략을 필요로 할 때마다 원활히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를 활용하고 그 존재 또한 공식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광고회사는 자신과 함께 참가하고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한해서는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광고 회사 이름과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이름을 공식 표기해야 한다. 이로써 기존의 광고회사는 광고주에 대한 노력을 가시화하고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는 광고계에서 그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다. 광고계 전체의 인식 변화를 기대해본다. 이제는 규모의 싸움이 아니라 역할의 싸움
위든 & 케네디가 광고주인 나이키의 좋은 파트너로 성장하고 자리매김할 수 있던 원동력은 나이키사의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나이키 본사에 소속된 인원들이 100명 미만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들은 늘 타사보다 한 발 앞선 제품의 기능과 디자인개발 마케팅에 주력하면서 노동집약적인 부분은 철저하게 아웃소싱을 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때문에 소수인원의 위든 & 케네디와 일하는 것도 그들에게는 하나도 이상할 이유가 없다. 그 결과를 들여다 보자. 나이키의 대표적인 경쟁사라 할 수 있는 아디다스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부터 2002 한일 월드컵, 2006 독일 월드컵까지, 2000 시드니 올림픽부터 2004 아테네 올림픽, 2008 중국올림픽까지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서 후원하고 있는데도 한번도 올림픽 후원을 한 적이 없는 나이키가 오히려 후원회사로 소비자 인식 속에 남아 있다. 평소의 뛰어난 마케팅 전략이 고비용의 일회성 프로모션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게 해준다. 자 이런 결과를 낳은 광고회사를 다시 한번 보자. 12명의 파워! 바로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은 성경 속에서 나와 오늘의 현실, 크리에이티브의 세계에서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1년 반쯤 전에 크리에이티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How to say를 화두로 삼고 크리에이티브를 욕심껏 펼쳐보고자 10년넘게 몸 담아왔던 광고 회사의 문을 열고 나와「HOW’S」라는 이름을 문 밖에 걸었다. 그때 가졌던 생각의 단초 중 하나가「21세기의 광고에서 What to say가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이는 점점 더 마케팅의 변별력을 찾기가 어려워 지거나 불가능해진 마케터들의 회의론과 맞물려 있다. 그 무렵 의외로 같은 생각을 하는 일본의 한 크리에이터의 인터뷰 기사가 눈에서 심장으로 뜨겁게 밀려들어왔다. 그 주인공은 터그보트의 오까 CD다. 터그보트는 예인선으로 커다란 배를 바다로 끌고 가는 작은 배를 뜻하는 말. 회사 이름에 담겨 있듯 오까 CD는 규모의 싸움이 아니라 역할의 싸움으로 새로운 일본 광고계의 지평을 넓히겠다는 대단한 포부를 갖고 있다. 그것이 허황된 꿈만은 아니라는 것을 그의 광고관을 들여다보면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오까 CD는 국제광고제에서 수상경험이 많아 일본보다는 유럽에서 유명한 CD이다. 그가 유럽의 많은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를 방문하고 돌아와서 첫 번째 한 일은 사표를 쓰는 일이었다. 그는 유럽 방문 중에 크리에이티브에 전력을 다 하는 소수 크리에이터들의 태도에 일단 큰 감복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광고는 규모의 싸움이라고 믿었는데 날카로운 크리에이티브가 시스템에 의해서 무뎌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면서 그는 탄탄대로의 덴츠가 아니라 망망대해에 작은 배를 띄우는 선택을 한 것이다. 그는 세계광고계의 큰 흐름이 변하고 있고 그 흐름은 조직의 크기 싸움과 거리가 멀다는 확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프로덕션의 영업 형태나 광고회사의 커미션 형태의 수입보다는 일에 대한 보수만으로 승부를 하겠다는 새로운 시도까지 하고 있다.
크리에이티브의 논리나 입장보다 조직의 논리와 입장이 우선시되는 것을 그들은 단호하게 거부했다. 크리에이터의 본질은「넘어섬」을 시도하는 것이다. 올해로 덴츠와 3년 전속계약이 끝나고 새로운 모색을 하는 그들의 행보를 일본뿐 아니라 광고인이라면 누구나 주목하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광고의 업종별, 분야별로 전문화와 세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다만 그 속도와 범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더 좋은 크리에이티브를 원하는 광고주가 늘어나고 있고 더 좋은 크리에이티브를 위해서 규모나 형식보다 내용을 우선시하는, 나이키와 같은 생각을 지닌 광고주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더 좋은 크리에이티브를 위해서 광고회사들이 먼저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의 역할과 처우를 개선하려는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처럼 아직은 광고업계 전반의 인식의 변화까지는 아니지만 상당부분 긍정적인 징후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음을 현장에서 몸으로 느끼고 있다.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꿈꾸며얼마나 빠르게 세상이 변하고 있는가?「소유의 종말」의 저자인 제레미 리프킨의 말을 빌면『가진 사람과 못 가진 사람의 격차도 크지만 연결된 사람과 연결되지 못한 사람의 격차도 크다 』새로운 경험의 가치에 대한 인식들이 이제 주류가 되고 있다.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의 역할은 새로운 가치를 지향하는 시장의 원리에 의해서도 더 커지고 더 필요해질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남들은 허황되다 생각할지 몰라도 기회가 된다면 미국과 일본의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를 우선적으로 묶어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는지 그 가능성과 영향력에 대해서도 필자는 구상하고 고민하고 있다.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생명 같은 크리에이티브를 지향하는 그룹들의 마인드는 언어와 문화를 뛰어넘는 공감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제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의 미래도 단순히 아웃소싱업체라는 형식을 벗어난지 이미 오래다. 다만, 그 변화를 알거나 모르거나 두 가지 중 하나일 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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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그보트의 일원인 아소데츠로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우리는
질이 높은 것, 재미있는 것을 만든다는 측면에서 보면 순도
100% 다. 젊은 크리에이터로서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는가를 먼저 시험해보고 싶다. 긴장과 자극을 즐기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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