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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광고 | 산토리 위스키 ‘OLD is NEW’ 캠페인사랑은 먼 옛날의 불꽃이 아니다최병광 / 목원대 겸임교수, 최카피 연구실 대표
늘씬한 키의 약사 청년이 도시락집으로 옵니다. 그를 반기면서 도시락집 여자가 말을 건넵니다. 매일 먹는 도시락이 지겹지 않느냐고. 약사 청년은 무뚝뚝하게 대답합니다. 『 도시락 때문만은… 아닙니다 』 그때서야 청년의 마음을 알아차린 여자. 도시락을 들고 무심한 척 돌아서 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봅니다. 마침 지나가는 전철이 불꽃을 빠지직 퉁겨주고…. 두 사람의 심리를 표현한 영상입니다. 감독의 재치죠. 돌아서 가는 청년의 등 뒤에 떠오르는 카피 한 줄. 『 사랑은 먼 옛날의 불꽃이 아니다 - OLD is NEW 』라는 자막이 떠오른 후 도시락집 여자는 첫사랑을 시작하는 소녀처럼 소리를 지르면서 거리에서 깡충 뜁니다.
술 자리가 파한 밤. 아마도 회사의 회식이 있었나 봅니다. 예쁘게 생긴 여직원이 노총각인지 유부남인지 알 수 없는 부장을 보고 말합니다. 『 부장님 뒷모습을 보는 게 좋아요 』 부장은 얼굴이 붉어집니다. 농담 말라고 짐짓 그렇게 말하지만 가슴 속에서는 한 줄기 바람이 부는가 봅니다. 버들잎이 바람에 날리는 영상이 그걸 말해 줍니다. 『 봐도 괜찮죠? 』여직원이 애교 있게 말하자 부장은 돌아섭니다. 그 뒤로 카피가 떠오릅니다. 『 사랑은 먼 옛날의 불꽃이 아니다 』 산토리 위스키는 1899년에 도리이 신지로라는 사람에 의해 창업되었는데 그는 일본인 최초로 스코틀랜드에 유학하여 양조기술을 배운 다케스루를 채용하여 교토의 야마자키에 위스키 공장을 세웁니다. 첫 제품인 산토리 화이트가 실패했지만 1937년 회심의 작품인 올드를 내놓아 대성공을 거둡니다. 올드는 일본인들의 사랑을 받는 유명한 위스키가 되어 꾸준히 인기를 끌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산토리 올드는 새로운 올드로 변신하면서 「 OLD is NEW 」 캠페인을 펼칩니다. 잊고 있던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순간을 보여주는 여러 편의 광고로 되어 있는 이 시리즈는 인사이트(Insight) 광고입니다. 소비자의 생활 속에서 제품과의 연관성을 찾아내어 이를 제품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 시켜주도록 표현하는 광고죠. 「 OLD is NEW 」캠페인에서는 여러 상황을 통해 사랑의 감정을 문득 느끼게 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감독의 재치가 엿보이는 것이 많습니다. 「 약사 」편에서는 전철의 불꽃을 통해 마음을 표현했고, 자칫 불륜의 느낌을 주기도 하는 「 부장 」 편에서는 바람에 휘날리는 버들잎으로 설레는 마음을 표현해 보는 이도 역시 설레게 만들고 있습니다. 일본 뿐 아니라 세계의 많은 광고들이 술 광고 속에 남녀의 사랑과 욕망을 표현합니다. 술의 속성 때문이겠죠. 그러나 제가 이 광고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히 술로 인하여 여자를 욕망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하나의 드라마를 느끼게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위스키 광고를 한번 보세요. 요즘도 유혹이라는 컨셉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비주얼도 여자의 유혹을 보여주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그런 것들도 브랜드 인지나 판매에 도움이 되겠지만 모두가 비슷하니 그게 안타까운 겁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도수가 높은 술은 전파광고로 하기가 어렵습니다. 인쇄광고의 한계가 있겠지만 술을 파는 것이 아니라 술에 얽혀 드는 드라마를 보여주는 광고가 그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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