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t DATA_HOME $env(UNIWEB_DOC_ROOT) source $DATA_HOME/init.appl ] 특집 | 공익마케팅 / 2. 공익 마케팅 성공사례 - 해외

특집 | 공익마케팅 / 2. 공익 마케팅 성공사례 - 해외

브랜드를 향한 특별한 가치를

 한근태 / 한스컨설팅 소장, kthan@eklc.co.kr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윈도(Windows) 운영체계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공익 마케팅에 의해 전세계적으로 확산될 수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학교에 PC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자사 소프트웨어인 윈도를 깔아 이에 익숙해지도록 했기 때문에 미국 시장에서 가장 보편적인 컴퓨터 운영체계가 된 것이다. 이처럼 미국, 유럽 등 마케팅 선진국에서는 비용 측면에서 30초 광고보다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되어 있다. 미국과 유럽의 유수 기업들은 이미 공익 사업,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회사 브랜드를 알리는 고도의 경영전략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사실 ‘공익’ 과 ‘마케팅’ 의 결합은 ‘살인의 추억’ 이라는 영화 제목만큼이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마케팅에 있어서 ‘공익’ 이란 단어를 내세운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공익 마케팅의 실행을 주저하는 것도 기업 활동의 목적이 공익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익적인 활동도 전략적 접근이 더해지면 얼마든지 마케팅과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공익 마케팅의매력이다.

공익적인 이름을 이용한 홍보 효과

영국에만 250여 개의 매장을 갖고 있고 해외까지 진출한 ‘피자 익스프레스(Pizza Express)’ 라는 피자 전문점이 있다. 이 피자 전문점의 메뉴 중에는 ‘베네치아나(Veneziana)’ 라는 피자가 있다. 다른 메뉴와 달리 이 메뉴 아래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붙어있다. “이 베네치아나 피자가 한 개 팔릴 때마다물속에 잠길 위기에 처한 이탈리아의 베니스를 구하기 위한 ‘위험에 처한 베니스(Venice in Peril)’기금에 25 센트가 기부됩니다.”(그림 1 참조)

아주 단순한 구조지만 피자 익스프레스의 마케팅은 전형적인 공익마케팅의 좋은 사례다. 이 판촉 방식은우선 간단해서 좋다. 그런 만큼 고객들의 반응도 좋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그 자체가 역사고 문화인 도시 베니스가 환경오염 문제를 겪고 있으며 그대로 방치하면 도시전체가 물에 잠길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대해 잘 알고 있다.게다가 베니스가 피자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 있으며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도시라는 사실 또한 피자 익스프레스의 또 다른 성공 요인으로 작용했다.

물론 이 캠페인을 두고 단순한 판촉 전략에 불과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이 공익 마케팅의 중요한특성이다. 저절로 홍보가 된다는 것이다. 피자 익스프레스의 경우, 이들은 자신이 하는 공익 마케팅에 대해 전혀 광고를 하지 않았으며 위기에 처한 베니스를 돕는 일을 한다고 떠벌리지도 않았다. 고객들이 이를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메뉴를 통해서 뿐이다. 25가지 피자 메뉴 중 유일하게 베네치아나 피자 아래에만 ‘피자 한 개가 팔릴 때마다 25센트가 베니스를 위해 쓰인다’ 는 문구가 쓰여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피자 익스프레스는 막대한 홍보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다. ‘베네치아나’ 라는 공익적인 이름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충분히 불러일으켰고 피자 익스프레스를 찾은 사람들은 피자도 먹고 좋은 일도 한다는 생각에 이 메뉴를 기꺼이 주문했다.

이렇게 공익적인 제품명으로 공익 마케팅을 펼치는 곳이 또 하나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벤앤제리 아이스크림(Ben and Jerry’s Ice cream)’ 이 그것이다. 1970년대 후반 벤과 제리 두 친구의 아이스크림 장사로 시작된 이 회사는 1985년 벤앤제리 재단을 설립하고 농가보호 캠페인, 원자력발전소 설립 반대 등 많은 공익 활동을 펼쳐 왔다.

벤앤제리는 50가지가 넘는 맛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 맛에 붙는 각각의 이름 중에 ‘Peace Pops’, ‘Rain- forest Crunch’ 와 같은 것은 판매 수익금이 평화를 위해서 또는 열대산림 보호에 사용된다는 것을 말해준다(그림 2 참조). 또 이들은 유명한 사회 공헌가의 이름을 따서 붙이기도 했다. 밴앤제리 역시 피자 익스프레스와마찬가지로 자신의 사업이 공익과 연계되어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에게 알림으로써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이렇게 공익적인 제품명으로 공익 마케팅을 펼치는 곳이 또 하나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벤앤제리 아이스크림(Ben and Jerry’s Ice cream)’ 이 그것이다. 1970년대 후반 벤과 제리 두 친구의 아이스크림 장사로 시작된 이 회사는 1985년 벤앤제리 재단을 설립하고 농가보호 캠페인, 원자력발전소 설립 반대 등 많은 공익 활동을 펼쳐 왔다.

벤앤제리는 50가지가 넘는 맛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 맛에 붙는 각각의 이름 중에 ‘Peace Pops’, ‘Rainforest Crunch’ 와 같은 것은 판매 수익금이 평화를 위해서 또는 열대산림 보호에 사용된다는 것을말해준다(그림 2 참조).

또 이들은 유명한 사회 공헌가의 이름을 따서 붙이기도 했다. 밴앤제리 역시 피자익스프레스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사업이 공익과 연계되어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에게 알림으로써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주요 고객층을 겨냥한 공익 마케팅

세계적인 유통업체 테스코(Tesco)는 공익 마케팅의 최대 수혜자다. 공익 캠페인의 성과로 경쟁자 세인즈베리(Sainsbury)를 밀어내고 이 분야 리더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테스코의 공익 마케팅 캠페인 구조는 단순하다. 테스코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모든 고객은 10파운드마다 쿠폰을하나씩 받는다. 고객은 자신이 받은 쿠폰을 자신이 원하는 학교에 기부한다. 학교는 고객들이 기부한 이 쿠폰이일정량에 달하면 그 쿠폰을 테스코에 제시하고 대신 새 컴퓨터를 받아 간다. 각 학교의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가 많은 컴퓨터를 받을 수 있도록 특별팀을 만들어 더 많은 쿠폰을 받기 위해 운동을 벌였고 학교 교장과 학부모, 교사 협력위원회 모두 한 대의 컴퓨터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이 캠페인에 적극 참여했다.

테스코가 1998년 한 해에만 기부한 컴퓨터가 1000만파운드에 해당될 정도였다고 하니 이 캠페인의 위력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컴퓨터를 학교에 지원하던 테스코는 1998년 아예 매장에서 컴퓨터를 판매하기 시작해 공익 마케팅 캠페인으로 인해 기업의 판매 목록까지 변화시킨 유일한 사례가 되었다. 테스코는 테스코를 찾는 주부들의 가장 큰 관심이 바로 자녀 문제라는 것에 착안, 평소 주요 구매 고객층을 정확히 겨냥하여 접근하는 방법을 찾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브리티시 항공(British Airways) 의 ‘선의의 동전’ 캠페인 역시 주 고객층을 겨냥한 접근으로 성공한 공익 마케팅 사례다. 테스코가 자선 기관과의 제휴 없이 독자적으로 공익 마케팅을 성공시킨 데 비해, 브리티시 항공은국제적인 아동 보호 기관 유니세프와 손을 잡았다.

해외 여행을 해 본 사람이라면 여행에서 돌아올 때마다 호주머니나 지갑에 들어있는 외국 동전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런 동전들은 집에 둬 봐 야 쓸모도 없고 환전소나 은행에서도 잘 바꿔주지 않는다. 브리티시 항공은 기내에 천덕꾸러기로 변한 동전을 모으는 수거함을 배치해 필요 없는 외국 동전을 거기에 넣어 줄 것을 승객들에게 부탁했다. 그리고 이 수거함을 유니세프에 기증했다. 뿐만 아니라 기내 비디오, 각 좌석에 비치된 카드, 기내 방송을 통해 이 캠페인을 홍보했고 항공사 직원들까지 자부심을 가지고 이캠페인에 동참한 결과 700만 파운드라는 거금이 유니세프에 전해졌다. 유엔 산하기관이면서 도 유엔으로부터 전혀 예산 지원을 받지 못하는 유니세프는 엄청난 기부금을 받게 되어 좋았고 브리티시 항공은 비용을 전혀 들이지 않고 ‘따뜻한 기업’ 이라는 이미지를 전세계에 심어줄 수 있어 모두에게 윈윈이 되었다.

이젠 금융업계도 한다

공익 마케팅은 흔히 환경오염 내지는 환경파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업을 하는 기업만의 과제이자 의무라고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공익 마케팅은 환경 파괴가 불가피한 기업만 하는 것이 아니다. 조그만 피자 가게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도, 테스코의 경우처럼 생활 가까이에 있는 유통업계에서도 할 수 있으며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심지어 금융업계의 경우도 공익 마케팅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

금융계의 경우 상품이나 서비스가 비슷하고 이에 대한 고객의 관심도 낮은 편이어서 그들의 관심을 끌어 상품 가치를 높이기 위해 광고에 많은 예산을 투입한다.그러나 이런 이미지 광고들은 단순히 듣기 좋은 말만을 늘어놓음으로써 차별화에는 실패하고 있는데, 윤리적인 경영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표명함으로써 고객의 신뢰를 얻는 데 성공한 은행이 있다.

영국의 협동조합, 코옵뱅크(Co- op Bank)는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신용카드나 금융 서비스 등 전반적인면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경쟁력도 떨어졌으며 협동조합 형태는 한물간 구식으로 치부되고 있어 고객이 줄고 있었다. 그런데 이 은행이 윤리적인 접근으로 고객의 증가와 질 향상에 있어 놀라운 성장을 기록하여 금융계를 놀라게 했다.

코옵뱅크는 고객의 돈이 비도덕적인 분야에 쓰이지 않는다는 광고를 만들어 윤리적인 경영에 대한 입장을 확실히 표명했다. 광고에서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비도덕적인 투자에서 손을 깨끗이 씻었고 이전 경영시스템하에서 체결했던 온갖 종류의 투자 및 비즈니스들도 모두 정리했다. 이렇게 윤리적인 입장을 구축하는 데 2년이 걸렸다

1991년에서 1996년 사이 코옵뱅크의 신규 구좌 개설률은 6% 증가했으며 개인고객 예탁금은 2배 이상, 기업고객은 무려 4배 이상이나 증가했다. 운영 수익도 47% 증가했으며 은행의 이윤은 700만 파운드 적자에서 4500만 파운드 흑자로 돌아섰다. 주요 고객들의 수준도 다른 은행들보다 높아졌다. 이 기간 동안 광고 지출액은 500만 파운드를 넘지 않았으며 신규로 구좌를 개설한 고객의 44%는 은행의 윤리적인 경영에 대한 방침 때문에 구좌를 개설했다고 답해 이 광고 캠페인의 효과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윤리적 브랜딩의 물결

매슬로(Abraham H.Maslow)의 욕구 단계설에 의하면 인간의 욕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장 기초적인 생존 욕구, 의식주에 대한 욕구에서 시작해서 한 단계씩 상승한다. 생존 욕구가 일단 충족되면 사람들은 시야를 정신적인 영역으로 넓혀, 자신만의 문제에서 벗어나 타인들 간의 인간 관계에도 신경을 쓰게 되고 사회에서 지위를 확보하고 싶은 욕구를 갖게 되며 최종적으로 자아 실현의 욕구를 갖는다는 것이다. 처음 이 이론은 인정받지 못했으나 오늘날 학계에서는 소비자 행동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늘날 상당수 고객들은 매슬로우 욕구 단계에서 자아실현 단계까지 올라와 있다. 이들 고객들은 자신들이 구입하는 브랜드도 이러한 수준까지 올라오기를 바라고 있다. 아직 우리 나라는 소비자들의 윤리적 의식 수준이 성숙하지 못했고 공익 마케팅은 소위 ‘선진국’ 에서만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언제나 올바른 것, 가장 보편적인 가치에 공감하기 마련이다.

초코파이는 도서벽지 학교의 ‘책걸상 바꿔주기’ 캠페인에 힘입어 ‘정 있는 브랜드’ 로 거듭났다. 자기밖에 모르고 비윤리적이기까지 하다며 기성 세대들의 질타를 받는 요즘 신세대들도 박카스의 공익성 광고에 공감하여 지하철 이용문화까지 바꾸어 놓았다. 중국에 진출한 맥도날드는 중국의 고교 입시 전날 수험생들을 위해 특별히 영업 시간을 연장했다. 넓고 밝은 맥도날드 매장에서 손에 책을 들고 음료수 한 잔 만을 시킨 채 여러 시간 앉아 책을 보는 수험생들을 위한 작은 배려는 많은 잠재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윤리적인 방침은 종업원들의 자부심을 향상시키는 효과도 있어 많은 기업들이 사내 봉사활동을 권장하고 있다. 외국계 기업들 중에는 유급 봉사활동 시간을 두는 곳도 많다. 이러한 변화들은 모두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것에 호소하는 윤리적 브랜딩이 정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공익 마케팅은 브랜드에 특별한 가치를 더해주는 차별화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아직 시기상조라는 속단보다는 먼저 기회를 잡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